“저기... 음식이 잘못 올라온 것 같은데요. 저는 라페르를 시킨 적이 없어요.”“아, 그러니까... 한 병은 부족할 것 같은데...”서희동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은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동창회에 돈을 쓰긴 싫어 그냥 다 기본적인 음식들로 주문해 가격이 2백만 원을 넘지 않았다. 돈은 적게 쓰고 허세를 부리려는 심보였다.그런데 갑자기 킹크랩에 보스턴 랍스타 그리고 라페르까지, 가격이 4천만 원을 넘어가니 돈이 아까워 나서 물어본 것이다.자리에 있는 최서우가 아니었다면, 체면 때문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직원이 그런 서희동의 마음을 눈치챈 듯 예의 바르게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이건 저희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서비스라고요?”“네.”서희동이 눈을 크게 뜨며 묻자 직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 주는 거예요?”“그건 사장님께서 따로 말씀이 없으셔서 잘 모르겠습니다. 좀 있다 직접 술을 따라드리러 오신다고 하셨어요.”직원의 말에 서희동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당연히 우리 서 사장한테 주는 거겠지. 여기 너 말고 이거 받을 사람이 누가 있어!”그때 한 친구가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다들 질세라 한마디씩 보태고 있었다.“역시 서 사장은 대단하다니까!”“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어쩜 그리 겸손해!”“하하, 그래?”친구들의 아부를 즐기던 서희동이 문득 의아해졌다.소원 레스토랑은 이곳에서 꽤 유명한 3성급 레스토랑이라 사장이 2백억 정도의 자산가일 텐데 왜 갑자기 저에게 이런 서비스를 주는지 이상했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가게에서만 적어도 몇천만 원은 쓴 것 같아 단골손님을 붙잡으려고 주는 건가 보다 하는 결론을 내렸다.직원 말로는 사장이 직접 와서 술을 올린다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 저를 빼면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혹시 최서우 남자친구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저 몰골을 보니 그럴 리는 없어 보였다.“희동아, 너 대단하다.”그때
“이 사장님, 오셨어요!”이강을 본 서희동이 뛰쳐나가며 반갑게 인사하자 다들 이강이 서희동에게 술을 따라주러 온 줄 알고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하하, 서 사장님!”이강도 술잔을 들며 웃고는 말했다. “서 사장님, 사업을 점점 크게 하시네요. 서 사장님 같은 분이 여기까지 와서 식사를 해주시다니 정말 제 영광입니다.”1시간 전 대하 은행 본부의 고 전무가 직접 연락해서 VIP 고객이니까 잘 모셔달라는 말에 이강도 급히 매니저에게 먼저 픽업을 부탁하고 고 전무에게 룸 번호를 보내줬었다.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급히 온 것이다.VIP라고 해서 낯선 얼굴들일 줄 알았는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서희동에 이강은 서희동이 부동산으로 한몫 크게 챙겨서 은행 VIP가 된 줄로만 알고 그에게 술을 권한 것이다.요즘 부동산이 잘 나가는 시기이긴 하니까.“하하, 이 사장님 왜 이러세요. 그냥 작은 사업일 뿐입니다. 어딜 감히 이 사장님과 비교하겠습니까.”제 신분이 이강보다 낮음에도 저를 이토록 추켜세워주는 이강에 서희동은 몸 둘 바를 모르며 굽신거렸다.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창들은 이런 게 바로 성공한 사람들끼리 서로 추켜세워주는 건가 하며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그리고 동창회를 하는 줄 알고 서희동의 체면을 세워주러 들어온 이강이 참 장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서 사장님이야말로 왜 이러세요. 고 전무님이 직접 저한테 언질 주셨는데요. 요즘 부동산 사업 너무 잘 되시죠?”고 전무라는 처음 듣는 이름에 서희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하, 서 사장님 너무 겸손하시네!”이강은 서희동이 겸손한 척하는 줄 알고 일부러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그리고 이강의 모습이 인사를 하러 온 게 아니고 아부를 떨러 온 것에 가까워지는 걸 본 동창들은 서희동이 이 정도로 성공했냐며 혀를 내둘렀다.“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그냥 부동산 잘 될 때 재미 좀 본 것뿐입니다!”서희동은 아마 같이 일을 했던 부동산 사장이 저를 언급했나 보다 하며
깜짝 놀란 이강이 고강준을 한쪽에 끌고 가서는 낮게 물었다.“고 전무님,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지금, 서희동 씨한테 술 따라드리라면서요?”이 자리에 서희동 말고 또 누가 제 술을 받을 자격이 있단 말인가.“내가 언제 그랬어!”고 전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이강은 점점 더 어리둥절해졌다.“나는 서희동이 누군지도 몰라! 얼른 임 선생님께나 술 따라드려!”“네? 임 선생님이라뇨? 누구예요 그게?”이를 악물고 말하는 고 전무에도 아직 상황파악을 못 한 이강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여기서 임씨 성이 저분 말고 또 누가 있어!”고 전무가 임유환을 보며 말하자 그 시선을 느낀 임유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임유환을 본 고강준은 일이 단단히 잘못됐음을 알 수 있었다.“뭐라고요? 저 사람이 임 선생님이라고요?”고 전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던 이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이 사장, 아까 혹시 임 선생님한테 실수하지는 않았지?”“그... 그게...”“빨리 말해!”이미 일이 틀어진 것 같긴 했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고 물었는데 말을 더듬는 이강에 고강준이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제가 아까 임 선생님인 줄 모르고 가르치려고...”“뭐라고?!”고 전무는 이강에게 욕을 하며 노려봤다. 그 순간만큼은 이강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어쩐지 저를 보는 임유환의 눈빛이 차갑더라니.“뭐라고 했어?”“그게...”고 전무의 다급한 질문에 이강이 창백해진 얼굴로 아까의 일들을 전했다.“이런 멍청한 놈!”저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이강 더러 임유환을 잘 모시라고 했건만 사람을 잘못 본 것도 모자라 임유환을 가르치려고 까지 들었으니 이건 아주 안하니만 못한 짓이었다.“너 임 선생님이 누군지는 알아? 어떤 분이신지 아냐고! 네가 지금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아?!”잔뜩 화가 난 고 전무가 이를 악물며 제 앞에 서 있는 바보 멍청이를 다그쳤다.“누... 누군데요?”“블랙 골드카드 주인이야.”“뭐... 뭐라고요?”등에 식은땀이
룸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수많은 시선들이 임유환에게로 향했다.다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임유환이 설마 진짜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지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임 선생님, 정...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이 풀리지 않으셨다면 더 마실 수도 있습니다!”고량주 한잔이 그대로 뱃속에 들어가 위가 타들어 가는 듯했지만 임유환이 용서하지 않는다면 정말 더 마실 수 있었다.지금은 술을 마시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됐어요. 아까 일은 이미 잊었어요.”이강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아낸 임유환은 사람이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손을 흔들며 말렸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이강이 감사 인사를 전하며 몸을 떨어댔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이 감사 인사는 정말 임유환의 넓은 아량에 감탄하여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감사였다.그제야 고 전무가 아부를 떨며 임유환에게 다가가 와인잔을 들고 임유환에게 따라주었다.“임 선생님, 아까 일은 제대로 전달을 못 한 제 탓입니다.”“저는 이 사장이 임 선생님을 잘 모셨으면 해서 한 일인데, 이렇게 오해를 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제가 모두를 대신해서 이렇게 사죄드리겠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저희 같은 아랫사람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말을 마친 고 전무도 고량주 한잔을 삼켰다.그리고 고 전무의 말을 듣고서야 친구들도 이 자리에 올라온 킹크랩, 보스턴 랍스타 그리고 라페르는 모두 임유환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음을 알아차렸다.진짜 VIP는 바로 임유환이었다.“고마워요. 제가 한 잔 따라드리죠. 고 전무님 그리고 이 사장님 사업 모두 번창하길 기원할게요.”웃으며 술잔을 들려 한 임유환이 제 술잔을 비어있는 걸 발견하고 멈칫하자 눈이 빠른 이강이 서둘러 서희동 손에서 라페르를 뺏어오며 임유환에게 따라주고는 서희동을 노려보았다.“이건 당신을 주려고 준비한 게 아니야!”“하하...”그에 서희동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떨며 웃었다.애초에 이것들이 저를 위
사실을 알게 된 여자들은 서지혜와 서윤후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헛소리만 하지 않았다면 임유환을 그렇게까지 몰아가지도 않았을 텐데, 그럼 대단한 인맥도 얻을 수 있었을 텐데.임유환은 한 번에 2천억을 인출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으니 임유환과 비하면 서희동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친구들의 원망 어린 눈길을 느낀 이 사건의 원흉인 조하람, 서지혜, 서윤후는 하나같이 그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특히 조하람의 얼굴은 불에 데인 듯 뜨거워 났다.제가 몇 년 동안 애써서 만들어놓은 인플루언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자 정말 동창들을 볼 낯이 없었다. “그... 얘들아, 나 일이 있던 걸 깜빡해서 먼저 일어나볼게!”그래서 조하람은 아무 핑계나 대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하하, 윤후도 일이 있다네. 우리도 먼저 가볼게.”서지혜와 서윤후도 그 뒤를 따라 다급히 뛰쳐나갔다.그들 모두 이 자리에 더 있을 면목이 없었다.“하하, 그럼 우리 오늘 동창회는 이쯤 할까?”서희동은 동창들의 뜨거운 눈초리를 받진 않았지만 너무 민망했기에 서둘러 자리를 파하려고 했다.이렇게 큰 반전이 있었을 줄이야.특히 술을 따르면서 했던 말이 제일 부끄러웠다. 애초에 임유환 술이었는데 그걸 가로채놓고 본 주인에겐 따라주지도 않은 게 너무 부끄러웠다.게다가 임유환의 어마어마한 능력에 할 말을 잃기도 했다.임유환이야말로 진짜 겸손이었고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다.“후...”서희동은 긴 숨을 뱉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 서둘러 룸을 나갔다.그리고 임유환이라는 다른 거물이 등장하자 다른 친구들은 서희동이 나가든 말든 잡지도 않고 모든 시선을 임유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그럼 저희도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사죄를 마친 고 전무와 이 사장도 나가려고 하자 임유환이 웃으며 말했다.“네, 가보세요.”“임 선생님이야말로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둘은 끝까지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명함을 건네주었다.“임 선생님, 이건 제 명함인데 또 은행에 오실 일이 생기면 바로
“후, 드디어 나왔네.”최서우는 호텔 밖으로 나와서야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아까 임유환이 귓가에 대고 속삭일 때는 진짜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져 심장이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임유환은 최서우가 친구들에게 몰이를 당해 얼굴이 빨개진 줄로만 알고 말했다.“서우 씨, 차에 타요. 얼른 가죠.”그제야 정신을 차린 최서우가 고개를 들자 앞에는 타고 왔던 롤스라이스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임유환과 헤어지니 조금 아쉬워 난 최서우가 주저하며 말했다.“저기 유환 씨... 나 좀 더운데, 우리 걷지 않을래요?”최서우는 임유환이 제 요동치는 마음을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다급히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환우 국제파크도 여기서 가깝고 하니까... 혹시 유환 씨 바쁘면 그냥 가도 되고요.”“그럼 걸어요 같이.”임유환도 어차피 급한 일은 없었기에 웃으며 최서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좋아요!”“가요.”임유환의 승낙에 웃음을 지어 보인 최서우가 임유환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유환 씨, 아까 고 전무님은 유환 씨가 부른 거예요?”“아니요. 저도 고 전무가 올 줄은 몰랐어요.”“아마도 유환 씨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걸 거에요.”임유환이 고개를 저으며 몰랐다고 하자 최서우는 고강준이 대하 은행 VIP 고객한테 잘 보이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판단했다.“근데 오늘 유환 씨 덕분에 제 기가 좀 살긴 했어요.”임유환을 비웃고 보는 눈도 없이 그런 남자친구를 찾았다고 최서우를 비웃던 조하람과 서지혜의 어두워진 얼굴을 생각하던 최서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오늘 내가 남자친구 역할을 잘했나 봐요.”“뭐 그럭저럭 이요.”임유환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으며 묻자 최서우는 임유환이 너무 오만해지지 않게 손바닥을 탁탁 치며 새침하게 대답했다.“그럼 서우 씨 부탁은 다 들어준 거죠?”“그게... 아직 좀 남았는데...”임유환의 미소에 최서우의 눈빛이 난감한 듯 흔들렸다.“아직도 끝이 아니라고요?”“... 책임져야죠 이제.”“무슨 책임
“서우 씨, 오늘 좀 이상하네요.”“대답 먼저 해요.”임유환이 참지 못하고 물었지만 최서우는 딱 잘라 말하며 대답을 재촉했다.“음... 그게...”고집 센 최서우를 보며 임유환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다.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말로 하기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다.처음 최서우를 병원에서 만났을 때, 저를 연구대상으로 실험대에 눕히려고 일부러 유혹하다가 실밥까지 풀리게 한 사실을 임유환은 잊을 수가 없었다.물로 최서우는 기억도 못 할 일이겠지만 임유환에게는 너무 큰 인상을 남겼기에 임유환은 늘 최서우가 저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해부하겠다고 달려들어 살 한 점이라도 떼어갈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됐어요, 말 못 하겠나 보네!”임유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던 최서우는 임유환이 아까 했던 말들도 다 그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요 서우 씨, 제가 하고 싶은 말은...”임유환은 난처한 얼굴로 이 말 해도 별로고 안 말하면 오해할 만할 말을 굳이 해야 할까 고민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서우 씨, 제 몸에는 관심 없죠?”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저를 올려다보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몸이요? 내가 그렇게 욕구가 강한 사람으로 보여요?!”최서우는 본인이 그 몸을 탐내서 자려고 들러붙은 줄로 오해하는 임유환에 빨개진 얼굴로 짜증을 냈다.“네? 지금은 관심 없어요?”“내가 변태도 아니고 왜 당신 몸을 탐내요?!”정말 놀랍다는 듯 묻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어...”몸을 탐낸다는 말에 임유환도 최서우가 자신의 뜻을 오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럴만한 말이었던 것 같아서 임유환은 다급히 해명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내 몸을 탐내지 않냐고요? 아, 이게 아니고... 내 말은 내 몸으로 연구 같은 거 할 생각 이젠 없냐는 뜻이었어요.”임유환의 말을 들은 최서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작 그게 무서워서 그런 표정을 지은 임유환을 못마땅한 눈
이상한 질문을 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머리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최서우도 말을 내뱉고서야 잘못 말했음을 자각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해명했다.“아니에요! 유환 씨 그런 뜻이 아니라 어떤 성격을 더 좋아하냐는 뜻이었어요!”역시 최서우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할 리가 없지, 성격을 묻는 거였다는 말에 안도하며 대답했다.“당연히 지금 성격이 더 좋죠.”임유환의 대답에 최서우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남자들은 다 개방적인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하하,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죠.”“딱 봐도 거짓말이네요.”“네?”최서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임유환이 당황해하며 물었다.“개방적인 거 싫어한다면서 그때 내가 유환 씨 유혹할 때는 왜 그렇게 크게 반응했어요?”말을 하는 최서우는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임유환을 바라보자 임유환이 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임유환은 기침으로 이 어색함을 떨쳐내려 애쓰며 대답했다.“그게,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남자라면 다 반응을 하지 않을까요?”“그럼 좋아한다는 거네요?”최서우는 섹시한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유혹적인 표정과 함께 임유환 귓가에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나중에 다시 해볼래요?”그 한마디에 사레가 들린 임유환은 연속 기침을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아니요, 괜찮아요... 나 좀 그냥 보내줘요.”“장난이에요, 뭘 그렇게 놀라요? 엄청 정직한 사람이네.”손을 내젓는 임유환에 최서우가 웃으며 말했다.눈앞의 남자에게 점점 더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았다.“하하...”멋쩍게 웃은 임유환은 최서우가 또 이상한 말을 할까 봐 웃기만 하고 대꾸는 하지 않았다.그렇게 둘은 걸으며 파크 입구를 지나는데 스크린에 크게 걸린 서인아와 정우빈의 결혼사진이 눈에 거슬렸던 임유환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그에 최서우는 눈썹을 꿈틀거렸다.여자의 직감이 말해주건대 임유환과 서인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유환 씨, 서인아 씨랑은 진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