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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마이클 천은 정신과 의사로서 지환이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운 심경일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섣불리 어떠한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잠시 후에야 침묵을 깨며 말했다.

“대표님, 지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 누워 있던 이서가 서서히 깨어났다.

이서가 깨어난 것을 본 지환의 눈동자가 밝아졌는데, 그는 모든 것을 완전히 잊은 듯 몸을 낮추어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서야...”

그는 그제야 두 사람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깨달았고, 즉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서가 그의 팔을 더욱 거세게 잡았다.

“가지 마세요. 절대 가지 마세요.”

그녀는 조금도 힘이 없는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하고 있었다.

지환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입술을 굳게 깨물었던 이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왜... 왜 H선생님이 저에게서 멀어졌을까 생각을 해봤거든요... 제... 제가 기억을 잃은 이유가... 선생님이랑 관련이 있었던 거죠? 그렇죠?”

지환은 무언가에 홀린 듯 이서의 손을 꽉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마음에 품고 있다는 그 사람도... 저인 거죠?”

그렇다. 사랑이 담긴 눈빛만큼은 그녀를 속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서의 말을 들은 지환은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이서의 손을 놓으려 애썼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의 손을 잡을 뿐이었다.

이서의 두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H선생님, 도대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저는 감당할 수 있단 말이에요!”

‘더 이상 바보처럼 살고 싶지 않아.’

‘설령 고통을 겪게 될지라도...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야.’

‘나는 단지... 나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지환이 모질게 이서를 밀쳤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 우리의 감정이 시작된 건... 그 교통사고 이후였다고!”

이서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니잖아요! 저를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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