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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이미 동요되었던 지환의 마음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의 권유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몸을 돌린 지환이 2층의 열린 문을 바라보았는데, 그 문을 통해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 이서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의 발걸음은 절로 빨라졌다.

방으로 들어선 지환은 이서의 근처에 이르러서야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늦추었다.

돌아온 그를 본 이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해졌다.

“H선생님...”

지환이 손끝으로 이서의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결정했어, 네 곁에 남기로.”

이 말을 들은 이서의 아름다운 눈동자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음이 만연한 그녀의 눈동자를 본 지환이 모질게 말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무슨 조건이요?”

이서가 물었다.

그녀가 기대할수록 지환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내 진짜 이름을 듣고도 후유증이 일으키지 않는다면... 네 곁에 남을게.”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이서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래서 여태 진짜 이름을 밝히지 않으셨던 거야?’

‘그게 아주 중요한 거라서?’

‘어쩌면 H선생님의 진짜 이름을 들으면...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게 될지도 몰라.’

이서가 대답하지 않자, 지환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두려운 거야?”

“이서야, 두려우면 거절해도 돼.”

이서가 몸을 꼿꼿하게 세우며 말했다.

“누가 무섭다고 했어요? 저는 괜찮을 거라고요!”

지환은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는 이서를 보면서 더욱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몸을 일으킨 지환이 고개를 돌리며 이서의 시선을 피했다.

“그럼 잘 들어, 내 이름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던 이서는 이불 속에 숨겨진 손으로 허벅지 안쪽의 살을 한사코 쥐었는데, 물밀듯 밀려오는 통증은 지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할 수 없게 했다.

이서는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이를 악물고 버티며 줄곧 스스로를 상기시켰다.

‘꼭 버텨야 해, 꼭.’

“하지환이야.”

이 세 글자를 들은 이서의 머릿속에는 폭풍우와 비바람이 치는 듯했고, 숨이 멎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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