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나나의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이 장희령에 대한 논의를 펼치던 그때, 장희령은 VIP 통로의 CCTV 자료를 보고 있었는데, 그 영상에는 이서의 곁에 서 있는 하이먼 스웨이가 분명히 찍혀 있었다. 추측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으나, 희령은 여전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심가은 씨가 윤이서랑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이 만나는 걸 허락했을 리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희령이 또 한 번 가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가은에 대해 생각하던 그녀가 지엽을 떠올렸다. ‘소지엽 씨랑 가은 씨는 지금 같은 곳에 있어.’‘그리고 가은 씨는 소지엽 씨에게 자주 매달렸을 거고...’ ‘그래, 그 남자에게서 가은 씨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핸드폰을 꺼낸 희령이 천천히 지엽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녀는 심동을 따라간 이후로 한 번도 그에게 전화한 적이 없었는데,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심동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두려웠고, 자신의 생각이 깊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 잠시 고심하던 희령이 마침내 용기를 내어 지엽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너머에서 지엽의 멋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만 그의 목소리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것처럼 피곤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저예요.” 희령이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누르며 말했다.“장희령, 저 기억해요?”그녀조차도 자신의 말에 서린 기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네.] 지엽이 다리를 꼬았다.[무슨 일이죠?]“그렇구나...” 희령은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가... 가은 씨랑 연락이 안 돼서요.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죽었어요, 그 여자.] 지엽이 심란한 어투로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며칠 전에.]그는 불과 어제 이서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다. 제자리에 얼어붙은 희령은 정신이 멍해지는 듯했다.“뭐라고요?” ‘가은 씨가
호텔 안.이미 11시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여전히 잠을 자지 않았다. 살며시 문을 연 지환은 마침 이서가 정신을 집중하여 자료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 장면은 그를 어렴풋이 과거로 끌고 간 것 같았다.그녀는 윤씨 그룹을 인수한 이후 늘 침실에서 자료를 보았다. “여긴 왜 오셨어요?”고개를 들어 물컵을 향해 손을 뻗던 이서가 지환을 보고 물었다. 지환이 그녀를 응시했다.“왜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고 있는 거야?”이서가 시계를 힐끗 보았다.“이제 겨우 11시인데요? 아직은 안 졸려요.” 지환은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래, 이서는 한 가지 일을 끝내지 못하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었지.’ “뭐길래 그렇게 열심히 보는 거야?” “회사 자료요.”이서가 갑자기 흥분하며 말했다.“지환 선생님, 그거 아셨어요? 제가 원래 큰 회사의 대표였대요!”‘아무리 그래도 내 회사가 4대 가문의 회사 중 하나라고 말할 수는 없어.’‘지환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실지도 모를 일이니까...’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기가 뱉은 말이 웃긴다고 생각했다. ‘하긴... 내가 기억을 잃어가는 동안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지환 선생님이 모르실 수가 있겠어.’ 이서의 얼굴에 만연한 감미로운 미소를 본 지환은 온 걱정이 사라지는 듯했다.‘역시 이서를 데리고 오길 잘한 것 같아.’‘M국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보여. 내가 옳은 결정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네.’ “돌아오자마자 일에 집중하는 거야?”자료를 받아본 지환은 그것이 협력 회사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곧장 알아차렸다.“네, 하나가 그러는데, 하은철이 윤씨 그룹을 괴롭히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협력 회사들도 윤씨 그룹과 협력하기를 꺼리고 있고요... 저는 회사의 대표로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그래서 돌파구는 찾았어?”이서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그런 것 같아요.” 그녀가 한 자료를 지환에게 건넸다.“이 식품 회사를
고개를 든 지환이 이서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무의식중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 이서는 지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한데 만져봐도 될까요?” 그녀가 급히 말을 덧붙였다.“절대 훔쳐보지는 않을게요. 그냥... 만져만 보고 싶어요.” 소녀의 눈에 비친 갈망을 본 지환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침대 옆에 있는 안대를 들어 올렸다.“정말 훔쳐보지 않을 거야?” “절대 훔쳐보지 않을 거예요!”이서가 네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맹세할게요!” 지환이 말했다.“그럼 안대 좀 써볼래?” “좋아요.”이서가 지환이 말한 대로 얌전히 안대를 썼다. 지환은 이서가 준비가 된 것을 보고서야 가면을 벗었다. “이제 됐어요?”조용히 1분을 기다린 이서가 물었다. 지환은 기다리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그가 허리를 굽혀 이서와 눈높이를 같게 했다.“자.”이서가 손을 내밀어 기억 속의 높이를 따라 지환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린 순간, 지환의 콧대가 만져졌다. ‘와, 콧대가 정말 높으시구나.’이것이 이서의 첫 번째 생각이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곧 지환의 입술에 다다랐다. 그의 탐스러운 입술은 이서가 지난번 지환과 키스를 나누었을 때의 느낌을 단번에 떠올리게 했다.그녀의 귓불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서는 볼 수 없었지만, 지환은 이서의 사소한 변화를 모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특히 그녀의 빨간 귓불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을... 꿈틀꿈틀 되살아나게 했다. “이서야, 됐어?”지환의 목소리를 낮고 자성적이었으며, 인기척을 느낄 수 없는 깊은 밤의 위험을 뿜어내고 있었다.이서가 말했다.“아직이에요, 눈은 아직 안 만졌잖아요. 잠시 눈 좀 감아주시겠어요? 사실,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장 궁금했거든요.” “눈은 평소에
이서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났고, 하나와 함께 새 회사에 도착했다. 화려하게 꾸며진 윤씨 그룹을 본 이서는 꿈속을 걷는 것만 같았다. 이서는 과거의 윤씨 그룹에 대한 기억이 없었으나, 지금의 윤씨 그룹은 그녀의 부모님이 묘사한 것과 똑같았다. 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바닥의 벽돌 하나마저도 귀중하고 값지게 보이도록 했다. ‘부모님과 주주분들도 늘 과거를 그리워하셨었는데...’“엄마 아빠도 내가 다시 윤씨 그룹을 되찾은 걸 알면 아주 기뻐하시겠지?”이서가 문득 윤재하와 성지영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하나의 안색이 바뀌었다.‘이서가 형부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이 이야기도 말해도 되겠지?’ “이서야, 그동안 많은 일이 있으면서 사람들이 좀 변했어. 너희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그리고...”이서가 궁금해하며 물었다.“그리고 뭐?” 곰곰이 생각하던 하나가 입을 열었다.“됐어, 너무 깊이 알 필요 없어. 그냥 너희 부모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만 기억해 둬, 나 믿지?”이서의 텅 빈 머릿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나쁜 기억이 전혀 없었으나, 그녀는 하나에 대한 굳은 신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알았어.”이서를 바라보던 하나가 어떠한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아쉽지만 지금의 윤수정은 식물인간이 되어서 이서의 신분에 대한 수수께끼를 설명할 수 없어.’‘게다가 기억을 잃은 이서를 함부로 자극해서도 안 될 일이고...’‘그래, 도대체 이서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내가 철저히 알아보는 거야!”두 사람이 건물의 최고층에 도착하자, 하나가 이서에게 소희를 소개했다. 이서는 소희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자신이 없는 시간 동안 소희 혼자서 버텼다는 것을 들은 그녀는 감격스럽다는 듯 소희의 손을 잡았다.소희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자, 계속 이렇게 입구에 서 있을 수는 없잖아? 주주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얼른 들어가 봐.”이서와 소희를 회의실로 밀어 넣은 하나는 문밖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기
“후에 여러분들의 후배가 이 일에 관해서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서의 이 한마디를 들은 나이 든 사람들은 피가 끓는 듯했다. 그들은 모두 부귀영화를 누린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였다. ‘그래, 행여 패배할지라도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창피당하는 꼴은 피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승리하기라도 한다면, 하씨 가문의 압력을 견딘 우리의 이야기는 후배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이 될 수 있겠지.’“그래요, 우리는 결코 겁쟁이가 아니잖아요? 하씨 그룹이 H국에서 가장 큰 가문이면 어쩔 겁니까? 큰 가문이라고 해서 사람을 괴롭혀도 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나도 우리가 하씨 그룹에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우리가 못 만나본 사람이 어디 있고, 겪어보지 못한 일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맞아요! 행여 우리가 진다고 한들 퇴직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밖에 더 하겠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 하씨 그룹과 맞서 싸웁시다!” “...”흥분한 주주들의 말을 듣던 소희는 부러움이 서린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내가 저런 말을 했다면... 전혀 효과가 없었을 거야.’ ‘하긴... 매번 놀라운 기적을 이뤄낸 이서 언니가 하는 말이니까 저분들도 하씨 그룹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으셨던 거겠지.’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서는 하은철의 현재 움직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가 윤씨 그룹의 압박하는 방법을 아주 간단하고 난폭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회사가 윤씨 그룹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하씨 그룹의 이런 방법이 통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압력을 가하는 몇 개의 회사를 살펴보니까 이 방법은 곧 효력을 잃을 것 같더군요.” “왜냐하면 하씨 그룹이 압박하고 있는 회사의 대부분은 우리 윤씨 그룹과 협력하면서 적은 투자로 큰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거든요.”
하나는 회의실을 나서는 두 사람을 긴장감과 불안감이 서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소희가 자신을 향해 성공적인 회의였다는 손짓을 보내는 것을 보고서야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나가 이서에게 다가서며 물었다.“어땠어? 주주들과 총회를 한 첫날이었잖아. 괜찮았던 것 같아?”“음...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 이미 이런 회의를 여러 번 개최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나 할까?”“그리고... 지난 1년여 간의 시간 동안 나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더 궁금해졌어. 다시 태어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특히 내가 하은철과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야.” “하나야, 너는 지금 이 상황이 믿어져?”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나도 1년여 전에는 믿기 어려웠어.”“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나는 이제 출근해야 할 것 같아. 너는 이제 뭐 할 거야?” “나도 마침 가려던 참이었어. 마침 가는 길도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줄래?” “그래.”문어귀에 서서 5분을 기다리던 하나는 이서가 큰 가방을 메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왜 그렇게 큰 가방을 가지고 온 거야?”“각 회사의 상황이 담긴 자료들인데, 그 회사들을 방문하기 전에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챙겨봤어.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만 백전백승할 수 있는 법이잖아?” 활력이 넘치는 이서를 본 하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바로 이 모습이 지난 1년여간의 네 모습이었어.”“그랬어?”빙그레 웃던 이서가 하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야, 있잖아...” “왜 그래?”“저번에 내기했던 거 기억하지?” 이서의 말을 들은 하나가 두 사람의 내기를 떠올렸다. “그 내기에서 결국 내가 이겼잖아. 그럼 약속대로...”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말해봐, 네가 원하는 거라면 불평 없이 뭐든 들어줄 테니까.” “음...”이서가 일부러 말을 길게 끌며 하나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그래도 먼 길을 달려온 상언 오빠한테
이서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그 리치푸드 대표의 비서에게 명함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의 비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짧은 대답을 할 뿐이었다. “윤 대표님, 죄송하지만 강 대표님의 오늘 일정은 꽉 찬 상황입니다.” 이서가 물었다.“그럼 내일은요?” “내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레는요?”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윤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강 대표님의 3개월간의 일정은 이미 꽉 찬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강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3개월 후의 일정을 조율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리치푸드는 기껏해야 중소기업에 불과하였으나, 윤씨 그룹은 현재 H국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초대형 기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중소기업의 대표가 대기업의 대표를 만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으나, 오늘의 이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하지만 강 대표님의 오늘 일정을 찾아보니, 본래 약속이 잡혀 있던 광고회사 담당자의 아들이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일정이 취소되었다고 하던걸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다른 일정을 잡을 수도 없었을 텐데...” “제가 그 시간에 강 대표님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는 걸까요?” 순간 비서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뭐야,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을 줄이야...’ “윤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강 대표님께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이 말을 마친 비서는 강명철에게 전화를 걸어 낮은 목소리로 문밖의 상황을 간단히 보고했다. 이 말을 들은 강명철은 이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을 느낀 그가 비서에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 한숨을 돌린 비서가 전화를 내려놓고 이서에게 말했다.“윤 대표님, 들어오시죠.” 이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곧장 강명철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리치푸드의 대표는 계량 한복을 입은 60대 초반의 노
이서가 자료 더미를 펼쳐 놓았다. “어젯밤, 강 대표님 회사의 모든 광고를 살펴보았습니다. 강 대표님께서는 이 광고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강명철이 무심코 물었다.“문제점이 뭐요?” “가장 큰 문제점은 제품의 특징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강명철이 콧방귀를 뀌었다.“윤 대표, 윤 대표의 전공은 광고에 관련된 것도 아니지 않소?” 하지만 이서는 미소를 지은 채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네, 비록 제 전공이 광고에 관련된 것이 아니지만, 저는 대기업의 대표로서 각종 업계의 관계자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죠.” “광고 건에 대해서는 줄곧 미광 기업과 협력해 오셨죠? 물론 미광 기업은 광고계의 선두 주자였죠. 하지만 그건 이제 20여 년 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최근 몇 년간 미광 기업의 업계 내 순위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이서가 물었다.강명철이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내 회사로도 모자라, 미광 기업도 한바탕 비판하겠다는 거요?! 허, 얼마나 함부로 떠들어댈 수 있는지 한번 들어나 보겠소!” “미광 기업이 한때 선두 주자로서 광고계를 풍미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 몇 년간 미광 기업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들이 만든 광고가 20여년 전의 스타일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 주력군은 더 이상 20여년 전의 그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현재의 소비 주력군의 20년 전만 해도 어린 아이였던 사람들이죠.” “어린 아이였던 그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사회의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즉, 광고가 지향하는 집단은 그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광 기업의 작품은 어떻습니까?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설탕이 함유되지 않아 소화가 쉬운 제품이라니... 이게 노인을 겨냥하는 광고가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게다가 이 제품의 포장은...” 이서는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