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그 리치푸드 대표의 비서에게 명함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의 비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짧은 대답을 할 뿐이었다. “윤 대표님, 죄송하지만 강 대표님의 오늘 일정은 꽉 찬 상황입니다.” 이서가 물었다.“그럼 내일은요?” “내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레는요?”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윤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강 대표님의 3개월간의 일정은 이미 꽉 찬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강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으시다면, 3개월 후의 일정을 조율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리치푸드는 기껏해야 중소기업에 불과하였으나, 윤씨 그룹은 현재 H국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초대형 기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중소기업의 대표가 대기업의 대표를 만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으나, 오늘의 이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하지만 강 대표님의 오늘 일정을 찾아보니, 본래 약속이 잡혀 있던 광고회사 담당자의 아들이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일정이 취소되었다고 하던걸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다른 일정을 잡을 수도 없었을 텐데...” “제가 그 시간에 강 대표님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는 걸까요?” 순간 비서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뭐야,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을 줄이야...’ “윤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강 대표님께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이 말을 마친 비서는 강명철에게 전화를 걸어 낮은 목소리로 문밖의 상황을 간단히 보고했다. 이 말을 들은 강명철은 이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을 느낀 그가 비서에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 한숨을 돌린 비서가 전화를 내려놓고 이서에게 말했다.“윤 대표님, 들어오시죠.” 이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곧장 강명철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리치푸드의 대표는 계량 한복을 입은 60대 초반의 노
이서가 자료 더미를 펼쳐 놓았다. “어젯밤, 강 대표님 회사의 모든 광고를 살펴보았습니다. 강 대표님께서는 이 광고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강명철이 무심코 물었다.“문제점이 뭐요?” “가장 큰 문제점은 제품의 특징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강명철이 콧방귀를 뀌었다.“윤 대표, 윤 대표의 전공은 광고에 관련된 것도 아니지 않소?” 하지만 이서는 미소를 지은 채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네, 비록 제 전공이 광고에 관련된 것이 아니지만, 저는 대기업의 대표로서 각종 업계의 관계자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죠.” “광고 건에 대해서는 줄곧 미광 기업과 협력해 오셨죠? 물론 미광 기업은 광고계의 선두 주자였죠. 하지만 그건 이제 20여 년 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최근 몇 년간 미광 기업의 업계 내 순위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이서가 물었다.강명철이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내 회사로도 모자라, 미광 기업도 한바탕 비판하겠다는 거요?! 허, 얼마나 함부로 떠들어댈 수 있는지 한번 들어나 보겠소!” “미광 기업이 한때 선두 주자로서 광고계를 풍미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 몇 년간 미광 기업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들이 만든 광고가 20여년 전의 스타일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 주력군은 더 이상 20여년 전의 그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현재의 소비 주력군의 20년 전만 해도 어린 아이였던 사람들이죠.” “어린 아이였던 그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사회의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즉, 광고가 지향하는 집단은 그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광 기업의 작품은 어떻습니까? 노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설탕이 함유되지 않아 소화가 쉬운 제품이라니... 이게 노인을 겨냥하는 광고가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게다가 이 제품의 포장은...” 이서는 광
비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어머, 그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인 거네요.” “무슨 소리! 우리가 윤씨 그룹과 협력하지 않는 한, 하씨 그룹이 우리를 공격할 일은 없을 거야.”강명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비서가 급히 전화를 들며 말했다.“네, 안녕하세요, 리치푸드 강 대표님의 사무실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어떤 말이 들려온 것일까. 순간, 비서가 머뭇거리며 강명철을 바라보았다. 강명철이 물었다.“어디서 온 전화야?” “하씨 가문이요...”강명철은 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의 태도는 방금 이서를 대할 때의 태도와는 확연히 달랐는데, 수화기 너머 사람의 신분을 들은 강명철의 얼굴에는 아첨하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 그러니까 지금 제게 전화를 거신 분이 하 사장님의 작은 아버지인... YS그룹의 대표님이란 말씀이십니까?!” 차분한 지환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서려 있었다.[못 믿겠다면, 지금 당장 만나보면 되겠네요.]“아이고, 못 믿다니요, 절대 아닙니다. 누가 감히 YS 그룹의 대표님을 사칭할 수 있겠습니까.”“그나저나 대표님께서 어쩐 일로 제게 전화를 다 주신 건지... 아, 혹시 윤 대표가 저를 찾아왔다는 걸 알고 계신 건가요? 그런 거라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저희는 단지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눈 게 전부니까요.”“물론 윤 대표의 말이 청산유수이긴 했지만, 저는 하 사장님의 편에 서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그녀의 방안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지환이 차가운 어투로 강명철의 말을 끊었다. 강명철이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예... 꽤 날카로운 분석이긴 했습니다만, 전혀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는데, 왜 그녀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지환의 질문을 들은 강명철은 순간 어리둥절해졌으나, 이내 그가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명철이 다시 한번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이서는 리치푸드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지환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뭐 해?] 지환이 뻔히 알면서 물었다.“다음 회사로 가보려고요.”이서가 말했다.[그렇구나, 첫 번째 회사 상황은 어땠어?] “꽤 완강한 태도를 보이시더라고요. 아마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지환이 말했다.[힘들면 내 부하 직원들을 시켜도 돼.] 만약 그들이 윤씨 그룹과의 협력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환은 그들이 윤씨 그룹과의 협력을 결심하게 할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H국 내의 YS 그룹의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MH 그룹의 힘까지 합친다면, 지환은 하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것을 철저히 짓밟아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건 싫어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 “이럴 때 제가 자리를 굳히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저를 도와 일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겠어요. 비록 어려운 일일지라도... 이건 제가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예요.” 그렇다. 그녀가 그 회사 중 단 한 곳의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부하직원들에게 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네가 너무 고생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이서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하 선생님, 이전에도... 저를 이렇게 걱정하셨어요?”‘이전...?’이 두 글자를 들은 지환의 눈동자에 아련함이 스쳤다. 사실, 이서는 지환이 자신과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을 별로 원치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애써 미련을 버린 채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느낌이 꽤 괜찮은 것 같거든요.” “오히려 외국에 있을 때보다도 더 후련한 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의 저에게는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래.]지환이 아쉬워하며 당부했다. [제때 끼니 챙겨 먹는 거 잊지 말고, 절대 조급해하지 마.]“네.”이서는 지환이 전화를 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핸드폰을 내려놓았고, 창밖을 한 번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세
리치푸드의 강명철이 이렇게도 쉽게 이서의 설득으로 인해 재계약을 결심했다는 소식을 들은 소희는 멍하니 서 있다가 몇 초 후에야 반응할 수 있었다. [네, 언니, 알겠어요.]“계약은 소희 씨한테 맡길게.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이서 언니...]급히 목소리를 높여 이서를 부른 소희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제자리에 선 채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재계약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요, 재계약에 관한 일이 아니라...]소희는 정말이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 회사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회사 일이 아니라... 언니에 관한 일이에요.] “나에 관한 일이라고? 대체 무슨 일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갑자기 심가은이 외국에서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기사에는 언니가 심가은을 죽였다는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댓글이 달렸고요.] 소희는 이서가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으나, 상세하고 구체적인 댓글을 잊지 못하고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그 댓글을 사실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이서를 혹독하게 욕하고 있었다. 하씨 그룹이 압력을 가해오는 상황에서 이런 부정적인 뉴스가 터졌는데, 감히 윤씨 그룹과 협력하겠다는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이서가 강하게 미간을 비틀었다. “알았어, 소희 씨는 리치푸드와의 재계약부터 처리해 줘.” [네, 언니.]전화를 끊은 이서는 즉시 뉴스 사이트를 열었는데, 스크롤을 내릴 필요도 없이 사이트 1면에 떠있는 심가은에 관한 머리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의 내용은 심가은이 죽기 전에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서술한 것이었으나, 기사의 댓글에는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었다. [윤이서가 심가은을 살해한 게 분명해요. 듣자 하니 심가은이 죽은 곳이 대회장이었다면서요? 당시 주최 측이 선정한 우승자는 심가은이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윤이서가 흉악범을
이서는 한참이나 대답할 수 없었다. “팀장님은 조사만 열심히 해주시면 됩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시고요.” 홍보팀 팀장은 대단히 난처했지만, 이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은 이서는 인상을 찌푸린 채 계속해서 스크린 속의 기사를 보았다. 기사를 한참 동안 보았음에도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그녀는 휴대전화를 끈 채 차에서 내렸고, 이내 다른 회사로 걸어 들어갔다. 같은 시각.기사를 본 하은철이 차가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던졌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눈앞의 부하를 바라보며 냉소했다. “허, 이 기사가 아니었으면 작은 아빠랑 윤이서가 돌아온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 아니야!” 부하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아무래도 하 대표님께서 귀국하시기 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 기사를 보고서야 하 대표님께서 돌아오셨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럼 이 기사가 없었으면, 너희는 작은 아빠가 돌아온 줄도 몰랐을 거란 말이네?”부하가 더욱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 당장 두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봐! 이 기사는 도대체 어떤 새X가 찌른 건지, 심가은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죽게 된 건지까지도!” “예!”부하는 얼른 몸을 돌려 떠났다.문이 닫히자, 급히 몸을 일으킨 하은철이 태블릿에 있는 이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돌아왔구나!’‘윤이서가 돌아왔어!’ ‘하지만 그 여자가 분명... 윤이서는 M국에서 잘 지낼 수 없을 거라고 했었는데?’‘지금 보아하니 그 여자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던 거구나.’ ‘이왕 이렇게 된 거...’‘윤이서, 네가 기어코 나의 작은 아빠를 선택해야겠다면, 그 선택에 대한 결과는 혹독히 치러야할 거야.’ 이렇게 생각한 하은철의 눈빛이 더욱 어둡고 음산해졌다. 같은 시각.세트장에서 촬영하던 나나는 장희령에게 여섯 번째 따귀를 맞았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감독과 제작진 등의 다른 스태프들은 더 이상 상황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희령
여은아는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나도 더 이상 은아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이스팩을 든 채 그녀에게 말했다.“은아 언니,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다녀와서는 계속 대사를 외워야겠어요.” “그래, 다녀와.”대기실을 나선 나나는 두 개의 문을 지났는데, 그곳은 바로 희령의 대기실이었다. 그녀는 엄청난 자금을 가지고 팀에 합류한 배우로서 자연히 가장 호화스러운 대기실을 누리고 있었다. 나나가 그곳을 지나려던 찰나, 안에서 희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남의 말을 엿듣는 것에는 전혀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으나, 희령이 이서를 언급하는 것을 들은 이상 발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윤이서가 살인범이라는 기사가 인터넷에 퍼졌다고?” “그렇다니까? 인터넷에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야.”대답한 사람은 희령의 매니저였다. “윤이서가 살인범이다? 하하, 그런 불법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퍼졌으니, 대중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어?” 희령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니저가 희령을 따라 낮게 웃다가 약간은 걱정스러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령아, 근데 그 뉴스는 우리가 조작한 거잖아. 정말 윤이서가 심가은 씨를 죽인 건지도 확실하지 않고... 만약 윤이서가 심가은 씨를 죽인 게 아니고, 그 뉴스를 조작한 사람이 우리라는 사실이 모두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대체 뭐가 무서운 거야? 그 뉴스는 내가 심씨 가문의 미디어 계정을 통해 올린 거잖아. 설령 심씨 가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전혀 걱정할 거 없단 소리지.” “그리고 누가 감히 내가 그런 찌라시를 퍼뜨렸다고 떠들어댈 수 있겠어?” 희령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매니저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문밖에 서서 두 사람의 파렴치한 대화를 들은 나나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피가 솟구치는 듯했다. 그녀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던 찰나, 궁금증 섞인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맞다, 령아,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옆 대기실에서 인기척을 들은 은아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희령의 대기실로 다가왔고, 제작진들의 손에 붙들린 나나를 마주했다. 그녀가 얼른 비집고 들어가 물었다.“나나야, 무슨 일이야?” “허, 무슨 일이냐고요?”희령의 매니저가 은아에게 차갑게 말했다.“서나나 씨가 연기를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분명 감독님 앞에서는 진실된 연기가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착한 령이는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진짜로 때렸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제 와서 마구 날뛰는 꼴을 좀 보시라고요!” “진짜로 맞는 게 싫다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나중에 다른 소리 하지 마시고요!” 은아가 말했다.“말도 안 돼요, 나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요!” 희령의 매니저가 말을 이어 나갔다.“그런데 어쩌죠? 서나나 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여기 계신 분들이 똑똑히 다 봤는데요. 아, 참, 윤이서 씨가 살인범이라는 소문을 퍼뜨린 게 저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기도 하시더군요. 대체 윤이서 씨가 사람을 죽인 게 저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담당하는 연예인이면 똑바로 관리하세요!” “아무래도 계속 헛소리를 하시는 거 보니까 정신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오빠, 됐어.”작은 소리로 매니저의 말을 끊은 희령이 나나를 위하는 척 위선을 떨었다.“나나 씨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아무래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으니까 인제 그만 하라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분분히 서로를 쳐다보았는데, 아무래도 그들은 얻어맞은 일로 앙심을 품은 나나가 괜히 트집을 잡아 희령을 모함한다고 여기는 듯했다. 사실, 나나는 입이 아주 무거운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다른 이에게 오해를 받는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서를 모함하는 것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만 해.”은아가 나나를 붙잡았다.“얼른 따라 나오라고!” 이 말을 마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