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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그러나 한순간, 지환은 이서를 엄호하며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왜인지 사라지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예솔의 마음은 텅 비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이서에게 한 모든 것을 지환이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하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정은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 거야.’

‘두 세대를 거치면서 20여년 간 이어온 감정이 한 여자 때문에 끊어지는 거라고!’

예솔은 팔걸이를 죽도록 붙잡았지만, 힘이 풀려버린 다리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주저앉아 버렸다.

...

이서의 쿵쾅쿵쾅 뛰는 심장은 무대 뒤에 도착하고서야 많이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지환의 팔에 난 총상이 보였다.

“H선생님, 팔에 상처가... 구급상자가 있는지 찾아볼게요.”

이 말을 마친 이서는 몸을 돌려 구급상자를 찾으려 했다.

“가지 마.”

지환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짙은 피로감을 띠고 있어서 이서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선생님 손의 상처는...”

“괜찮아.”

지환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옆에 있는 소파를 두드렸다.

“앉아봐. 네가 다친 곳은 없는지 한 번 봐야겠어.”

잠시 머뭇거리던 이서는 이내 지환의 옆에 얌전히 앉았다.

지환의 다정한 시선을 느낀 그녀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도저히 부끄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이서가 입을 열었다.

“저는 다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환의 뜨거운 시선은 줄곧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 이서가 총애와 사랑을 뿜어내는 지환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했다.

순간, 그녀가 온몸을 흠칫 흔들었는데, 외면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또 한 번 마음속에 퍼지는 듯했다.

‘이런 눈빛... 이미 천번이고 백번이고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녀는 미혹된 듯 자기도 모르게 지환을 향해 다가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 순간, 부드러운 느낌을 받은 이서는 자신도 모르게 쫀득한 식감의 젤리를 떠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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