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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그래.”

지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윤이서랑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도록 해. 하지만... 지환아, 이건 분명히 하자. 이번이 꼭 마지막 조건이어야 해. 네가 나중에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나를 탓하지 말아야 할 거야!”

마지막 문장을 말하던 그의 말투는 갑자기 음산하고 공포스러워졌다.

지환은 시종일관 그를 상대하지 않았는데, 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직 단 한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서부터 상언이네 집으로 돌려보내는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씨 가문만이 가장 안전한 곳일 테니까.’

“앤서니!”

“네!”

“여기는 너한테 맡길게. 만약 누구라도 경거망동한 행동을 보인다면, 곧바로 때려죽여도 좋아.”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대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곧, 그는 무대 뒤에 도착했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들은 이서는 소파 뒤로 몸을 숨겼는데, 그 발소리의 주인공이 지환이라는 것을 똑똑히 확인하고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온 힘을 다한 포옹을 받은 지환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손을 들어 이서의 머리카락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잠시 후,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H선생님, 배미희 여사님과 스웨이 작가님을 이미 아래층으로 모셨습니다.”

바깥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지환이 천천히 이서를 놓아주었다.

“이서야, 내 말 잘 들어.”

“이제 우리는 안전해. 하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좀 있어서 두 분과 먼저 돌아가 있으면...”

이서가 지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말... 안전한 거예요?”

“응.”

지환이 아련한 표정으로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정말이야.”

“그럼 저도 선생님이랑 같이 남을래요!”

‘H선생님을 홀로 여기에 남겨둘 순 없어!’

“바보야.”

지환이 이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닐뿐더러, 네가 남아봤자 나한테는 도움이 안 돼. 두 분이랑 먼저 돌아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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