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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예솔 역시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서는 이 두 사람이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기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두 사람의 곁을 빠르게 지나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서가 지호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쯤 지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윤이서 씨?”

이서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지호를 바라보았다.

지호는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꼼꼼히 훑어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아름답네요. 그래서 내 동생이...”

“하지호!”

“지환아,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말 한 번 걸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지환이 지호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서를 향해 말했다.

“어서 가!”

이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세 사람은 지환이 마련한 차에 몸을 실었고, 차는 이내 훌쩍 떠나버렸다.

이 장면을 보던 지환이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부부는 원래 숲속에 사는 새와 같다잖아. 큰 어려움이 닥치면 각자 살길을 찾아서 날아간다지? 지금 윤이서 꼴이 딱 그러네. 지환아, 여태 저런 여자를 사랑했던 거야? 쯧쯧쯧, 정말 가치가 없는 짓을 했었구나?”

지환은 지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랑곳하지 않으려 했으나, 유독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냉소를 터뜨렸다.

“너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어?”

순간, 지호의 안색이 약간 변하였으나, 그는 하고 싶은 많은 말을 끝내 삼키려는 듯했다.

잠시 침묵하던 지호가 말했다.

“이제 예솔이를 풀어줘.”

“아직은 안돼.”

지환이 말했다.

지호는 화가 날 법도 했으나, 오히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봐, 내가 그랬잖아. 너는 조건 하나를 들어주면 둘을 원할 거라고. 네 조건을 승낙하고 윤이서를 놓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윤이서가 없으면 너는 미친개나 다름없잖아. 상대가 누구든 거칠게 물어 뜯어버리는 개말이야.”

“아, 내가 윤이서한테 숨 쉴 틈을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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