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서의 일그러진 표정은 여전히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는 거 아니에요?”배미희는 애가 탔다.“선생님은 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걸까요?!”하이먼 스웨이도 수많은 칼이 심장에 박힌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순간, 서서히 평온한 표정을 되찾은 이서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고,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심지어 앤서니조차도 깜짝 놀랐다. 그는 이서와 지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다른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서의 등장으로 인해 조직 전체는 모든 자원을 이서에게 총동원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이서는 한 명의 여자일 뿐이었고, 여자는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환이 왜 그렇게 그녀를 주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보스가 여기로 오신 후에 내린 결정들은 온통 저 여자를 위한 거였어.’‘하지호를 상대하는 것도, 상대하지 않는 것도 다 여자를 위한 거였다고.’ ‘확실히 보스가 변했어. 정말이지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던 보스가 여자에게 빠져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지...’ 그러나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지환의 손을 놓지 않는 이서를 본 앤서니는 사랑에 대한 동경을 느꼈고, 마음이 움직이는 듯했다. ‘왜 보스의 모든 결정이 저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해.’“무슨 일입니까?”급하게 들어온 마이클 천이 이서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지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안색이 약간 변했는데, 이서가 그의 팔을 꽉 잡고 있는 것을 보고는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방금 잠들었어요.”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마이클 천의 안색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초조하게 말했다. “얼른 진찰을 좀 해주세요.” 마이클 천이 침대에 누워있는 이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기절하신 상태라 진찰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
마이클 천은 정신과 의사로서 지환이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운 심경일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섣불리 어떠한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잠시 후에야 침묵을 깨며 말했다. “대표님, 지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 누워 있던 이서가 서서히 깨어났다. 이서가 깨어난 것을 본 지환의 눈동자가 밝아졌는데, 그는 모든 것을 완전히 잊은 듯 몸을 낮추어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서야...”그는 그제야 두 사람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깨달았고, 즉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서가 그의 팔을 더욱 거세게 잡았다. “가지 마세요. 절대 가지 마세요.” 그녀는 조금도 힘이 없는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하고 있었다. 지환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입술을 굳게 깨물었던 이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왜... 왜 H선생님이 저에게서 멀어졌을까 생각을 해봤거든요... 제... 제가 기억을 잃은 이유가... 선생님이랑 관련이 있었던 거죠? 그렇죠?” 지환은 무언가에 홀린 듯 이서의 손을 꽉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마음에 품고 있다는 그 사람도... 저인 거죠?” 그렇다. 사랑이 담긴 눈빛만큼은 그녀를 속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서의 말을 들은 지환은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이서의 손을 놓으려 애썼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의 손을 잡을 뿐이었다. 이서의 두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H선생님, 도대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저는 감당할 수 있단 말이에요!” ‘더 이상 바보처럼 살고 싶지 않아.’ ‘설령 고통을 겪게 될지라도...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야.’ ‘나는 단지... 나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지환이 모질게 이서를 밀쳤다.“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 우리의 감정이 시작된 건... 그 교통사고 이후였다고!”이서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니잖아요! 저를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해
이서가 불안을 느끼는 아이처럼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지환을 바라보았다.“꼭 돌아오셔야 해요.”그녀의 안쓰러운 모습을 본 지환은 차마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입구에 도착하자, 하인은 즉시 의자를 들고 왔고, 이서가 두 사람을 편히 볼 수 있도록 창가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입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말해보세요, 지금 도대체 어떤 상황인 겁니까?”먼저 침묵을 깬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행여나 이서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 마이클 천이 입술을 오므렸다.“솔직히... 이서 아가씨의 상태는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최면 치료를 하면 당분간의 기억은 잃게 되겠지만, 서서히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가씨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인 하씨 가문 어르신의 사망에 관한 부분도 뇌의 자가 보호 기능을 통해 걸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렇게 되면 아가씨께서 언젠가 모든 것을 기억해 내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가씨가 겪은 진실들은 이미 미화되고 걸러진 기억이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좀...” “저도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저도 최후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지환이 분노를 터뜨리며 마이클 천의 멱살을 잡았다.“최면, 그리고 전기 충격도 다 선생님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모르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학 전문가조차 이런 태도를 보이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겁니까?!” 마이클 천이 멋쩍게 웃었다.“대표님, 심리학은 원래 복잡한 학문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사일 뿐이지, 신선이 아니지 않습니까.”지환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이클 천이 얼른 말했다.“대표님,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서 아가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심하는 겁니다.
‘다 알고 있었던 거야?’“고민하실 필요 없어요.”이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제가 선생님께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니까요.” “이서야...” “제 곁에 남아주세요. 저는 전혀 두렵지 않으니까... 제발, 제발 남아주세요.”이서가 지환의 팔을 힘껏 잡았다. “안돼.”굳은 결심이 무너져 내릴까 봐 두려웠던 지환이 거세게 고개를 내저었다.“이서야, 안돼... 넌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야...” “저는 두렵지 않아요, 저는 정말 괜찮다고요...”이서의 눈동자에는 애원이 서려 있었다.“H선생님, 제발요... 선생님께서 이대로 저를 떠나시면, 저는 밤낮으로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제 곁에 남아주세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찰나의 고통만 겪으면 될 뿐이잖아요.”이 말을 마친 이서가 쓸쓸하고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잘 생각해 보세요, 제 곁에 남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데요?”이서의 쓸쓸한 미소를 본 지환은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리는 듯했으며, 그곳에서 새빨간 선혈이 콸콸 흘러넘치는 것만 같았다. “이서야, 우선 이것 좀 놔줘.”이서가 거절하려던 찰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가서 잘 생각해 볼게.” 이서는 그제야 순순히 지환의 손을 놓았다.“그럼 잘 생각해 보시고 대답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겪을 고통이 아니라 제 마음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그녀가 말했다. 지환이 아무렇게나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거실에 앉아 있었는데, 인기척을 느낀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온몸이 위축된 것을 본 두 사람이 목청을 돋우며 말했다.“왜 그래? 대체 무슨 일이야? 이서한테 문제라도 생긴 거야?”지환은 고개를 살짝 내저을 뿐,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에게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어서 말해봐, 정말 답답해 죽겠구나!”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그동안 지
이미 동요되었던 지환의 마음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의 권유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몸을 돌린 지환이 2층의 열린 문을 바라보았는데, 그 문을 통해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 이서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의 발걸음은 절로 빨라졌다. 방으로 들어선 지환은 이서의 근처에 이르러서야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늦추었다. 돌아온 그를 본 이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해졌다. “H선생님...”지환이 손끝으로 이서의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결정했어, 네 곁에 남기로.” 이 말을 들은 이서의 아름다운 눈동자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음이 만연한 그녀의 눈동자를 본 지환이 모질게 말했다.“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무슨 조건이요?”이서가 물었다. 그녀가 기대할수록 지환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내 진짜 이름을 듣고도 후유증이 일으키지 않는다면... 네 곁에 남을게.”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이서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래서 여태 진짜 이름을 밝히지 않으셨던 거야?’‘그게 아주 중요한 거라서?’ ‘어쩌면 H선생님의 진짜 이름을 들으면...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게 될지도 몰라.’이서가 대답하지 않자, 지환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두려운 거야?”“이서야, 두려우면 거절해도 돼.” 이서가 몸을 꼿꼿하게 세우며 말했다.“누가 무섭다고 했어요? 저는 괜찮을 거라고요!”지환은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는 이서를 보면서 더욱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몸을 일으킨 지환이 고개를 돌리며 이서의 시선을 피했다.“그럼 잘 들어, 내 이름은...”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던 이서는 이불 속에 숨겨진 손으로 허벅지 안쪽의 살을 한사코 쥐었는데, 물밀듯 밀려오는 통증은 지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할 수 없게 했다.이서는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이를 악물고 버티며 줄곧 스스로를 상기시켰다. ‘꼭 버텨야 해, 꼭.’“하지환이야.”이 세 글자를 들은 이서의 머릿속에는 폭풍우와 비바람이 치는 듯했고, 숨이 멎는 것
이서가 지나치게 뚜렷한 시선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마른침을 삼키며 침묵을 지키던 지환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래...그래.”이서는 그제야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콧방울에 맺힌 식은땀을 본 지환은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고, 손을 떨며 이서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지환의 마지막 선택을 본 마이클 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이 가질 않아.’‘기왕 이렇게 된 이상... 대표님께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게 더 낫겠어.’ ...“두 사람, 이제 귀국할 생각이야?”소파에 앉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거의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며칠 간의 휴식을 가진 이서는 이미 기력을 회복했으며, 지환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녀를 돌보는 동안 더 이상 자극을 받아 기절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환이 마이클 천의 말을 상기시켰다.“아무래도 이서 아가씨의 한계치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과거의 인연이나 기억을 언급하는 게 그녀의 민감한 신경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었다면, 지금은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면서 눈에 띄게 호전된 거죠.” “아마 대표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그동안 대표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대표님에 대한 한계치가 많이 높아진 거죠. 대표님의 진짜 이름을 알고도 버틸 수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아마... 조만간 이서 아가씨의 앞에서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될 겁니다.”“네, 귀국할 생각이에요.”이서가 말했다.“엄마, 그리고 스웨이 작가님, 두 분도 그날 대회장 밖의 상황을 보셨겠지만... 저희 손에 인질이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조롭게 집에 돌아올 수는 없었을 거예요.”이서는 아직도 지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환과 마찬가지로 가면을 쓰고 있어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남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 느낌은 지환 선생님과는 완전히 다른 거
두 사람은 이 말을 끝으로 곧바로 결정을 내렸는데, 옆에 있던 이서와 지환을 할 말을 잃었다.“스웨이 여사, 지난번에 H국의 4대 가문 안에 스웨이 여사의 딸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번 기회에 진짜 딸을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같이 꼼꼼히 알아봐 줄 수 있으니까요.” 딸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 진짜 딸을 찾을 수 있을까?’ 하이먼 스웨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한 배미희가 좋은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요, 이번에는 진짜 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스웨이 여사, 우리 상언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잊은 거예요?”“이번 DNA 검사는 절대 문제가 없을 거예요.”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힐끗 바라보았다. ‘애초에 이서도 DNA 검사 결과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었는데...’‘하지만 지금의 이서는 기억을 잃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해.’‘이서가 기억을 잃지만 않았더라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래요, 그럼 H국으로 갈 준비부터 해볼까요?”이 말을 마친 두 사람은 곧바로 각자의 방으로 향하여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행동력은 이미 귀국을 결정한 이서와 지환보다도 더 적극적이었다. 귀국을 결정한 이서가 이 소식을 하나에게 알려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하나와 소희, 그리고 나나는 매우 기뻐했는데, 특히 소희가 그러했다.‘이서 언니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귀국하겠다는 걸 보면 언니한테 자기만의 생각이 생긴 게 분명해!’ ‘그동안은 이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하은철이 눈에 띄게 날뛰지 않았지만, 또 언제 갑자기 발톱을 드러낼지 모를 일이잖아?’ 은철을 떠올린 소희는 끓어오르는 경멸감을 느꼈다. ‘이전에는 하은철이 명망 높은 하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이서가 자신과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삼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미친 듯이 보복하는 구질구질
하지만 뒤에 있던 지환이 이서를 부축한 덕분에 그녀는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 역시 한쪽으로 밀려났는데, 그들은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그들은 밀었던 사람이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소란스러운 방향을 향해 시선을 옮긴 그들은 경호원들이 어떤 스타를 위해서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입구로부터 들려오는 팬의 미친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아아악! 희령! 희령!”하이먼 스웨이는 유명한 극작가였기 때문에 많은 스타들이 그녀의 작품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다. 이를 알고 있던 배미희가 바삐 하이먼 스웨이에게 물었다.“스웨이 여사, 제법 유명한 스타인가 본데, 누구길래 저렇게 인기가 많은 거예요?”하이먼 스웨이는 이미 수많은 팬들의 미친 함성을 통해 그녀가 누구인지 알게 된 참이었다. 게다가 장희령은 일찍이 그녀에게 가은을 가족으로 인정하라고 한 사람이었기에 하이먼 스웨이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한물간 배우예요.”하이먼 스웨이가 희령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했다. 이 말을 들은 배미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한물간 배우가 저렇게 크게 겉치레한다고요? 저렇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국제적인 톱스타인 줄 알겠어요.”두 사람이 희령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찰나, 장희령이 득의양양하게 통로에서 걸어 나왔다. 가은이 심씨 가문의 일원이 된 이후로, 심씨 가문의 두 어른은 딸을 찾는 데에 온 신경을 쏟았기 때문에 자연히 그녀와 심동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래서 희령은 특별한 장애물이 없는 이상,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하이먼 스웨이 작품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모든 일이 순조로운 셈이었기에, 그녀는 득의양양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이서와 지환의 곁을 지나던 희령은 지금 외국에 있어야 할 이서가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야, 내가 잘 못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