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를 본 앤서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저 고기 한 조각 때문에 저렇게 큰 감동을 하신 거야?’ 하지만 이서와 지환의 과거를 알고 있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이서가 기억을 잃은 후에 처음으로 H국의 음식을 먹은 건 아닐 테지만, 이는 이서가 그를 위하여 준비한 식사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럼 다 같이 식사하시죠.”배미희가 제안했다. 하이먼 스웨이와 앤서니도 다른 의견이 없었으며, 이서 역시 음식을 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아직 따뜻한 편이야.’‘그리고 H선생님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큼 식욕을 돋우는 건 없을 테니까 바로 식사를 진행하는 게 좋겠어.’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를 이어 나갔다.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흐른 후, 사람들의 접시는 깨끗이 비워지자, 앤서니가 몰래 트림했다. 그는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화영의 음식이 매우 맛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왔는데, 정통적이지 않은 화영의 음식을 몇 번 맛본 것이 전부였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화영의 정통 음식을 먹어본 셈이었다. ‘맛있는 H국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훌륭한 레시피뿐만이 아니라 능숙한 요리사가 필요했던 거였어. 능숙한 요리사가 만들지 않는 음식이었다면 내가 먹어본 H국의 음식처럼 맛이 없었을 거야.’ 식사를 마친 이서는 지환을 당기면서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물었다. “별일 없었어.”하지만 처참히 부서진 차가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지환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앤서니를 바라보았다. “앤서니가 말해줄 거야.” 앤서니가 의아해했다.“제가요?”이서는 그제야 앤서니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에야 길에서 발생한 일을 낱낱이 털어놓았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앤서니는 시종일관 아주
“앤서니가 하는 말이 재미있지 않은 거야?”이서의 뒤로 다가온 지환이 두 팔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렇게 넋을 놓고 있는 거지?’ 이서가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니요, 앤서니 씨의 말씀은 아주 재미있었어요.”이서가 또 한 번 먼 곳을 바라보았다. “단지 H선생님의 총알이 조금이라도 빗나갔다면...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심란했을 뿐이에요.” 이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고집스러운 눈빛은 답을 원하고 있는 듯했다. 순간, 지환의 마음이 살짝 일렁였다. ‘이서는 단 한 순간도 나를 향한 마음이 변한 적이 없었구나.’ 다른 사람들이 전설적인 무용담에 매료되어 있을 때, 이서는 마음속의 장애물을 뚫고 지환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아니야,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났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예요?”이서가 손가락을 꽉 쥐었다.“만약에...” “만약이라는 건 없어.”지환은 이서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 그녀가 자학하지 못하게 했다.“네가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라고 했잖아. 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사히 돌아왔을 거야. 나에 대한 너의 믿음을 깨버리고 싶지는 않거든.” 지환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이서의 마음에 또 한 번 익숙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자, 수많은 장면이 주마등이 되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듯했는데, 셀 수 없이 많은 손이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곧바로 이서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지환이 그녀를 껴안으며 물었다.“이서야, 왜 그래?”한참 만에 이서의 괴로운 표정을 마주한 지환은 질문을 한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얼른 이서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며 목에 핏대를 세운 채 토론하는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어서 마이클 천 선생님에게 연락해 주세
다만, 이서의 일그러진 표정은 여전히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는 거 아니에요?”배미희는 애가 탔다.“선생님은 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걸까요?!”하이먼 스웨이도 수많은 칼이 심장에 박힌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순간, 서서히 평온한 표정을 되찾은 이서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고,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심지어 앤서니조차도 깜짝 놀랐다. 그는 이서와 지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다른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서의 등장으로 인해 조직 전체는 모든 자원을 이서에게 총동원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이서는 한 명의 여자일 뿐이었고, 여자는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환이 왜 그렇게 그녀를 주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보스가 여기로 오신 후에 내린 결정들은 온통 저 여자를 위한 거였어.’‘하지호를 상대하는 것도, 상대하지 않는 것도 다 여자를 위한 거였다고.’ ‘확실히 보스가 변했어. 정말이지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던 보스가 여자에게 빠져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지...’ 그러나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지환의 손을 놓지 않는 이서를 본 앤서니는 사랑에 대한 동경을 느꼈고, 마음이 움직이는 듯했다. ‘왜 보스의 모든 결정이 저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해.’“무슨 일입니까?”급하게 들어온 마이클 천이 이서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지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안색이 약간 변했는데, 이서가 그의 팔을 꽉 잡고 있는 것을 보고는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방금 잠들었어요.”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마이클 천의 안색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초조하게 말했다. “얼른 진찰을 좀 해주세요.” 마이클 천이 침대에 누워있는 이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기절하신 상태라 진찰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
마이클 천은 정신과 의사로서 지환이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운 심경일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섣불리 어떠한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잠시 후에야 침묵을 깨며 말했다. “대표님, 지금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 누워 있던 이서가 서서히 깨어났다. 이서가 깨어난 것을 본 지환의 눈동자가 밝아졌는데, 그는 모든 것을 완전히 잊은 듯 몸을 낮추어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서야...”그는 그제야 두 사람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깨달았고, 즉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서가 그의 팔을 더욱 거세게 잡았다. “가지 마세요. 절대 가지 마세요.” 그녀는 조금도 힘이 없는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하고 있었다. 지환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입술을 굳게 깨물었던 이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왜... 왜 H선생님이 저에게서 멀어졌을까 생각을 해봤거든요... 제... 제가 기억을 잃은 이유가... 선생님이랑 관련이 있었던 거죠? 그렇죠?” 지환은 무언가에 홀린 듯 이서의 손을 꽉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마음에 품고 있다는 그 사람도... 저인 거죠?” 그렇다. 사랑이 담긴 눈빛만큼은 그녀를 속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서의 말을 들은 지환은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이서의 손을 놓으려 애썼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의 손을 잡을 뿐이었다. 이서의 두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H선생님, 도대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저는 감당할 수 있단 말이에요!” ‘더 이상 바보처럼 살고 싶지 않아.’ ‘설령 고통을 겪게 될지라도...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야.’ ‘나는 단지... 나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지환이 모질게 이서를 밀쳤다.“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 우리의 감정이 시작된 건... 그 교통사고 이후였다고!”이서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니잖아요! 저를 속이고 있는 게 분명해
이서가 불안을 느끼는 아이처럼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지환을 바라보았다.“꼭 돌아오셔야 해요.”그녀의 안쓰러운 모습을 본 지환은 차마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입구에 도착하자, 하인은 즉시 의자를 들고 왔고, 이서가 두 사람을 편히 볼 수 있도록 창가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입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말해보세요, 지금 도대체 어떤 상황인 겁니까?”먼저 침묵을 깬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행여나 이서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 마이클 천이 입술을 오므렸다.“솔직히... 이서 아가씨의 상태는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최면 치료를 하면 당분간의 기억은 잃게 되겠지만, 서서히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가씨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인 하씨 가문 어르신의 사망에 관한 부분도 뇌의 자가 보호 기능을 통해 걸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렇게 되면 아가씨께서 언젠가 모든 것을 기억해 내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가씨가 겪은 진실들은 이미 미화되고 걸러진 기억이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좀...” “저도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저도 최후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지환이 분노를 터뜨리며 마이클 천의 멱살을 잡았다.“최면, 그리고 전기 충격도 다 선생님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모르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학 전문가조차 이런 태도를 보이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겁니까?!” 마이클 천이 멋쩍게 웃었다.“대표님, 심리학은 원래 복잡한 학문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사일 뿐이지, 신선이 아니지 않습니까.”지환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이클 천이 얼른 말했다.“대표님,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서 아가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심하는 겁니다.
‘다 알고 있었던 거야?’“고민하실 필요 없어요.”이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제가 선생님께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니까요.” “이서야...” “제 곁에 남아주세요. 저는 전혀 두렵지 않으니까... 제발, 제발 남아주세요.”이서가 지환의 팔을 힘껏 잡았다. “안돼.”굳은 결심이 무너져 내릴까 봐 두려웠던 지환이 거세게 고개를 내저었다.“이서야, 안돼... 넌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야...” “저는 두렵지 않아요, 저는 정말 괜찮다고요...”이서의 눈동자에는 애원이 서려 있었다.“H선생님, 제발요... 선생님께서 이대로 저를 떠나시면, 저는 밤낮으로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제 곁에 남아주세요. 선생님과 함께라면 찰나의 고통만 겪으면 될 뿐이잖아요.”이 말을 마친 이서가 쓸쓸하고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잘 생각해 보세요, 제 곁에 남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데요?”이서의 쓸쓸한 미소를 본 지환은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리는 듯했으며, 그곳에서 새빨간 선혈이 콸콸 흘러넘치는 것만 같았다. “이서야, 우선 이것 좀 놔줘.”이서가 거절하려던 찰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가서 잘 생각해 볼게.” 이서는 그제야 순순히 지환의 손을 놓았다.“그럼 잘 생각해 보시고 대답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겪을 고통이 아니라 제 마음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그녀가 말했다. 지환이 아무렇게나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거실에 앉아 있었는데, 인기척을 느낀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온몸이 위축된 것을 본 두 사람이 목청을 돋우며 말했다.“왜 그래? 대체 무슨 일이야? 이서한테 문제라도 생긴 거야?”지환은 고개를 살짝 내저을 뿐,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에게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어서 말해봐, 정말 답답해 죽겠구나!”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그동안 지
이미 동요되었던 지환의 마음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의 권유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몸을 돌린 지환이 2층의 열린 문을 바라보았는데, 그 문을 통해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 이서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의 발걸음은 절로 빨라졌다. 방으로 들어선 지환은 이서의 근처에 이르러서야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늦추었다. 돌아온 그를 본 이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해졌다. “H선생님...”지환이 손끝으로 이서의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결정했어, 네 곁에 남기로.” 이 말을 들은 이서의 아름다운 눈동자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웃음이 만연한 그녀의 눈동자를 본 지환이 모질게 말했다.“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무슨 조건이요?”이서가 물었다. 그녀가 기대할수록 지환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다. “내 진짜 이름을 듣고도 후유증이 일으키지 않는다면... 네 곁에 남을게.”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이서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래서 여태 진짜 이름을 밝히지 않으셨던 거야?’‘그게 아주 중요한 거라서?’ ‘어쩌면 H선생님의 진짜 이름을 들으면...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게 될지도 몰라.’이서가 대답하지 않자, 지환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두려운 거야?”“이서야, 두려우면 거절해도 돼.” 이서가 몸을 꼿꼿하게 세우며 말했다.“누가 무섭다고 했어요? 저는 괜찮을 거라고요!”지환은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는 이서를 보면서 더욱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몸을 일으킨 지환이 고개를 돌리며 이서의 시선을 피했다.“그럼 잘 들어, 내 이름은...”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던 이서는 이불 속에 숨겨진 손으로 허벅지 안쪽의 살을 한사코 쥐었는데, 물밀듯 밀려오는 통증은 지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할 수 없게 했다.이서는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이를 악물고 버티며 줄곧 스스로를 상기시켰다. ‘꼭 버텨야 해, 꼭.’“하지환이야.”이 세 글자를 들은 이서의 머릿속에는 폭풍우와 비바람이 치는 듯했고, 숨이 멎는 것
이서가 지나치게 뚜렷한 시선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마른침을 삼키며 침묵을 지키던 지환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래...그래.”이서는 그제야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콧방울에 맺힌 식은땀을 본 지환은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고, 손을 떨며 이서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지환의 마지막 선택을 본 마이클 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이 가질 않아.’‘기왕 이렇게 된 이상... 대표님께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게 더 낫겠어.’ ...“두 사람, 이제 귀국할 생각이야?”소파에 앉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거의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며칠 간의 휴식을 가진 이서는 이미 기력을 회복했으며, 지환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녀를 돌보는 동안 더 이상 자극을 받아 기절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환이 마이클 천의 말을 상기시켰다.“아무래도 이서 아가씨의 한계치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과거의 인연이나 기억을 언급하는 게 그녀의 민감한 신경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었다면, 지금은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면서 눈에 띄게 호전된 거죠.” “아마 대표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그동안 대표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대표님에 대한 한계치가 많이 높아진 거죠. 대표님의 진짜 이름을 알고도 버틸 수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아마... 조만간 이서 아가씨의 앞에서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될 겁니다.”“네, 귀국할 생각이에요.”이서가 말했다.“엄마, 그리고 스웨이 작가님, 두 분도 그날 대회장 밖의 상황을 보셨겠지만... 저희 손에 인질이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조롭게 집에 돌아올 수는 없었을 거예요.”이서는 아직도 지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지환과 마찬가지로 가면을 쓰고 있어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남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 느낌은 지환 선생님과는 완전히 다른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