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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이서가 숨을 쉴 수 없을 때쯤, 지환이 마침내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이서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마치 잘 익은 감이 가지에 매달린 것처럼 유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환이 엄지손가락으로 이서의 입술을 닦았다. 그의 눈빛은 꽁꽁 감긴 실처럼 그녀를 단단히 묶는 듯했다.

‘내가 이런 나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여기서 조용히 기다려줘.”

몸을 일으킨 지환이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는 이서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면 떠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이서가 지환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

“H선생님, 여기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대신 꼭 무사히 돌아오셔야 해요, 아셨죠?”

그녀는 ‘무사히’라는 세 글자를 유독 강조했다.

지환은 끝내 이서를 돌아볼 수 없었다.

문을 나선 지환의 눈빛이 금세 차가워졌다.

“두 사람만 여기 남아서 이서의 안전을 지켜보도록 해. 나머지는 나랑 같이 나가자.”

지환이 매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곧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치려는 듯하자, 조직원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숙연한 표정을 지었고, 예솔을 언급하는 지환의 눈에서도 지난날의 부드러운 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대회장의 입구에 도착하자, 계단 아래에 수많은 차가 주차된 것이 보였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이미 그곳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지환이 모습을 드러내자, 차 안에 있던 지호가 걸음을 내디뎠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한 사람과 낮은 곳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은 여전히 2, 3미터 떨어진 곳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호가 고개를 살짝 들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우리... 오늘 정말 바삐 움직이는 것 같네?”

그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그것은 방금 그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상처였다.

지호는 지환의 팔을 감싸고 있는 거즈를 보고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듯했다.

지환이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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