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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H선생님, 방금 나누신 대화 다 들었어요. 밖이 그렇게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나가시겠다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대신 한 가지 부탁은 꼭 들어주세요.”

“물론이지.”

지환이 말했다.

그의 말투는 예솔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렇게 뚜렷한 차이라면 바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동정이 서린 눈빛으로 예솔을 한 번 보았다.

그들은 모두 지환의 주변 사람들이어서 지환을 향한 예솔을 사랑을 익히 알고 있던 참이었다.

“우선 그 상처부터 치료하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이서가 지환을 팔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팔에 흐르던 선혈은 이미 응고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서는 제때 처치하지 않으면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것이었다.

지환이 팔의 총상을 한 번 흘겨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앤서니에게 말했다.

“하지호한테 내가 상처부터 처치해야 한다고 전해줘. 처치가 끝나는 대로 내가 직접 박예솔을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갈 거라고도 덧붙여 주고.”

“네.”

앤서니가 대답했다.

지환은 그가 떠난 후에야 이서가 있는 백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치하려던 의사 역시 그를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지환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정신이 멍해진 의사는 감히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대 뒤에 있던 이서가 이 문제에 주목하며 물었다.

“왜 의사 선생님을 못 들어오게 하는 거예요?”

“난 네가 상처를 처치해 줬으면 해.”

지환이 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지호를 만나러 가려던 지환의 마음은 대단히 복잡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생사의 여부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서와 사랑했던 날들을 되새기고 싶었다.

이 순간만큼은... 이기적이고 싶었다.

다시 그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한 이서는 어쩔 줄 몰랐다.

그녀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방금, 방금 보니까... 여기 안에 구급상자가 있긴 하더라고요. 안에 알코올 솜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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