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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이서는 겉보기엔 무표정했지만 속으로는 당혹스러웠다.

여자가 얘기하는 모든 얘기가 왠지 지환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어요. 난 정말 참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사람을 100% 신뢰하고 믿었어요. 그에게 수많은 의문점이 있어도 내 스스로 합리화했어요. 난 그가 날 절대 속이지 않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거든요.”

이서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날 지환에게 자기를 속였냐고 물었을 때 그가 했던 얘기를 회상해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에 그를 따라 ML 국으로 와서야 그가 ML 국에서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가 혼인관계증명서를 가지고 있으면 뭔 소용 있나요? M 국에서는 합법적인 부부란 걸 인정하지만, ML 국에서 난 세컨드에 불과한 걸요.”

줄리는 말하면서 또 담배 한 대를 꼬나 물고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이서를 힐끗 보았다.

이서가 여전히 무표정하자, 그녀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말했다.

“제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저 같은 문제를 겪지 않도록, 주님께서 당신을 축복하실 겁니다.”

이서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남편과 함께 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반년 정도 되었습니다.”

줄리가 담뱃재를 털었다.

“사실, 그 전에 그의 아내로부터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이서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안토니가 ML 국에서 이미 결혼했다고 나에게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난 안 믿었어요.”

줄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중에야 이렇게 국제 결혼으로 여러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즉, 안토니처럼 국제 결혼의 허점을 이용하여 이중 결혼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말하고는 줄리는 또 분노를 폭발했다.

“남자들, 정말 간교하기 짝이 없어요.”

이서가 미간을 힘껏 찌푸렸다.

그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상대방이 중혼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줄리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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