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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긴장한 탓에 온 몸이 경직되어 있던 이서는 이불 속에서 자기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지환의 부드러운 말투에 넘어가지 않고, 통증으로 이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곤해서 말할 힘도 없어요, 그나저나 내일 귀국 항공편은 예약했어요?”

지환은 이서의 얼굴에 붙어 있는 머리털을 뒤로 넘기려고 손을 뻗었는데, 이서가 다시 피했다.

그는 허공에 뻗은 자신의 손을 보며 심장이 철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

“항공권 예약할 필요 없어. 우리 전용기 타고 돌아갈 거야.”

지환에게 궁금한 게 한 트럭은 되지만,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 죄책감이 들면서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지환의 목소리만 들으면, 그를 믿고 싶다는 생각이 뚫고 나올까 봐, 그녀는 혼신의 힘으로 자기 생각을 머릿속으로 다시 꽁꽁 가둬 두고 있었다.

“응, 나 먼저 자요.”

“그래.”

지환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번에 이서는 피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H 국, 공항.

구태우가 캐리어를 건네면서 머뭇거리며 물었다.

“너 정말 ML 국에 갈 거야? 윤이서 거기 없으면?”

소지엽은 씩씩하게 캐리어를 받아 들었다.

“그녀가 있든 없든 난 갈 거야.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아.”

그날, 집에 돌아온 구태우는, 소지엽에게 임현태의 ‘러브스토리’를 얘기해주었다.

말을 마치고, 그는 소지엽을 바라보았다.

“난 왜 너나 임현태나 같은 처지인 거 같지? 이룰 수 없는 짝사랑, 결국은 포기로 끝날 거 같은데…….”

포기라는 말이 소지엽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는 이전에도 포기했다.

어린 시절, 이서가 하은철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그더러 포기하라고 했다. 하은철의 상대가 안 된다고.

하은철은 하씨 집안의 도련님이고 직계 후계자였다.

그는 소씨 집안의 사생아에 불과했다.

그때는 자신이 이서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물러났다.

자기도 하은철 못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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