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이서는 마침내 생각났다. 소지엽의 누나, 소지나였다.이서가 단번에 소지나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전에 소지나가 그녀를 여러 번 도와줬기 때문이다.이서가 하은철의 약혼녀 시절이었다. 하은철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행사 도중 하은철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이서를 괴롭히는 부류들이 있었다.소지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매번 그녀가 나서서 도와주었다.사냥하고 친절했다.전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니, 이서도 당연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이서는 일부러 무고한 눈을 깜박거리며 이서정을 바라보았다. “서정 씨, 어떻게 된 거예요?”이서정은 분노를 억누르고 소지나를 쳐다보았다. “이서 씨, 저 여자 말 듣지 마요. 이 차는 내 거예요.”“당신 거라니?” 소지나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본다. “난 계약금도 냈다고!”대리점 2층.아래층에서 싸우고 있는 두 여자를 보고 있던 점장은 또 한 명의 여자가 가세하자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났다.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다.‘망했다. 오늘 대리점에서 뭔 대참사가 일어날지 걱정이다.’그는 난처한듯 옆에 있는 하은철을 바라보았다.하은철도 아래층을 바라보았다.오늘 대리점에 911 두 대가 들어왔다. 하은철도 그 중 한 대를 인도하러 온 것이었다.점원이 출고하러 간 사이, 그는 2 층에 올라가서 차를 마셨다. 차를 반쯤 마셨을 때 아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하은철을 옆에서 모시느라 점장이 나서지 않자, 다른 직원들도 제지할 용기가 나지 않아 다투도록 두었다.하은철의 시선이 이서정과 소지나를 지나쳐 다른 사람에게 갔을 때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눈동자는 차에서 내려온 이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한동안 보지 못했더니, 이서가 또 달라졌다.눈매에 더해진 분위기는 그녀를 더욱 우아하게 보였다. 특히 눈동자 속에 깃든 상흔은 하은철의 심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 같았다. 그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리며 나댔다. 살짝 우울한 모습의 이서가 이렇게……
이서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곧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소지나를 바라보았다. “소씨 그룹의 딸이었군요. 무례했습니다.”이서정의 전후 변화에 소지나는 비웃었다.“이 차를 원하지 않았어? 가져.”“아니, 아니, 아니에요.”이서정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당신이 먼저 주문한 거니 당연히 선착순 구매해야죠. 저는 다른 대리점으로 가보겠습니다.”말하자면, 이서정은 경호원을 거느리고 서둘러 대리점을 떠났다.떠나기 전에, 이서정은 특별히 이서에게 감사를 전했다.“이서 씨,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이서 씨 아니었다면, 큰 실수할 뻔했네요.” 이서정이 이서에게 초대장 한 장을 건넸다. “며칠 뒤 우리 집에서 파티를 열 예정입니다. 꼭 와주세요. 그때 감사 인사 제대로 하겠습니다. 아, 맞다, 그때 저희 남편도 참석할 수도 있으니 꼭 오세요.”말을 마치고 도망가 듯 이슈정은 황급히 나갔다.이서정이 꼬리 빳빳이 도망가는 뒷모습을 보고, 이서와 소지나는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정말 고마워요. 당신이 아니라면, 정말 저 뻔뻔한 사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소지나가 온화하고 고상하게 입을 열었다.“천만에요. 제가 더 고맙죠. 꼭 한 번 인사드리고 싶었어요.”이서는 별다른 부연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소지나는 단숨에 그녀의 말 뜻을 이해했다.“시간 있어요, 내가 커피 한 잔 살게요.”“아니에요.” 이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차를 봐야 해서요. 다음에 시간 내서 제가 꼭 커피 사겠습니다.”“네. 그래요.” 소지나는 볼수록 이서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하은철을 떠난 뒤 이서의 모습이 참 좋았다. 그녀는 갑자기 ML 국에 있는 동생이 떠올라 미소를 지으며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약속한 거예요.”“네. 그럼요.” 이서는 웃으며 명함을 받았다.소지나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딜러의 안내라 따라 차량 결제 관련 서류 작성하러 갔다.이서에게 안내를 하던 딜러도 이서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가씨, 정말 감사합니
이서는 대리점에서 911 한 대를 자기에게 준다는 것을 알고, 몇 초 동안 멍해 있었다.“저희 대리점에서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입니다.”점장은 말하면서 자기조차 믿을 수 없는 거짓말에 어이가 없었다.이서도 당연히 믿지 않았다. “이렇게 귀한 사례는 받을 수 없습니다.”“이건 네가 받아 마땅해.”2층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왔다.이서는 고개를 들어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하은철을 보았다.이서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하은철의 베푸는 듯한 말투가 너무 불편했다.“아니, 필요없어.”비록 그녀도 911이 마음에 들지만, 하은철이 선물한 것이라면 안 받는 게 낫다.이서가 딜러에게 말했다. “다음에 다시 올 게요.”말을 마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딜러와 점장은 서로 쳐다보았다.이서가 결혼한 걸 그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이서는 하은철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하은철을 알뜰살뜰 보살피지만, 오히려 하은철에게 괄시만 받던 이서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서가 하은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찬바람이 쌩 도는 이서의 모습을 보고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잇달아 하은철을 바라보다.하은철이 벌컥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급히 2층에서 내려왔다.그리고 얼굴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당혹감이 묻어났다.“이서야!”이서가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하은철이 마침내 그녀를 막아섰다.그는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우울한 눈빛을 보니 저도 모르게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전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 이 911 은 받아. 그렇지 않으면 나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을 거 같아.”이서는 가소롭다는 듯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양심? 네가 없는 걸 가지고 허세 떨지 말아 줄래?”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변명을 해댔다. “나는 수정이 거짓말하는 줄 몰랐어. 알면 절대 그녀가 너를 다치게 하지 않았을 거야!”이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하은철과 거리를 두었다.
점장은 제멋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한 번 하은철을 바라보았다.하은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처리해.”점장은 그제야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 쪽으로 뛰어갔다.모든 것이 제대로 처리되자, 이서는 차 키를 들고 하은철 옆으로 걸어갔다. “고마워. 하 대표.”하은철은 이서의 손목을 잡았다. “이서야, 네가 원하면 어떤 보상도 내가 다 해줄 수 있어. 수정을…… 제외하고는, 수정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 나…… 못해.”이서는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그건 네 사정이고.”말을 마치고, 그녀는 하은철을 뿌리치고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고 소탈하게 떠났다.이서가 떠나는 것을 본 하은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마침내 이서의 눈 밑에 서려 있는 것이 우울함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윤수정을 처벌하지 않아 그녀를 실망시켰을까?’그러나 그는 정말로 윤수정을 처벌할 수 없었다.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수정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있는 건 맞다. 설령 어느 날 그녀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그녀를 돌볼 중책을 짊어질 것이다.“이서와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면, 수정이와 인연을 끊어야 하는데…….”하은철이 지환에게 전화를 걸어 고민을 상담했다.“둘째 삼촌, 나 어떻게 해야 돼요? 정말 너무 괴로워요. 카드는 내 손에 쥐어져 있어요. 더 이상 수정이와 얽히지 않으면 이서가 내 곁으로 돌아올 거 같은데……. 그런데 난 수정이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요……. 삼촌, 사랑이 너무 어려워요.”지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빛이 침침해졌다. [뭐라고?]“내가 이서와 다시 잘해보고 싶으면 반드시…….”[그 말이 아니라, 네가 이서에게 911을 선물했다고?]“참.” 차를 언급하자, 하은철이 득의만만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서가 싫다고 했는데, 결국에는 받았어요. 이는 이서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다는 얘기죠. 그쵸? 둘째 삼촌, 저에게 조언 좀 해주세요.”지환은 음침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세웠다. [……내가 보기
지환은 책상 위의 시가 케이스에서 시가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속에 묻힌 얼굴은,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웠다.평소 이서가 옆에 있을 때 그는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첫째는, 이서가 간접흡연 하는 게 싫었고, 둘째는 비싼 시가가 그의 신분을 드러낼까 봐 우려했던 거였다.그렇다고 값싼 담배를 피우는 건 또 적응되지 않았다.앞으로 더 이상 마음 졸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자, 지환은 더욱 음울했다. 지환의 어두운 표정에 이천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이천은 애처롭게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 “회장님, 저는 정말 아닙니다. 전 매일 회장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사모님과 개별적으로 접촉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회장님의 신분을 폭로할 수 있겠습니까?”지환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네가 아니라면, 누굴까?” 이천은 말을 듣자마자, 지환이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몰래 숨을 고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이천의 눈동자가 밝았다. “사모님과 그동안 접촉한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지환이 아무 얘기가 없자, 이천은 바삐 사무실을 떠나 기술팀을 찾아갔다.천천히 닫힌 문을 바라보며 지환은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몸을 소파에 맡겼다.그는 복기를 시작했다. 기억은 다시 ML 국에 있을 때로 돌아갔다.처음에는 모든 게 좋았다. 그날 병원에서 돌아온 후, 이서가 밤늦게 집에 들어온 그날부터, 모든 게 변했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지환은 미간을 꾹꾹 강하게 눌렀다.이쪽 일은 이미 거의 다 처리되었다.예전이었다면, 그는 벌써 이서 곁으로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서 곁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지금 돌아갈 수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조사하기 전까지는.그는 이서와의 결혼 생활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를 원하지 않는다.지환은 핸드폰을 들고 이서의 사진을 보
이서는 조용히 앞으로 다가갔다.“무슨 일이야?”그녀의 말소리가 떨어지자, 윤수정과 대치 중이던 심소희는 곧 이서에게 다가갔다. “언니, 위층에서 개업 선물을 나눠 준다고……. 필요 없다는데 계속 안으로 들어가려고…….”심소희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도 윤수정과 이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개업선물은 핑계이고, 회사원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수법이었다.윤수정 뒤에는 윤아영이 서있었다. 100 여 명을 윤씨 그룹을 빼낸 ‘공로’로 윤수정의 회사에 입사했다.빌붙을 곳을 찾았다고 생각한 윤아영은 이서를 보자마자 또 날뛰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무슨 도둑이니 대문을 지키고 있게? 이웃 사촌끼리 개업 선물 돌리자는 건데, 설마 여기 직원들, 다 우리 회사로 이직할 까봐 두렵나? 그런 거야?”이서는 선물이 놓인 곳으로 가서 힐끗 보았다.모두 수입 간식이었다.“윤 대표, 고마워.”“뭐 이런 걸 가지고.”윤수정이 웃으며 말했다.“언니도 먹어봐, 다른 사람들은 아영이 보고 나눠 주라고 할게.”이서는 굳이 막지 않았다. 윤아영은 거드름을 피우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간식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그 모습을 지켜본 심소희는 다급히 말했다.“언니.”이서는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 잠시 뒤, 윤아영이 방글방글 웃으며 나왔다. “직원들이 뭘 물어보던가?”윤아영은 득의양양했다. “별 얘기 안 했어. 우리 쪽 대우가 좋다고, 선물까지 최고급으로 준비했다고…… 뭐 이 정도만…….”“그래?”이서가 미소를 머금었다.“너를 따라간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어?”윤아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굳었다.이서는 계속해서 말했다. “경쟁을 통해서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거라면, 난 이의 없어. 하지만 지금처럼 유치한 수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건 너무 비열해. 여기는 소꿉놀이 하는 곳 아니야. 너희랑 놀아줄 시간이 없어.”윤수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는 것을 본 윤아영은 이서가 프런트에 올려 놓은 포르쉐 차 키를 발견하고 이서의
윤아영은 먼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녀의 입술에 경련이 일었다.“가짜인 걸, 내가 왜 먹어?!”“네 눈으로 직접 봐야 믿겠구나. 그래. 어차피 나도 지금 시간이 되니 가보자. 확인시켜 줄게.”이서는 말하면서 차 키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윤아영은 의아해하며 윤수정을 바라보았다.이서의 속셈을 알 수 없는 윤수정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윤아영을 보고는, 그녀더러 따라가 볼 것을 암시했다.윤아영은 이서의 보조를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앞서 몇 걸음 걷던 이서는 심소희가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소희야, 너도 가자, 증인이 있어야지.”심소희도 이서의 보폭에 맞춰 바삐 따라갔다.이서의 담담한 옆 모습을 본 심소희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올라왔다.고급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포르쉐 911은 베스트 셀링카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차라는 정도는 심소희도 알고 있다.하지만 이서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왠지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두 가지 모순된 생각으로 심소희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심소희의 찌푸린 표정을 본 윤아영은 이서가 그들을 속이려고 술수를 쓰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러자 더이상 긴장하지 않았다.심지어 여유롭게 윤수정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그녀는 일부러 이서가 들으라고 말했다.“언니, 언니도 911이 좋아?”윤수정이 빙그레 웃었다.“물론 좋아하지. 외형적 디자인이나 내부 옵션이나 말해 뭐해, 모두 최고지.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들도 그 매력에 벗어날 수 없지.”“그럼 하 대표에게 선물해 달라고 해. 하 대표가 언니 많이 사랑하잖아. 언니가 말만 꺼내면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바로 대령할 걸?” 윤아영은 윤수정의 어깨를 슬쩍 치며, 한편으로 슬그머니 이서를 쳐다보았다.윤수정은 그녀의 뜻을 바로 캐치했다.이서 앞에서 하은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자랑하라는 것이었다.그녀는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말했다. “우리가 연인이긴
윤아영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이게 네 거라고? 누구한테 빌린 거야?”동시에, 전화기 너머에서 하은철이 초조하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야?]“오빠, 오빠 소유의 포르쉐 대리점에 911이 아직 한 대가 남아 있다며? 그 차 구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나한테 남겨주면 안 돼?”윤수정과 하은철은 통화 중이었고, 윤아영은 포르쉐를 훑어보며 쉴 새 없이 지껄였다. “빌린 게 아니라면, 짝퉁이겠지. 쯧쯧쯧, 윤이서,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너 정말 별 짓 다하는 구나. 수정 언니를 봐봐, 좋은 남자 찾으니 원하는 건 다 들어주잖아. 네 남편 은…….”“찰싹…….”“뭐라고?!”날카로운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렸다. 윤아영은 화가 나서 뜨거운 뺨을 감싸 쥐고 달려들어 이서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려 했다. 하지만 이서는 민첩하게 그녀를 힘껏 밀려났다.윤아영의 몸이 포르쉐에 부딪혔다. 그녀는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입은 여전히 가만 있지 않았다. “윤이서,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네가 나한테 똥물을 퍼붓는데, 난 널 한 대 치면 안 되니?”이서는 차분하게 윤아영을 바라보았다.윤아영이 남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이서는 뒷말을 더 듣지 않아도 그녀가 어떤 악담을 퍼부을지 상상이 되었다. 비록 지환과 냉전 중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하루라도 부부인 이상 그녀는 지환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윤아영은 윤수정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정언니.”여러 번 불렀지만, 아무 응답도 없자, 고개를 돌려 윤수정을 바라보았다. 윤수정은 힘 없이 기가 죽어 멍하니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잠시 뒤, 이쪽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는 창백한 얼굴에 충혈된 눈으로 이서를 노려보며 휴대폰을 손에 꽉 쥐고 물었다. “이 포르쉐, 설마 은철 오빠가 준 거야?!”하은철이 직접 말하지 않았더라면, 윤수정은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윤이서를 싫어했는데, 어떻게 차를 줄 수 있지.’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