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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이서는 대리점에서 911 한 대를 자기에게 준다는 것을 알고, 몇 초 동안 멍해 있었다.

“저희 대리점에서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점장은 말하면서 자기조차 믿을 수 없는 거짓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서도 당연히 믿지 않았다.

“이렇게 귀한 사례는 받을 수 없습니다.”

“이건 네가 받아 마땅해.”

2층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서는 고개를 들어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하은철을 보았다.

이서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

하은철의 베푸는 듯한 말투가 너무 불편했다.

“아니, 필요없어.”

비록 그녀도 911이 마음에 들지만, 하은철이 선물한 것이라면 안 받는 게 낫다.

이서가 딜러에게 말했다.

“다음에 다시 올 게요.”

말을 마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딜러와 점장은 서로 쳐다보았다.

이서가 결혼한 걸 그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이서는 하은철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하은철을 알뜰살뜰 보살피지만, 오히려 하은철에게 괄시만 받던 이서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서가 하은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찬바람이 쌩 도는 이서의 모습을 보고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잇달아 하은철을 바라보다.

하은철이 벌컥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급히 2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얼굴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당혹감이 묻어났다.

“이서야!”

이서가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하은철이 마침내 그녀를 막아섰다.

그는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우울한 눈빛을 보니 저도 모르게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 이 911 은 받아. 그렇지 않으면 나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을 거 같아.”

이서는 가소롭다는 듯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양심? 네가 없는 걸 가지고 허세 떨지 말아 줄래?”

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변명을 해댔다.

“나는 수정이 거짓말하는 줄 몰랐어. 알면 절대 그녀가 너를 다치게 하지 않았을 거야!”

이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하은철과 거리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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