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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하지만 이 방법도 약발이 거의 다 떨어졌다. 그녀는 수시로 지환이 떠올랐다. 글자 하나, 풀 한 포기, 머리를 시키는 짧은 휴식 타임에도 계속 그가 불쑥불쑥 생각났다.

이서도 모르는 사이에, 지환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

바로 이 이유때문에 그녀는 두려웠다.

예전에 하은철도 종종 외국에 출장을 갔었다. 심지어 출장이 몇 달 동안 지속되어도 하은철이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은철이 출장 간다고 하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었다.

직장인이 되어서야 그게 무슨 기분인지 깨달았다.

휴가를 맞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환과 헤어진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그가 미치도록 그리워졌다.

이서는 일어나 통유리 창문으로 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량들을 내려다보며 고통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환이 정말 외국에서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녀가 어떻게 그 감정에 직면해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뒤돌아서 확인해 보니 지환이 걸려 온 영상 전화였다.

잠시 망설이던 거절을 누르려고 했지만, 손은 뇌의 제어를 벗어난 듯 무의식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손의 만행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전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이서의 심장이 찌릿했다. 순간 화면을 뚫고 지환을 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비린내가 혀끝에서 퍼졌다. 그제야 떨리는 몸이 서서히 안정되었다.

“무슨 일 있어요?”

[오랫동안 자기 못 봤잖아, 자기 얼굴 좀 보여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였으며 고혹적인 매력을 띠고 있었다.

긴장해서 팽팽했던 심금이 그의 말 한마디에 끊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바삐 팔을 물며, 목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흐느낌을 피부에 파묻었다.

한참 뒤 그녀는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차갑게 말했다.

“볼 거 없어요.”

지환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웃음소리가 핸드폰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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