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62화

작가: 시해나
하지만 이 방법도 약발이 거의 다 떨어졌다. 그녀는 수시로 지환이 떠올랐다. 글자 하나, 풀 한 포기, 머리를 시키는 짧은 휴식 타임에도 계속 그가 불쑥불쑥 생각났다.

이서도 모르는 사이에, 지환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

바로 이 이유때문에 그녀는 두려웠다.

예전에 하은철도 종종 외국에 출장을 갔었다. 심지어 출장이 몇 달 동안 지속되어도 하은철이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은철이 출장 간다고 하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었다.

직장인이 되어서야 그게 무슨 기분인지 깨달았다.

휴가를 맞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환과 헤어진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그가 미치도록 그리워졌다.

이서는 일어나 통유리 창문으로 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량들을 내려다보며 고통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환이 정말 외국에서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녀가 어떻게 그 감정에 직면해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뒤돌아서 확인해 보니 지환이 걸려 온 영상 전화였다.

잠시 망설이던 거절을 누르려고 했지만, 손은 뇌의 제어를 벗어난 듯 무의식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손의 만행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전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이서의 심장이 찌릿했다. 순간 화면을 뚫고 지환을 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비린내가 혀끝에서 퍼졌다. 그제야 떨리는 몸이 서서히 안정되었다.

“무슨 일 있어요?”

[오랫동안 자기 못 봤잖아, 자기 얼굴 좀 보여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였으며 고혹적인 매력을 띠고 있었다.

긴장해서 팽팽했던 심금이 그의 말 한마디에 끊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바삐 팔을 물며, 목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흐느낌을 피부에 파묻었다.

한참 뒤 그녀는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차갑게 말했다.

“볼 거 없어요.”

지환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웃음소리가 핸드폰 마이크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3화

    하윤회사 내부.윤수정이 사무실 내 부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부순 후, 기진맥진해서 의자에 주저앉았다.윤아영은 난장판인 사무실에 무릎 꿇고 있었다. 이마, 손, 무릎 등에는 전부 상처 자국이었다. 모두 윤수정으로 낸 상처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숨소리조차 크게 쉴 엄두를 내지 못했다.문 열고 들어온 비서는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보고 황급히 물러나려고 했다. 윤수정이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야?”비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양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양전호가 왔다는 얘기를 들은 윤수정은 그제야 얼굴에 난폭한 기운이 조금 누그러졌다.“회의실에서 기다리라고 해. 사람들 시켜 여기 깨끗이 치워 놓고.”“네.”비서가 바쁘게 사무실을 나갔다.그러고는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윤아영을 보며 단호하게 일렀다.“앞으로 이런 어리석은 짓을 다시 벌였다가는…… 내 회사에서 꺼져!” “응……, 네.” 윤아영은 바들바들 떨면서 답했다.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윤수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사무실을 나섰다.사무실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만면에 희색을 띠며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양 사장님, 어쩐 일로 회사까지 행차하셨어요?”양전호는 윤수정을 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굿뉴스를 전하러 왔지…….”“오, 무슨 좋은 소식인데요?”“아래층에서 십이지 컨셉으로 의상을 디자인했는데, 중저가 전략으로 패션시장을 공략할 건 가봐…….”“어떻게 아셨어요?”윤수정은 금세 흥미가 생겼다.“그래도 내가 한 때는 아랫집 주주였잖아. 이 정도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이지. 윤 사장, 뭔 계획 없어?”윤수정은 곧 웃었다. “십이지 컨셉이라고요? 그까짓 거 우리도 하나 하죠 뭐, 중저가 전략을 펼친다고 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중저가 전략으로 가는 걸로…….”“최고의 디자이너를 초빙하고, 유명 스타를 광고 홍보 모델로 써서…….” 여기까지 말하고는, 윤수정의 얼굴에 웃음이 귀에까지 걸렸다.“두 회사의 경쟁 구도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4화

    사람들이 잇달아 이천을 훔쳐보았다.이천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지환이 왜 이리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그도 별수가 없었다.‘결자해지…….’‘그럼 사모님이 화를 풀어야 하는데…….’‘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남한테 속는다는 건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이 침묵 속에서 연구개발팀 직원이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그는 이천을 보았다.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이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회장님, 잠깐 다녀오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몸에 부적을 붙인 사람처럼.사람들이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왔다.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이천은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에야 물었다. “어때? 뭐 나온 게 있어?”연구개발팀 직원은 프린트한 사진 몇 장을 이천에게 건넸다.사진 속 사람은 이상언과 이서, 임하나 외에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민호일의 아내 이하영이고, 다른 하나는 이서정이었다.사진으로 봐서는 웨딩드레스 샵 안이었다.엔지니어가 말했다. “사모님과 접촉한 적이 있고, 회장님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번 훑어봤는데, 이 사람을 발견했습니다.”그는 사진 속 이서정을 가리키며 말했다.“회장님의 신분을 누설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천은 흥분했다. “확실해?”“100% 확실할 수는 없습니다. 이서정이 사모님이 이서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이천은 급히 재촉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바로 해.”“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이서정 말고는 다른 가능성은 없습니다.”“알았어.”이천이 엔지니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수고했어. 자네가 우릴 살렸네.”엔지니어가 눈을 깜빡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천은 곁들어 설명하지 않았다. 문을 밀고 곧장 회의실로 들어가 지환의 귓가에 귓속말로 속삭였다. 지환의 긴장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5화

    이서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잠시 후에야, 핸드폰을 들고 비명을 지르며 집안을 돌아다녔다. “와아아, 회장님이 파티에 참석하신대!”그녀가 좀 진정이 되길 기다렸다가 매니저가 거듭 확인했다. “하 회장님이 정말 오신대요?”“그래.” 이서정이 파티에 초대한 사람들에게 남편이 참석한다고 단정 지어 얘기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지환이 참석할 가능성이 미미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일단 지환에게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업무상 바빠서 파티에 참석 못했다고 둘러댈 생각이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본 것이었다.그런데 지환이 이렇게 화끈하게 승낙할 줄이야.‘잠깐…….’‘아까 전화에서 들린 목소리는 이 비서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는데.’그 생각이 머릿속을 설핏 스쳤지만, 이서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서둘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즉시 메이크업 팀 불러. 나 오늘 제대로 힘줘야겠어.” ‘하 회장과 이상언의 와이프가 모두 내 파티에 참석하다니.’‘사람들이 알면 엄청나게 부러워하겠지.’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이서와 심소희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홍보팀 쪽에서는 이서정을 광고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심소희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홍보팀 팀장이 저에게 이서정이 정말 하은철 대표 둘째 숙모가 맞냐고 묻더라고요?”“할아버지를 통해서 이서정한테 얘기를 전해달라는 건가?”심소희는 머리를 긁적였다.“그런 거 같긴 해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곁눈질로 이서를 보았다. “언니, 까놓고 말해서 이서정이 정말 우리 회사 홍보 모델로 발탁한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요?”현재 연예계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연예인 중에…….그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단지 하은철의 숙모라는 이유에서였다.이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 광고 홍보 모델은 인기가 많고 유명세가 있는 사람보다는 우리랑 맞는 적당한 인물을 섭외해야 해. 문제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6화

    임현태는 최근 이서가 혼자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처음에 회사 일로 고민하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음에도 종종 정신을 놓고 있는 모습이 잦아지자, 이서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그렇다고 또 경솔하게 지환과 연락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지난번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뻔한 일만 생각해도 아찔했다.이서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아니에요.”임현태는 계속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이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맞다, 나 없는 동안 소희와 잘 지냈죠?”심소희를 언급하자, 임현태의 얼굴에도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일었다. “소희 씨, 좋은 사람 같아요, 요리 실력도 좋고……. 그동안 저 살도 많이 쪘어요.” 이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잘됐네요.”임현태는 의아해했지만, 이서는 이미 문을 밀고 내려서 드레스를 가지러 내려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포르쉐 911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운전자의 모든 만족감을 다 충족해주는 차량이었다.잠시 후, 이서는 드레스를 갈아입고 돌아왔다.“우리 가요.”이서는 임현태에게 이서정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그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다.이서정 집은 3층짜리 작은 별장이었다.물론 그녀가 구매한 게 아니라 민호일이 준 것이었다.임현태는 차를 세우고 이서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차에서 기다리기 심심하면 드라이브하거나 식사하고 와요.”차에 타려던 임현태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오는 길에 보니까 도로변에 칼국수 집이 있더라고요. 잠깐 밥 먹고 오겠습니다. 일찍 마치면 바로 전화주세요.”“네.”이서는 말을 끝내고 돌아서서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 밖에 경호원이 지켜서 있었다.초대장이 없는 이서를 위해 이서정은 매니저더러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이서는 별장으로 들어갔다.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4 대 가문에 버금가는 명사들은 아니지만, 나름 상류층 인물들이었다. 낯익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7화

    주위에서 쏟아지는 조롱 섞인 웃음에, 이서정은 웨딩드레스 샵에서 받았던 울분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것 같았다.바로 이런 이유로, 이서가 이상언의 아내라서, 밉보이는 안 되는 존재인 줄 알면서도, 이서정은 그녀들의 무례한 언행을 수수방관했다.‘다른 사람이 비웃는 거지, 내가 그런 건 아니니까.’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말하는 사람은, 이서정의 눈가에 서린 미소를 보며 더욱 대담해졌다.“윤이서, 너 오랜만에 이런 고급 파티에 참석하지? 그렇겠지, 네가 결혼한 이후로, 더 이상 하씨 가문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 못했으니, 상류층에서 완전히 밀려난 셈이지 뭐. 아, 지난번 만났을 때가, 하경철 어르신 생신 잔치였을 때였는데…….”말하면서 그 사람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서의 드레스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더욱 거리낌 없이 비웃었다.“쯧쯧쯧, 역시 하씨 집안을 떠나니, 때깔이 달라졌네.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 좀 봐, 그 가격으로는 하 부인 드레스의 레이스 한 조각도 못 살 걸.”“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이서정이 일부러 나서서 이서를 두둔하며 말했다. “드레스가 고가가 아니라고 고가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요.”“아이고, 하 부인,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엄청 착하시네요. 상류층 일들을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하씨 가문이 없었더라면, 윤씨 그룹은 벌써 몇 번이고 망했을걸요.”“맞아요, 하부인, 윤이서가 비싼 드레스가 싫어서 이런 싸구려를 입었을까요? 까놓고 얘기하면, 멍청해서 그런 거예요. 하씨 가문의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는데, 굳이 가난뱅이랑 결혼해서…….”“그러니까,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니까요.”“하하하, 하 부인처럼 복 많은 여자가 그리 많은 줄 아나 봐?”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이서정은 치맛자락을 꽉 붙잡았다.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려고 했다.그녀는 이서를 바라보며 능청맞게 말했다. “이서 씨, 정말 미안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8화

    아마 이런 이유에서인지, 오는 내내 지환은 초조해 보였다.시종일관 입술을 꼭 오므리고 있었지만, 지환과 여러 해 동안 함께 한 이천은 지금 이 순간, 지환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다.지환의 신분 유출 건이 정말 이서정과 관련이 있다면, 이서정의 남은 생은 참담할 것이다.곧 일어날 모든 일을 생각하자, 이천은 조마조마했다.차가 별장 입구에서 멈춰 섰다.지환이 직접 문을 열고 내렸다.지환을 본 매니저의 눈이 밝아지면서 바삐 마중 나왔다.지환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녀는 죽음의 기운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하 회장님.” 벌벌 떨고 있는 매니저는 고개를 들어 지환의 얼굴을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지환은 매니저를 지나쳐 바로 입구로 걸어갔다.평소의 그라면, 이서정을 찾아올 때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했다.혹시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서를 알면, 그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이미 폭로됐으니까.순간 지환의 눈동자에 잔인한 눈빛이 번뜩였다. 그 옆에 서 있던 매니저가 겁에 질려 목을 움츠렸다. 그녀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설마 내가 왼손으로 문 열어서 그런가?’그녀는 비틀거리며 손잡이를 돌렸지만, 너무 긴장한 탓인지 여러 번 시도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지환은 눈살을 심하게 찌푸리며 매니저를 밀어내려 자기가 직접 문을 열려던 참이었다. 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별장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911이 눈에 띄었다. 고급 외제차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지환의 머릿속에 하은철이 한 말이 스쳐 지나갔다.‘911을 줬다…… 이서에게…….’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매니저는 마침내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방 안의 불빛이 밖으로 환하게 쏟아져 나왔다.떠들썩하던 거실의 사람들도 일제히 문 쪽의 동정을 살폈다.하나하나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특히 이서,그녀는 설레는 마음에 목까지 쭉 뺐다.파티는 이미 반이 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69화

    이서정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네?!”인내심이 바닥을 친 지환이 고개를 돌려 이천에게 말했다. “차단기 내려.”별장의 차단기가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이천은 몇 걸음 걸어가서 스위치를 당겼다.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하던 별장이 칠흑 같은 어둠에 빠졌다.별장 안 사람들은 당황하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1 분 만에 별장은 다시 대낮으로 돌아왔다.광명을 되찾고, 이서정의 첫눈에 들어온 것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지환의 모습이었다.“…….”지환은 이서정의 궁금해하는 눈빛을 완전히 무시한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유명 연예인보다 더 꽁꽁 싸매고 나타난 지환을 본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누군가가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서정 씨, 혹시 이분이 하 회장님이십니까?”이서정은 침을 꼴깍 삼켰다.“아, 네, 네.”“하 회장님 오늘 이…….”이서정은 지환이 이처럼 꽁꽁 싸매고 등장한 이유를 알 리 없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합리적인 설명이 떠오르지 않았다.“꽃가루 알레르기라 있어서…….”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글라스 뒤에 숨겨진 눈동자는 이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올가미 같은 눈빛으로!이서도 곧바로 그의 뜨거운 눈빛을 느꼈다. 그녀도 눈을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선글라스의 검은 렌즈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착각인가 싶어 이서는 손가락으로의 술잔을 어루만지며 인사할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지난번 SY의 신형 휴대폰 발표회에서도 기회를 놓쳤다.이번에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다.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 부러움의 눈빛으로 이서정을 바라보았다. “서정 씨, 회장님이 부인을 정말 많이 사랑하나 봅니다. 몸이 편찮은 데도 파티에 참석하시고……. 우리 집 양반이라면 꽃가루 알레르기는 고사하고 새끼손가락에 상처만 조금 나도 그걸 핑계 삼아 파티에 참석 안 하려고 할 텐데…….”“우리 집도 마찬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370화

    요 며칠, 그는 이서와 말 몇 마디 하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다 썼는데…….진짜 신분으로 돌아온 그에게, 이서가 이렇게 쉽게 입을 열다니.“음.” 지환의 목젖이 꿀렁거렸다. 그는 가슴에서 활활 타오르는 질투의 불길을 힘껏 억누르고 있었다.그는 이서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러 차례 저에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시간 될 때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이서는 지환의 이상 반응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소파를 누르고 있던 지환의 주먹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로 인해 턱선이 긴장한 듯 팽팽해졌다.“언제든지.”지환이 이렇게 친화력이 좋을 거로 생각지도 못한 이서는 눈이 반달 모양이 되었다. “그럼, 회장님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그럼 앞으로 사업 관련 자문도 구할 수 있게 된다.’지환의 눈동자 속의 질투의 불길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그의 손끝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찢어질 듯한 고통이 가해졌다. 통증이 그의 마지막 이성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그래.”이 몇 마디는 거의 이빨 틈에서 짜낸 것이었다.이서는 눈을 깜빡였다. 지환이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휴대전화를 꺼내 지환의 연락처를 추가한 뒤 곧 이서정과 지환에게 말했다. “회장님, 서정…… 사모님, 시간이 늦었어요.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이서가 돌아서서 가려는 것을 본 지환은 더 이상 내면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잠깐!”다급한 고함 소리에 파티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이서에게 지른 소리이란 걸 안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다들 이서가 지환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추측했다.이서의 심장도 쿵쿵 뛰었다.그런데, 방금 이서는 ‘잠깐’이라는 두 글자에서 지환의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에 이서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도대체 얼마나 지환 씨가 보고 싶으면 이런 착각이 생기는 걸까?’괴로워하며 몸을 돌린 이서는 지환의 어두운 선글라스와 마주했다.

최신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02화

    소희는 심유인이 오늘도 트집을 잡으러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렇지 않고서야 아침 일찍 자신의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올 리가 없지 않은가.소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심유인이 멍청한 건 알겠는데, 남자 친구라는 사람도 멍청한 건가?’‘여기까지 따라와서 같이 소란을 피우다니.’잠시 후, 소희는 소민찬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뭐? 남자 친구가 운전기사라고? 하하, 심씨 가문 아가씨의 남자 친구가 운전기사라니!”“참, 윤 대표와도 사이가 아주 좋으시다면서요?” “역시 끼리끼리군요. 남자 친구마저 똑같은 가난뱅이니까요.”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소희가 다시 심유인을 바라보았다.“이서 언니의 남편이 YS그룹의 전 대표인 하지환 씨라고 얘기하진 않은 모양이네요.” 순간, 심유인의 표정이 어색하게 구겨졌다.하지만 소민찬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하하’ 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웃겨 죽겠네요. 윤 대표의 남편이 하지환 대표님이라고요?” “유인아, 사촌 동생이라는 분이 허영에 가득 찬 분이신가 봐?” 유인은 다급하게 소민찬의 소매를 여러 번 당겼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했다.“윤 대표의 남편이 하 대표님이라면, 저는 물구나무서서 똥을 먹겠어요!” “누가 아침 일찍부터 우리 집에 와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는 거죠?” 뒤에서부터 이지숙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돼지 멱따는 소리’라는 말에 소희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사석에서는 저런 면이 있으시구나.’ 소민찬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비록 소씨 가문의 일원이라 해도, 이지숙 앞에서는 힘을 쓸 방도가 없을 것이다.“안녕하십니까.” “소민찬 씨군요. 우리 집에는 어쩐 일로 온 거죠?” 유인이 민찬의 손을 잡고 말했다.“숙모, 민찬 씨는 제 남자 친구잖아요. 숙모께서 제 남자 친구를 한번 살펴봐 주셨으면 해서 데리고 왔어요.” 이지숙이 말했다.“네 남자 친구는 네 어머니께 보여 드려야지. 내가 허락한다고 한들, 소용없지 않겠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01화

    “그럼 그렇게 할게.”지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서는 사무실에 들어가 고이서에 관한 모든 자료를 다시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몇 가지 시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안 맞아.’‘하지만 내가 대체품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데.’ 즉, 지환이나 구태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기다림의 시간은 항상 힘겹지만,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월요일은 피할 수 없었다. 이른 아침, 소희는 초조함 속에서 깨어났다. 고용인들이 그런 소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곧 남자 친구분이 대표님 내외분을 만나실 텐데, 어째 긴장하는 모습이 아가씨가 그분의 부모님을 만나 뵙는 것 같네요?” 놀림당한 소희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조용히 고용인에게 다가가 물었다.“아주머니, 심씨 가문에 몇 년 동안 계셨어요?”고용인이 말했다.“4, 5년은 된 것 같은데, 왜 그러세요?”“그럼 아주머니께서는 저희 부모님께서 제 남자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으세요? 심동, 그러니까 저희 오빠가 장희령을 데려왔을 때 많이 혼났다고 들었어요. 그게 사실인가요?” 고용인은 좌우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가십 매체가 그런 것도 알고 있던가요?”소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망했어.’‘그 매체에서 했던 말이 다 사실이라는 거잖아!’‘우리 부모님은 자녀의 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셔.’‘어쩌면 오늘 현태 오빠를 부른 것도, 혼내기 위한 걸 수도 있어.’ 소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고용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내외분께서 도련님을 혼내신 이유는, 장희령 씨의 출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게다가 그 아가씨는 인품마저 좋지 않았잖아요. 아가씨를 겨냥하지만 않았어도 심씨 가문에 시집올 수는 있었을 텐데 말이죠.”고용인의 위로에도 소희는 여전히 걱정이 되었고, 심지어 현태에게 전화를 걸어오지 말라고 하고 싶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00화

    “네, 소희 씨는 그 여자가 성지영의 딸이라고 했어요.”“제 기억이 맞다면, 그 여자는 나랑 동갑이에요. 즉, 그 여자가 정말 성지영의 딸이라면 두 가지 상황이 아니면 말이 안 돼요.” “나한테 쌍둥이 자매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내가 확실히 윤재하의 딸이 아니라는 거죠.”“아마 내 본래 이름도 ‘윤이서’가 아니었을 거예요. 그 이름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을 거고,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겠죠.”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아주 간단해요. 고이서의 경력을 봤는데, 5살 때 화재를 당해서 피부이식수술과 성형수술을 감행했다고 했거든요.” “만약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그 여자가 피부 이식 수술과 성형수술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그 두 가지 수술은 일정한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회복 시간도 꽤 많이 필요했을 거예요.”“진정한 윤이서는 하은철과 약혼했는데, 수술 도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알려지면 약혼이 취소되었을 거고, 하씨 가문도 다시는 윤씨 가문을 돕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의 윤씨 가문은 존재할 수 없었겠죠.” “그러니까... 윤재하가 하씨 가문과의 약혼을 지키기 위해 가짜 윤이서, 즉 너를 끌어들였다는 거야?” “네, 나를 외국에 보내서 공부하게 한 것도, 윤씨 가문 사람들이 내가 예전의 윤이서가 아니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나는 대여섯 살 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어요.”“이건... 절대 우연이 아닐 거예요.” “네 추측이 정확한지 알고 싶어?”지환이 물었다.“그야 당연하죠.” “이천한테 알아보라고 할게.”“아니요, 이미 알아봐 달라고 했어요.”순간 동작을 멈춘 지환이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소지엽한테?” “아니요, 구태우 씨한테요.” “그 사람은 소지엽의 친구잖아.” “그래서요?” 이서가 지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환은 바지 주머니에 넣은 손을 하염없이 떨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래.”“우리 내기 하나 하자, 어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9화

    이서는 고이서의 신분을 알아내는 데 급급하여 더는 지체하지 않고 백화점 입구로 걸어갔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소희가 말했다.“그 여자가 누구라고 생각해요?”현태가 웃으며 말했다.“머리 쓰는 일은 나한테 묻지 마. 사모님께서 곧 결과를 알려주시겠지.”“아무래도 내 머리는 월요일에 쓰는 게 좋겠어.” 현태의 눈빛이 다소 부끄러워졌다.“월요일에 소희 씨 부모님께 순조롭게 인정받아서 우리가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 고개를 숙인 소희의 뺨도 붉게 달아올랐다.“그렇게 낯간지러운 말은 누가 가르쳐준 거예요?”“가르쳐 주긴, 솔직한... 내 속마음이야.” “청산유수네요.”소희가 현태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이만 가요, 옷 사야죠!”“그래.”현태는 흐뭇하게 대답한 후, 소희가 자신을 끌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두었다. 한편, 백화점 입구에 도착한 이서와 지환은 순조롭게 택시를 잡았다.두 사람이 차에 오른 후, 지환이 다소 풀어진 표정으로 물었다.“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말해줄 수 있어?”이서가 입술을 오므리며 중얼거렸다.“하지환 씨한테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잖아요.”“뭐가 적절하지 않아?” “우리는 곧 이혼할 거예요. 이런 시점에서 나한테 생긴 일을 하지환 씨한테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환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졌다.앞줄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열정적인 노인이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지도 않은 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그 말은 틀린 것 같네요.”“두 사람은 이혼한다고 하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결혼한 이상, 두 사람은 인연인 거예요.”“나중에는 이혼하고 각자의 갈 길을 간다고 해도, 아직은 이혼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혼하지 않았다면, 그건 두 사람의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인연이 끝나지 않은 거라면, 일이 있을 때 서로 상의하고 도울 수도 있는 거죠.” “나를 보세요, 마누라와의 관계가 다 끝나는 바람에 때로는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8화

    화장실을 나선 소희는 급히 매장으로 돌아왔고, 현태에게 물었다.“이서 언니는 어디 있어요?”“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급해 보여?” “어서요, 이서 언니부터 찾아야 해요.”소희는 현태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고, 현태는 우왕좌왕하는 그녀의 모습에 급히 이서를 찾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그들은 매장 입구에 있는 지환을 보았으나, 이서를 찾지는 못했다. 현태는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서 물었다.“대표님, 사모님은 어디 계세요?”굳은 표정의 지환은 여전히 이서가 떠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소희가 현태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여기서 형부랑 있어 주세요. 나는 다른 곳에 가서 이서 언니를 찾아볼게요.” 하지만 이 말이 끝나자마자 돌아오는 이서의 모습이 보였다.소희가 급히 다가가 이서의 팔을 붙잡았다.“이서 언니...” 이서가 맥없이 짧게 대답했다.“응.” “언니, 왜 그래요?”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던 지환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가와 긴장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성지영을 만났는데...” “언니도 성지영을 봤어요?”소희가 놀라며 물었다.“그럼 성지영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봤겠네요?” 이서의 눈이 반짝거렸다.“성지영 옆에 있는 사람을 봤어?”“아니요, 보지는 못했는데 화장실에서 두 사람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 여자, 성지영의 딸인 것 같았어요. 언니, 외동딸인 거 아니었어요? 성지영한테 언제 딸이 하나 더 생긴 걸까요?” “딸?”이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렇다니까요.”“아! 두 사람의 말투를 들어보니, 언니가 두 사람을 보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았어요.”소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언니, 언니한테 또 다른 자매가 있다는 걸 전혀 몰랐던 거예요?” 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 않아도 그 사람이 아주 낯익다고 느끼던 참이었어. 잘 생각해 봐, 두 사람이 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소희는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윤씨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7화

    성지영은 이서의 눈길을 피했지만, 아까만큼 긴장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안간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미친X, 네가 내 주변 사람을 어떻게 안다는 거야?!”성지영은 이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려 했으나, 이서가 그녀의 앞길을 막으며 말했다.“그 사람, 대체 누구죠?”‘내가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걸 확신한 순간, 성지영의 긴장감이 눈에 띄게 풀리는 것 같았어.’ ‘내가 그 사람을 알아볼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지?’ 이는 그 사람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성지영은 이서가 고이서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그 사람이 누구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윤이서, 네가 나를 부모로 여기지 않는 이상, 나도 너한테 정을 논할 필요가 없어!”“당장 비켜, 한 번만 더 내 앞길을 막으면 경찰에 신고할 줄 알라고!”이서는 한참이나 냉랭한 표정으로 성지영을 바라본 후에야 길을 비켰다. 성지영은 곧장 자리를 떠났고, 화장실에 도착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때, 뒤에서 나타난 손에 성지영의 어깨를 세게 쳤다.화들짝 놀란 성지영이 뒤를 돌자, 고이서의 모습이 보였고, 성지영은 또 한번 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얘, 깜짝 놀랐잖니. 윤이서인 줄 알았다고!” 고이서는 마스크를 아래로 살짝 내리며 주변을 살폈고, 이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성지영을 끌고 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 “다 엄마 때문이잖아요! 그러게 왜 시내에 오자고 하셔서.”원래 그들은 교외에서 잘 구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서를 만날 일이 없었다.하지만 성지영이 교외 옷이 촌스럽고 수준 낮다며 불평하기 시작했고, 꼭 시내에 가서 옷을 사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성지영은 이서를 우연히 만날 리가 없다고 확신했지만, 두 사람은 시내에 오자마자 이서를 마주치고 말았다.기민한 고이서가 성지영과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정체가 들통나고 말았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6화

    그 그림자는 바로...성지영과 또 다른 사람!이서는 또 다른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이 마음속에 맴돌았고, 어느샌가 무의식중에 두 사람의 뒤를 쫓고 있었다. 이서가 움직이는 것을 본 지환은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드디어 내 옷을 골라주려는 거야!’하지만 곧 이서가 매장을 나가는 것이 보였고, 지환은 알 수 없는 분노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 사람이 진짜...’‘얼마나 이혼하고 싶길래 저러는 거야?’ ‘나랑 같이 있고 싶지도 않다는 거야?”이렇게 생각한 지환은 어두운 얼굴로 의자에 앉았고, 계속해서 치미는 울화를 느꼈다. ...한편, 재빠르게 두 사람의 뒤를 쫓던 이서는 성지영과 다른 그림자에 가까워질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뭐야, 두 사람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것 같은데?’이서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뒤쫓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군.’두 사람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는데, 당황한 탓에 길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듯했다. 이서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성지영의 옆에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옷차림을 보면 여자인 것 같은데.’‘나를 만나고 싶지 않은 여자라...’ 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어서 두 사람의 뒤를 바짝 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급기야 갈라져 걷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왼쪽으로, 또 다른 사람은 오른쪽으로.하지만 이서는 망설이지 않고 정체가 확실치 않은 여자의 뒤를 따랐다.모퉁이를 돈 이서가 그 여자의 옷과 모자를 잡으려던 찰나, 누군가가 이서의 손목을 잽싸게 낚아챘다.“이서야, 오랜만이구나.” 그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이서는 감전된 것처럼 상대의 손을 뿌리쳤고, 상대의 모습을 알아본 후에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섰다.“성지영!”성지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름을 부른다고? 이서야, 나는 아직도 네 어미 되는 사람이란다. 벌써 잊은 거니?”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나는 당신 같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5화

    이서는 두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왜 결혼 얘기만 나오면 말이 없어져요?” 소희는 현태를 한번 보고서야 어렵게 입을 열었다.“이서 언니, 제가 알기로 우리 집 결혼식 들러리는 독신이어야 할 수 있어요...” 즉, 이서는 이미 결혼한 상태여서 결혼식 들러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규칙이 있어?”“네.”“괜찮아, 어쨌든...”“곧 독신이 될 예정이잖아? 이혼한 사람이 들러리를 할 수 없다는 규칙은 없는 거지?”차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현태는 백미러로 지환을 보았는데, 역시나 그의 얼굴은 무섭도록 어두워져 있었다. 소희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부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이, 이서 언니... 부모님을 만날 때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요?” 이서는 차내 분위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듯 대답했다.“정장이 좋을 것 같아. 아무래도 격식 있어 보이니까.” “그렇구나...”소희는 이서와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차 안의 분위기는 다시금 뜨거워졌지만, 지환의 낯빛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차가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현태가 말했다.“도착했습니다.”지환과 이서가 차례로 내리자, 소희는 몰래 두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현태 오빠, 어쩌죠? 방금 나왔는데, 두 사람 모두 얼굴을 찡그리고 있잖아요! 중매는 무슨, 싸우지 않게 하는 게 더 어렵겠어요!” “그렇지 않을 거야.”현태는 당황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희를 위로하려고 했다. “이따가 기회를 봐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자.” 소희는 멀찍이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며 깊은 의구심을 가졌다. “그래요! 이서 언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도 없죠!” 두 사람도 차에서 내렸다.“이서 언니, 가요!”소희는 주동적으로 이서의 손을 잡고 3층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환은 어두운 얼굴로 계속해서 이서의 뒤를 따랐고, 맨 뒤에서 걷던 현태는 이 장면을 보고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 사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294화

    토요일.이서는 약속 시간까지 병원에서 소희를 기다렸다. 소희의 전화를 받고서야 밖으로 나온 이서는 지환의 병실을 지나며 안을 힐끗 보았지만,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갔나 보네.’이서는 별생각 없이 병원을 나섰다.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알콩달콩하게 서 있는 소희와 현태의 모습이 보였다.이 광경을 본 이서는 갑자기 심술이 나는 듯했다. ‘나도 하지환 씨와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차에 오르려던 이서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이서는 차 안에 있는 지환을 보고는 눈을 두어번 깜빡인 후에야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하... 하지환 씨가 왜 여기 있어요?”이서는 망설이기 시작했다.“현태 씨가 옷을 고르러 갈 건데, 안목이 좋은 나도 같이 가면 좋겠다고 해서 왔어.” 이서가 고개를 돌려 현태를 바라보자, 현태가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저... 소희 씨가 사모님께 전화한 줄은 몰랐어요.”“하지만 대표님께서 제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드문 기회라...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모님, 괜찮으시죠?” ‘완전 고의적이잖아!’이서는 속마음을 내보이고 싶었지만, 다음 주 월요일에 두 사람이 심근영 부부를 만나야 하는 것을 떠올리며, 한 명의 조언자가 더 있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긴, 여자인 나뿐만 아니라 남자의 조언도 같이 받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화가 나긴 하지만... 조금만 참자.’ “괜찮아요, 어서 가시죠!”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조수석으로 향했다.하지만 소희가 재빨리 달려가 조수석에 앉으며 말했다.“이서 언니, 제가 현태 오빠랑 같이 앉고 싶은데, 괜찮죠?”이서는 말문이 막혔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뒷좌석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환과 거리를 두기 위해 창문에 바짝 붙어 앉았는데, 문이 없었다면 진작 차에서 떨어졌을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소희와 현태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아야만 했다. 그렇다. 두 사람이 지환을 불러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