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태는 최근 이서가 혼자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처음에 회사 일로 고민하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음에도 종종 정신을 놓고 있는 모습이 잦아지자, 이서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그렇다고 또 경솔하게 지환과 연락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지난번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뻔한 일만 생각해도 아찔했다.이서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아니에요.”임현태는 계속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이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맞다, 나 없는 동안 소희와 잘 지냈죠?”심소희를 언급하자, 임현태의 얼굴에도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일었다. “소희 씨, 좋은 사람 같아요, 요리 실력도 좋고……. 그동안 저 살도 많이 쪘어요.” 이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잘됐네요.”임현태는 의아해했지만, 이서는 이미 문을 밀고 내려서 드레스를 가지러 내려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포르쉐 911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운전자의 모든 만족감을 다 충족해주는 차량이었다.잠시 후, 이서는 드레스를 갈아입고 돌아왔다.“우리 가요.”이서는 임현태에게 이서정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그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다.이서정 집은 3층짜리 작은 별장이었다.물론 그녀가 구매한 게 아니라 민호일이 준 것이었다.임현태는 차를 세우고 이서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차에서 기다리기 심심하면 드라이브하거나 식사하고 와요.”차에 타려던 임현태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오는 길에 보니까 도로변에 칼국수 집이 있더라고요. 잠깐 밥 먹고 오겠습니다. 일찍 마치면 바로 전화주세요.”“네.”이서는 말을 끝내고 돌아서서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 밖에 경호원이 지켜서 있었다.초대장이 없는 이서를 위해 이서정은 매니저더러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이서는 별장으로 들어갔다.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4 대 가문에 버금가는 명사들은 아니지만, 나름 상류층 인물들이었다. 낯익
주위에서 쏟아지는 조롱 섞인 웃음에, 이서정은 웨딩드레스 샵에서 받았던 울분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것 같았다.바로 이런 이유로, 이서가 이상언의 아내라서, 밉보이는 안 되는 존재인 줄 알면서도, 이서정은 그녀들의 무례한 언행을 수수방관했다.‘다른 사람이 비웃는 거지, 내가 그런 건 아니니까.’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말하는 사람은, 이서정의 눈가에 서린 미소를 보며 더욱 대담해졌다.“윤이서, 너 오랜만에 이런 고급 파티에 참석하지? 그렇겠지, 네가 결혼한 이후로, 더 이상 하씨 가문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 못했으니, 상류층에서 완전히 밀려난 셈이지 뭐. 아, 지난번 만났을 때가, 하경철 어르신 생신 잔치였을 때였는데…….”말하면서 그 사람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서의 드레스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더욱 거리낌 없이 비웃었다.“쯧쯧쯧, 역시 하씨 집안을 떠나니, 때깔이 달라졌네.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 좀 봐, 그 가격으로는 하 부인 드레스의 레이스 한 조각도 못 살 걸.”“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이서정이 일부러 나서서 이서를 두둔하며 말했다. “드레스가 고가가 아니라고 고가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요.”“아이고, 하 부인,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엄청 착하시네요. 상류층 일들을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하씨 가문이 없었더라면, 윤씨 그룹은 벌써 몇 번이고 망했을걸요.”“맞아요, 하부인, 윤이서가 비싼 드레스가 싫어서 이런 싸구려를 입었을까요? 까놓고 얘기하면, 멍청해서 그런 거예요. 하씨 가문의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는데, 굳이 가난뱅이랑 결혼해서…….”“그러니까,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니까요.”“하하하, 하 부인처럼 복 많은 여자가 그리 많은 줄 아나 봐?”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이서정은 치맛자락을 꽉 붙잡았다.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려고 했다.그녀는 이서를 바라보며 능청맞게 말했다. “이서 씨, 정말 미안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인지, 오는 내내 지환은 초조해 보였다.시종일관 입술을 꼭 오므리고 있었지만, 지환과 여러 해 동안 함께 한 이천은 지금 이 순간, 지환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다.지환의 신분 유출 건이 정말 이서정과 관련이 있다면, 이서정의 남은 생은 참담할 것이다.곧 일어날 모든 일을 생각하자, 이천은 조마조마했다.차가 별장 입구에서 멈춰 섰다.지환이 직접 문을 열고 내렸다.지환을 본 매니저의 눈이 밝아지면서 바삐 마중 나왔다.지환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녀는 죽음의 기운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하 회장님.” 벌벌 떨고 있는 매니저는 고개를 들어 지환의 얼굴을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지환은 매니저를 지나쳐 바로 입구로 걸어갔다.평소의 그라면, 이서정을 찾아올 때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했다.혹시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서를 알면, 그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이미 폭로됐으니까.순간 지환의 눈동자에 잔인한 눈빛이 번뜩였다. 그 옆에 서 있던 매니저가 겁에 질려 목을 움츠렸다. 그녀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설마 내가 왼손으로 문 열어서 그런가?’그녀는 비틀거리며 손잡이를 돌렸지만, 너무 긴장한 탓인지 여러 번 시도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지환은 눈살을 심하게 찌푸리며 매니저를 밀어내려 자기가 직접 문을 열려던 참이었다. 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별장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911이 눈에 띄었다. 고급 외제차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지환의 머릿속에 하은철이 한 말이 스쳐 지나갔다.‘911을 줬다…… 이서에게…….’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매니저는 마침내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방 안의 불빛이 밖으로 환하게 쏟아져 나왔다.떠들썩하던 거실의 사람들도 일제히 문 쪽의 동정을 살폈다.하나하나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특히 이서,그녀는 설레는 마음에 목까지 쭉 뺐다.파티는 이미 반이 지
이서정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네?!”인내심이 바닥을 친 지환이 고개를 돌려 이천에게 말했다. “차단기 내려.”별장의 차단기가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이천은 몇 걸음 걸어가서 스위치를 당겼다.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하던 별장이 칠흑 같은 어둠에 빠졌다.별장 안 사람들은 당황하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1 분 만에 별장은 다시 대낮으로 돌아왔다.광명을 되찾고, 이서정의 첫눈에 들어온 것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지환의 모습이었다.“…….”지환은 이서정의 궁금해하는 눈빛을 완전히 무시한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유명 연예인보다 더 꽁꽁 싸매고 나타난 지환을 본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누군가가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서정 씨, 혹시 이분이 하 회장님이십니까?”이서정은 침을 꼴깍 삼켰다.“아, 네, 네.”“하 회장님 오늘 이…….”이서정은 지환이 이처럼 꽁꽁 싸매고 등장한 이유를 알 리 없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합리적인 설명이 떠오르지 않았다.“꽃가루 알레르기라 있어서…….”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글라스 뒤에 숨겨진 눈동자는 이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올가미 같은 눈빛으로!이서도 곧바로 그의 뜨거운 눈빛을 느꼈다. 그녀도 눈을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선글라스의 검은 렌즈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착각인가 싶어 이서는 손가락으로의 술잔을 어루만지며 인사할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지난번 SY의 신형 휴대폰 발표회에서도 기회를 놓쳤다.이번에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다.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 부러움의 눈빛으로 이서정을 바라보았다. “서정 씨, 회장님이 부인을 정말 많이 사랑하나 봅니다. 몸이 편찮은 데도 파티에 참석하시고……. 우리 집 양반이라면 꽃가루 알레르기는 고사하고 새끼손가락에 상처만 조금 나도 그걸 핑계 삼아 파티에 참석 안 하려고 할 텐데…….”“우리 집도 마찬
요 며칠, 그는 이서와 말 몇 마디 하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다 썼는데…….진짜 신분으로 돌아온 그에게, 이서가 이렇게 쉽게 입을 열다니.“음.” 지환의 목젖이 꿀렁거렸다. 그는 가슴에서 활활 타오르는 질투의 불길을 힘껏 억누르고 있었다.그는 이서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러 차례 저에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시간 될 때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이서는 지환의 이상 반응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소파를 누르고 있던 지환의 주먹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로 인해 턱선이 긴장한 듯 팽팽해졌다.“언제든지.”지환이 이렇게 친화력이 좋을 거로 생각지도 못한 이서는 눈이 반달 모양이 되었다. “그럼, 회장님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그럼 앞으로 사업 관련 자문도 구할 수 있게 된다.’지환의 눈동자 속의 질투의 불길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그의 손끝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찢어질 듯한 고통이 가해졌다. 통증이 그의 마지막 이성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그래.”이 몇 마디는 거의 이빨 틈에서 짜낸 것이었다.이서는 눈을 깜빡였다. 지환이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휴대전화를 꺼내 지환의 연락처를 추가한 뒤 곧 이서정과 지환에게 말했다. “회장님, 서정…… 사모님, 시간이 늦었어요.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이서가 돌아서서 가려는 것을 본 지환은 더 이상 내면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잠깐!”다급한 고함 소리에 파티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이서에게 지른 소리이란 걸 안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다들 이서가 지환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추측했다.이서의 심장도 쿵쿵 뛰었다.그런데, 방금 이서는 ‘잠깐’이라는 두 글자에서 지환의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에 이서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도대체 얼마나 지환 씨가 보고 싶으면 이런 착각이 생기는 걸까?’괴로워하며 몸을 돌린 이서는 지환의 어두운 선글라스와 마주했다.
출입문이 곧 눈앞이다.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이서는 뒤에는 다시 한번 들려오는 하 회장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서 씨!”이서의 몸은 순간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움찔 했다. 순간 정말 지환이 그녀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머릿속의 혼돈이 지나가자, 지환과 하 회장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둘 다 모두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지환의 목소리는 더 캐주얼한 반면, 하 회장은 더욱 성숙하며 딱딱한 느낌이 강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몸을 돌렸다. “하 회장님, 또 무슨 볼일이 있나요?”지환은 이서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이서정의 매니저를 바라보았다.“사람 몇 명을 불러서 선물 들고 오세요.” 이서정은 정말로 선물이 있다는 얘기에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었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부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하 회장님 정말 아내 분을 사랑하시나 봐요. 부러워해 죽겠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이서만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 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를 불러 세우고 아무 말이 없자, 무턱대고 떠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할 말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입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뒤, 경호원 몇 명이 선물 한 꾸러미를 들고 들어왔다.모두 정교하게 포장되었다.딱 봐도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지환이 이렇게 많은 선물을 사 줄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이서정은 심장이 두근두근했다.그녀의 시선은 온통 선물에 꽂혀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산더미를 이룬 선물에 깜짝 놀랐다.대부분 상류사회의 부잣집 며느리들인 파티 참석자들은, 다들 하나같이 돈 씀씀이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준비한 선물과 본인이 구매한 물품은 확연히 다른 개념의 물건이라고 이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앞 전에 지환과 이서정의 금실이 좋다고 아부한 건, 상업적 멘트에 불과했다.하지만 지금 두 눈으로 이렇게 많은 선물을 보니, 질투와 분노가 느껴졌다.‘이서정은 단지 삼류 무명 연예인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는 ‘남’인 이서에게 그렇게 많은 선물을 준비했으면서, 그녀에게는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다.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어처구니없기는 다른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이는 지환의 마음속에서, 윤이서가 이서정보다 훨씬 높은 지위에 있다는 걸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파티에서 이서를 비웃고 조롱하던 몇몇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더해졌다.그들은 바삐 휴대전화를 꺼내 이서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장난삼아 한 얘기라며 부디 너른 아량으로 용서해 달라고 말이다.이서는, 지금 이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모든 주의력은 옆에 놓인 선물 더미에 있었다.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하 회장이, 둘째 삼촌이 나에게 이렇게 많은 선물을 주셨지?’‘과거에 몇 차례 도움을 준 거라면, 하은철의 안면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하은철과 파혼한 지도 오래되었는데……, 설마 하 회장이 아직 파혼 소식을 모르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한차례 선물 소동이후, 파티는 곧 끝났다.거실에는 이서정과 지환만 남았다.지환은 마스크와 안경을 벗고 섹시하고 잘생긴 얼굴을 드러냈다.폭발하려던 이서정의 분노가 반으로 감소하였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제 체면도 좀 봐주시길 바랍니다.”지환은 두 다리를 커피 테이블에 턱 하니 올려놓았다. 눈빛에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서의 모습뿐이었다.‘아마 지금쯤 집에 도착해서 선물을 뜯고 있겠지?’그의 눈동자에 다정함이 물결처럼 일렁이었다.선물은 성공적으로 줘서 기쁘지만, 남편이 아닌 하 회장, 둘째 삼촌의 신분으로 줬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서정은 그의 귓가에서 자기가 얼마나 창피당했는지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듣다못해 짜증이 난 지환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저기, 이서정 씨,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나 당신 남편 아니고, 당신도 내 아내 아니야. 왜 내가
이서는 방안 가득한 선물을 보며 또다시 막막했다.그녀 대신 선물을 안고 들어오는 임현태에게 물었다.“현태 씨,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네, 말씀하세요, 아가씨.”“하 회장님이 왜 제게 이렇게 많은 선물을 주셨을까요?”임현태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도 아가씨를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 남녀 간의 사랑, 이런 것보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좋아하는 그런…… 마음?”눈썹을 살짝 찡그린 이서는 또 뭔 말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문밖에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걸 봤다.지환의 차였다.이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다음 순간, 훤칠한 그림자가 차 안에서 내렸다.“남편분이 돌아오셨네요?”임현태의 말투가 유쾌한 듯했다.하지만 이서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제야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이상한 기운을 깨달았다.‘설마…… 싸웠나?’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곧 얘기했다. “아가씨,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이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차 쪽으로 가던 임현태는 마침 별장으로 들어오던 지환과 마주쳤다.지환은 임현태를 보지도 않고, 곧장 이서한테로 걸어갔다.“여보야!”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이서는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곧 몸을 돌려 집안으로 걸어갔다.지환도 바삐 뒤따라갔다.창문을 사이에 두고 이 장면을 본 임현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랑의 마법은 정말 대단하구나.’옛날 같았으면 회장님이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꿈에도 생각 못 했을 텐데, 그런데…….지환이 이서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이서는 소파에 앉아서 굳은 얼굴로 말했다.“말씀하세요.”신분 노출이 아니라는 것을 안 지환은 심적으로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주방에 가서 이서에게 줄 물을 한 잔 따랐다. “여보, 먼저 물 한 잔 마시고…….”물컵을 본 이서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돌아와서 얘기하자고 했잖아요, 지금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요.”“먼저 물 먼저 한 잔 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