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영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이게 네 거라고? 누구한테 빌린 거야?”동시에, 전화기 너머에서 하은철이 초조하게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야?]“오빠, 오빠 소유의 포르쉐 대리점에 911이 아직 한 대가 남아 있다며? 그 차 구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나한테 남겨주면 안 돼?”윤수정과 하은철은 통화 중이었고, 윤아영은 포르쉐를 훑어보며 쉴 새 없이 지껄였다. “빌린 게 아니라면, 짝퉁이겠지. 쯧쯧쯧, 윤이서,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너 정말 별 짓 다하는 구나. 수정 언니를 봐봐, 좋은 남자 찾으니 원하는 건 다 들어주잖아. 네 남편 은…….”“찰싹…….”“뭐라고?!”날카로운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울렸다. 윤아영은 화가 나서 뜨거운 뺨을 감싸 쥐고 달려들어 이서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려 했다. 하지만 이서는 민첩하게 그녀를 힘껏 밀려났다.윤아영의 몸이 포르쉐에 부딪혔다. 그녀는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입은 여전히 가만 있지 않았다. “윤이서,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네가 나한테 똥물을 퍼붓는데, 난 널 한 대 치면 안 되니?”이서는 차분하게 윤아영을 바라보았다.윤아영이 남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이서는 뒷말을 더 듣지 않아도 그녀가 어떤 악담을 퍼부을지 상상이 되었다. 비록 지환과 냉전 중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하루라도 부부인 이상 그녀는 지환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윤아영은 윤수정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정언니.”여러 번 불렀지만, 아무 응답도 없자, 고개를 돌려 윤수정을 바라보았다. 윤수정은 힘 없이 기가 죽어 멍하니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잠시 뒤, 이쪽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는 창백한 얼굴에 충혈된 눈으로 이서를 노려보며 휴대폰을 손에 꽉 쥐고 물었다. “이 포르쉐, 설마 은철 오빠가 준 거야?!”하은철이 직접 말하지 않았더라면, 윤수정은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윤이서를 싫어했는데, 어떻게 차를 줄 수 있지.’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수
윤아영은 놀라서 엎드러지고 곱드러지며 엘리베이터로 도망갔다. 마치 좀비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이서는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그림자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는 몸을 돌려 심소희를 보며 말했다. “가자.”“네.”심소희는 말꼬리를 올리며 윤수정을 힐끗 보고는 의기양양하게 이서 곁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언니, 역시는 역시네요. 911 대박 예술이네요.”이서는 그녀가 일부러 윤수정을 약 올리기 위한 수법인 걸 알고 살짝 웃었다.사무실로 돌아온 후 심소희가 말했다. “언니, 오늘부로 위층에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죠?”이서는 윤수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우리 회사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트집 잡고 말썽부릴 거야.”“아, 레알 싫어.”심소희가 눈살을 찌푸렸다.“언니, 윤수정 혼꾸멍내줄 방법 없을까요?”이서는 미소를 지었다. 하은철이 윤수정의 보호막이 되어주고 있는 한, 윤수정은 이 도시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99%보다 더 나은 상위 1%의 삶을 누리면서 말이다.“응, 있지.”이서는 멀지 않은 곳의 초록색 화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우리 회사를 하씨 그룹보다 더 잘나가는 회사로 키우는 그날이, 윤수정 제삿날이야.”심소희는 놀란 눈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일찍이 이서가 야심가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야망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이서는 시선을 거두었다.“가서 일 봐.”“네.”심소희가 물러갔다.이서는 대표이사 자리에 서류를 펼쳤다.명함 한 장이 떨어졌다.주워 보니, 이서정이 준 명함이었다.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그녀는 갑자기 이서정이 한 말이 생각났다.‘아마 제 남편도 참석할 거예요.’‘그녀의 남편이라면…….’‘하은철 둘째 삼촌이잖아?’이서의 속눈썹이 두 번 깜박였다.하은철 삼촌으로 인해, 지난번 지환과 다툰 이후로, 이서는 오랫동안 이 재계의 천재에 대
하지만 이 방법도 약발이 거의 다 떨어졌다. 그녀는 수시로 지환이 떠올랐다. 글자 하나, 풀 한 포기, 머리를 시키는 짧은 휴식 타임에도 계속 그가 불쑥불쑥 생각났다.이서도 모르는 사이에, 지환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바로 이 이유때문에 그녀는 두려웠다.예전에 하은철도 종종 외국에 출장을 갔었다. 심지어 출장이 몇 달 동안 지속되어도 하은철이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은철이 출장 간다고 하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었다. 직장인이 되어서야 그게 무슨 기분인지 깨달았다.휴가를 맞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지환과 헤어진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그가 미치도록 그리워졌다.이서는 일어나 통유리 창문으로 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량들을 내려다보며 고통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지환이 정말 외국에서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녀가 어떻게 그 감정에 직면해야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뒤돌아서 확인해 보니 지환이 걸려 온 영상 전화였다.잠시 망설이던 거절을 누르려고 했지만, 손은 뇌의 제어를 벗어난 듯 무의식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손의 만행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전화기 너머에서 지환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이서의 심장이 찌릿했다. 순간 화면을 뚫고 지환을 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비린내가 혀끝에서 퍼졌다. 그제야 떨리는 몸이 서서히 안정되었다.“무슨 일 있어요?”[오랫동안 자기 못 봤잖아, 자기 얼굴 좀 보여줘.]그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였으며 고혹적인 매력을 띠고 있었다.긴장해서 팽팽했던 심금이 그의 말 한마디에 끊어질 것 같았다.그녀는 바삐 팔을 물며, 목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흐느낌을 피부에 파묻었다.한참 뒤 그녀는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차갑게 말했다. “볼 거 없어요.”지환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웃음소리가 핸드폰 마이크
하윤회사 내부.윤수정이 사무실 내 부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부순 후, 기진맥진해서 의자에 주저앉았다.윤아영은 난장판인 사무실에 무릎 꿇고 있었다. 이마, 손, 무릎 등에는 전부 상처 자국이었다. 모두 윤수정으로 낸 상처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숨소리조차 크게 쉴 엄두를 내지 못했다.문 열고 들어온 비서는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보고 황급히 물러나려고 했다. 윤수정이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야?”비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양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양전호가 왔다는 얘기를 들은 윤수정은 그제야 얼굴에 난폭한 기운이 조금 누그러졌다.“회의실에서 기다리라고 해. 사람들 시켜 여기 깨끗이 치워 놓고.”“네.”비서가 바쁘게 사무실을 나갔다.그러고는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윤아영을 보며 단호하게 일렀다.“앞으로 이런 어리석은 짓을 다시 벌였다가는…… 내 회사에서 꺼져!” “응……, 네.” 윤아영은 바들바들 떨면서 답했다.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윤수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사무실을 나섰다.사무실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만면에 희색을 띠며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양 사장님, 어쩐 일로 회사까지 행차하셨어요?”양전호는 윤수정을 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굿뉴스를 전하러 왔지…….”“오, 무슨 좋은 소식인데요?”“아래층에서 십이지 컨셉으로 의상을 디자인했는데, 중저가 전략으로 패션시장을 공략할 건 가봐…….”“어떻게 아셨어요?”윤수정은 금세 흥미가 생겼다.“그래도 내가 한 때는 아랫집 주주였잖아. 이 정도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이지. 윤 사장, 뭔 계획 없어?”윤수정은 곧 웃었다. “십이지 컨셉이라고요? 그까짓 거 우리도 하나 하죠 뭐, 중저가 전략을 펼친다고 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중저가 전략으로 가는 걸로…….”“최고의 디자이너를 초빙하고, 유명 스타를 광고 홍보 모델로 써서…….” 여기까지 말하고는, 윤수정의 얼굴에 웃음이 귀에까지 걸렸다.“두 회사의 경쟁 구도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사람들이 잇달아 이천을 훔쳐보았다.이천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지환이 왜 이리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그도 별수가 없었다.‘결자해지…….’‘그럼 사모님이 화를 풀어야 하는데…….’‘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남한테 속는다는 건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이 침묵 속에서 연구개발팀 직원이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그는 이천을 보았다.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이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회장님, 잠깐 다녀오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몸에 부적을 붙인 사람처럼.사람들이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왔다.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이천은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에야 물었다. “어때? 뭐 나온 게 있어?”연구개발팀 직원은 프린트한 사진 몇 장을 이천에게 건넸다.사진 속 사람은 이상언과 이서, 임하나 외에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민호일의 아내 이하영이고, 다른 하나는 이서정이었다.사진으로 봐서는 웨딩드레스 샵 안이었다.엔지니어가 말했다. “사모님과 접촉한 적이 있고, 회장님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번 훑어봤는데, 이 사람을 발견했습니다.”그는 사진 속 이서정을 가리키며 말했다.“회장님의 신분을 누설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천은 흥분했다. “확실해?”“100% 확실할 수는 없습니다. 이서정이 사모님이 이서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이천은 급히 재촉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바로 해.”“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이서정 말고는 다른 가능성은 없습니다.”“알았어.”이천이 엔지니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수고했어. 자네가 우릴 살렸네.”엔지니어가 눈을 깜빡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천은 곁들어 설명하지 않았다. 문을 밀고 곧장 회의실로 들어가 지환의 귓가에 귓속말로 속삭였다. 지환의 긴장
이서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잠시 후에야, 핸드폰을 들고 비명을 지르며 집안을 돌아다녔다. “와아아, 회장님이 파티에 참석하신대!”그녀가 좀 진정이 되길 기다렸다가 매니저가 거듭 확인했다. “하 회장님이 정말 오신대요?”“그래.” 이서정이 파티에 초대한 사람들에게 남편이 참석한다고 단정 지어 얘기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지환이 참석할 가능성이 미미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일단 지환에게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업무상 바빠서 파티에 참석 못했다고 둘러댈 생각이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본 것이었다.그런데 지환이 이렇게 화끈하게 승낙할 줄이야.‘잠깐…….’‘아까 전화에서 들린 목소리는 이 비서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는데.’그 생각이 머릿속을 설핏 스쳤지만, 이서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서둘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즉시 메이크업 팀 불러. 나 오늘 제대로 힘줘야겠어.” ‘하 회장과 이상언의 와이프가 모두 내 파티에 참석하다니.’‘사람들이 알면 엄청나게 부러워하겠지.’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이서와 심소희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홍보팀 쪽에서는 이서정을 광고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심소희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홍보팀 팀장이 저에게 이서정이 정말 하은철 대표 둘째 숙모가 맞냐고 묻더라고요?”“할아버지를 통해서 이서정한테 얘기를 전해달라는 건가?”심소희는 머리를 긁적였다.“그런 거 같긴 해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곁눈질로 이서를 보았다. “언니, 까놓고 말해서 이서정이 정말 우리 회사 홍보 모델로 발탁한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요?”현재 연예계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연예인 중에…….그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단지 하은철의 숙모라는 이유에서였다.이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 광고 홍보 모델은 인기가 많고 유명세가 있는 사람보다는 우리랑 맞는 적당한 인물을 섭외해야 해. 문제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임현태는 최근 이서가 혼자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처음에 회사 일로 고민하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음에도 종종 정신을 놓고 있는 모습이 잦아지자, 이서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그렇다고 또 경솔하게 지환과 연락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지난번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뻔한 일만 생각해도 아찔했다.이서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아니에요.”임현태는 계속 물으려던 참이었는데 이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맞다, 나 없는 동안 소희와 잘 지냈죠?”심소희를 언급하자, 임현태의 얼굴에도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일었다. “소희 씨, 좋은 사람 같아요, 요리 실력도 좋고……. 그동안 저 살도 많이 쪘어요.” 이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잘됐네요.”임현태는 의아해했지만, 이서는 이미 문을 밀고 내려서 드레스를 가지러 내려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포르쉐 911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운전자의 모든 만족감을 다 충족해주는 차량이었다.잠시 후, 이서는 드레스를 갈아입고 돌아왔다.“우리 가요.”이서는 임현태에게 이서정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그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다.이서정 집은 3층짜리 작은 별장이었다.물론 그녀가 구매한 게 아니라 민호일이 준 것이었다.임현태는 차를 세우고 이서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차에서 기다리기 심심하면 드라이브하거나 식사하고 와요.”차에 타려던 임현태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오는 길에 보니까 도로변에 칼국수 집이 있더라고요. 잠깐 밥 먹고 오겠습니다. 일찍 마치면 바로 전화주세요.”“네.”이서는 말을 끝내고 돌아서서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 밖에 경호원이 지켜서 있었다.초대장이 없는 이서를 위해 이서정은 매니저더러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이서는 별장으로 들어갔다.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4 대 가문에 버금가는 명사들은 아니지만, 나름 상류층 인물들이었다. 낯익
주위에서 쏟아지는 조롱 섞인 웃음에, 이서정은 웨딩드레스 샵에서 받았던 울분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것 같았다.바로 이런 이유로, 이서가 이상언의 아내라서, 밉보이는 안 되는 존재인 줄 알면서도, 이서정은 그녀들의 무례한 언행을 수수방관했다.‘다른 사람이 비웃는 거지, 내가 그런 건 아니니까.’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말하는 사람은, 이서정의 눈가에 서린 미소를 보며 더욱 대담해졌다.“윤이서, 너 오랜만에 이런 고급 파티에 참석하지? 그렇겠지, 네가 결혼한 이후로, 더 이상 하씨 가문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 못했으니, 상류층에서 완전히 밀려난 셈이지 뭐. 아, 지난번 만났을 때가, 하경철 어르신 생신 잔치였을 때였는데…….”말하면서 그 사람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서의 드레스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더욱 거리낌 없이 비웃었다.“쯧쯧쯧, 역시 하씨 집안을 떠나니, 때깔이 달라졌네.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 좀 봐, 그 가격으로는 하 부인 드레스의 레이스 한 조각도 못 살 걸.”“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이서정이 일부러 나서서 이서를 두둔하며 말했다. “드레스가 고가가 아니라고 고가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요.”“아이고, 하 부인,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엄청 착하시네요. 상류층 일들을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하씨 가문이 없었더라면, 윤씨 그룹은 벌써 몇 번이고 망했을걸요.”“맞아요, 하부인, 윤이서가 비싼 드레스가 싫어서 이런 싸구려를 입었을까요? 까놓고 얘기하면, 멍청해서 그런 거예요. 하씨 가문의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는데, 굳이 가난뱅이랑 결혼해서…….”“그러니까,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니까요.”“하하하, 하 부인처럼 복 많은 여자가 그리 많은 줄 아나 봐?”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이서정은 치맛자락을 꽉 붙잡았다.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려고 했다.그녀는 이서를 바라보며 능청맞게 말했다. “이서 씨,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