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심 사장님이 저희 화물이 잘 수출되도록 도와만 주신다면요.”[그래, 생각해 볼게.]심동은 마음이 편치 않아서 전화를 끊었다. 이서는 핸드폰을 든 채 입꼬리를 올렸다.심동이 하은철과 협력한 것은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하지만 이서의 관찰에 따르면, 심동은 전력을 다해 그녀를 상대했지만,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큰 유인책을 제시하여 심동이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포기하도록 한 이유였다. 다만 이서는 심동이 쉽게 승낙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반드시 외부 압력이 있어야 해.’‘하은철과 협력해 봤자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걸 깨달아야지만 내 제안을 승낙할 테니까.’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어디서 외부 압력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방법이 없었던 이서는 우선 임원에게 화물을 정리한 뒤, 어디든 기사들과 함께 쉴 만한 곳을 찾으라고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은 H시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나만의 항구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목이 졸리지 않아도 될 텐데.’ 곰곰이 생각하던 이서는 또 한 번 각 도시의 항구 분포도를 꺼냈다. 하씨, 소씨, 심씨 가문은 모두 자신만의 항구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모두 대형 항구였으며, 나머지 몇 개의 작은 항구도 다른 자그마한 가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가문들은 손씨 가문처럼 손문덕 혼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가문이 연합하여 점령한 항구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항구를 차지하려면 틀림없이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밀도 모두 익어버릴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그녀에게 항구를 내어주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이서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계속해서 각 가문의 정보를 뒤적거렸다. 그녀는 결국 심씨 가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심씨 가문의 오양 항구를 얻어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어.’ 오양 항구는 도시 전체에서 가장 큰 항구였다.
차갑고도 뜨거운 입맞춤, 이 두 가지 다른 감각이 끊임없이 이서의 마음을 휘감았다. 지환은 이서를 놓아주었을 때야 그녀가 이슬에 젖은 듯한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습을 본 지환은 덩달아 마음이 조이는 듯했고, 특정한 감정이 더욱 심하게 들끓는 것 같았다. 이서가 지환을 바라보며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저랑 함께 있어 줄래요?” 이 말을 마친 이서는 지환의 반응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지환은 그녀의 불그스름한 뺨을 보고 있었는데, ‘좋아’라는 말이 입술 사이를 맴돌았다. 하지만... 이성을 붙잡아야만 했다.“안 돼.” 이서의 얼굴에 만연했던 수줍음이 굳어졌다. 그녀가 이내 초조하다는 듯 그의 몸에 기대었다.“왜요?” 깊은숨을 내쉬는 지환의 이마에서는 이미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이서의 두 눈과 자신 위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곡선을 보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왜냐면...”다행히도 그는 이성이 완전히 붕괴될 무렵에 이천의 전화를 받았다. 지환의 이성이 다시금 그를 끌어온 것이었다. “전화, 전화 받아야 해!” 그가 이서를 밀치며 말했다.침대에 주저앉은 이서는 도망가는 지환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불쾌하다는 듯 붉은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가면을 벗기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줬는데, 왜 나랑 잠자리를 하지 않으려는 거지?’ ‘내가 귀신이나 맹수도 아닌데!’ 반대쪽에서는 지환이 난감하다는 듯 이천의 전화를 받았다. “언제?”지환의 거친 숨결을 듣고 깜짝 놀란 이천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희로애락을 분간할 수는 없었다. 그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대표님, 하씨 가문 쪽이었어요.] [저희는 이미 하씨 가문과 시장 가격보다 5%로 높은 가격에 그들이 가진 지분을 인수하기로 협상했어요. 하지만 방금 하나 같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화를 걸어와서는 저희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옷을 입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매를 특별히 한 번 살펴보았다. ‘살이 있어야 할 곳에는 있고, 없어야 할 곳에는 없는데, 이런 내가 왜 싫다는 걸까...?’ 이서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지환을 땅굴에 묻고 싶어질 정도였다.더 이상 환각이라 생각할 수 없었던 지환은 그녀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이서야, 난 너한테 불만 없어.”“그럼 왜 저랑... 저랑...” 이서는 생각할수록 억울했고, 곧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백화점에서 하은철에게 겨냥당했을 때도, 이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은...지환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이서가 눈물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서가 울자, 모든 것을 잊은 그는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안아주었다.“울지 마, 울지 마, 네가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나쁜 거야!” 울음을 뚝 그친 이서가 시선을 아래로 옮기며 얼굴을 붉혔다.“그럼, 설마...” 지환의 이마에 붉어진 핏줄이 더욱 선명해졌다. 의심을 받은 그는 화가 나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이서를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서야, 그만하고 얼른 네 방으로 돌아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선 그녀가 말했다.“안 갈래요. 오늘 저녁에는 여기서 잘 거라고요.” “선생님이 제 방에 안 오실 거면, 제가 여기서 잘 거예요, 괜찮죠?”하연이 이마를 문질렀다. ‘기억을 잃은 내 와이프가 왜 이렇게 무대포로 변한 거지?’ 지환이 몸을 돌려 옆방으로 가려고 하자, 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침대에 앉았다.“매니저님께 부탁해서 그 방 예약을 취소해 뒀어요.”발걸음을 멈춘 지환이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상관없어, 방이야 다시 얻으면 되는 거니까.” “...”문이 천천히 닫히는 것을 본 이서는 화가 나서 손에 들고 있던 베개를 집어 던져버렸다. ‘바보, 바보, 바보!’ 지환은 곧바로 매니저를 불러 옆방을 예약했다.매니저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가 옆방으로 옮기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부부간의 감정 문제일 수도 있겠다고
이서가 아주 부자연스럽게 말했다.“그냥 간단한 일이야.” 소희의 의심은 더욱 짙어져 갔다.‘형부가 간단한 일을 승낙하지 않았을 리 없는데...’“이서 언니, 쉬운 일이라는 게 어떤 건데요?” 소희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서도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소희 씨도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각방을 쓰고 있잖아?”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그녀가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난 더 이상 각방을 쓰고 싶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겠지?” 소희의 얼굴이 살며시 빨개졌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았다.“엄청 간단한 일이었네요. 그런데 왜 하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언니와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요...” 소희는 말할수록 더욱 얼굴을 붉혔다.그녀와 현태는 이미 함께였지만, 두 사람의 가장 친밀한 동작은 손을 잡는 것이 전부였다. 이서가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누가 알겠어?” 그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하 선생님의 마음은 나를 향해 움직였어.’‘다만 매번 참고 있을 뿐이라고.’ 정말이지 이서는 그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침한 소희가 부자연스럽게 말했다.“이서 언니, 사실 저는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 선생님은 언니를 정말 아끼시잖아요. 언니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실 거란 말이죠.” “그 일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안 된다고 하더라고...”이서는 소희에게 숨길 것이 없었다.“소희 씨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구슬렸는지 모를 거야. 그런데 죽어도 나랑 자기 싫대.”“내가 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도 이랬을까?” 안색이 변한 소희는 이서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서가 소희를 힐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됐어, 됐어. 소희 씨한테 묻는 게 아니었어. 그러니까 소희 씨도 대답할 필요 없어.” 그녀는
이서가 곁에 서 있는 소희를 힐끗 보았다.소희의 안색은 한마디로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이서 언니, 이게 정말 우연일까요?” ‘우리 회사의 맞은편 백화점에서 쇼핑하는데, 장희령을 만난다고?’‘이게 무슨 거지 같은 상황이야?’ 이서가 침착하게 쇼윈도에 있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걸로 포장해 주세요.” 직원들은 그녀가 윤씨 그룹의 대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시계를 포장했고, 소희에게 건네주었다. 소희가 이서에게 시계를 건네며 말했다.“이서 언니, 이제 갈까요?”“응.”이서가 소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매장을 나섰다. 시계 매장의 바로 옆은 액세서리 매장이었다.그리고 두 사람이 시계 매장을 나가려면 그곳을 지나야만 했다. 이서는 정말이지 장희령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장희령이 일부러 백화점에서 이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서가 나오는 것을 본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반지를 내려놓은 채,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액세서리 매장을 나섰다. “윤 대표님,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공교롭네요.” 이서는 곁눈질조차 하지 않고 장희령의 곁을 지나쳤다.그 순간, 장희령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하며 분노를 억눌렀고, 이서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빨리 가요? 혹시,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러는 거예요?” ‘장희령,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네가 결혼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계속 길이 막힌 이서가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장희령 씨,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본 장희령이 득의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말이요?” “착한 개는 길을 막지 않는 법이에요.” 장희령은 목이 메어 말하지 못하다가 한참 만에야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윤 대표님, 내가 곧 심씨 가문에 시집
이 말을 들은 소희는 즉시 긴장하며 이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한순간에 하얗게 질리는 것을 본 소희의 마음속에는 금세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 소희가 재빨리 이서를 부축했다.“이서 언니, 이런 허튼소리는 듣지 말고 어서 가요!” 이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나서야 기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뭐라고요?”그녀의 모습을 본 장희령은 자신의 말이 이서를 자극한 줄 알았다. ‘나를 질투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게 분명해!’ 장희령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야, 네가 결혼할 때는 성대하지 않았지만...”“찰싹.”장희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희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 “장희령, 그 입 닥쳐!”한 번도 따귀를 맞은 적이 없던 장희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네가 감히 나를 때려?!” 장희령은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소희를 물어뜯으려 했다.눈앞의 그녀가 자기 미래의 시누이라는 것은 완전히 잊은 채 말이다.소희는 이서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싸움에 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희령과의 몸싸움에서 무승부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서는 장희령을 통해 ‘결혼’이라는 말을 들은 후, 무언가가 머릿속에 큰 충격을 안겨주는 것을 느꼈다. ‘뭔가 나올 것만 같아.’ 그녀는 정말이지 온 힘을 다하여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이런 극한의 충격과 당혹스러움은 그녀를 휘청거리다가 ‘풀썩’하고 땅에 쓰러지게 했다. 이 큰 소리는 영문을 모르던 행인들을 놀라게 했다.“큰일이에요, 큰일! 사람을 때려죽였어요!” 소희도 이서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갑자기 장희령을 밀어냈다. 장희령도 그제야 땅바닥에 누운 채 핏기가 전혀 없는 이서를 발견하였다. 놀라서 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했다. 그녀는 단지 자랑하러 왔을 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생각한 장희령은 굴러가듯 기어서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소희는 정신없이 11
“언제쯤 깨어날까요?”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환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의사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취조실에서 핍박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환자의 회복 상태에 달린 일이니까요.” 지환이 막 의사의 멱살을 잡으려던 찰나, 이천이 급하게 그를 막으면서 소희에게 눈짓했다.“대표님, 진정하세요. 윤 대표님의 상태는 엄청난 신을 모셔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윤 대표님께서 스스로 해결하셔야만 한다고요.” 지환은 의사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거 놔!”이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환을 놓아주었고, 그가 병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병실에 다다른 지환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이서를 보고는 커다란 손에 심장이 붙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서야.”그가 이서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나 깊은 잠에 빠진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침대에 누운 그녀는 잠자는 공주와 같은 모습이었다.아름답지만 생기 없는 모습, 그 자체였다. 이서의 손을 꽉 잡은 지환은 감정이 북받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번 이러한 무기력에 사로잡힐 때면, 하은철을 죽여버리고만 싶었다.‘하지만 내가 정말로 일을 벌인다면, 이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환은 침대에 누운 채 아무것도 모르는 이서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바로 이때, 병실로 돌아온 소희가 그를 힐끗 보고는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이서의 옆에 앉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형부,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이서 언니를 잘 보호하지 못한 탓이에요.” 고개를 돌린 지환이 붉은 눈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 늑대가 원수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천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말했다.“대표님, 심 비서님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심 비서님, 그냥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이제 출근하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이런 상황에서 소희가 어찌 출근할 수 있겠는가
“대표님, 화가 나신 건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조금만 진정하세요. 심씨 가문이 윤 대표님을 겨냥한 이유는 하씨 가문과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잖아요.”“모든 행동은 하씨 가문의 명령에 따른 걸 거예요. 게다가 우리는 이미 하씨 가문을 향한 반격을 시작했고요.”게다가 하씨 가문을 향한 이번 반격은 YS그룹의 현금 흐름을 끊어 놨어요.”“만약...” 지환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꿋꿋하게 말했다.“대표님, 저는 단 한 번도 대표님의 결정을 의심한 적 없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충동적인 결정인 것 같습니다!” “충동?!”몸을 일으킨 지환이 이천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이서만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그 사람들을 모두 짓밟아버렸을 거야!” 상언은 뒤늦게 들어오자마자 이 장면을 마주했다.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곧장 앞으로 나아가 두 사람 사이를 벌렸다.“뭐 하는 짓이야?” 상언이 화가 난 척하며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여기서 싸움질이나 하는 거야?”“이 비서님, 여기는 이만하면 됐어요. 이만 나가보세요!”그는 곧장 이천을 밀어냈고 하나가 있는 곳을 향해 눈짓했다. 병원으로 오던 하나는 소희를 만나서 이서의 대략적인 상황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병상에 누워있는 이서를 보고도 이성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하나가 상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들어섰다. 지환에게 직접 다가가서 잡지는 않았지만, 문 앞을 막아서서 사실상 그를 제지한 셈이었다. 밖으로 나간 상언과 이천은 지환이 쫓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상언이 이천에게 물었다.“이 비서님,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이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한참이나 거리를 걸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이 선생님, 대표님의 수단 중에서도 비즈니스 방면의 수단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대표님께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결정을 하시더라도, 모든 사람이 비난하는 프로젝트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