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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이서와 소희는 모두 괴물을 본 것처럼 정인화를 바라보았다.

정인화의 입에서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을 듣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지 않은가.

“엄마가 잘못했어, 진심이야.”

두 사람이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소희를 바라보던 정인화가 얼른 다시 말했다. 그녀의 어투에는 약간의 비위를 맞추려는 속셈도 숨겨져 있는 듯했다.

“맞다, 다음에 누가 엄마가 너한테 사과했냐고 물으면, 이미 했다고 말해야 해, 알았지?”

이 말을 들은 이서는 더욱 옳지 않다고 느꼈다.

그녀가 정인화를 덥석 잡았다.

“누가 어머니더러 사과하라고 시킨 거예요?”

정인화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넌지시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이서가 소희를 한번 보고 말했다.

“소희 씨, 난 이 사과가 조금의 성의도 없다고 생각해. 이만 가자.”

소희는 곧 이서의 뜻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말을 따라 말했다.

“네, 이서 언니.”

소희는 냉정하게 몸을 돌렸고, 자리를 떠났다.

이 장면을 본 정인화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황급히 소희를 가로막고 말했다.

“안 돼, 너는 반드시 나를 용서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연거푸 ‘그렇지 않으면’이라는 말을 뱉었으나, 끝내 까닭을 말하지는 않았다.

이서가 말했다.

“어머니, 소희 씨의 체면을 생각해서 경비원을 부르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주지 않으신다면, 경비원한테 어머니를 끌어내라고 지시할 수밖에 없어요.”

이서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경비원을 힐끗 보았다.

이서가 이렇게 모질다는 것을 본 정인화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말하면 되잖아요. 며칠 전에 어떤 부부가 찾아와서 반드시 소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처음에는 그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튿날 소희 아버지로부터 실직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이유 따위는 없는 갑작스러운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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