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이 소식을 들었지만, 당연히 바로 무진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무진의 눈으로 볼 때, 자신에게는 사고를 조사하고 실종자를 수색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그리고 지금 무진도 아직 알아내지 못한 사실을 자신이 모두 알아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하지만 그래도 이 소식을 얼른 무진에게 알려야 했다.할머니와 그 일행은 이미 사고 현장에서 며칠이나 보낸 상태다.섬에는 각종 물자가 부족할 게 뻔한 일.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구출해서 고통에 벗어나게 해야 했다.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성연은 적절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그래서 이 문제를 서한기에게 던져주었다.“네가 방법을 강구해서, 무진 씨 쪽에서 수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다는 정보가 들어가게 해.”무진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네.” 서한기가 바로 대답했다.그날 저녁, 서한기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어 무진의 수하들을 안금여 일행이 있는 무인도로 유인했다.무진은 북성으로 돌아가면서 그곳에 손건호를 남게 해서 할머니 수생 상황을 시시각각 그에게 보고하게 했다.다른 사람에게 유인된 심이지만 손건호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바로 안금여 회장과 그 일행의 위치와 생존 사실을 파악했다.손건호는 먼저 구조대에 알린 후,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무진은 죽을 먹은 후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던 중이었다.지금 그의 상태에는 절대 몸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성연은 무진의 모든 업무 서류들을 치워버렸다. 아직 침대에서 내려올 수는 없지만, 지금은 깨어 있는 상태라, 무진은 눈을 감고 쉴 수밖에 없었다.베갯머리에 놓인 전화가 울리자 무진이 바로 받았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손건호의 격앙된 음성이 들렸다.“보스, 회장님과 강 이사님을 찾았습니다.”“어떤 상태야?” ‘돌아가신 거야? 아니면 살아 계신 거야?’끝의 한마디는 무진의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무진의 목에서 나온 음성이 떨렸다.자신을 부모님 때와
수색대는 안금여 일행 모두를 작은 무인도에서 무사히 구조했다.다행히 안금여 일행은 성연과 무진에게 가져다줄 생각에 각종 특산물 등 먹을 것들을 비행기에 많이 실었던 터라 요 며칠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몸을 씻지 못하는 일은 좀 힘들었다.머리가 헝클어진 것 외에 안금여와 강운경은 몸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부상당한 기장과 부기장은 이미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치료를 받고 있었고, 일행 중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구조대가 무진과 성연에게 알려준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안금여와 강운경을 모시러 직접 그곳까지 갔다.구조대의 차량에서 내린 안금여의 눈에 공항에 서 있는 두 어린 손자, 손부가 보였다.무진의 눈가가 붉었다. 만약 할머니와 고모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자신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다행히도 하늘은 무심치 않게 돌보셔서 할머니와 고모를 다시 그의 곁으로 돌려보냈다.“할머니.” 무진의 목소리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얘야.” 안금여가 무진의 어깨를 토닥였다.만약 딸 운경과 자신이 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면, 손자 무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무진이 이제야 겨우 부모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참이었다.그런데 자신들 두 사람이 또 다시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 무진은 무너지게 말 것이었다.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 사실 안금여는 크게 두렵지 않았다.다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무진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그 아이가 얼마나 슬퍼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때 성연이 거리낌 없이 안금여의 품으로 뛰어들며 꼭 끌어안았다.“할머니,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안금여의 몸에서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이렇게 끌어안은 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그동안 고생 많았다. 네가 항상 무진이 곁에 있어주느라 말이다. 네가 없었다면 무진이 버텨 내지 못했을 거야.”무진의 성격과, 부모님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안금여와 강운경 등은 제일 먼저 욕실로 향했다. 할머니를 맞이하러 오면서 성연이 미리 준비해 온 옷가지들이 욕실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리고 할머니와 고모가 욕실에 있는 동안 무진은 룸서비스로 식사를 주문했다.목욕을 하고 나온 할머니와 고모는 상쾌한 기분으로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며칠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식사를 하는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 조승호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오랜 시간 몸에 교양이 배인 사람들이 그런지 과연 태도 하나하나가 다 남달라서, 온 몸에서 발산되는 그 특별함은 도무지 감추어질 수가 없었다.누구나 다 하는 식사이지만, 이들이 식사하는 동작은 아주 보기 좋았다.옆에서 성연이 턱을 괸 채 바라보았다. 무진은 내내 할머니와 고모를 응시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환상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것처럼.옆에 성연이 같이 있음을 보면서, 무진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배고프지 않아? 너도 좀 먹지?” 무진이 성연에게 물었다.강씨 집안의 일이 분명한 데도 성연이 자신과 같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었다.그저께까지는 아픈 자신을 간병하느라 고생하지 않았는가?무진은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괜찮아요. 배고프지 않아요.” 성연이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와 고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한 성연이다.그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기내식을 먹었기에 아직 배고프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알았어. 나중에라도 먹고 싶으면 말해, 네가 좋아하는 것들 준비하라고 할게.” 성연에게 잘해줘야지, 평생 아껴줘야지 하고 이전부터 이미 결실했던 무진이다.이런 어려운 일을 겪는 동안 내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성연은 무진의 다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 성연에게 주고 싶었다.“걱정 말아요, 배고프면 제가 알아서 찾아 먹을게요.” 으쓱하고 어깨를 들어올리며 대답한 성연은 또다시 할머니와 고모가 식사하는 모습만 열심히 쳐다보았다.할머니의 식사
안금여 일행이 머물고 있는 스위트 룸으로 무진이 돌아왔을 때,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쉬고 있지 않았다.성연과 함께 룸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는 엄청난 사고를 겪은 후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성연과 농담을 하는 안금여는 정상적지 않을 정도의 정신 상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비행기가 추락할 때 말이다. 얼른 증손주를 안아봤으면 하는 한가지 생각밖에 안 들더라. 세상사 무상해서 영영 못 보게 될까 봐 말이야. 성연아, 무진아, 너희들 좀 서둘러야겠다.”“할머니, 전에 그 얘긴 더 이상 안 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아기 얘기만 언급하면 형용하기 힘든 일들이 같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성연은 여전히 부끄러워했다.그러나 무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다.이번 일로 인해 무진은 할머니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지금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면, 할머니가 진짜 옆에 안 계시는 그때 가서 후회하게 될 테니까.다만 성연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다 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태여서, 2세에 대해서는 무진도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아직 어린 성연이 벌써부터 아이에게 매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무진은 단지 안금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었다.아기 문제만큼은 억지로 할 수가 없었던 무진은 성연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다.아기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안금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계속 이 화제를 입에 올렸다.“내 살아생전에 너와 무진의 아이를 안아보면 얼마나 좋겠니? 너희들 아이라면, 분명 무척 사랑스럽겠지? 다들 예뻐할 거야”이전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간이 아직 있으니 무진과 성연이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그러나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어떤 일들은 늙은 자신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느 날 눈깜짝할 새에 세상을 떠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그래서 미련을 남긴 채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런 말
다소 늦은 시각, 쉬어야 하는 안금여와 고모 부부를 생각해서 성연과 무진도 자신들의 룸으로 돌아왔다.얼굴을 찡그린 채 침대에 앉아 있는 성연이 수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무진이 물었다. “왜 그래?”성연이 무진의 팔을 감싸 안은 채 무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할머니, 저한테 실망하셨을 거예요.”아이 문제는 정말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할머니가 널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 없어. 그리고 할머니도 그러셨잖아? 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어떻게 그 사이에 할머니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 거야?” 무진이 팔을 들어 올려 성연을 품에 당겨 안았다.“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할머니가 증손자를 보고 싶어하시는 건 확실해요.”무엇보다 사고 후 할머니의 유일한 생애 소원이 아닌가 말이다.그 소원을 들어드릴 수가 없어 성연은 내내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설마 아이 낳을 생각이야? 난 언제나 네 의견에 따를 거야. 네가 원한다면 나는 아무 문제없어.”안절부절 못하는 성연을 보니 그 모습이 외려 사랑스러워 보이는 무진이다.괜히 장난기가 동한 무진이 성연에게 농담을 했다.“난 싫어요.” 무진의 말에 성연이 생각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돌연 성연의 날카로운 눈빛이 무진을 한 차례 훑었다.“아까 보니까, 무진 씨 할머니 말씀에 아주 적극적으로 대답하던데, 혹시 무진 씨가 아기를 원하는 것 아니에요?”성연이 말하면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나는 나이가 적지 않으니, 당연히 아이를 갖고 싶지. 하지만 아이는 필수품이 아니야. 모두 너한테 달렸어. 만약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할 생각 없어. 네가 원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무진이 몸을 숙이며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동작은 결코 강하거나 크지 않았다. 무진의 가벼운 입맞춤은 어느 정도 위로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성연의 마음 속 복잡한 심정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무진의 말에 성연이 꽤 감동받았
이번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안금여와 강운경은 무진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이었다.누군가 자신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고 생각한 무진이 분개했다.감히 강씨 집안의 전용기에 손을 대었다는 사실은 안금여와 강운경을 죽이려는 것이 분명했다.무진은 성연이 잠든 후에 조용히 손건호를 불렀다.“네가 가서 그동안 강씨 집안 전용기를 이용했던 사람과 그 행적 등을 전부 알아내. 사고 원인을 더 이상 조사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돼.” 무진의 입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눈에서도 서릿발 같은 한기가 흘렀다.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건드린 이상, 절대 그 놈들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네, 보스. 최대한 빨리 가서 조사하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손건호가 즉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났다.무진이 침실로 들어가자, 뜻밖에도 성연이 잠에서 깼다.예전부터 성연은 한 번 잠이 들면 아주 깊게 잤다.그래서 성연이 깬 것을 본 무진이 의아해서 물었다.“왜 깼어?”“어디 갔었어요?” 방금 잠에서 깨서 그런지 눈을 비비며 묻는 성연의 음성이 좀 나른했다.“할머니와 고모의 사고에 분명 다른 내막이 있다는 의심이 들어. 그래서 손 비서에게 조사하라고 시켰어.”무진은 이제 숨기지도 않았다. 성연 앞에서는 더 이상 속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잘했어요. 확실히 제대로 조사할 필요가 있어요.” 이미 무진을 위해 실종되었던 할머니 일행을 찾아 주었지만, 사고 원인 조사에까지 성연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 보였다.그 일은 안심하고 무진에게 맡겨도 될 터였다.할머니와 고모의 사고에 대해 무진이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겠는가?“왜 잠이 깬 거야?” 무진이 성연 맞은편에 앉으며 다시 물었다.“배가 고파서요.”성연이 불쌍한 표정과 음성을 가장하며 말했다.아까 저녁을 먹지 않은 댓가로 이제야 배고픈 괴로움을 알게 된 성연이다.하지만 성연은 호텔에 이 시간에 먹을 게 없으리라 생각했다.이 한밤중까지 호텔에서 음식을 남겨 두지 않았을 테니까.그래서 성연은 자신을
그들이 운이 안 좋은 건지, 호텔을 나와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편의점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가슴과 등이 찰싹 달라붙은 듯 주린 배를 움켜쥐며 한참을 걸어가던 성연은 어째 회의감이 들었다.순간 더 이상 걷기 싫어진 성연이 길가 벤치에 그대로 앉으며 말했다.“무진 씨, 정말 무진 씨가 말한 그런 편의점이 있긴 한 거예요? 그런데 왜 하나도 안 보이는 거예요? 설마 나를 속인 거예요?”무진이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아마 이 호텔이 좀 떨어져 있어서 이 주위에 편의점이 없는 모양이야. 좀 더 가 보자. 그래도 안 보이면 그때 돌아가고.”“그런데 못 걷겠어요.” 성연이 애교가 섞인 말투로 투정했다.무진 앞에서는 억지로 참고 싶지 않은 성연.언제나 자신에게 약한 남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과거 임무를 수행할 때면 이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에서도 항상 버텨냈던 송성연이, 지금 이 순간 엄살을 부릴 생각을 하다니.성연은 무진 앞에서라면 마음 놓고 18살의 평범한 소녀가 될 수 있었다.무진은 두말없이 성연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업혀, 업어 줄게.”성연이 즉시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됐어요. 내가 걷는 게 맞아요. 안 업어줘도 돼요.”속으로 자신의 체중을 생각하던 성연은 무진이 자신을 업게 할 수는 없었다.이미 이 정도 걸은 것도 무진에게는 꽤 힘들 터였다.이제 막 회복이 되고 있는 무진이기에 차마 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괜찮아, 네가 얼마나 가벼운데. 너 충분히 업을 수 있어. 어서 업혀.” 무진이 팔을 뒤로 돌려 성연의 무릎 뒤쪽을 감싸 안으며 자신의 등에 업었다.성연도 떨어질까 봐 차마 버둥거리지 못했다. 혹여 잠시라도 자신의 실수로 무진이 부상이라도 당할까 걱정이 된 성연은 동작을 삼가며 얌전히 무진의 등에 꼭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 씨, 피곤하지 않아요?” 성연은 걱정스럽게 물었다.“힘들지 않아.” 무진이 느끼기에, 등에 업힌 성연이 깃털처럼 가벼워 아무런 중량감도 없는 듯했다.‘역시 성
무진이 비서 손건호에게 맡긴 일은 바로 그 다음 날 결과가 나왔다.손건호는 꼬박 3개월간 전세기의 운항 기록을 살펴보았다. 무진이 직접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이 전세기를 사용한 사람이 바로 강명호와 강명수였다.사고 기체에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가 뻔히 드러나는 대목이다.무진은 원래 강상철과 강상규만 없으면 둘째, 셋째 일가의 핵심 기둥이 무너지고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그리고 강한 무진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을 벌일 간이 강명수와 강명호에게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저들이 벌인 짓은 무진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은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에 속한 이들은 누가 되었던 잔인함, 악랄함과는 절대 관계를 끊을 수 없나 보다.모두 한통속인 저들에게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손건호가 전한 소식을 들은 후, 무진은 즉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그러나 사고 경위와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밝히지 않았다.그저 관례적인 업무보고만 했을 뿐이다.업무 관련 회의가 절반 정도 지나갔을 무렵, 강명수가 발언하기 시작했다.심지어 몇몇 주주들과 연계해서 말을 거들기도 했다.“강 대표, WS그룹처럼 큰 기업에서 계속 회장이 나오질 않으니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닌가? 지금 회사 때문에 강 대표가 바쁘다면, 일부 업무는 우리한테 맡겨도 돼. 모두 같은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 우리도 회사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네.”강명수가 능청스럽게 말했다.그의 목적은 바로 무진에게서 그룹 운영권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다.기왕 강무진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둘째, 셋째 일가인 자신들이라고 왜 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와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없겠는가?강명수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자신의 아버지 강상철이 WS그룹에서 실권을 쥐고 여러 해 신경을 쓴 것처럼, 강명수는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한 주주 역시 강명수를 따라 맞장구를 쳤다.“강 대표, 강 대표 당숙의 말에도 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