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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실망하셨을 거야

다소 늦은 시각, 쉬어야 하는 안금여와 고모 부부를 생각해서 성연과 무진도 자신들의 룸으로 돌아왔다.

얼굴을 찡그린 채 침대에 앉아 있는 성연이 수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진이 물었다.

“왜 그래?”

성연이 무진의 팔을 감싸 안은 채 무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할머니, 저한테 실망하셨을 거예요.”

아이 문제는 정말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할머니가 널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 없어. 그리고 할머니도 그러셨잖아? 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어떻게 그 사이에 할머니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 거야?”

무진이 팔을 들어 올려 성연을 품에 당겨 안았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할머니가 증손자를 보고 싶어하시는 건 확실해요.”

무엇보다 사고 후 할머니의 유일한 생애 소원이 아닌가 말이다.

그 소원을 들어드릴 수가 없어 성연은 내내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

“설마 아이 낳을 생각이야? 난 언제나 네 의견에 따를 거야. 네가 원한다면 나는 아무 문제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성연을 보니 그 모습이 외려 사랑스러워 보이는 무진이다.

괜히 장난기가 동한 무진이 성연에게 농담을 했다.

“난 싫어요.”

무진의 말에 성연이 생각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돌연 성연의 날카로운 눈빛이 무진을 한 차례 훑었다.

“아까 보니까, 무진 씨 할머니 말씀에 아주 적극적으로 대답하던데, 혹시 무진 씨가 아기를 원하는 것 아니에요?”

성연이 말하면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나이가 적지 않으니, 당연히 아이를 갖고 싶지. 하지만 아이는 필수품이 아니야. 모두 너한테 달렸어. 만약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할 생각 없어. 네가 원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무진이 몸을 숙이며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동작은 결코 강하거나 크지 않았다.

무진의 가벼운 입맞춤은 어느 정도 위로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성연의 마음 속 복잡한 심정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무진의 말에 성연이 꽤 감동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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