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비서 손건호에게 맡긴 일은 바로 그 다음 날 결과가 나왔다.손건호는 꼬박 3개월간 전세기의 운항 기록을 살펴보았다. 무진이 직접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이 전세기를 사용한 사람이 바로 강명호와 강명수였다.사고 기체에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가 뻔히 드러나는 대목이다.무진은 원래 강상철과 강상규만 없으면 둘째, 셋째 일가의 핵심 기둥이 무너지고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그리고 강한 무진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을 벌일 간이 강명수와 강명호에게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저들이 벌인 짓은 무진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은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에 속한 이들은 누가 되었던 잔인함, 악랄함과는 절대 관계를 끊을 수 없나 보다.모두 한통속인 저들에게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손건호가 전한 소식을 들은 후, 무진은 즉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그러나 사고 경위와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밝히지 않았다.그저 관례적인 업무보고만 했을 뿐이다.업무 관련 회의가 절반 정도 지나갔을 무렵, 강명수가 발언하기 시작했다.심지어 몇몇 주주들과 연계해서 말을 거들기도 했다.“강 대표, WS그룹처럼 큰 기업에서 계속 회장이 나오질 않으니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닌가? 지금 회사 때문에 강 대표가 바쁘다면, 일부 업무는 우리한테 맡겨도 돼. 모두 같은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 우리도 회사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네.”강명수가 능청스럽게 말했다.그의 목적은 바로 무진에게서 그룹 운영권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다.기왕 강무진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둘째, 셋째 일가인 자신들이라고 왜 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와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없겠는가?강명수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자신의 아버지 강상철이 WS그룹에서 실권을 쥐고 여러 해 신경을 쓴 것처럼, 강명수는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한 주주 역시 강명수를 따라 맞장구를 쳤다.“강 대표, 강 대표 당숙의 말에도 일리
그러나 강명수와 강명호는 지금 자신들의 말에 당황한 무진이 대응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속으로 의기양양해 있었다.어차피 강무진은 결국 자신들에게 그룹 경영권 일부를 인계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이렇게 많은 주주들 앞에서 잠자코 있기만 할 수는 없으리라.의기양양한 두 사람이 이처럼 무진이 곧 뜻을 굽힐 거라 생각하고 있던 순간.성연이 안금여 회장을 부축해서 회의실로 들어왔다.안금여를 본 강명수와 강명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허옇게 질렸다.두 사람 모두 안금여의 출현에 혼비백산한 것이 분명했다.두 사람의 반응은 흡사 귀신이라도 본 듯하다.지금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바로 눈 뜬 장님일 터.강명수와 강명호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바다로 추락했을 게 분명한 안금여와 강운경이 어떻게 아직 살아있는 거지?’‘게다가 상처 하나 없이?’비행기 추락처럼 위험한 사고라면, 안금여는 지금 살았어도 반송장 상태여야 했다.그런데 지금 안금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신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그동안 자신이 한 말들, 자신만만하게 떠든 말들을 떠올리던 강명수는 뺨이라도 한 대 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강무진이 자신들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면 더더욱 말이 안되는 것이다.자신들의 계획은 아무도 몰랐으니까.‘그런데 왜 매번 피할 수 있는 거지?’보아하니, 강무진은 이미 자신들의 소행임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이제 어떡하지?’ 아버지들도 이미 수감 중인 상태에 자신들은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주주들도 회의실에 나타난 안금여를 보며 꽤 놀랐다.강명호와 강명수 쪽을 쳐다보다가 두 사람의 안색이 이상함을 발견한 주주들은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상태가 이어졌다. 도대체 어찌된 상황인지 다들 두고 볼 생각인 모양.기체 고장으로 인한 추락 사고가 강명수와 강명호의 소행임을 안금여는 이미 들어서 대략 알고 있었다.평소에 저 두 사람과 친밀
“큰어머니,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저희에게 누명을 씌우시는 겁니다. 하지도 않은 일을 저희는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강명호의 안색이 보기 싫게 변했다.보아하니 강무진과 안금여는 이미 이미 자신과 강명수의 소행을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명호는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할 생각도 없었다.이것은 절대 작은 일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인정하게 된다면 둘째, 셋째 일가는 완전히 끝장나는 것이다.“맞아요. 큰어머니, 말씀에 근거가 있어야지요. 아니면, 저희는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강명수는 당연히 계속 궤변을 늘어놓았다.다만 무진과 안금여의 날카로운 눈빛 공세에 두 사람의 표정은 점차 침착함을 잃기 시작했다.강명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자신이 감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강명수는 겁이 덜컥 났다. 자신은 아직 한창 때인데, 아직 다 즐기지 못한 것도 많은데, 강명수는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들어갔다 나오면, 그의 인생은 이미 끝나 있을 것이다.강명호는 그런대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강명수는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누구든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면, 아무 일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지 못할 것이다.무진과 안금여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두 사람을 응시했다.두 사람은 마치 자신을 설득이라도 하려는 듯 자기말만 해댔다.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믿지 않을 것이다.회사 임원과 주주들 앞에서 미친듯이 변명하기 바쁜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추태였다.무진이 시선을 두 사람에게 고정한 채 뚫어질 듯 쳐다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두 당숙은 운이 정말 좋으시군요. 기체 고장이 마침 두 분이 탑승하지 않으셨을 때 났으니. 만약 두 분이 탔을 때 고장이 났다면, 지금 두 분을 볼 수 없었을 텐데 말이죠!”어쩜 이리 공교로운 일도 있는지, 전에 두 사람이 탑승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사고가 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탑승한 이가 바로 강명수, 강명호였으니.그런데
집에 돌아온 강명수와 강명호는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서재 안에서 초조한 표정의 강명수가 안절부절 못한 채 왔다갔다했다.강명수의 얼굴은 마치 주문을 외고 있는 듯했다.“우리 이번에 정말 끝장날 것 같다. 무진이와 안금여가 벌써 다 알아버렸어.”강명호가 옆에서 강명수를 달랬다.“명수 형님, 우선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좀 침착해요.”지금 막 화가 나 있던 이때에 누가 옆에서 말을 하자, 강명수는 바로 모든 화를 강명호에게 쏟아버렸다.“조급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조급하게 생각지 않을 수 있어? 나는 우리 아버지 뒤를 밟고 싶지 않아! 이제 강무진이 우리가 한 일을 다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끝장이라는 걸 너 몰라?”강명수는 멘탈이 무너진 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한쪽에 서 있던 강명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분명 두 사람이 함께 의논한 일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지?’‘평소 말하기 만만해서?’‘게다가, 지금 강무진이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조급하게 굴어서 어쩔 건데?’‘냉정하게 대책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그러나 강명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 건 그렇다 치고 성가시게 굴고 있으니, 강명호는 진짜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한 차례 고함을 친 후에 강명수는 다시 자기만 생각하며 잔뜩 괴로운 어조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그 노파의 운은 어떻게 그렇게 좋을까? 이번에도 안 죽어? 이거 일부러 우리 엿 먹이려는 거야, 뭐야?”“일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하든 아무 소용이 없어요. 강무진은 이미 우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무진이 증거를 손에 넣었다면 우리 두 사람은 정말 감옥에 가게 되겠지요.”강명호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감옥에 가고 싶어 하겠는가?그러나 강무진이 그렇게 빨리, 또 그렇게 쉽게 자신들의 소행을 알아챌 줄은 몰랐다.안금여도 어찌나 목숨이 긴지, 비행기가 추락했는데도 아직 죽지도 않았다. 강무진 그 놈의 부모처럼 죽
급히 서둘렀음에도 강명수와 강명호는 저녁이 되어서야 짐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강상철의 집에서 합류해 막 출발을 하려던 두 사람은 검은색 승용차들이 저택 외부를 모두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강명수는 저도 모르게 강명호를 쳐다보았다.강명호의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 강무진이 회의실에서 별로 따지지 않길래 자신들을 그냥 놓아준 걸로 생각했었다.그래서 강무진이 뒤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줄을 몰랐던 것이다.강명수가 강명호의 옷소매를 잡고서 필사적인 눈빛을 보내며, 입술로 이제 어떻게 할 건지 강명호에게 묻고 있었다.무진이 집 앞에까지 와서 막고 있으니, 지금은 강명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강명호가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어쩔 수 없다는 강명호의 몸짓은 강명수에게 사형을 내린 것이나 진배없었다.강명수의 안색이 금세 창백하게 변했다.결국에는 강명호가 억지로 침착함을 가장하며 앞으로 나섰다.“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고? 강무진이 너희들을 보냈어? 이게 당숙을 대하는 태도야? 만약 우리를 잡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전해.”강명호는 잠시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만약 강무진이 직접 온다면, 어쩌면 떠날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어쨌든 강무진은 여전히 WS그룹의 총괄 대표이기에, 여기서 두 당숙을 압박한다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을 테니.그때가 되어 사람들의 비난으로 괴로운 것은 강무진이 아니겠는가?강명호는 자신이 강무진의 약점을 찾았다고 여겼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자신과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로 두 사람을 붙잡은 채 데려갔다.강명수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소리쳤다.“너희들 도대체 우릴 어쩔 생각이야?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강무진 그 새끼가 감히 자기 당숙을 잡아 가? 감히 무슨 용기로?”책임자로 보이는 블랙 슈트의 남자는 강명수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는지 차에 태우자마자 바로 수건을 강명수의 입 안에 쑤셔 넣었다.강명수 또한 어쨌든 강씨 집안 사람으로서 이런 대우를 받은 적
강명호와 강명수는 강씨 본가 고택으로 바로 잡혀왔다.블랙 슈트의 남자가 두 사람의 어깨를 눌러 안금여 앞에 무릎을 꿇렸다.무릎을 꿇은 채 굴욕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은 안금여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큰어머니, 이건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안금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무슨 뜻? 내가 무슨 뜻으로 이러는지 너희는 모르겠니? 굳이 증거를 너희 앞에 내놓아야 사실대로 말할 테냐? 우리가 탄 비행기가 고장이 났는데, 너희 둘이 손을 댔다지? 내가 평소 너희에게 잘해 주진 않았다 해도, 너희들을 서운하게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 그리 잔인한 짓을 한 거냐?”강명호는 안금여와 강무진이 이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이상 지금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내심 생각했다.그래서 전략을 바꾸어 안금여의 동정을 얻기로 했다.“큰어머니, 저희가 잠시 어리석었습니다. 저희 아버님들이 모두 감옥에 갇혀 계십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둘 모두 조급한 마음에 이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큰어머님, 저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절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말하면서 강명호는 눈시울을 붉혔다.무척이나 불쌍한 듯 보였지만, 저들의 전략임을 안금여 또한 바로 알아차렸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안금여가 말했다.“너희 두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 일이야 내가 알고 있지. 너희 둘은 무진을 원망하고 있겠지. 그러나 너희들 아버지 일은 자업자득이야. 하마터면 무진이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너희는, 강씨 집안 핏줄임을 생각해서 감옥에는 보내지 않을 게야. 하지만, 너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치러야지.”감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강명호와 강명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다시 기회가 있을 테니까.안금여는 집사와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향해 말했다.“가문의 규율대로 집행해.”안금여의 뜻을 알아차린 사람
두 숙부가 고택으로 강제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강진성과 강일헌이 초조한 마음으로 급히 고택으로 달려왔다.고택으로 달려왔을 때, 마침 맞아서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진 두 숙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두 사람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안금여가 가문의 규율에 따라 처벌하는 모습을 처음 본 두 사람은 이번 일로 안금여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강진성과 강일헌이 왔는데도 안금여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50대의 몽둥이질이 끝난 후에 안금여가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참으로 우리 강씨 가문을 욕되게 한 짓이다. 내 보기에, 이런 짓을 벌인 너희가 회사 일이나 제대로 하겠니? 너희 명의의 자산과 해외 지사 경영권을 전부 회수할 것이다. 아프리카 광산 쪽에 사람이 부족하니, 생각이 있거든 아프리카로 가서 광산 관리를 하거라!”상황을 지켜보던 강진성과 강일헌이 바로 앞으로 나서며 사정했다.“큰 할머님, 명수 숙부님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게 아니라, 갑자기 피가 끓어서 그런 일을 저지르신 걸 겁니다. 큰 할머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미 맞을 만큼 맞으셨잖습니까? 지금 아프리카에 가셔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금 둘째 일가 쪽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어드는 상황에 강일헌은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이미 감옥에 가셨고, 손에 쥐고 있던 경영권도 박탈당했다. 그런데 숙부마저 경영권을 박탈당한 채 쫓겨난다면 자신들 둘째 일가의 앞날은 한 마디로 깜깜했다.이제껏 손에 쥐고 있던 그런 것들에 의지해서 살아온 그들인데, 만약 그 모든 것들을 상실한다면 자신들 일가는 아마 첩의 자식들보다 못한 처지가 될 것이다.셋째 일가도 같은 처지였다. 강진성도 옆에서 강명호를 위해 사정했다.“큰 할머님, 두 숙부님이 모처럼 북성에 와서는 이런 잘못을 한 건 모두 할아버지 두 분으로 인해 조급해진 마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디 큰할머님이 좀 이해해 주십시오.”반송장이 될 정도로 얻어맞고 권리까지 박탈당하
감옥에 있는 강상철, 강상규였지만, 바깥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금 보듯 훤했다.매일 다른 사람들이 면회 와서 바깥의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었다.무진의 사고를 일으킨 죄로 강상철, 강상규는 나란히 감옥에 들어갔다.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다.이 소식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감옥 안에서 연일 노발대발했다.“안금여는 정말 자신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야?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다니, 제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화를 멈출 수가 없었던 강상철은 감옥 안에서 안금여에게 욕을 퍼부었다.“둘째 형님,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우리가 나갈 방법을 가능한 한 빨리 강구해야겠습니다.”강상규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 안금여가 가문의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아들을 때린 것으로도 모자라 지사 경영권마저 회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강상규 또한 당연히 화가 났었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어찌 되었든 자신들이 감옥에 있으니 무엇을 하든 불편했다.사람을 동원한다 해도 강무진 쪽에서 알아차릴 것이다.만일 무진이 다시 속임수라도 쓴다면 교도소 내 자신들의 생활은 지내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나가? 나갈 수만 있는데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어? 정말 내가 안금여의 속셈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그 할망구가 둘째, 셋째 일가의 세력을 야금야금 없앤 후에 본가만 크게 키울 속셈인 걸 내가 어떻게 그냥 두고 보겠어?”강상철의 안색이 어두웠다. 두 눈에 짙게 피어오른 검은 안개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교도소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지금 안금여의 작태가 정말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들의 머리에까지 흙탕물을 튀기려 하다니, 정말 자신들의 존재를 공기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강무진이 그룹 내 실권을 잡으면서 안금여 회장이 점점 미쳐 날뛰고 있어. 다 늙은 할망구 주제에!” 이를 사리 문 강상규의 두 눈에 불만의 빛이 가득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