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강명수와 강명호는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서재 안에서 초조한 표정의 강명수가 안절부절 못한 채 왔다갔다했다.강명수의 얼굴은 마치 주문을 외고 있는 듯했다.“우리 이번에 정말 끝장날 것 같다. 무진이와 안금여가 벌써 다 알아버렸어.”강명호가 옆에서 강명수를 달랬다.“명수 형님, 우선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좀 침착해요.”지금 막 화가 나 있던 이때에 누가 옆에서 말을 하자, 강명수는 바로 모든 화를 강명호에게 쏟아버렸다.“조급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조급하게 생각지 않을 수 있어? 나는 우리 아버지 뒤를 밟고 싶지 않아! 이제 강무진이 우리가 한 일을 다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끝장이라는 걸 너 몰라?”강명수는 멘탈이 무너진 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한쪽에 서 있던 강명호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분명 두 사람이 함께 의논한 일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지?’‘평소 말하기 만만해서?’‘게다가, 지금 강무진이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조급하게 굴어서 어쩔 건데?’‘냉정하게 대책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그러나 강명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 건 그렇다 치고 성가시게 굴고 있으니, 강명호는 진짜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한 차례 고함을 친 후에 강명수는 다시 자기만 생각하며 잔뜩 괴로운 어조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그 노파의 운은 어떻게 그렇게 좋을까? 이번에도 안 죽어? 이거 일부러 우리 엿 먹이려는 거야, 뭐야?”“일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하든 아무 소용이 없어요. 강무진은 이미 우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만약 강무진이 증거를 손에 넣었다면 우리 두 사람은 정말 감옥에 가게 되겠지요.”강명호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감옥에 가고 싶어 하겠는가?그러나 강무진이 그렇게 빨리, 또 그렇게 쉽게 자신들의 소행을 알아챌 줄은 몰랐다.안금여도 어찌나 목숨이 긴지, 비행기가 추락했는데도 아직 죽지도 않았다. 강무진 그 놈의 부모처럼 죽
급히 서둘렀음에도 강명수와 강명호는 저녁이 되어서야 짐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강상철의 집에서 합류해 막 출발을 하려던 두 사람은 검은색 승용차들이 저택 외부를 모두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강명수는 저도 모르게 강명호를 쳐다보았다.강명호의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 강무진이 회의실에서 별로 따지지 않길래 자신들을 그냥 놓아준 걸로 생각했었다.그래서 강무진이 뒤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줄을 몰랐던 것이다.강명수가 강명호의 옷소매를 잡고서 필사적인 눈빛을 보내며, 입술로 이제 어떻게 할 건지 강명호에게 묻고 있었다.무진이 집 앞에까지 와서 막고 있으니, 지금은 강명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강명호가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어쩔 수 없다는 강명호의 몸짓은 강명수에게 사형을 내린 것이나 진배없었다.강명수의 안색이 금세 창백하게 변했다.결국에는 강명호가 억지로 침착함을 가장하며 앞으로 나섰다.“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고? 강무진이 너희들을 보냈어? 이게 당숙을 대하는 태도야? 만약 우리를 잡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전해.”강명호는 잠시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만약 강무진이 직접 온다면, 어쩌면 떠날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어쨌든 강무진은 여전히 WS그룹의 총괄 대표이기에, 여기서 두 당숙을 압박한다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을 테니.그때가 되어 사람들의 비난으로 괴로운 것은 강무진이 아니겠는가?강명호는 자신이 강무진의 약점을 찾았다고 여겼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자신과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로 두 사람을 붙잡은 채 데려갔다.강명수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소리쳤다.“너희들 도대체 우릴 어쩔 생각이야?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강무진 그 새끼가 감히 자기 당숙을 잡아 가? 감히 무슨 용기로?”책임자로 보이는 블랙 슈트의 남자는 강명수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는지 차에 태우자마자 바로 수건을 강명수의 입 안에 쑤셔 넣었다.강명수 또한 어쨌든 강씨 집안 사람으로서 이런 대우를 받은 적
강명호와 강명수는 강씨 본가 고택으로 바로 잡혀왔다.블랙 슈트의 남자가 두 사람의 어깨를 눌러 안금여 앞에 무릎을 꿇렸다.무릎을 꿇은 채 굴욕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은 안금여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큰어머니, 이건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안금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무슨 뜻? 내가 무슨 뜻으로 이러는지 너희는 모르겠니? 굳이 증거를 너희 앞에 내놓아야 사실대로 말할 테냐? 우리가 탄 비행기가 고장이 났는데, 너희 둘이 손을 댔다지? 내가 평소 너희에게 잘해 주진 않았다 해도, 너희들을 서운하게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 그리 잔인한 짓을 한 거냐?”강명호는 안금여와 강무진이 이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이상 지금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이 없으리라 내심 생각했다.그래서 전략을 바꾸어 안금여의 동정을 얻기로 했다.“큰어머니, 저희가 잠시 어리석었습니다. 저희 아버님들이 모두 감옥에 갇혀 계십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둘 모두 조급한 마음에 이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큰어머님, 저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절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말하면서 강명호는 눈시울을 붉혔다.무척이나 불쌍한 듯 보였지만, 저들의 전략임을 안금여 또한 바로 알아차렸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의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안금여가 말했다.“너희 두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 일이야 내가 알고 있지. 너희 둘은 무진을 원망하고 있겠지. 그러나 너희들 아버지 일은 자업자득이야. 하마터면 무진이 목숨을 잃을 뻔했었다. 너희는, 강씨 집안 핏줄임을 생각해서 감옥에는 보내지 않을 게야. 하지만, 너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치러야지.”감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강명호와 강명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다시 기회가 있을 테니까.안금여는 집사와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향해 말했다.“가문의 규율대로 집행해.”안금여의 뜻을 알아차린 사람
두 숙부가 고택으로 강제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강진성과 강일헌이 초조한 마음으로 급히 고택으로 달려왔다.고택으로 달려왔을 때, 마침 맞아서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진 두 숙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두 사람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안금여가 가문의 규율에 따라 처벌하는 모습을 처음 본 두 사람은 이번 일로 안금여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강진성과 강일헌이 왔는데도 안금여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50대의 몽둥이질이 끝난 후에 안금여가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참으로 우리 강씨 가문을 욕되게 한 짓이다. 내 보기에, 이런 짓을 벌인 너희가 회사 일이나 제대로 하겠니? 너희 명의의 자산과 해외 지사 경영권을 전부 회수할 것이다. 아프리카 광산 쪽에 사람이 부족하니, 생각이 있거든 아프리카로 가서 광산 관리를 하거라!”상황을 지켜보던 강진성과 강일헌이 바로 앞으로 나서며 사정했다.“큰 할머님, 명수 숙부님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게 아니라, 갑자기 피가 끓어서 그런 일을 저지르신 걸 겁니다. 큰 할머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미 맞을 만큼 맞으셨잖습니까? 지금 아프리카에 가셔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금 둘째 일가 쪽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어드는 상황에 강일헌은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이미 감옥에 가셨고, 손에 쥐고 있던 경영권도 박탈당했다. 그런데 숙부마저 경영권을 박탈당한 채 쫓겨난다면 자신들 둘째 일가의 앞날은 한 마디로 깜깜했다.이제껏 손에 쥐고 있던 그런 것들에 의지해서 살아온 그들인데, 만약 그 모든 것들을 상실한다면 자신들 일가는 아마 첩의 자식들보다 못한 처지가 될 것이다.셋째 일가도 같은 처지였다. 강진성도 옆에서 강명호를 위해 사정했다.“큰 할머님, 두 숙부님이 모처럼 북성에 와서는 이런 잘못을 한 건 모두 할아버지 두 분으로 인해 조급해진 마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디 큰할머님이 좀 이해해 주십시오.”반송장이 될 정도로 얻어맞고 권리까지 박탈당하
감옥에 있는 강상철, 강상규였지만, 바깥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금 보듯 훤했다.매일 다른 사람들이 면회 와서 바깥의 소식들을 전해주고 있었다.무진의 사고를 일으킨 죄로 강상철, 강상규는 나란히 감옥에 들어갔다.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다.이 소식을 들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감옥 안에서 연일 노발대발했다.“안금여는 정말 자신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야?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다니, 제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화를 멈출 수가 없었던 강상철은 감옥 안에서 안금여에게 욕을 퍼부었다.“둘째 형님,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우리가 나갈 방법을 가능한 한 빨리 강구해야겠습니다.”강상규가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 안금여가 가문의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아들을 때린 것으로도 모자라 지사 경영권마저 회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강상규 또한 당연히 화가 났었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어찌 되었든 자신들이 감옥에 있으니 무엇을 하든 불편했다.사람을 동원한다 해도 강무진 쪽에서 알아차릴 것이다.만일 무진이 다시 속임수라도 쓴다면 교도소 내 자신들의 생활은 지내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나가? 나갈 수만 있는데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어? 정말 내가 안금여의 속셈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그 할망구가 둘째, 셋째 일가의 세력을 야금야금 없앤 후에 본가만 크게 키울 속셈인 걸 내가 어떻게 그냥 두고 보겠어?”강상철의 안색이 어두웠다. 두 눈에 짙게 피어오른 검은 안개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교도소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려고 했는데, 지금 안금여의 작태가 정말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들의 머리에까지 흙탕물을 튀기려 하다니, 정말 자신들의 존재를 공기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강무진이 그룹 내 실권을 잡으면서 안금여 회장이 점점 미쳐 날뛰고 있어. 다 늙은 할망구 주제에!” 이를 사리 문 강상규의 두 눈에 불만의 빛이 가득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아무리 강씨 집안에서 이 남세스러운 일을 단단히 숨기려 한다고 해도 말이다.그러나 결국 누군가의 입을 통해 폭로된 소식은, 지금 북성 온 도시를 뜨겁게 달구었다.이제 둘째, 셋째 일가는 끝난 것 아니냐고 다들 짐작 중인데, 계속해서 몇몇 사람들을 꼽으면서.이러다 둘째, 셋째 사람 모두 찍혀 나가고 없을 것이다.기분이 좋지 않아 바에서 술을 마시던 송아연은 옆자리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떠드는 말을 들었다.아이를 뗀 후, 송아연은 강진성 같은 상류층 남자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비록 인품은 별로였지만, 강진성은 돈이 많았다.지금 송아연에게 제일 부족한 게 돈인데 말이다.북성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당연히 강진성이었다.그러나 지금 강진성은 송아연의 모든 연락을 차단 중이었다.심지어 가차없이 다른 번호로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었다.전화를 받았던 강진성은 송아연의 음성을 듣자마자 바로 끊어버렸다. 송아연은 계속 강씨 집안과의 연결을 원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그러던 차에 이 소식을 듣게 된 송아연은 지금 강진성의 기분이 좋지 않으리라 짐작했다.‘이럴 때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주면 강진성은 틀림없이 자신을 다르게 볼 테지.’그러나 강진성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무척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저녁이 되자, 뻔뻔스럽지만 송아연은 예전에 알던 지인에게 연락해 연락처를 받았다.결국 과거의 지인은 달갑지 않았지만 강진성의 일정을 송아연에게 알려 주었다.강진성이 한 고급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정보를 손에 넣은 송아연은 자신의 모습을 한 차례 정돈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갔다.강진성이 있다는 룸을 찾은 송아연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강진성이 보였다.“진성 씨…….”송아연은 가장 부드러운 음성으로 강진성의 이름을 속삭였다.지금 마구 짜증이 나고 있던 강진성은 송아연을 보자 혐오감이 확 들었다.“너 왜 또 왔어!”강진성의 눈빛을
송아연은 숨김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말해 주었다.강진성의 귓가에 대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은 제왕그룹 회장 곽연철과 사적으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요. 얕은 관계는 아닌 것 같으니, 사진 좀 찍고 증거를 조작한다면 강무진이 반드시 송성연을 의심하게 될 거예요.”마음이 어지러워진 강무진은 일 처리가 그리 깔끔하지 못할 테고, 이 점으로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숨돌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그리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면, 무진과 안금여에게 아주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강무진과 안금여를 괴롭힐 수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하지만 강진성은 이제 송아연을 쉽게 믿지 못했다.애초에 약속하고서도, 나중에 가서 말을 뒤집지 않았던가?송아연이 말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강진성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네가 한 말, 사실이야?”“물론 사실이죠. 내 목숨을 걸고 장담해요. 제 말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송아연이 한 손을 들어올린 채 강진성에게 맹세하듯이 장담했다.가까스로 얻은 이 기회를 다시 잃을 수 없었다.“그럼 됐어, 이 일은 네게 맡기지.” 강진성이 나른한 모습으로 말했다.강진성이 한 그 말은 송아연을 테스트하는 방책이었다.만약 송아연이 거짓말을 했다면, 증거라고는 하나도 내놓지 못할 게 분명했다.만약 사실을 말했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송아연을 이용해 강무진과 안금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치 있는 일.“진성 씨는 안심하고 저한테 맡겨 줘요. 제가 이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할게요.”송아연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일을 승낙했다.강진성이 지금 자신의 태도를 떠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송아연도 잘 알고 있다.송아연도 강진성이라는 대어를 다시 낚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게다가 자신이 말한 내용은 사실 그 자체인데다 수행 난이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네가 이렇게 똑똑하다는 걸 몰랐는 걸.” 강진성은
애초에 자신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강제 낙태수술을 시킨 사람은 강진성의 할아버지 강상규였지만 자신이 당한 모든 일의 주범이 송성연이라고 생각하자, 송아연은 원통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만약 당시 송성연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강상규도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송아연은 자신이 받은 고통을 송성연도 맛보게 하고 싶었다.다시 강진성을 통해 강씨 집안을 등에 업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지만, 송성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일거양득일 터.송성연의 신세를 망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을 것이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이쪽에서 너한테 사람을 붙여줄 테니,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거 명심해.”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던 강진성은 나가기 전에 손바닥으로 송아연의 얼굴을 가볍게 톡톡 쳤다. 마치 애완동물을 희롱하는 듯한 동작으로.그러나 송아연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진성의 동작은 오히려 자신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적어도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게 중요하잖아?’송아연은 창피함 같은 건 절대 느끼지 않았다.강씨 집안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동안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 모두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될 터.그러니 잠시 동안의 화를 참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앞으로의 희망이 생겼다. 아직은 그들이 무릎 꿇고 자신에게 용서를 빌 때가 아니다.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송성연을 끌어내리고 말 것이다.그 자리는 원래 송성연의 것이어서는 안되었다.강무진 같은 사람은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엮여 입에 오르내리는 걸 참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이제 송성연이 사람들에게 죽도록 욕 먹을 날만 기다리면 된다.지난 번 송성연 어찌나 의기양양해 보이던지, 정말 꼴 보기 싫었다.제왕그룹과 WS그룹 간의 합작 사업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중이었다.곽연철과 강무진, 두 사람 모두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이견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서 수정할 건 하면서 아주 잘 융합하고 있었다.얼마전, 수색 작업 수행으로 무인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