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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내 기다리마

안금여 일행이 머물고 있는 스위트 룸으로 무진이 돌아왔을 때,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쉬고 있지 않았다.

성연과 함께 룸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는 엄청난 사고를 겪은 후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성연과 농담을 하는 안금여는 정상적지 않을 정도의 정신 상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말이다. 얼른 증손주를 안아봤으면 하는 한가지 생각밖에 안 들더라. 세상사 무상해서 영영 못 보게 될까 봐 말이야. 성연아, 무진아, 너희들 좀 서둘러야겠다.”

“할머니, 전에 그 얘긴 더 이상 안 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아기 얘기만 언급하면 형용하기 힘든 일들이 같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성연은 여전히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무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다.

이번 일로 인해 무진은 할머니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면, 할머니가 진짜 옆에 안 계시는 그때 가서 후회하게 될 테니까.

다만 성연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다 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태여서, 2세에 대해서는 무진도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 어린 성연이 벌써부터 아이에게 매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진은 단지 안금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아기 문제만큼은 억지로 할 수가 없었던 무진은 성연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다.

아기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

안금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계속 이 화제를 입에 올렸다.

“내 살아생전에 너와 무진의 아이를 안아보면 얼마나 좋겠니? 너희들 아이라면, 분명 무척 사랑스럽겠지? 다들 예뻐할 거야”

이전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간이 아직 있으니 무진과 성연이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

그러나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어떤 일들은 늙은 자신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느 날 눈깜짝할 새에 세상을 떠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래서 미련을 남긴 채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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