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1화 평온한 모습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안금여와 강운경 등은 제일 먼저 욕실로 향했다. 할머니를 맞이하러 오면서 성연이 미리 준비해 온 옷가지들이 욕실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와 고모가 욕실에 있는 동안 무진은 룸서비스로 식사를 주문했다.

목욕을 하고 나온 할머니와 고모는 상쾌한 기분으로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며칠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식사를 하는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 조승호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오랜 시간 몸에 교양이 배인 사람들이 그런지 과연 태도 하나하나가 다 남달라서, 온 몸에서 발산되는 그 특별함은 도무지 감추어질 수가 없었다.

누구나 다 하는 식사이지만, 이들이 식사하는 동작은 아주 보기 좋았다.

옆에서 성연이 턱을 괸 채 바라보았다. 무진은 내내 할머니와 고모를 응시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환상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옆에 성연이 같이 있음을 보면서, 무진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배고프지 않아? 너도 좀 먹지?”

무진이 성연에게 물었다.

강씨 집안의 일이 분명한 데도 성연이 자신과 같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었다.

그저께까지는 아픈 자신을 간병하느라 고생하지 않았는가?

무진은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찮아요. 배고프지 않아요.”

성연이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와 고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한 성연이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기내식을 먹었기에 아직 배고프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알았어. 나중에라도 먹고 싶으면 말해, 네가 좋아하는 것들 준비하라고 할게.”

성연에게 잘해줘야지, 평생 아껴줘야지 하고 이전부터 이미 결실했던 무진이다.

이런 어려운 일을 겪는 동안 내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성연은 무진의 다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 성연에게 주고 싶었다.

“걱정 말아요, 배고프면 제가 알아서 찾아 먹을게요.”

으쓱하고 어깨를 들어올리며 대답한 성연은 또다시 할머니와 고모가 식사하는 모습만 열심히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식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