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안금여와 강운경 등은 제일 먼저 욕실로 향했다. 할머니를 맞이하러 오면서 성연이 미리 준비해 온 옷가지들이 욕실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리고 할머니와 고모가 욕실에 있는 동안 무진은 룸서비스로 식사를 주문했다.목욕을 하고 나온 할머니와 고모는 상쾌한 기분으로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며칠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식사를 하는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 조승호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오랜 시간 몸에 교양이 배인 사람들이 그런지 과연 태도 하나하나가 다 남달라서, 온 몸에서 발산되는 그 특별함은 도무지 감추어질 수가 없었다.누구나 다 하는 식사이지만, 이들이 식사하는 동작은 아주 보기 좋았다.옆에서 성연이 턱을 괸 채 바라보았다. 무진은 내내 할머니와 고모를 응시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환상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것처럼.옆에 성연이 같이 있음을 보면서, 무진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배고프지 않아? 너도 좀 먹지?” 무진이 성연에게 물었다.강씨 집안의 일이 분명한 데도 성연이 자신과 같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었다.그저께까지는 아픈 자신을 간병하느라 고생하지 않았는가?무진은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괜찮아요. 배고프지 않아요.” 성연이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와 고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한 성연이다.그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기내식을 먹었기에 아직 배고프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알았어. 나중에라도 먹고 싶으면 말해, 네가 좋아하는 것들 준비하라고 할게.” 성연에게 잘해줘야지, 평생 아껴줘야지 하고 이전부터 이미 결실했던 무진이다.이런 어려운 일을 겪는 동안 내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성연은 무진의 다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 성연에게 주고 싶었다.“걱정 말아요, 배고프면 제가 알아서 찾아 먹을게요.” 으쓱하고 어깨를 들어올리며 대답한 성연은 또다시 할머니와 고모가 식사하는 모습만 열심히 쳐다보았다.할머니의 식사
안금여 일행이 머물고 있는 스위트 룸으로 무진이 돌아왔을 때,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쉬고 있지 않았다.성연과 함께 룸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는 엄청난 사고를 겪은 후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성연과 농담을 하는 안금여는 정상적지 않을 정도의 정신 상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비행기가 추락할 때 말이다. 얼른 증손주를 안아봤으면 하는 한가지 생각밖에 안 들더라. 세상사 무상해서 영영 못 보게 될까 봐 말이야. 성연아, 무진아, 너희들 좀 서둘러야겠다.”“할머니, 전에 그 얘긴 더 이상 안 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아기 얘기만 언급하면 형용하기 힘든 일들이 같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성연은 여전히 부끄러워했다.그러나 무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다.이번 일로 인해 무진은 할머니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지금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면, 할머니가 진짜 옆에 안 계시는 그때 가서 후회하게 될 테니까.다만 성연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다 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태여서, 2세에 대해서는 무진도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아직 어린 성연이 벌써부터 아이에게 매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무진은 단지 안금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었다.아기 문제만큼은 억지로 할 수가 없었던 무진은 성연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다.아기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안금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계속 이 화제를 입에 올렸다.“내 살아생전에 너와 무진의 아이를 안아보면 얼마나 좋겠니? 너희들 아이라면, 분명 무척 사랑스럽겠지? 다들 예뻐할 거야”이전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간이 아직 있으니 무진과 성연이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그러나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어떤 일들은 늙은 자신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느 날 눈깜짝할 새에 세상을 떠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그래서 미련을 남긴 채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런 말
다소 늦은 시각, 쉬어야 하는 안금여와 고모 부부를 생각해서 성연과 무진도 자신들의 룸으로 돌아왔다.얼굴을 찡그린 채 침대에 앉아 있는 성연이 수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무진이 물었다. “왜 그래?”성연이 무진의 팔을 감싸 안은 채 무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할머니, 저한테 실망하셨을 거예요.”아이 문제는 정말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할머니가 널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 없어. 그리고 할머니도 그러셨잖아? 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어떻게 그 사이에 할머니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 거야?” 무진이 팔을 들어 올려 성연을 품에 당겨 안았다.“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할머니가 증손자를 보고 싶어하시는 건 확실해요.”무엇보다 사고 후 할머니의 유일한 생애 소원이 아닌가 말이다.그 소원을 들어드릴 수가 없어 성연은 내내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설마 아이 낳을 생각이야? 난 언제나 네 의견에 따를 거야. 네가 원한다면 나는 아무 문제없어.”안절부절 못하는 성연을 보니 그 모습이 외려 사랑스러워 보이는 무진이다.괜히 장난기가 동한 무진이 성연에게 농담을 했다.“난 싫어요.” 무진의 말에 성연이 생각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돌연 성연의 날카로운 눈빛이 무진을 한 차례 훑었다.“아까 보니까, 무진 씨 할머니 말씀에 아주 적극적으로 대답하던데, 혹시 무진 씨가 아기를 원하는 것 아니에요?”성연이 말하면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나는 나이가 적지 않으니, 당연히 아이를 갖고 싶지. 하지만 아이는 필수품이 아니야. 모두 너한테 달렸어. 만약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할 생각 없어. 네가 원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무진이 몸을 숙이며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동작은 결코 강하거나 크지 않았다. 무진의 가벼운 입맞춤은 어느 정도 위로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성연의 마음 속 복잡한 심정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무진의 말에 성연이 꽤 감동받았
이번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안금여와 강운경은 무진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이었다.누군가 자신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고 생각한 무진이 분개했다.감히 강씨 집안의 전용기에 손을 대었다는 사실은 안금여와 강운경을 죽이려는 것이 분명했다.무진은 성연이 잠든 후에 조용히 손건호를 불렀다.“네가 가서 그동안 강씨 집안 전용기를 이용했던 사람과 그 행적 등을 전부 알아내. 사고 원인을 더 이상 조사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돼.” 무진의 입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음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눈에서도 서릿발 같은 한기가 흘렀다.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건드린 이상, 절대 그 놈들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네, 보스. 최대한 빨리 가서 조사하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손건호가 즉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났다.무진이 침실로 들어가자, 뜻밖에도 성연이 잠에서 깼다.예전부터 성연은 한 번 잠이 들면 아주 깊게 잤다.그래서 성연이 깬 것을 본 무진이 의아해서 물었다.“왜 깼어?”“어디 갔었어요?” 방금 잠에서 깨서 그런지 눈을 비비며 묻는 성연의 음성이 좀 나른했다.“할머니와 고모의 사고에 분명 다른 내막이 있다는 의심이 들어. 그래서 손 비서에게 조사하라고 시켰어.”무진은 이제 숨기지도 않았다. 성연 앞에서는 더 이상 속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잘했어요. 확실히 제대로 조사할 필요가 있어요.” 이미 무진을 위해 실종되었던 할머니 일행을 찾아 주었지만, 사고 원인 조사에까지 성연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 보였다.그 일은 안심하고 무진에게 맡겨도 될 터였다.할머니와 고모의 사고에 대해 무진이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겠는가?“왜 잠이 깬 거야?” 무진이 성연 맞은편에 앉으며 다시 물었다.“배가 고파서요.”성연이 불쌍한 표정과 음성을 가장하며 말했다.아까 저녁을 먹지 않은 댓가로 이제야 배고픈 괴로움을 알게 된 성연이다.하지만 성연은 호텔에 이 시간에 먹을 게 없으리라 생각했다.이 한밤중까지 호텔에서 음식을 남겨 두지 않았을 테니까.그래서 성연은 자신을
그들이 운이 안 좋은 건지, 호텔을 나와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편의점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가슴과 등이 찰싹 달라붙은 듯 주린 배를 움켜쥐며 한참을 걸어가던 성연은 어째 회의감이 들었다.순간 더 이상 걷기 싫어진 성연이 길가 벤치에 그대로 앉으며 말했다.“무진 씨, 정말 무진 씨가 말한 그런 편의점이 있긴 한 거예요? 그런데 왜 하나도 안 보이는 거예요? 설마 나를 속인 거예요?”무진이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아마 이 호텔이 좀 떨어져 있어서 이 주위에 편의점이 없는 모양이야. 좀 더 가 보자. 그래도 안 보이면 그때 돌아가고.”“그런데 못 걷겠어요.” 성연이 애교가 섞인 말투로 투정했다.무진 앞에서는 억지로 참고 싶지 않은 성연.언제나 자신에게 약한 남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과거 임무를 수행할 때면 이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에서도 항상 버텨냈던 송성연이, 지금 이 순간 엄살을 부릴 생각을 하다니.성연은 무진 앞에서라면 마음 놓고 18살의 평범한 소녀가 될 수 있었다.무진은 두말없이 성연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업혀, 업어 줄게.”성연이 즉시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됐어요. 내가 걷는 게 맞아요. 안 업어줘도 돼요.”속으로 자신의 체중을 생각하던 성연은 무진이 자신을 업게 할 수는 없었다.이미 이 정도 걸은 것도 무진에게는 꽤 힘들 터였다.이제 막 회복이 되고 있는 무진이기에 차마 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괜찮아, 네가 얼마나 가벼운데. 너 충분히 업을 수 있어. 어서 업혀.” 무진이 팔을 뒤로 돌려 성연의 무릎 뒤쪽을 감싸 안으며 자신의 등에 업었다.성연도 떨어질까 봐 차마 버둥거리지 못했다. 혹여 잠시라도 자신의 실수로 무진이 부상이라도 당할까 걱정이 된 성연은 동작을 삼가며 얌전히 무진의 등에 꼭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 씨, 피곤하지 않아요?” 성연은 걱정스럽게 물었다.“힘들지 않아.” 무진이 느끼기에, 등에 업힌 성연이 깃털처럼 가벼워 아무런 중량감도 없는 듯했다.‘역시 성
무진이 비서 손건호에게 맡긴 일은 바로 그 다음 날 결과가 나왔다.손건호는 꼬박 3개월간 전세기의 운항 기록을 살펴보았다. 무진이 직접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이 전세기를 사용한 사람이 바로 강명호와 강명수였다.사고 기체에 결국 누가 손을 댔는지가 뻔히 드러나는 대목이다.무진은 원래 강상철과 강상규만 없으면 둘째, 셋째 일가의 핵심 기둥이 무너지고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그리고 강한 무진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을 벌일 간이 강명수와 강명호에게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저들이 벌인 짓은 무진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은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에 속한 이들은 누가 되었던 잔인함, 악랄함과는 절대 관계를 끊을 수 없나 보다.모두 한통속인 저들에게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손건호가 전한 소식을 들은 후, 무진은 즉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그러나 사고 경위와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밝히지 않았다.그저 관례적인 업무보고만 했을 뿐이다.업무 관련 회의가 절반 정도 지나갔을 무렵, 강명수가 발언하기 시작했다.심지어 몇몇 주주들과 연계해서 말을 거들기도 했다.“강 대표, WS그룹처럼 큰 기업에서 계속 회장이 나오질 않으니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닌가? 지금 회사 때문에 강 대표가 바쁘다면, 일부 업무는 우리한테 맡겨도 돼. 모두 같은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 우리도 회사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네.”강명수가 능청스럽게 말했다.그의 목적은 바로 무진에게서 그룹 운영권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다.기왕 강무진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둘째, 셋째 일가인 자신들이라고 왜 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와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없겠는가?강명수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자신의 아버지 강상철이 WS그룹에서 실권을 쥐고 여러 해 신경을 쓴 것처럼, 강명수는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한 주주 역시 강명수를 따라 맞장구를 쳤다.“강 대표, 강 대표 당숙의 말에도 일리
그러나 강명수와 강명호는 지금 자신들의 말에 당황한 무진이 대응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속으로 의기양양해 있었다.어차피 강무진은 결국 자신들에게 그룹 경영권 일부를 인계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이렇게 많은 주주들 앞에서 잠자코 있기만 할 수는 없으리라.의기양양한 두 사람이 이처럼 무진이 곧 뜻을 굽힐 거라 생각하고 있던 순간.성연이 안금여 회장을 부축해서 회의실로 들어왔다.안금여를 본 강명수와 강명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허옇게 질렸다.두 사람 모두 안금여의 출현에 혼비백산한 것이 분명했다.두 사람의 반응은 흡사 귀신이라도 본 듯하다.지금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바로 눈 뜬 장님일 터.강명수와 강명호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바다로 추락했을 게 분명한 안금여와 강운경이 어떻게 아직 살아있는 거지?’‘게다가 상처 하나 없이?’비행기 추락처럼 위험한 사고라면, 안금여는 지금 살았어도 반송장 상태여야 했다.그런데 지금 안금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신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그동안 자신이 한 말들, 자신만만하게 떠든 말들을 떠올리던 강명수는 뺨이라도 한 대 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강무진이 자신들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면 더더욱 말이 안되는 것이다.자신들의 계획은 아무도 몰랐으니까.‘그런데 왜 매번 피할 수 있는 거지?’보아하니, 강무진은 이미 자신들의 소행임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이제 어떡하지?’ 아버지들도 이미 수감 중인 상태에 자신들은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주주들도 회의실에 나타난 안금여를 보며 꽤 놀랐다.강명호와 강명수 쪽을 쳐다보다가 두 사람의 안색이 이상함을 발견한 주주들은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상태가 이어졌다. 도대체 어찌된 상황인지 다들 두고 볼 생각인 모양.기체 고장으로 인한 추락 사고가 강명수와 강명호의 소행임을 안금여는 이미 들어서 대략 알고 있었다.평소에 저 두 사람과 친밀
“큰어머니,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저희에게 누명을 씌우시는 겁니다. 하지도 않은 일을 저희는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강명호의 안색이 보기 싫게 변했다.보아하니 강무진과 안금여는 이미 이미 자신과 강명수의 소행을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명호는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할 생각도 없었다.이것은 절대 작은 일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인정하게 된다면 둘째, 셋째 일가는 완전히 끝장나는 것이다.“맞아요. 큰어머니, 말씀에 근거가 있어야지요. 아니면, 저희는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강명수는 당연히 계속 궤변을 늘어놓았다.다만 무진과 안금여의 날카로운 눈빛 공세에 두 사람의 표정은 점차 침착함을 잃기 시작했다.강명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자신이 감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강명수는 겁이 덜컥 났다. 자신은 아직 한창 때인데, 아직 다 즐기지 못한 것도 많은데, 강명수는 감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들어갔다 나오면, 그의 인생은 이미 끝나 있을 것이다.강명호는 그런대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강명수는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누구든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면, 아무 일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지 못할 것이다.무진과 안금여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두 사람을 응시했다.두 사람은 마치 자신을 설득이라도 하려는 듯 자기말만 해댔다.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믿지 않을 것이다.회사 임원과 주주들 앞에서 미친듯이 변명하기 바쁜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추태였다.무진이 시선을 두 사람에게 고정한 채 뚫어질 듯 쳐다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두 당숙은 운이 정말 좋으시군요. 기체 고장이 마침 두 분이 탑승하지 않으셨을 때 났으니. 만약 두 분이 탔을 때 고장이 났다면, 지금 두 분을 볼 수 없었을 텐데 말이죠!”어쩜 이리 공교로운 일도 있는지, 전에 두 사람이 탑승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사고가 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탑승한 이가 바로 강명수, 강명호였으니.그런데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