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손건호가 사고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해외에서 안금여 일행의 수색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대 측과 연결이 된 손건호는 즉시 전용기를 준비해서 무진과 성연을 사고 현장으로 보냈다.구조대가 현장에서 무진과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차에서 내린 무진은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구조요원이 현재까지의 수색 상황을 무진에게 설명했다.“항공 전문가의 조사를 통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안 회장님께서 탑승하신 비행기가 해역 상공에서 항로를 이탈했다고 합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서 대대적으로 수색 중에 있습니다만, 생존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입니다.”구조대가 수색하고 있는 해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무인도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설령 안금여 일행이 비행기 추락 시에 무인도에 떨어져 생존했다 치더라도,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물과 식량도 없이 버텨야 하는 데다, 또 무인도에 서식하는 맹수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만약 무인도가 아니라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졌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서 지금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이미 이런 유사한 사고를 겪었던 무진도 그런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다만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수색대원들의 대답을 들은 무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세 사람은 무진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이었다. 지금 난데없이 발생한 사고로 세 사람을 잃는다면 강씨 집안 본가에는 이제 자기 혼자만 남게 되는 것이다.강씨 집안에 방계 혈족들은 많지만, 그 누가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에 비교할 수 있을까?할머니와 고모처럼 무진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헌신할 사람이 또 누가 있다는 말인가?고모 강운경과 고모부 조승호는 지금까지 자신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며 돌봐 주었다.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를 당했을 때도 고모는 밤낮 없이 매일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그래서 나중에 연로해진 고모와 고모부를 잘 모셔서 편안한 노년을 누릴 수 있게
수색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지난번 무진의 사고 때와 마찬가지일 것이다.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수색 팀 측에서는 금새 포기할 것이 분명했다.어차피 현장에 있어봐야 도움이 되지 않아, 무진과 성연은 호텔로 돌아왔다.사고 현장이 있는 국외로 나오면서 한시도 제대로 쉬지 못한 두 사람.지금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지만, 휴식을 취할 생각이 있을 리 만무하다.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 고모부 조승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잠이 올 턱이 없었다.며칠 전, 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런데 지금 사고로 생사조차 확인할 수는 없다니, 성연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대신해서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어른을 이제 겨우 만났는데, 하늘은 어쩜 이리도 야속하게 할머니를 데려가려고 하는지…….평소 할머니가 무진에게 얼마나 잘 했는지는 성연도 잘 알고 있다.무진도 늘 마음 속 깊이 할머니 안금여를 사랑하고 존중했다.그리고 무진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에는 부모의 비행기 사고의 탓도 컸다.무진이 갑자기 또 발병할까 성연은 무진의 건강 상태가 늘 걱정스러웠다.이곳의 의료 시설은 국내보다 완비되지 못한데다 이용하기도 편리하지 않아서, 만약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상당히 번거로울 터였다.하지만 성연이 무진과 손을 잡으면서 무진의 맥을 짚어보니, 약간의 불규칙적인 박동이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안정적인 상태로 보였다. ‘그러니 별일 없겠지?’성연은 옆에서 무진을 위로했다.“사람을 못 찾았다는 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말이에요. 어찌 되었든 사람을 찾은 다음에 생각해요. 지금은 구조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돼요.”할머니와 고모를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질 터.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잠시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손건호는 무진이 룸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무진의 뒤를 따랐다.호텔의 복도, 창가에 선 무진이 침
성연이 생각하기에, 외국이다 보니 국내보다 불편하기도 할뿐더러 수색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밑의 수하들만 믿고 사람을 찾아서는 안된다.잠들었던 무진이 깨어나 보니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성연이 옆에 있으니 역시 평상 시처럼 잠이 든 모양이다.잠에서 깬 후, 성연은 자신의 생각을 무진에게 말했다.자신 또한 할머니와 고모 부부를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성연이다.무진은 이런 부분들까지 생각할 줄 아는 성연이 기특했다.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자기 혼자만 감당해도 되는 것이다. 성연이 이런 일들까지 걱정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 성연 같은 어린 아가씨가 이런 방면의 일을 잘 알고 있을 리도 만무하고.“괜찮아, 넌 걱정 안 해도 돼. 사람들을 더 보낼 테니까.” 무진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무진 또한 별다른 방도가 없으리라 생각한 성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성연이 짐작으로는, WS그룹이 아무리 전국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해도 해외까지 모두 손을 뻗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그러니 지금 무진이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몇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성연은 알지 못했다. 무진이 이미 이터너티의 수하들을 보내 할머니와 고모를 찾게 하고, 또 최첨단의 위치추적 시스템을 동원해서 항공에서 대단위 면적을 스캔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무진이 이끄는 이터너티의 실력은 성연이 이끄는 아수라문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세계 최정상급의 이터너티가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은 전국 각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뻗어 있었다.사실 성연은 무진이 이터너티의 수장인지는커녕 이쪽 방면에 자신의 세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래서 무진이 이터너티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 룸을 나갔을 때, 성연은 서한기에게 몰래 연락을 했다.“보스, 무슨 일이에요?” 방금 잠에서 깼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서한기가 전화를 받았다. 성연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국내는 지금 새벽일
전화를 끊은 후, 성연은 불현듯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무진과 자신은 출국하자마자 부리나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일을 처리하고 호텔로 돌아온 직후, 잠이 드는 바람에 아직까지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다.성연 자신은 어찌해도 상관이 없었지만, 무진의 현재 건강 상태로는 계속 버틸 수 없을 터였다.차량 추락 사고 이후에 극도로 나빠졌던 무진의 몸은 간신히 회복되어 이제 좀 안정적인 상태였다.그런데 연이어 닥친 뜻밖의 불행한 사고로 또 다시 정신없이 움직이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무진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성연은 무진이 이곳의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을까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호텔 주방을 잠시 빌려서 직접 장 봐온 재료들로 무진을 위한 식사를 준비했다.다행히도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출국할 때 몇 가지 보약을 챙겨 왔었다.보약들은 지금 마침 유용하게 쓰였다.약해진 장기를 보하고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약재들을 무진이 먹을 탕에 같이 넣었다.이렇게 만들어진 음식들을 눈으로 보며 성연은 내심 흡족했다.호텔 측은 아주 친절하게 주방과 주방 내의 도구들을 사용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성연은 호텔에서 제공해 준 그릇과 쟁반을 이용해서 직접 만든 음식을 룸으로 가져갔다.한편, 무진이 전화 두 통을 하고 룸으로 돌아오니 성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손건호를 보며 물었다.“성연이는?”계속 무진의 곁을 따라다녔던 손건호 역시 성연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어깨를 으쓱이는 손건호 또한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가 실종 중인 상황에 성연마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자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지도 모른다.순간 무진의 몸은 자동 반사로 성연을 찾기 위해 룸을 나섰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룸으로 걸어오던 성연은 자신을 향해 마주보며 걸어오는 무진이 눈에 들어왔다.“왜 여기에 있어요?” 무진 씨가 왜 룸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왔지? 라고 생각하면서 성연이 물었다.무진의 등 뒤
식사를 마친 후에 성연은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척하면서, 사실은 휴대폰으로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이용한 수색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한기가 바로바로 보고하겠지만, 그냥 앉아서 보고만 들을 생각이 없었던 성연은 계속 수색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중이다.같은 시각, 무진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여기 공항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규정에 따른 점검을 안했다는 말인가?비록 강씨 집안의 전용기라 할지라도, 안전 비행을 위해 전문 항공 정비사들의 비행 전 점검은 필수다.이번에 일어난 참사는 정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사고 조사 책임자에게서 곧바로 연락이 왔다.공항 보안 책임자가 사고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무진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공항 보안 책임자의 음성이 휴대폰 건너 편에서 들려왔다.“강 대표님, 강씨 집안의 전용기에 대해 저희 쪽에서는 한치의 오차 없이 규정대로 진행했습니다. 비행 전에 항공기 전체에 대한 외관 점검, 연료 보급뿐만 아니라, 기내 각 장치의 작동 상태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부모님의 항공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무진에게 끼친 영향력은 실로 컸다.부모님의 사고 이후, 무진은 전용 항공기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왔다.조종사이든 항공기 정비사이든 모두 전국에서 수소문해 찾은 최고 실력자들이었다.그런 만큼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그들의 프라이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그렇기에 이번 사고는 정말 간단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던 무진의 표정이 금새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설마 과거 고의로 부모님의 사고를 일으켰던 자들이 또 손을 쓴 건가?’‘하, 우리가 잘 지내는 건 못 보겠다는 건가?’예전에 부모님이 당하신 비행기 사고에 대해 무진은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단지 물적 증거를 얻지 못했을 뿐.지금까지도 그 사고에 대한 진상 조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던 무진이었다.만약 진짜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드디어 부모님의 사망 이후 처
무려 사흘에 걸친 수색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결국 현지의 경찰 측에서 포기를 선언하면서 수색 팀도 수색을 중단했다.할머니와 고모 부부를 태운 비행기의 추락 지점으로 추정되는 해역은 사면이 크고 작은 수백 개의 무인도로 둘러싸여 있어서 수색이 무척이나 어려운 실정이었다.경찰은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그러나 이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WS 그룹의 주주들이 어떻게 사고 소식을 들었는지, 이 일로 인해 그룹의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이 소식을 접한 무진은 즉시 비상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사고 소식이 흘러 나간 마당에 자신이 아무리 만회하려 한들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주가는 여전히 사고의 영향으로 폭락 중이었다.연일 주주들이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회사의 임원들도 그에게 전화를 해서 대책과 사고에 대해 물어댔다.무진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성연은 이 날 무진에게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 걸 지켜보았다.경찰 측에서는 수색을 포기했지만, 성연과 무진은 수색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으로 할머니와 고모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성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성연이 서한기에게 지시한 일을 모르는 무진은 마음이 무척 무거워 보였다.무진이 노트북을 열고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는데, 성연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와서 노트북 옆에 놓았다.“무슨 일이예요?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누군지 모르지만 고모와 할머니 사고 소식을 흘려서 회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지금 회사 상황이 썩 좋질 않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네.”무진의 눈 밑에 드리워진 다크 서클이 요 며칠 그가 제대로 쉬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계속된 할머니와 고모 생각에 무진은 성연이 옆에서 억지로 쉬게 하지 않으면 잠시도 잠들지 못했다.어쨌든 지금 회사에는 자기 한 사람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무진이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후, 곰곰이 돌이켜보던 무진은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분명 국외에서 발생한 사고인데다, 소식을 듣자마자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바로 비밀에 붙이지 않았나? 그런데 이 절묘한 타이밍은 또 뭐란 말인가?누군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다만 누가 그랬는지만 모를 뿐.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해당될 수 있었다.안금여와 강운경은 평소 국내에 있을 때면 항상 곁에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손을 쓰기 어렵다.지금 큰집에서 두 사람이 해외로 나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비행기 사고가 생겼는데, 조사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이 사고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무척 영리하다고 할 수 밖에.저녁 무렵, 손건호가 황급히 무진이 머무는 룸 안으로 들어왔다.룸 안에는 성연도 무진과 함께 있었지만 이미 습관이 된 상태라, 성연이 있는 앞에서 거리낌 없이 무진에게 보고했다.손건호의 음성이 초조한 빛을 띄었다.“보스, 지금 회사 상황이 좀 좋질 않습니다. 주주들이 이미 항의하고 있습니다.”WS그룹의 주주들이 말로 가장 현실적임을 무진과 손건호는 잘 알고 있었다.겉으로는 관심을 가지는 척하지만, 사실은 이게 사고가 났을 때 뒤에서 짓는 저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저들의 눈에는 오직 이익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손건호의 말을 들은 무진이 침묵을 지켰다.보아하니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할 것 같다.지금 회사에는 무진 혼자밖에 남아 있지 않으니, 자신을 대신해서 짊어질 사람이 없었다.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성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무엇보다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람들이 정말 비열해. 이 틈을 타서 일을 벌이다니 정말 너무해.’‘할머니와 고모를 아직 찾지도 못했는데, 무진 씨는 회사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하다니.’시궁창에 빠진 쥐는 뒤에서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는 법.보고를 끝낸 손건호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가서 무진의 결정을 기다렸다.무진은 그래도 고려해야 했다.할머니와 고모를 찾는 일은
하룻밤 꼬박 고민을 한 무진은 결국 회사 내 불안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회사는 지금 뒤죽박죽 엉망인 상태로, 이전에 이미 잠복해 있던 세력이 튀어나와 회사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형세였다. 혼란한 틈을 타서 제 이익을 챙길 속셈이 분명했다. 하지만 무진은 절대 저들의 뜻대로 되게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회사 일 때문에 무진과 함께 다시 국내로 돌아왔지만, 성연은 이런 상황 자체가 무진의 몸에 엄청난 부담을 줄까 걱정이었다.할머니와 고모의 사고 소식을 들은 이후, 무진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음식도 제대로 잘 먹지 못했다.무진의 건강이 아직 괜찮다고 해도, 실제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만약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무진의 몸이 망가질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무진이 회사로 출근했을 때, 성연은 무진을 위해 몸에 좋은 약재들을 넣고 탕을 끓였다.그러나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성연은 잘 알고 있었다.푹 쉬고 규칙적으로 적당한 음식을 섭취한다면, 무진의 몸은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회사 일은 확실히 성연이 도와줄 수 없는 문제였다.그래서 무진이 영양 보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뒷바라지나 하는 수밖에 없다.성연은 바쁜 무진을 방해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자신의 일을 해 나갔다.무진이 회사에 나가고 없을 때, 성연은 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수색 상황을 지켜보며 서한기에게 지시한 수색 작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했다.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은 성연은 서한기에게 직접 처리하라고 지시했다.특히 스카이 아이 시스템에 관해서는 더욱 방심은 금물이었다.그러니 서한기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이 가장 타당했다.다만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작동시켜 며칠이나 사고 인근 지역을 모두 스캔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소식이 없었다.성연은 순간 가슴이 덜컥하며 한기가 드는 기분을 느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위력은 성연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