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후에 성연은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척하면서, 사실은 휴대폰으로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이용한 수색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한기가 바로바로 보고하겠지만, 그냥 앉아서 보고만 들을 생각이 없었던 성연은 계속 수색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중이다.같은 시각, 무진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여기 공항에서는 이륙하기 전에 규정에 따른 점검을 안했다는 말인가?비록 강씨 집안의 전용기라 할지라도, 안전 비행을 위해 전문 항공 정비사들의 비행 전 점검은 필수다.이번에 일어난 참사는 정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사고 조사 책임자에게서 곧바로 연락이 왔다.공항 보안 책임자가 사고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무진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공항 보안 책임자의 음성이 휴대폰 건너 편에서 들려왔다.“강 대표님, 강씨 집안의 전용기에 대해 저희 쪽에서는 한치의 오차 없이 규정대로 진행했습니다. 비행 전에 항공기 전체에 대한 외관 점검, 연료 보급뿐만 아니라, 기내 각 장치의 작동 상태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부모님의 항공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무진에게 끼친 영향력은 실로 컸다.부모님의 사고 이후, 무진은 전용 항공기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왔다.조종사이든 항공기 정비사이든 모두 전국에서 수소문해 찾은 최고 실력자들이었다.그런 만큼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그들의 프라이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그렇기에 이번 사고는 정말 간단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던 무진의 표정이 금새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설마 과거 고의로 부모님의 사고를 일으켰던 자들이 또 손을 쓴 건가?’‘하, 우리가 잘 지내는 건 못 보겠다는 건가?’예전에 부모님이 당하신 비행기 사고에 대해 무진은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단지 물적 증거를 얻지 못했을 뿐.지금까지도 그 사고에 대한 진상 조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던 무진이었다.만약 진짜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드디어 부모님의 사망 이후 처
무려 사흘에 걸친 수색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결국 현지의 경찰 측에서 포기를 선언하면서 수색 팀도 수색을 중단했다.할머니와 고모 부부를 태운 비행기의 추락 지점으로 추정되는 해역은 사면이 크고 작은 수백 개의 무인도로 둘러싸여 있어서 수색이 무척이나 어려운 실정이었다.경찰은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그러나 이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WS 그룹의 주주들이 어떻게 사고 소식을 들었는지, 이 일로 인해 그룹의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이 소식을 접한 무진은 즉시 비상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사고 소식이 흘러 나간 마당에 자신이 아무리 만회하려 한들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주가는 여전히 사고의 영향으로 폭락 중이었다.연일 주주들이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회사의 임원들도 그에게 전화를 해서 대책과 사고에 대해 물어댔다.무진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성연은 이 날 무진에게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 걸 지켜보았다.경찰 측에서는 수색을 포기했지만, 성연과 무진은 수색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으로 할머니와 고모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성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성연이 서한기에게 지시한 일을 모르는 무진은 마음이 무척 무거워 보였다.무진이 노트북을 열고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는데, 성연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와서 노트북 옆에 놓았다.“무슨 일이예요?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누군지 모르지만 고모와 할머니 사고 소식을 흘려서 회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지금 회사 상황이 썩 좋질 않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네.”무진의 눈 밑에 드리워진 다크 서클이 요 며칠 그가 제대로 쉬지 못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계속된 할머니와 고모 생각에 무진은 성연이 옆에서 억지로 쉬게 하지 않으면 잠시도 잠들지 못했다.어쨌든 지금 회사에는 자기 한 사람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무진이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후, 곰곰이 돌이켜보던 무진은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분명 국외에서 발생한 사고인데다, 소식을 듣자마자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바로 비밀에 붙이지 않았나? 그런데 이 절묘한 타이밍은 또 뭐란 말인가?누군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다만 누가 그랬는지만 모를 뿐.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해당될 수 있었다.안금여와 강운경은 평소 국내에 있을 때면 항상 곁에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손을 쓰기 어렵다.지금 큰집에서 두 사람이 해외로 나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비행기 사고가 생겼는데, 조사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이 사고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무척 영리하다고 할 수 밖에.저녁 무렵, 손건호가 황급히 무진이 머무는 룸 안으로 들어왔다.룸 안에는 성연도 무진과 함께 있었지만 이미 습관이 된 상태라, 성연이 있는 앞에서 거리낌 없이 무진에게 보고했다.손건호의 음성이 초조한 빛을 띄었다.“보스, 지금 회사 상황이 좀 좋질 않습니다. 주주들이 이미 항의하고 있습니다.”WS그룹의 주주들이 말로 가장 현실적임을 무진과 손건호는 잘 알고 있었다.겉으로는 관심을 가지는 척하지만, 사실은 이게 사고가 났을 때 뒤에서 짓는 저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저들의 눈에는 오직 이익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손건호의 말을 들은 무진이 침묵을 지켰다.보아하니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할 것 같다.지금 회사에는 무진 혼자밖에 남아 있지 않으니, 자신을 대신해서 짊어질 사람이 없었다.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성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무엇보다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람들이 정말 비열해. 이 틈을 타서 일을 벌이다니 정말 너무해.’‘할머니와 고모를 아직 찾지도 못했는데, 무진 씨는 회사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하다니.’시궁창에 빠진 쥐는 뒤에서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는 법.보고를 끝낸 손건호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가서 무진의 결정을 기다렸다.무진은 그래도 고려해야 했다.할머니와 고모를 찾는 일은
하룻밤 꼬박 고민을 한 무진은 결국 회사 내 불안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회사는 지금 뒤죽박죽 엉망인 상태로, 이전에 이미 잠복해 있던 세력이 튀어나와 회사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형세였다. 혼란한 틈을 타서 제 이익을 챙길 속셈이 분명했다. 하지만 무진은 절대 저들의 뜻대로 되게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회사 일 때문에 무진과 함께 다시 국내로 돌아왔지만, 성연은 이런 상황 자체가 무진의 몸에 엄청난 부담을 줄까 걱정이었다.할머니와 고모의 사고 소식을 들은 이후, 무진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음식도 제대로 잘 먹지 못했다.무진의 건강이 아직 괜찮다고 해도, 실제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만약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무진의 몸이 망가질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무진이 회사로 출근했을 때, 성연은 무진을 위해 몸에 좋은 약재들을 넣고 탕을 끓였다.그러나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성연은 잘 알고 있었다.푹 쉬고 규칙적으로 적당한 음식을 섭취한다면, 무진의 몸은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회사 일은 확실히 성연이 도와줄 수 없는 문제였다.그래서 무진이 영양 보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뒷바라지나 하는 수밖에 없다.성연은 바쁜 무진을 방해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자신의 일을 해 나갔다.무진이 회사에 나가고 없을 때, 성연은 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수색 상황을 지켜보며 서한기에게 지시한 수색 작업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했다.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은 성연은 서한기에게 직접 처리하라고 지시했다.특히 스카이 아이 시스템에 관해서는 더욱 방심은 금물이었다.그러니 서한기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이 가장 타당했다.다만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작동시켜 며칠이나 사고 인근 지역을 모두 스캔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소식이 없었다.성연은 순간 가슴이 덜컥하며 한기가 드는 기분을 느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위력은 성연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요 며칠 무진이 회사에 출근하자, 안금여 회장과 강운경 이사의 비행기 사고를 확인하기 위해 주주들이 잇따라 찾아왔다.비록 무진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무진이 황급히 출국을 한데다 또 국외에서 기사까지 나면서 이 일은 십중팔구 사실로 여겨졌다.무진의 사무실을 방문한 주주들이 무진을 위로하며 말했다.“강 대표. 회장님 연세를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게 사실이야. 단지 몇 년 앞당겨졌다고 생각하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맞네, 강 대표. 강 대표와 회장님의 사이가 각별하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시게.”“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강 대표의 집안 어른들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만약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를 찾도록 해. 우리 중 몇몇은 강 대표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자식처럼 여기고 있네. 이런 뜻밖의 일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회사에는 강 대표가 필요해. 기운을 내시게.”주주 몇 명이 무진의 옆에 앉아 계속 쓸데없는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었다.저들의 말 중에 얼마만큼 진심이고, 거짓인지 알 수는 없다.무진은 그저 그들을 향해 의례적인 웃음을 지었다.“여러분들의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할머니를 찾지 못했지만,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기왕 그들이 알게 된 이상, 무진도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보여주었다.회사와 할머니 쪽 상황 모두 자신이 살필 것이다.무진이 할머니를 계속 찾겠다고 말하자, 주주 몇 명은 고개를 저었다.“사고 지역의 경찰 쪽에서는 이미 수색을 중단하지 않았나?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외국의 사고 지역이 꽤 넓다고 하던데, 어떻게 찾을 생각인가? 한 곳, 한 곳 다 뒤질 수는 없지 않나? 찾았다고 해도 유해만 찾게 될 것 같은데…….”이 말을 하던 주주가 거침없이 내뱉었을 때, 무진의 서릿발 같이 매서운 눈빛이 그를 향해 날아갔다.말을 하던 주주는 순식간에 뒷목이 얼어붙는 듯했다.목을 움츠린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강명수와 강명호도 안금여와 강운경의 비행기 사고 소식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아직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강씨 집안의 일원인 두 사람은 평소 외국에서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금 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가 구금되자 바로 귀국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루 종일 회사 내에서 어슬렁거렸다.자신은 너무도 편안하게 살면서 둘째, 셋째 일가는 힘들게 하는 강무진에게 본때를 보여줄 참이었다.자신들 둘째, 셋째 일가와 맞선 걸 강무진이 후회하게 만들 참이었다.강무진이 가까운 가족 두 명을 잃고, 마찬가지로 의지할 사람을 잃었다고 생각한 강명수와 강명호는 속으로 득의양양한 기분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절대 표시를 내지 않은 채 일부러 무진의 사무실을 찾아와 능청스럽게 위로했다.“무진아, 큰어머니와 운경이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무척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기운을 내라. 이 세상에 지나가지 못할 위기는 없어. 어찌되었든 너에게는 운영해야 할 큰 회사가 있지 않니?”“명호 삼촌 말이 맞아, 우리 둘은 지금 한가한 상태이니, 회사에 네가 관리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말해라. 우리가 널 위해 분담해 줄 수 있어.” 강명수가 뒤에서 히죽거리며 말했다.강명수의 태도는 강명호보다 진중하지 못해 마음속의 기분을 아무리 해도 숨길 수 없었다.두 사람을 보며 무진은 속으로 혐오감이 일었다.역시 둘째, 셋째 할아버지의 자식들이었다. 똑같이 구역질이 날 정도로.‘할머니 사고가 난 위기를 틈타 자기 잇속을 챙기고 회사 권한을 원해?’‘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무진은 이들에게 어떤 기회도 줄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두 사람의 모습에 무진은 마음 속 깊이 의심이 들었다.예전에 그에게 사고가 났을 때, 둘째, 셋째 할아버지도 이렇게 할머니를 몰아세웠었다.이제 할머니와 고모에게 사고가 나자, 구치소에 있는 둘째, 셋째 할아버지 대신 강명수, 강명호가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
강명수와 강명호는 무진이 뭔가 알아냈을까 겁이 나 무진의 사무실에 더 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인사말을 몇 마디 하고 나서 바로 사무실을 나갔다.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 오른 뒤에 한참을 참고 있던 강명수가 마침내 폭발했다.“너도 봤지? 무진 저놈 태도. 우린 지 놈 삼촌뻘이라고. 그런데 우리를 이렇게 대해?” 강명수는 분했다. 자기 아버지 강상철과 작은 아버지 강상규의 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무진과 협상이 안되어도 그만이다.자신들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지도 한참 되었건만, 무진 그 놈은 지금까지 두 사람에게 어떤 자리도 내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늘 두 사람의 행동은 안금여와 강운경에게 사고가 생긴 기회를 틈타 무진에게 화해의 손짓을 한 셈이다. 무진이 사태를 파악하고 자신들의 손을 잡길 바라면서.그런데 무진 그 놈은 자신들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나 지껄이다니.“나는 그 놈이 뭘 알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무진의 눈빛을 생각하자 강명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만약 이 일이 드러난다면 자신들의 말로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두 분과 마찬가지일 것이다.“모를 게 분명해. 알면 어떻게 지금까지 저러고 있겠어?” 잠시 사무실에서의 일을 되돌아보던 강명호는 무진이 알았다면 저렇게 침착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양친을 모두 잃은 무진은 이제 가족이라고는 안금여와 강운경 두 사람뿐이었다.강무진에게 두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조금 전 무진의 반응은 일부러 자신들을 떠보려는 것이지, 진상을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강명수의 설명을 듣던 강명호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말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진성이와 일헌이 쪽도 요즘 조심하라고 해야겠어요. 더 이상 약점을 잡혀서는 안됩니다. 만약 들켜서 우리도 교도소에 들어간다면 둘째, 셋째 일가는 완전히 끝장입니다.”강명호가 이것저것 걱정하는 게 강명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명수가 손을 들어 강명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며칠을 억지로 버티더니, 결국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무진의 몸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성연은 먼저 무진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성연이 다가가 무진의 손목을 잡는 동작을 취하며 슬쩍 맥을 짚어 보았다.그러자 지금 무진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성연이 관심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몸에 기운이 없어.” 무진 또한 자신이 아프다는 걸 자각했다.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좀 나은 게 그리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성연이 무진을 부축해서 침대에 눕히자, 무진의 눈이 바로 감기며 몸에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열이 났다.무진은 병이 날 때마다 열이 났다. 그건 한곳에 집중되어 있던 무진의 체내 병증이 확산되면서 화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결과였다.무진은 이미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 빠졌다.무진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는 성연이 얼굴 가득 아픈 표정을 지었다.할머니와 고모 일로 무진은 내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게다가 회사 문제와 할머니 양쪽을 모두 걱정하고 신경 쓰다 보니, 몸이 한계에 부딪힌 듯 팽팽하게 지탱하던 줄이 끊어지며 바로 엄청난 고통이 무진의 몸에 엄습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의 몸에 나타난 병증들은 무진의 몸을 정상인들보다 더 나쁘게 했다.그러자 무진의 병증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입술을 꽉 오므린 성연은 은침 몇 개를 무진의 몸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을 때, 방으로 들어가 찬 물수건으로 무진의 몸을 닦아주며 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성연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던 집사는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도 안 계시는 상황에, 주변에 좋은 의견을 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한밤중이 되었는데도 집사는 성연의 곁에서 내내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무진을 돌봤다.물수건을 바꾸던 성연은 집사가 따끈따끈한 국수 그릇을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모습이 보였다.“작은 사모님, 도련님 간병하느라 저녁도 못 드셨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