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수와 강명호도 안금여와 강운경의 비행기 사고 소식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아직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강씨 집안의 일원인 두 사람은 평소 외국에서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금 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가 구금되자 바로 귀국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루 종일 회사 내에서 어슬렁거렸다.자신은 너무도 편안하게 살면서 둘째, 셋째 일가는 힘들게 하는 강무진에게 본때를 보여줄 참이었다.자신들 둘째, 셋째 일가와 맞선 걸 강무진이 후회하게 만들 참이었다.강무진이 가까운 가족 두 명을 잃고, 마찬가지로 의지할 사람을 잃었다고 생각한 강명수와 강명호는 속으로 득의양양한 기분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절대 표시를 내지 않은 채 일부러 무진의 사무실을 찾아와 능청스럽게 위로했다.“무진아, 큰어머니와 운경이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무척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기운을 내라. 이 세상에 지나가지 못할 위기는 없어. 어찌되었든 너에게는 운영해야 할 큰 회사가 있지 않니?”“명호 삼촌 말이 맞아, 우리 둘은 지금 한가한 상태이니, 회사에 네가 관리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말해라. 우리가 널 위해 분담해 줄 수 있어.” 강명수가 뒤에서 히죽거리며 말했다.강명수의 태도는 강명호보다 진중하지 못해 마음속의 기분을 아무리 해도 숨길 수 없었다.두 사람을 보며 무진은 속으로 혐오감이 일었다.역시 둘째, 셋째 할아버지의 자식들이었다. 똑같이 구역질이 날 정도로.‘할머니 사고가 난 위기를 틈타 자기 잇속을 챙기고 회사 권한을 원해?’‘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무진은 이들에게 어떤 기회도 줄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두 사람의 모습에 무진은 마음 속 깊이 의심이 들었다.예전에 그에게 사고가 났을 때, 둘째, 셋째 할아버지도 이렇게 할머니를 몰아세웠었다.이제 할머니와 고모에게 사고가 나자, 구치소에 있는 둘째, 셋째 할아버지 대신 강명수, 강명호가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
강명수와 강명호는 무진이 뭔가 알아냈을까 겁이 나 무진의 사무실에 더 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인사말을 몇 마디 하고 나서 바로 사무실을 나갔다.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 오른 뒤에 한참을 참고 있던 강명수가 마침내 폭발했다.“너도 봤지? 무진 저놈 태도. 우린 지 놈 삼촌뻘이라고. 그런데 우리를 이렇게 대해?” 강명수는 분했다. 자기 아버지 강상철과 작은 아버지 강상규의 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무진과 협상이 안되어도 그만이다.자신들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지도 한참 되었건만, 무진 그 놈은 지금까지 두 사람에게 어떤 자리도 내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늘 두 사람의 행동은 안금여와 강운경에게 사고가 생긴 기회를 틈타 무진에게 화해의 손짓을 한 셈이다. 무진이 사태를 파악하고 자신들의 손을 잡길 바라면서.그런데 무진 그 놈은 자신들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나 지껄이다니.“나는 그 놈이 뭘 알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무진의 눈빛을 생각하자 강명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만약 이 일이 드러난다면 자신들의 말로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두 분과 마찬가지일 것이다.“모를 게 분명해. 알면 어떻게 지금까지 저러고 있겠어?” 잠시 사무실에서의 일을 되돌아보던 강명호는 무진이 알았다면 저렇게 침착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양친을 모두 잃은 무진은 이제 가족이라고는 안금여와 강운경 두 사람뿐이었다.강무진에게 두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조금 전 무진의 반응은 일부러 자신들을 떠보려는 것이지, 진상을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강명수의 설명을 듣던 강명호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말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진성이와 일헌이 쪽도 요즘 조심하라고 해야겠어요. 더 이상 약점을 잡혀서는 안됩니다. 만약 들켜서 우리도 교도소에 들어간다면 둘째, 셋째 일가는 완전히 끝장입니다.”강명호가 이것저것 걱정하는 게 강명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명수가 손을 들어 강명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며칠을 억지로 버티더니, 결국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무진의 몸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성연은 먼저 무진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성연이 다가가 무진의 손목을 잡는 동작을 취하며 슬쩍 맥을 짚어 보았다.그러자 지금 무진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성연이 관심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몸에 기운이 없어.” 무진 또한 자신이 아프다는 걸 자각했다.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좀 나은 게 그리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성연이 무진을 부축해서 침대에 눕히자, 무진의 눈이 바로 감기며 몸에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열이 났다.무진은 병이 날 때마다 열이 났다. 그건 한곳에 집중되어 있던 무진의 체내 병증이 확산되면서 화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결과였다.무진은 이미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 빠졌다.무진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는 성연이 얼굴 가득 아픈 표정을 지었다.할머니와 고모 일로 무진은 내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게다가 회사 문제와 할머니 양쪽을 모두 걱정하고 신경 쓰다 보니, 몸이 한계에 부딪힌 듯 팽팽하게 지탱하던 줄이 끊어지며 바로 엄청난 고통이 무진의 몸에 엄습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의 몸에 나타난 병증들은 무진의 몸을 정상인들보다 더 나쁘게 했다.그러자 무진의 병증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입술을 꽉 오므린 성연은 은침 몇 개를 무진의 몸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을 때, 방으로 들어가 찬 물수건으로 무진의 몸을 닦아주며 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성연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던 집사는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도 안 계시는 상황에, 주변에 좋은 의견을 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한밤중이 되었는데도 집사는 성연의 곁에서 내내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무진을 돌봤다.물수건을 바꾸던 성연은 집사가 따끈따끈한 국수 그릇을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모습이 보였다.“작은 사모님, 도련님 간병하느라 저녁도 못 드셨잖습니까?
다음날 열이 내려가면서 무진의 몸은 꽤 회복되었지만, 의식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비몽사몽 간에 죽을 좀 먹은 후, 무진은 다시 잠들었다.밤새 잠을 자지 못했던 성연은 무진이 호전을 보이자 고용인에게 대신 지켜보게 하고 다른 방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서한기로부터 전화가 왔다.서한기의 번호를 확인한 성연은 바로 할머니와 고모의 소식을 떠올렸다.성연이 지체없이 전화를 받았다.“서한기, 어떻게 됐어?”성연의 절박한 음성을 들은 서한기가 즉시 말했다.“보스, 스카이 아이 시스템으로 비행기 사고 지역을 스캔했는데, 강씨 집안의 회장님 일행 모두 생존 흔적을 발견했습니다.”흔적을 발견한 순간, 서한기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씨 집안 가족들에 대해 성연이 얼마나 각별하게 여기는지, 예전의 여러 일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서한기였다.평소 아껴주던 두 어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성연은 바로 서한기에게 수색 작업을 맡겼다. 그때 서한기는 속으로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혹여라도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고, 또 알아낸 소식이 불행히도 성연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했었다.다행히도 수하들과 몇 날 며칠을 고생한 결과,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마침내 더 이상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었던 서한기는 마음 놓고 성연에게 보고한 것이다.서한기의 말을 들은 성연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정말이야?”성연은 정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이야, 할머니와 고모가 모두 살아 계시다니.’평소 그처럼 선한 두 사람이 쉽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할머니와 고모 일행이 살아 있으니 이제 무진이 그처럼 괴로워할 필요가 없었다.무진의 고통을 보며 성연도 마음이 힘들었다.다행히도 모든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서한기가 대답했다.“사실이 확실합니다.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비록 항로를 이탈하긴 했지만 기장이 비상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기장과
성연은 이 소식을 들었지만, 당연히 바로 무진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무진의 눈으로 볼 때, 자신에게는 사고를 조사하고 실종자를 수색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그리고 지금 무진도 아직 알아내지 못한 사실을 자신이 모두 알아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하지만 그래도 이 소식을 얼른 무진에게 알려야 했다.할머니와 그 일행은 이미 사고 현장에서 며칠이나 보낸 상태다.섬에는 각종 물자가 부족할 게 뻔한 일.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구출해서 고통에 벗어나게 해야 했다.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성연은 적절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그래서 이 문제를 서한기에게 던져주었다.“네가 방법을 강구해서, 무진 씨 쪽에서 수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다는 정보가 들어가게 해.”무진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네.” 서한기가 바로 대답했다.그날 저녁, 서한기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어 무진의 수하들을 안금여 일행이 있는 무인도로 유인했다.무진은 북성으로 돌아가면서 그곳에 손건호를 남게 해서 할머니 수생 상황을 시시각각 그에게 보고하게 했다.다른 사람에게 유인된 심이지만 손건호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바로 안금여 회장과 그 일행의 위치와 생존 사실을 파악했다.손건호는 먼저 구조대에 알린 후,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무진은 죽을 먹은 후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던 중이었다.지금 그의 상태에는 절대 몸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성연은 무진의 모든 업무 서류들을 치워버렸다. 아직 침대에서 내려올 수는 없지만, 지금은 깨어 있는 상태라, 무진은 눈을 감고 쉴 수밖에 없었다.베갯머리에 놓인 전화가 울리자 무진이 바로 받았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손건호의 격앙된 음성이 들렸다.“보스, 회장님과 강 이사님을 찾았습니다.”“어떤 상태야?” ‘돌아가신 거야? 아니면 살아 계신 거야?’끝의 한마디는 무진의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무진의 목에서 나온 음성이 떨렸다.자신을 부모님 때와
수색대는 안금여 일행 모두를 작은 무인도에서 무사히 구조했다.다행히 안금여 일행은 성연과 무진에게 가져다줄 생각에 각종 특산물 등 먹을 것들을 비행기에 많이 실었던 터라 요 며칠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몸을 씻지 못하는 일은 좀 힘들었다.머리가 헝클어진 것 외에 안금여와 강운경은 몸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부상당한 기장과 부기장은 이미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치료를 받고 있었고, 일행 중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구조대가 무진과 성연에게 알려준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안금여와 강운경을 모시러 직접 그곳까지 갔다.구조대의 차량에서 내린 안금여의 눈에 공항에 서 있는 두 어린 손자, 손부가 보였다.무진의 눈가가 붉었다. 만약 할머니와 고모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자신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다행히도 하늘은 무심치 않게 돌보셔서 할머니와 고모를 다시 그의 곁으로 돌려보냈다.“할머니.” 무진의 목소리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얘야.” 안금여가 무진의 어깨를 토닥였다.만약 딸 운경과 자신이 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면, 손자 무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무진이 이제야 겨우 부모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참이었다.그런데 자신들 두 사람이 또 다시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 무진은 무너지게 말 것이었다.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 사실 안금여는 크게 두렵지 않았다.다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무진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그 아이가 얼마나 슬퍼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때 성연이 거리낌 없이 안금여의 품으로 뛰어들며 꼭 끌어안았다.“할머니,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안금여의 몸에서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이렇게 끌어안은 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그동안 고생 많았다. 네가 항상 무진이 곁에 있어주느라 말이다. 네가 없었다면 무진이 버텨 내지 못했을 거야.”무진의 성격과, 부모님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안금여와 강운경 등은 제일 먼저 욕실로 향했다. 할머니를 맞이하러 오면서 성연이 미리 준비해 온 옷가지들이 욕실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리고 할머니와 고모가 욕실에 있는 동안 무진은 룸서비스로 식사를 주문했다.목욕을 하고 나온 할머니와 고모는 상쾌한 기분으로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며칠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식사를 하는 할머니와 고모, 고모부 조승호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오랜 시간 몸에 교양이 배인 사람들이 그런지 과연 태도 하나하나가 다 남달라서, 온 몸에서 발산되는 그 특별함은 도무지 감추어질 수가 없었다.누구나 다 하는 식사이지만, 이들이 식사하는 동작은 아주 보기 좋았다.옆에서 성연이 턱을 괸 채 바라보았다. 무진은 내내 할머니와 고모를 응시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환상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것처럼.옆에 성연이 같이 있음을 보면서, 무진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배고프지 않아? 너도 좀 먹지?” 무진이 성연에게 물었다.강씨 집안의 일이 분명한 데도 성연이 자신과 같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었다.그저께까지는 아픈 자신을 간병하느라 고생하지 않았는가?무진은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괜찮아요. 배고프지 않아요.” 성연이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와 고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한 성연이다.그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 기내식을 먹었기에 아직 배고프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알았어. 나중에라도 먹고 싶으면 말해, 네가 좋아하는 것들 준비하라고 할게.” 성연에게 잘해줘야지, 평생 아껴줘야지 하고 이전부터 이미 결실했던 무진이다.이런 어려운 일을 겪는 동안 내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성연은 무진의 다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 성연에게 주고 싶었다.“걱정 말아요, 배고프면 제가 알아서 찾아 먹을게요.” 으쓱하고 어깨를 들어올리며 대답한 성연은 또다시 할머니와 고모가 식사하는 모습만 열심히 쳐다보았다.할머니의 식사
안금여 일행이 머물고 있는 스위트 룸으로 무진이 돌아왔을 때, 할머니 안금여와 고모 강운경은 쉬고 있지 않았다.성연과 함께 룸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는 엄청난 사고를 겪은 후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성연과 농담을 하는 안금여는 정상적지 않을 정도의 정신 상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비행기가 추락할 때 말이다. 얼른 증손주를 안아봤으면 하는 한가지 생각밖에 안 들더라. 세상사 무상해서 영영 못 보게 될까 봐 말이야. 성연아, 무진아, 너희들 좀 서둘러야겠다.”“할머니, 전에 그 얘긴 더 이상 안 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아기 얘기만 언급하면 형용하기 힘든 일들이 같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성연은 여전히 부끄러워했다.그러나 무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다.이번 일로 인해 무진은 할머니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지금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면, 할머니가 진짜 옆에 안 계시는 그때 가서 후회하게 될 테니까.다만 성연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다 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태여서, 2세에 대해서는 무진도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아직 어린 성연이 벌써부터 아이에게 매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무진은 단지 안금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었다.아기 문제만큼은 억지로 할 수가 없었던 무진은 성연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다.아기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안금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계속 이 화제를 입에 올렸다.“내 살아생전에 너와 무진의 아이를 안아보면 얼마나 좋겠니? 너희들 아이라면, 분명 무척 사랑스럽겠지? 다들 예뻐할 거야”이전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시간이 아직 있으니 무진과 성연이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그러나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어떤 일들은 늙은 자신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느 날 눈깜짝할 새에 세상을 떠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그래서 미련을 남긴 채 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