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첨이 시작되었다.직원들은 모두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추첨을 기다렸다.홀 안은 모두 말하는 소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물론 추첨은 즐거운 일이다.어떤 사람은 운이 좋고, 어떤 사람은 운이 나빴다.누군가 아파트를 뽑았다.디자인 부서에서 몇 년 동안 근무한 고참 직원이었다.그는 아파트를 뽑고는 이내 자신의 뺨을 한 대 치기도 했다.“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원래 누군가 아파트를 뽑으면 다들 좀 부러워도 하고 질투도 한다.하지만 그의 이 반응에 다들 오히려 웃으며 즐거워했다.매일 생활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만이 그의 이런 반응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하늘에서 파이가 떨어져도 내 차례는 오지 않을 줄 알고, 삶에 찌들려 이런 행운이 올 수도 있다는 것도 믿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WS그룹의 다른 부서 관계자들이 수속을 밟기 위해 아파트를 추첨한 사람을 데리고 갔다.모두들 그제서야 이것이 눈 앞의 현실임을 믿었다.그러나 워낙 비싼 아파트다 보니 한 채밖에 준비하지 못해 뒤에 서있던 사람들에게는 아예 기회가 사라졌다.그러나 어떤 여직원들은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명품 화정품, 가방 등을 뽑고 한참이나 기뻐했다.어쨌든, 이 모든 게 뜻밖의 서프라이즈였으며 다들 즐거워했다.성연은 옆에서 재미있게 구경하며 작은 케이크를 입에 넣어 먹기도 했다.무진이 어느새 성연 곁으로 다가왔다.“한번 추첨해 볼래?”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저들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무진 씨 그룹에서 직원들에게 준비한 복지 서비스니까, 나는 끼어들지 않는 게 좋아요.”WS그룹의 직원도 아닌 그녀는 무진의 약혼녀일 뿐인데 어떻게 저들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 있겠는가?만약 그녀가 어떤 직원들이 좋아할 상품을 뽑게 된다면, 저들의 마음도 불편할 것이다.그래서 성연은 차라리 저 시끌벅적한 곳에 가지 않는 편이 나을 터.“그래, 그럼 옆에서 구경하자.” 무진도 마지못해 성연
추첨은 연례 대회의 일부분일 뿐.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우수 직원에 대한 포상이다.작년에 실적이 뛰어났던 WS그룹은 두둑한 보너스를 준비했다.이름이 불리면 모두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실적에 맞는 포상을 받는다.모두가 기뻐할 때 강명수와 강명호가 앞으로 나갔다.집안의 기둥이었던 자신들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지내야 할 판.올해는 좋지 않은 해가 분명했다.자신들의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가 고생하고 있는 판국에 강무진은 무슨 권리로 경축을 한단 말인가?그래, 두 늙은이를 없애고 강무진이 최대 승자가 되었지?무진이 지금처럼 득의양양한 것이 누구의 것과 바꾼 것인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겠지.강명수와 강명호는 비록 아주 불만스럽고 강무진 저놈을 조각 조각 포를 뜨고 싶지만, 장소를 생각해서 오늘 같은 날 강무진에게 표정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두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분분히 한쪽으로 섰다.두 사람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을 보니 분명히 좋은 뜻으로 온 게 아니었다.무대 아래의 직원들은 모두 슬쩍 강무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설마 올해 연례 대회에서 또 다른 빅 뉴스가 터지는 건 아니겠지?무진이 두 사람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저 두 사람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두고 볼 참이었다.앞으로 나서서 무진을 응시하는 강명수의 눈빛이 상당히 음산했다.그는 이를 악물었다가 말했다.“무진아, 곧 설이다. 우리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두 사람은 모두 연로한 늙은이들이다. 네가 손에 넣으려던 것은 모두 손에 넣었지 않니? 우리 둘째, 셋째 일가는 앞으로 회사에서 발언권도 없으니, 너도 우리와 계속 다툴 걱정할 필요 없다. 어쨌든 네게도 할아버지들 아니시냐? 네가 좀 두 분이 나오시도록 선처를 해 다오.”강면수는 일부러 무진을 도리도 모르는 사람처럼 들리게 말했다.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진이 두 노인을 감옥에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난을
무진의 눈에 두 사람의 반응이 들어왔다.사과하러 왔다 해도 성의가 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변호사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두 노인에 대해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두 사람의 소행에 대해서는 드러난 증거가 확실한 이상, 현재 검찰로 이미 넘어가 법에 따른 처분을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두 분을 구하고 싶다면 검찰청에 가서 부탁하시죠!”그가 이렇게 말하는데 이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의논의 건더기도 없었다.무진 쪽은 철회하고 싶지 않다면, 검찰에서 어떻게 풀어주겠는가?“강무진, 너무 지나치다!” 강명수가 분을 참지 못했다.자신들이 아버지 뻘인데도, 강무진은 조금도 체면도 봐 주지 않았다.자신과 강명호가 직접 찾아가 여러 차례나 부탁하였지만 무진은 모두 묵살했다.자신이 회사를 맡고 있으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비록 두 노인은 집안의 어르신들이지만, 나는 스스로 컸다고 장담한다. 두 어른에게 아무런 은혜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전의 유언비어도 모두 강상철, 강상규 두 어른이 조작한 것들이죠. 두 삼촌들도 이미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두 분이 알고 있는 사실을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나는 가장 큰 양보를 했습니다. 바로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요. 다른 부분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무진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그는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저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그에게, 혹은 큰 집에, 조금이라도 잘했다면, 당연히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무진은 그 두 사람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렇다면 이렇게 된 마당에 후환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그들이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미 선을 넘었기에 자신을 탓하면 안되는 것이다.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강명수와 강명호가 서로 쳐다보았다.원래 무진에 대해 반박할 말을 찾으려고 했
연례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강명수와 강명호가 다녀간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이번 연례 대회는 원만하게 진행된 편이다.직원들 모두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었으니 당연히 즐거워했다.회사 중앙에는 점차 사람들이 떠나고 띄엄띄엄 몇 사람만 남았다.안금여는 나이가 많아 젊은이들과 달리 그렇게 오래 견디지 못했다.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본 안금여와 강운경도 먼저 돌아갔다.차에 오르기 전에 안금여가 말했다.“무진아, 운전 조심해라.”무진은 얼른 대답했다.“네, 할머니, 이따가 손 비서가 데려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세요.”그는 오늘 저녁에 술을 좀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손 비서는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운전하라고 일렀다.그러자 안금여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강운경과 함께 돌아갔다.무진은 협력사 대표들과 주주들에게서 적지 않은 술잔을 받았지만,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고 걸음걸이도 반듯한 것이 전혀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다.성연은 안금여와 모두 떠난 것을 보고 구석에서 일어나 무진의 곁으로 걸어갔다.“우리도 돌아가는 거예요?”성연을 본 순간, 무진의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피곤하니?”“조금요.” 조금 전까지 구경을 한다고 오래 서 있었더니 하이힐을 신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발이 좀 아팠다.“잠시만, 잠시 체크하고 마무리하는 것 보고 돌아가자.” 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서있고 싶지 않아 다시 휴게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 채 턱을 괴고 무진이 오기를 기다렸다.대략 십여 분 정도 지났을 때 무진이 돌아왔다.후방지원 부서의 인원에게 남은 작업들을 인계하면 일을 끝낸 셈이다.그는 성연의 손을 잡고”가자, 우리 돌아가자.”성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오늘은 예쁘고 드레스 효과를 위해 성연은 좀 적게 입었다.무진에 손바닥에 가라앉는 온도가 있어서 오히려 성연은 많이 따뜻함을 느꼈다.곧 문어귀까지 걸어가려고 할 때 무진이 멈추자 성연은 의아스러운
계속 닭살이 돋았던 손건호는 무진과 성연을 들여보낸 뒤에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무진은 손건호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손건호가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보스, 평소에 저에게 주신 월급과 보너스로 이미 충분합니다. 필요 없습니다.”“이것은 네가 가져야 할 몫이야. 새해에도 기쁜 마음을 시작하자. 내 곁에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앞으로 너를 많이 귀찮게 할거야.”무진은 다른 사람의 장려도 잊지 않고 손건호도 잊지 않을 것이다.“보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손건호가 얼른 자신의 충심을 표현했다.“가져가, 돌아가서 푹 쉬고.” 무진은 손건호의 손에 흰 봉투를 쥐어 주고 성연을 안고 들어갔다.무진은 침대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성연을 보았다.오늘 성연은 아주 섹시한 치마를 입었다.성연은 잠옷을 찾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무진이 그녀를 향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의 뺨이 약간 붉은 것 같다.성연은 그가 술에 취한 것은 아니겠지, 생각했다.그녀는 무진 앞에 가서 손을 뻗어 무진 앞에서 흔들었다.“무진 씨, 왜 그래요? 취했어요?”무진은 정신을 차리고 성연의 손을 잡았다.한 차례 천정이 빙빙 도는 듯하더니 성연은 무진의 몸 아래에 깔렸다.성연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았고 성연은 눈동자에 물빛을 띤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직접 몸을 숙여 성연의 입술에 키스했다.무진의 키스는 아주 사나웠다.성연도 발버둥칠 생각은 포기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무진이니까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싫지 않다는 느낄 뿐임을 알고 있었다.성연은 자신을 좀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성연은 자신의 입술에서 아무런 감각도 안 느껴지는 것 같았다.무진 술을 많이 마셨더니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그녀는 흥분하여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고, 가벼운 손짓으로 무진을 밀었다.“무진 씨.”무진은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베어 문 뒤에 동작을 멈추었다.무진은 다시
연례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이어 본격적으로 설을 맞이했다.진미선은 엠파이어 하우스의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설 명절 선물을 가지고 왔다.진미선은 크고 작은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는데, 대부분 유명 브랜드의 건강보조 식품들이었다.출혈이 꽤나 커 보였다.마침 거실에 있던 집사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의 인터폰을 들어 방문객을 확인했다.그런데 인터폰에 웬 낯선 사람이 보이자 집사가 물었다.“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성연이 엄마예요. 실례지만, 성연이 좀 불러주시겠어요? 연말이 되어서 성연이 주려고 몇 가지 사왔어요.”진미선의 태도는 부드러웠다.이때 인터폰을 통해 그녀의 부풀어 오른 아랫배의 윤곽이 보였다.성연의 집안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 집사.만약 작은 사모님의 부모들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했었다면, 그 어린 나이에 강씨 집안으로 시집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아는 사람들이야 무진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해도,외부에 알려진 무진의 명성이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나이 어린 딸을 이곳으로 시집을 보낼 정도라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진미선에 대한 집사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그리고 애초 사모님이 막 강씨 집안에 왔을 때는 소위 부모라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사모님의 엄마라는 여자는 지금 둘째를 가진 게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사모님에게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저 여자가 무슨 꿍꿍이로 여기에 왔는지는 자명하다.집사의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하더니 여러 생각들이 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진미선을 대하는 집사의 음성은 부드러웠다.“죄송합니다, 부인. 먼저 작은 사모님께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이런 일은 집사가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네.” 외부의 날씨는 추웠지만 진미선은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임산부를 밖에 오래 세워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성연에게 알렸다.마침 성연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설 명절. 안금여는 주방에 일러 식탁 한 상 가득 차리게 했다.성연은 강운경과 같이 원래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안금여는 모처럼 쉬는 설명절에는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야지, 주방에 들어가 주방에서 고생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성연이 안금여의 말에 따라 안금여 옆을 지키며 어른들과의 대화에 동참했다.올해 설에는 무진의 삼촌 강상문도 참석하며 온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누구 하나 빠진 사람 없이.어린 손자, 손부를 바라보는 안금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이 정도 나이가 되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란 그저 어린 자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것뿐.설날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강상문은 해외에서 가져온 포도주를 내놓았다.코르크 마개를 따니 강렬한 와인향이 코를 찌를 듯하다.강상문이 모두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와인은 도수가 낮으니 편하게 마셔요.”성연이 한 모금 맛을 보니 향이 아주 강한데에 비해 오히려 달달한 맛이 많이 났다.꽤나 맛있다고 생각하며 성연은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어머, 상문아, 같이 마시려고 네 와이너리의 와인을 꺼내 온 거야? 아깝지 않든?” 강운경이 옆에서 놀렸다.강상문은 누나 강운경의 농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웃으며 말했다.“가족 사이에 아까울 게 뭐가 있어? 그럼 가족들에게 아껴서 누구에게 줄려고?”“그건 그래. 내가 너 하나뿐인 누나지.” 강운경도 전혀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주고받는 투닥거림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이 느껴졌다.‘그래, 이게 진짜 친남매지. 어쨌든 남매 간의 우애가 참 좋네.’와인을 홀짝이면서 사람들 사이로 오고 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성연은 올해 설이 최고의 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식사 끝난 후, 성연은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한과 등이 있었다.성연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자기 앞에 당겨 놓고 먹고 있었다.잠시 한담
성연에게 세뱃돈을 준 안금여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성연이 한 살 또 먹었네. 이제 아가씨가 다 됐어.”순간 쑥스러움을 느낀 성연이 입술을 오므린 채 웃었다.지금 같이 강씨 집안의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성연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혼자 시골로 보내져 외할머니와 지내면서, 부모의 마중을 받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아빠, 엄마가 마중 오길 얼마나 바랬었는지.그러나 그런 시끌벅적한 명절에도 결국 자신과 외할머니만 시골집에서 쓸쓸하게 지냈다.그리고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에는 자신은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그래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사부님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부님은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계셨고,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사부님과의 연락도 많지 않았다.그러니 자기 혼자 남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다.다만 강씨 집안에 와서 이 가족들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무진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정말 자신을 강씨 집안의 일원으로 여겼다.그러나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강씨 집안에 들어온 자신. 강씨 집안 사람들과의 감정이 이렇게 깊어질 줄은 예상 밖이었다.강씨 집안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신인데도 가족들 모두 자신에게 이토록 잘해주니, 성연은 마음속으로 엄청 감동을 받았다.나중에 떠날 생각을 하니 정말 미련이 남았다.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성연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그런 성연을 바라보면서 안금여는 이 아이가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다.마침 성연의 옆에 앉아 있던 안금여가 좀 더 다가가 성연의 어깨를 껴안았다.“이런 맹추 같으니, 보는 눈이 없는 사람들이나 너에게 제대로 못하는 거야. 앞으로 널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 할머니가 있으니 그딴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마, 알겠니?”안금여의 품에 기대어 있던 성연의 눈가에 어느새 한 줄기 눈물이 가로지르고 있었다.성연이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 후에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할머니.”성연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던 강상문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