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 눈에 두 사람의 반응이 들어왔다.사과하러 왔다 해도 성의가 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변호사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두 노인에 대해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두 사람의 소행에 대해서는 드러난 증거가 확실한 이상, 현재 검찰로 이미 넘어가 법에 따른 처분을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두 분을 구하고 싶다면 검찰청에 가서 부탁하시죠!”그가 이렇게 말하는데 이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의논의 건더기도 없었다.무진 쪽은 철회하고 싶지 않다면, 검찰에서 어떻게 풀어주겠는가?“강무진, 너무 지나치다!” 강명수가 분을 참지 못했다.자신들이 아버지 뻘인데도, 강무진은 조금도 체면도 봐 주지 않았다.자신과 강명호가 직접 찾아가 여러 차례나 부탁하였지만 무진은 모두 묵살했다.자신이 회사를 맡고 있으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비록 두 노인은 집안의 어르신들이지만, 나는 스스로 컸다고 장담한다. 두 어른에게 아무런 은혜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전의 유언비어도 모두 강상철, 강상규 두 어른이 조작한 것들이죠. 두 삼촌들도 이미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두 분이 알고 있는 사실을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나는 가장 큰 양보를 했습니다. 바로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요. 다른 부분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무진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그는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저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그에게, 혹은 큰 집에, 조금이라도 잘했다면, 당연히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무진은 그 두 사람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렇다면 이렇게 된 마당에 후환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그들이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미 선을 넘었기에 자신을 탓하면 안되는 것이다.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강명수와 강명호가 서로 쳐다보았다.원래 무진에 대해 반박할 말을 찾으려고 했
연례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강명수와 강명호가 다녀간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이번 연례 대회는 원만하게 진행된 편이다.직원들 모두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었으니 당연히 즐거워했다.회사 중앙에는 점차 사람들이 떠나고 띄엄띄엄 몇 사람만 남았다.안금여는 나이가 많아 젊은이들과 달리 그렇게 오래 견디지 못했다.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본 안금여와 강운경도 먼저 돌아갔다.차에 오르기 전에 안금여가 말했다.“무진아, 운전 조심해라.”무진은 얼른 대답했다.“네, 할머니, 이따가 손 비서가 데려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세요.”그는 오늘 저녁에 술을 좀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손 비서는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운전하라고 일렀다.그러자 안금여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강운경과 함께 돌아갔다.무진은 협력사 대표들과 주주들에게서 적지 않은 술잔을 받았지만,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고 걸음걸이도 반듯한 것이 전혀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다.성연은 안금여와 모두 떠난 것을 보고 구석에서 일어나 무진의 곁으로 걸어갔다.“우리도 돌아가는 거예요?”성연을 본 순간, 무진의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피곤하니?”“조금요.” 조금 전까지 구경을 한다고 오래 서 있었더니 하이힐을 신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발이 좀 아팠다.“잠시만, 잠시 체크하고 마무리하는 것 보고 돌아가자.” 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서있고 싶지 않아 다시 휴게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 채 턱을 괴고 무진이 오기를 기다렸다.대략 십여 분 정도 지났을 때 무진이 돌아왔다.후방지원 부서의 인원에게 남은 작업들을 인계하면 일을 끝낸 셈이다.그는 성연의 손을 잡고”가자, 우리 돌아가자.”성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오늘은 예쁘고 드레스 효과를 위해 성연은 좀 적게 입었다.무진에 손바닥에 가라앉는 온도가 있어서 오히려 성연은 많이 따뜻함을 느꼈다.곧 문어귀까지 걸어가려고 할 때 무진이 멈추자 성연은 의아스러운
계속 닭살이 돋았던 손건호는 무진과 성연을 들여보낸 뒤에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무진은 손건호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손건호가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보스, 평소에 저에게 주신 월급과 보너스로 이미 충분합니다. 필요 없습니다.”“이것은 네가 가져야 할 몫이야. 새해에도 기쁜 마음을 시작하자. 내 곁에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앞으로 너를 많이 귀찮게 할거야.”무진은 다른 사람의 장려도 잊지 않고 손건호도 잊지 않을 것이다.“보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손건호가 얼른 자신의 충심을 표현했다.“가져가, 돌아가서 푹 쉬고.” 무진은 손건호의 손에 흰 봉투를 쥐어 주고 성연을 안고 들어갔다.무진은 침대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성연을 보았다.오늘 성연은 아주 섹시한 치마를 입었다.성연은 잠옷을 찾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무진이 그녀를 향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의 뺨이 약간 붉은 것 같다.성연은 그가 술에 취한 것은 아니겠지, 생각했다.그녀는 무진 앞에 가서 손을 뻗어 무진 앞에서 흔들었다.“무진 씨, 왜 그래요? 취했어요?”무진은 정신을 차리고 성연의 손을 잡았다.한 차례 천정이 빙빙 도는 듯하더니 성연은 무진의 몸 아래에 깔렸다.성연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았고 성연은 눈동자에 물빛을 띤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직접 몸을 숙여 성연의 입술에 키스했다.무진의 키스는 아주 사나웠다.성연도 발버둥칠 생각은 포기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무진이니까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싫지 않다는 느낄 뿐임을 알고 있었다.성연은 자신을 좀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성연은 자신의 입술에서 아무런 감각도 안 느껴지는 것 같았다.무진 술을 많이 마셨더니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그녀는 흥분하여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고, 가벼운 손짓으로 무진을 밀었다.“무진 씨.”무진은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베어 문 뒤에 동작을 멈추었다.무진은 다시
연례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이어 본격적으로 설을 맞이했다.진미선은 엠파이어 하우스의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설 명절 선물을 가지고 왔다.진미선은 크고 작은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는데, 대부분 유명 브랜드의 건강보조 식품들이었다.출혈이 꽤나 커 보였다.마침 거실에 있던 집사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의 인터폰을 들어 방문객을 확인했다.그런데 인터폰에 웬 낯선 사람이 보이자 집사가 물었다.“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성연이 엄마예요. 실례지만, 성연이 좀 불러주시겠어요? 연말이 되어서 성연이 주려고 몇 가지 사왔어요.”진미선의 태도는 부드러웠다.이때 인터폰을 통해 그녀의 부풀어 오른 아랫배의 윤곽이 보였다.성연의 집안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 집사.만약 작은 사모님의 부모들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했었다면, 그 어린 나이에 강씨 집안으로 시집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아는 사람들이야 무진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해도,외부에 알려진 무진의 명성이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나이 어린 딸을 이곳으로 시집을 보낼 정도라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진미선에 대한 집사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그리고 애초 사모님이 막 강씨 집안에 왔을 때는 소위 부모라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사모님의 엄마라는 여자는 지금 둘째를 가진 게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사모님에게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저 여자가 무슨 꿍꿍이로 여기에 왔는지는 자명하다.집사의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하더니 여러 생각들이 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진미선을 대하는 집사의 음성은 부드러웠다.“죄송합니다, 부인. 먼저 작은 사모님께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이런 일은 집사가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네.” 외부의 날씨는 추웠지만 진미선은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임산부를 밖에 오래 세워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성연에게 알렸다.마침 성연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설 명절. 안금여는 주방에 일러 식탁 한 상 가득 차리게 했다.성연은 강운경과 같이 원래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안금여는 모처럼 쉬는 설명절에는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야지, 주방에 들어가 주방에서 고생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성연이 안금여의 말에 따라 안금여 옆을 지키며 어른들과의 대화에 동참했다.올해 설에는 무진의 삼촌 강상문도 참석하며 온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누구 하나 빠진 사람 없이.어린 손자, 손부를 바라보는 안금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이 정도 나이가 되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란 그저 어린 자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것뿐.설날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강상문은 해외에서 가져온 포도주를 내놓았다.코르크 마개를 따니 강렬한 와인향이 코를 찌를 듯하다.강상문이 모두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와인은 도수가 낮으니 편하게 마셔요.”성연이 한 모금 맛을 보니 향이 아주 강한데에 비해 오히려 달달한 맛이 많이 났다.꽤나 맛있다고 생각하며 성연은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어머, 상문아, 같이 마시려고 네 와이너리의 와인을 꺼내 온 거야? 아깝지 않든?” 강운경이 옆에서 놀렸다.강상문은 누나 강운경의 농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웃으며 말했다.“가족 사이에 아까울 게 뭐가 있어? 그럼 가족들에게 아껴서 누구에게 줄려고?”“그건 그래. 내가 너 하나뿐인 누나지.” 강운경도 전혀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주고받는 투닥거림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이 느껴졌다.‘그래, 이게 진짜 친남매지. 어쨌든 남매 간의 우애가 참 좋네.’와인을 홀짝이면서 사람들 사이로 오고 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성연은 올해 설이 최고의 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식사 끝난 후, 성연은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한과 등이 있었다.성연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자기 앞에 당겨 놓고 먹고 있었다.잠시 한담
성연에게 세뱃돈을 준 안금여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성연이 한 살 또 먹었네. 이제 아가씨가 다 됐어.”순간 쑥스러움을 느낀 성연이 입술을 오므린 채 웃었다.지금 같이 강씨 집안의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성연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혼자 시골로 보내져 외할머니와 지내면서, 부모의 마중을 받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아빠, 엄마가 마중 오길 얼마나 바랬었는지.그러나 그런 시끌벅적한 명절에도 결국 자신과 외할머니만 시골집에서 쓸쓸하게 지냈다.그리고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에는 자신은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그래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사부님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부님은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계셨고,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사부님과의 연락도 많지 않았다.그러니 자기 혼자 남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다.다만 강씨 집안에 와서 이 가족들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무진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정말 자신을 강씨 집안의 일원으로 여겼다.그러나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강씨 집안에 들어온 자신. 강씨 집안 사람들과의 감정이 이렇게 깊어질 줄은 예상 밖이었다.강씨 집안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신인데도 가족들 모두 자신에게 이토록 잘해주니, 성연은 마음속으로 엄청 감동을 받았다.나중에 떠날 생각을 하니 정말 미련이 남았다.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성연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그런 성연을 바라보면서 안금여는 이 아이가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다.마침 성연의 옆에 앉아 있던 안금여가 좀 더 다가가 성연의 어깨를 껴안았다.“이런 맹추 같으니, 보는 눈이 없는 사람들이나 너에게 제대로 못하는 거야. 앞으로 널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 할머니가 있으니 그딴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마, 알겠니?”안금여의 품에 기대어 있던 성연의 눈가에 어느새 한 줄기 눈물이 가로지르고 있었다.성연이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 후에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할머니.”성연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던 강상문이 눈
안금여가 보니 모두가 선물을 꺼내 놓았는데, 무진만 없었다.안금여가 손을 뻗어 무진의 팔을 쳤다.“무진이 너 어떻게 된 거야? 너의 선물은? 성연이 선물 준비 안 했어?”그녀는 무진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들 지금 필사적으로 협조하는데, 무진이만 적극적인 태도가 전혀 없으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나중에 성연이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울기밖에 더하려고.’무진의 눈에 어쩔 수 없다는 빛이 어리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살풍경해요. 사실 이미 준비 다 해 놨어요. 몰래 주려고 했단 말입니다.”말하면서 무진이 재킷 주머니에서 검은색 벨벳 상자를 꺼내 열었다. 케이스 안에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는 지나치게 복잡한 커팅이 없어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이 반지를 위해, 이 새해 선물을 위해, 무진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반지의 디자인에서 소재까지 모두 무진이 직접 골랐다.성연이 부끄러움이 많은 걸 잘 아는 무진은지금 온 가족이 다 있는 자리에서 빨리 꺼내고 싶지 않았다. 성연이 분명 쑥스러워할 테니까.그러나 지금 안금여의 말에 선물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뭐, 준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겠지.’무진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본 성연의 눈은 온통 의아스러운 빛이다.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 있는 성연의 모습이 무척 귀여워 보였다.무진이 반지에 대해 설명했다.“이전의 약혼반지는 너무 화려해서 성연이 네가 끼고 다닐 수가 없었지만, 이건 새끼손가락에 끼고 다닐 수 있게 심플한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했어.”재질이 특수해서, 무진은 많은 공을 들이며, 또 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수집했다.비록 그 과정이 좀 번거로웠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성연을 보니 전혀 수고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성연이 반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 개의 링에 불과한 반지지만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링 위에 성연의 19살 나이에 맞게 조각된 별 문양이 성연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선
“성연아, 따라와.” 무진이 성연을 고택 뒤뜰의 공터로 데리고 갔다.“무슨 일이에요?” 성연의 음성이 한결 부드럽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 무진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올해 설에는 고용인들 모두 설을 쇠러 집에 돌아가고 고택에는 몇 사람 남아 있지 않았다.하지만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안금여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수시로 들려오고 또 성연이 설 전에 같이 배치해 두었던 것들이 아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상자 여러 개를 안은 채 왔다.성연이 앞으로 다가가서 보니 불꽃놀이 재료였다.불꽃놀이를 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급작스레 보게 되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불꽃놀이를 하려고 데려온 거예요?”성연이 일부러 물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때, 마음에 들어?”“마음에 들어요. 이따가 내가 하나 터트려도 돼요?” 성연의 눈이 초롱초롱하다.무진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무진이 성연의 부탁을 거절했다.“안 돼, 이따가 내가 터트릴 때 옆에서 지켜봐.”불꽃놀이는 매우 위험했다.비록 성연이 겁먹지 않는다 해도 무진은 성연이가 다칠만한 어떤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무진의 말투가 무척이나 진지해서 성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성연이를 좀 더 멀리 서게 한 후에 무진이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펑펑펑.” 격렬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이 장관이었다.원래 시내에서는 불꽃놀이를 금한다는 법령이 있었다.그러나 강씨 고택은 부지가 넓고 도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터트릴 수 있었다.불꽃 몇 개를 모두 점화한 후, 무진이 성연의 곁으로 다가온 뒤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소리를 듣고 집안에 있던 안금여와 강운경도 고개를 돌렸다.밤 하늘을 수놓는 장관에 강운경이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무진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살 줄 누가 알았겠어요?”“그래,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도 믿지 못할 뻔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