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 눈에 두 사람의 반응이 들어왔다.사과하러 왔다 해도 성의가 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변호사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두 노인에 대해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었습니다. 두 사람의 소행에 대해서는 드러난 증거가 확실한 이상, 현재 검찰로 이미 넘어가 법에 따른 처분을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두 분을 구하고 싶다면 검찰청에 가서 부탁하시죠!”그가 이렇게 말하는데 이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의논의 건더기도 없었다.무진 쪽은 철회하고 싶지 않다면, 검찰에서 어떻게 풀어주겠는가?“강무진, 너무 지나치다!” 강명수가 분을 참지 못했다.자신들이 아버지 뻘인데도, 강무진은 조금도 체면도 봐 주지 않았다.자신과 강명호가 직접 찾아가 여러 차례나 부탁하였지만 무진은 모두 묵살했다.자신이 회사를 맡고 있으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비록 두 노인은 집안의 어르신들이지만, 나는 스스로 컸다고 장담한다. 두 어른에게 아무런 은혜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전의 유언비어도 모두 강상철, 강상규 두 어른이 조작한 것들이죠. 두 삼촌들도 이미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두 분이 알고 있는 사실을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나는 가장 큰 양보를 했습니다. 바로 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요. 다른 부분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무진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그는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저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만약 강상철과 강상규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그에게, 혹은 큰 집에, 조금이라도 잘했다면, 당연히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무진은 그 두 사람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렇다면 이렇게 된 마당에 후환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그들이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이미 선을 넘었기에 자신을 탓하면 안되는 것이다.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강명수와 강명호가 서로 쳐다보았다.원래 무진에 대해 반박할 말을 찾으려고 했
연례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강명수와 강명호가 다녀간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이번 연례 대회는 원만하게 진행된 편이다.직원들 모두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었으니 당연히 즐거워했다.회사 중앙에는 점차 사람들이 떠나고 띄엄띄엄 몇 사람만 남았다.안금여는 나이가 많아 젊은이들과 달리 그렇게 오래 견디지 못했다.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본 안금여와 강운경도 먼저 돌아갔다.차에 오르기 전에 안금여가 말했다.“무진아, 운전 조심해라.”무진은 얼른 대답했다.“네, 할머니, 이따가 손 비서가 데려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세요.”그는 오늘 저녁에 술을 좀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손 비서는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운전하라고 일렀다.그러자 안금여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강운경과 함께 돌아갔다.무진은 협력사 대표들과 주주들에게서 적지 않은 술잔을 받았지만,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고 걸음걸이도 반듯한 것이 전혀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다.성연은 안금여와 모두 떠난 것을 보고 구석에서 일어나 무진의 곁으로 걸어갔다.“우리도 돌아가는 거예요?”성연을 본 순간, 무진의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피곤하니?”“조금요.” 조금 전까지 구경을 한다고 오래 서 있었더니 하이힐을 신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발이 좀 아팠다.“잠시만, 잠시 체크하고 마무리하는 것 보고 돌아가자.” 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서있고 싶지 않아 다시 휴게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은 채 턱을 괴고 무진이 오기를 기다렸다.대략 십여 분 정도 지났을 때 무진이 돌아왔다.후방지원 부서의 인원에게 남은 작업들을 인계하면 일을 끝낸 셈이다.그는 성연의 손을 잡고”가자, 우리 돌아가자.”성연은 그의 뒤를 따랐다.오늘은 예쁘고 드레스 효과를 위해 성연은 좀 적게 입었다.무진에 손바닥에 가라앉는 온도가 있어서 오히려 성연은 많이 따뜻함을 느꼈다.곧 문어귀까지 걸어가려고 할 때 무진이 멈추자 성연은 의아스러운
계속 닭살이 돋았던 손건호는 무진과 성연을 들여보낸 뒤에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무진은 손건호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손건호가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보스, 평소에 저에게 주신 월급과 보너스로 이미 충분합니다. 필요 없습니다.”“이것은 네가 가져야 할 몫이야. 새해에도 기쁜 마음을 시작하자. 내 곁에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앞으로 너를 많이 귀찮게 할거야.”무진은 다른 사람의 장려도 잊지 않고 손건호도 잊지 않을 것이다.“보스, 무슨 일이 있어도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손건호가 얼른 자신의 충심을 표현했다.“가져가, 돌아가서 푹 쉬고.” 무진은 손건호의 손에 흰 봉투를 쥐어 주고 성연을 안고 들어갔다.무진은 침대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성연을 보았다.오늘 성연은 아주 섹시한 치마를 입었다.성연은 잠옷을 찾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무진이 그녀를 향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의 뺨이 약간 붉은 것 같다.성연은 그가 술에 취한 것은 아니겠지, 생각했다.그녀는 무진 앞에 가서 손을 뻗어 무진 앞에서 흔들었다.“무진 씨, 왜 그래요? 취했어요?”무진은 정신을 차리고 성연의 손을 잡았다.한 차례 천정이 빙빙 도는 듯하더니 성연은 무진의 몸 아래에 깔렸다.성연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보았고 성연은 눈동자에 물빛을 띤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직접 몸을 숙여 성연의 입술에 키스했다.무진의 키스는 아주 사나웠다.성연도 발버둥칠 생각은 포기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무진이니까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싫지 않다는 느낄 뿐임을 알고 있었다.성연은 자신을 좀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성연은 자신의 입술에서 아무런 감각도 안 느껴지는 것 같았다.무진 술을 많이 마셨더니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그녀는 흥분하여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고, 가벼운 손짓으로 무진을 밀었다.“무진 씨.”무진은 그녀의 입술을 깊숙이 베어 문 뒤에 동작을 멈추었다.무진은 다시
연례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이어 본격적으로 설을 맞이했다.진미선은 엠파이어 하우스의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설 명절 선물을 가지고 왔다.진미선은 크고 작은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는데, 대부분 유명 브랜드의 건강보조 식품들이었다.출혈이 꽤나 커 보였다.마침 거실에 있던 집사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의 인터폰을 들어 방문객을 확인했다.그런데 인터폰에 웬 낯선 사람이 보이자 집사가 물었다.“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성연이 엄마예요. 실례지만, 성연이 좀 불러주시겠어요? 연말이 되어서 성연이 주려고 몇 가지 사왔어요.”진미선의 태도는 부드러웠다.이때 인터폰을 통해 그녀의 부풀어 오른 아랫배의 윤곽이 보였다.성연의 집안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 집사.만약 작은 사모님의 부모들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했었다면, 그 어린 나이에 강씨 집안으로 시집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아는 사람들이야 무진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해도,외부에 알려진 무진의 명성이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나이 어린 딸을 이곳으로 시집을 보낼 정도라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진미선에 대한 집사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그리고 애초 사모님이 막 강씨 집안에 왔을 때는 소위 부모라는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사모님의 엄마라는 여자는 지금 둘째를 가진 게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사모님에게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저 여자가 무슨 꿍꿍이로 여기에 왔는지는 자명하다.집사의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하더니 여러 생각들이 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진미선을 대하는 집사의 음성은 부드러웠다.“죄송합니다, 부인. 먼저 작은 사모님께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이런 일은 집사가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네.” 외부의 날씨는 추웠지만 진미선은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임산부를 밖에 오래 세워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성연에게 알렸다.마침 성연은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설 명절. 안금여는 주방에 일러 식탁 한 상 가득 차리게 했다.성연은 강운경과 같이 원래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안금여는 모처럼 쉬는 설명절에는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야지, 주방에 들어가 주방에서 고생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성연이 안금여의 말에 따라 안금여 옆을 지키며 어른들과의 대화에 동참했다.올해 설에는 무진의 삼촌 강상문도 참석하며 온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누구 하나 빠진 사람 없이.어린 손자, 손부를 바라보는 안금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이 정도 나이가 되면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란 그저 어린 자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것뿐.설날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강상문은 해외에서 가져온 포도주를 내놓았다.코르크 마개를 따니 강렬한 와인향이 코를 찌를 듯하다.강상문이 모두의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와인은 도수가 낮으니 편하게 마셔요.”성연이 한 모금 맛을 보니 향이 아주 강한데에 비해 오히려 달달한 맛이 많이 났다.꽤나 맛있다고 생각하며 성연은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어머, 상문아, 같이 마시려고 네 와이너리의 와인을 꺼내 온 거야? 아깝지 않든?” 강운경이 옆에서 놀렸다.강상문은 누나 강운경의 농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웃으며 말했다.“가족 사이에 아까울 게 뭐가 있어? 그럼 가족들에게 아껴서 누구에게 줄려고?”“그건 그래. 내가 너 하나뿐인 누나지.” 강운경도 전혀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주고받는 투닥거림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이 느껴졌다.‘그래, 이게 진짜 친남매지. 어쨌든 남매 간의 우애가 참 좋네.’와인을 홀짝이면서 사람들 사이로 오고 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성연은 올해 설이 최고의 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식사 끝난 후, 성연은 가족들과 함께 거실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과일과 한과 등이 있었다.성연은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자기 앞에 당겨 놓고 먹고 있었다.잠시 한담
성연에게 세뱃돈을 준 안금여는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성연이 한 살 또 먹었네. 이제 아가씨가 다 됐어.”순간 쑥스러움을 느낀 성연이 입술을 오므린 채 웃었다.지금 같이 강씨 집안의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성연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혼자 시골로 보내져 외할머니와 지내면서, 부모의 마중을 받는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아빠, 엄마가 마중 오길 얼마나 바랬었는지.그러나 그런 시끌벅적한 명절에도 결국 자신과 외할머니만 시골집에서 쓸쓸하게 지냈다.그리고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신 후에는 자신은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그래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사부님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사부님은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계셨고,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사부님과의 연락도 많지 않았다.그러니 자기 혼자 남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다.다만 강씨 집안에 와서 이 가족들로부터 이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무진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정말 자신을 강씨 집안의 일원으로 여겼다.그러나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강씨 집안에 들어온 자신. 강씨 집안 사람들과의 감정이 이렇게 깊어질 줄은 예상 밖이었다.강씨 집안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신인데도 가족들 모두 자신에게 이토록 잘해주니, 성연은 마음속으로 엄청 감동을 받았다.나중에 떠날 생각을 하니 정말 미련이 남았다.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성연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그런 성연을 바라보면서 안금여는 이 아이가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다.마침 성연의 옆에 앉아 있던 안금여가 좀 더 다가가 성연의 어깨를 껴안았다.“이런 맹추 같으니, 보는 눈이 없는 사람들이나 너에게 제대로 못하는 거야. 앞으로 널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 할머니가 있으니 그딴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마, 알겠니?”안금여의 품에 기대어 있던 성연의 눈가에 어느새 한 줄기 눈물이 가로지르고 있었다.성연이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 후에 말했다.“네, 고맙습니다. 할머니.”성연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던 강상문이 눈
안금여가 보니 모두가 선물을 꺼내 놓았는데, 무진만 없었다.안금여가 손을 뻗어 무진의 팔을 쳤다.“무진이 너 어떻게 된 거야? 너의 선물은? 성연이 선물 준비 안 했어?”그녀는 무진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들 지금 필사적으로 협조하는데, 무진이만 적극적인 태도가 전혀 없으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나중에 성연이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면 울기밖에 더하려고.’무진의 눈에 어쩔 수 없다는 빛이 어리며 말했다.“할머니, 정말 살풍경해요. 사실 이미 준비 다 해 놨어요. 몰래 주려고 했단 말입니다.”말하면서 무진이 재킷 주머니에서 검은색 벨벳 상자를 꺼내 열었다. 케이스 안에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는 지나치게 복잡한 커팅이 없어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이 반지를 위해, 이 새해 선물을 위해, 무진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반지의 디자인에서 소재까지 모두 무진이 직접 골랐다.성연이 부끄러움이 많은 걸 잘 아는 무진은지금 온 가족이 다 있는 자리에서 빨리 꺼내고 싶지 않았다. 성연이 분명 쑥스러워할 테니까.그러나 지금 안금여의 말에 선물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뭐, 준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겠지.’무진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본 성연의 눈은 온통 의아스러운 빛이다.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릅뜨고 있는 성연의 모습이 무척 귀여워 보였다.무진이 반지에 대해 설명했다.“이전의 약혼반지는 너무 화려해서 성연이 네가 끼고 다닐 수가 없었지만, 이건 새끼손가락에 끼고 다닐 수 있게 심플한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했어.”재질이 특수해서, 무진은 많은 공을 들이며, 또 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수집했다.비록 그 과정이 좀 번거로웠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성연을 보니 전혀 수고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성연이 반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 개의 링에 불과한 반지지만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링 위에 성연의 19살 나이에 맞게 조각된 별 문양이 성연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선
“성연아, 따라와.” 무진이 성연을 고택 뒤뜰의 공터로 데리고 갔다.“무슨 일이에요?” 성연의 음성이 한결 부드럽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 무진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올해 설에는 고용인들 모두 설을 쇠러 집에 돌아가고 고택에는 몇 사람 남아 있지 않았다.하지만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안금여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수시로 들려오고 또 성연이 설 전에 같이 배치해 두었던 것들이 아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상자 여러 개를 안은 채 왔다.성연이 앞으로 다가가서 보니 불꽃놀이 재료였다.불꽃놀이를 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급작스레 보게 되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불꽃놀이를 하려고 데려온 거예요?”성연이 일부러 물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때, 마음에 들어?”“마음에 들어요. 이따가 내가 하나 터트려도 돼요?” 성연의 눈이 초롱초롱하다.무진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무진이 성연의 부탁을 거절했다.“안 돼, 이따가 내가 터트릴 때 옆에서 지켜봐.”불꽃놀이는 매우 위험했다.비록 성연이 겁먹지 않는다 해도 무진은 성연이가 다칠만한 어떤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무진의 말투가 무척이나 진지해서 성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성연이를 좀 더 멀리 서게 한 후에 무진이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펑펑펑.” 격렬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이 장관이었다.원래 시내에서는 불꽃놀이를 금한다는 법령이 있었다.그러나 강씨 고택은 부지가 넓고 도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터트릴 수 있었다.불꽃 몇 개를 모두 점화한 후, 무진이 성연의 곁으로 다가온 뒤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소리를 듣고 집안에 있던 안금여와 강운경도 고개를 돌렸다.밤 하늘을 수놓는 장관에 강운경이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무진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살 줄 누가 알았겠어요?”“그래,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도 믿지 못할 뻔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