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아, 따라와.” 무진이 성연을 고택 뒤뜰의 공터로 데리고 갔다.“무슨 일이에요?” 성연의 음성이 한결 부드럽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 무진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올해 설에는 고용인들 모두 설을 쇠러 집에 돌아가고 고택에는 몇 사람 남아 있지 않았다.하지만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안금여와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가 수시로 들려오고 또 성연이 설 전에 같이 배치해 두었던 것들이 아주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상자 여러 개를 안은 채 왔다.성연이 앞으로 다가가서 보니 불꽃놀이 재료였다.불꽃놀이를 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급작스레 보게 되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불꽃놀이를 하려고 데려온 거예요?”성연이 일부러 물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때, 마음에 들어?”“마음에 들어요. 이따가 내가 하나 터트려도 돼요?” 성연의 눈이 초롱초롱하다.무진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무진이 성연의 부탁을 거절했다.“안 돼, 이따가 내가 터트릴 때 옆에서 지켜봐.”불꽃놀이는 매우 위험했다.비록 성연이 겁먹지 않는다 해도 무진은 성연이가 다칠만한 어떤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무진의 말투가 무척이나 진지해서 성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성연이를 좀 더 멀리 서게 한 후에 무진이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펑펑펑.” 격렬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이 장관이었다.원래 시내에서는 불꽃놀이를 금한다는 법령이 있었다.그러나 강씨 고택은 부지가 넓고 도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터트릴 수 있었다.불꽃 몇 개를 모두 점화한 후, 무진이 성연의 곁으로 다가온 뒤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소리를 듣고 집안에 있던 안금여와 강운경도 고개를 돌렸다.밤 하늘을 수놓는 장관에 강운경이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무진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살 줄 누가 알았겠어요?”“그래,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도 믿지 못할 뻔
가장할 줄 모르는 성연은 뼛속까지 직설적인 사람이다.어차피 좋아하게 된 바, 숨기지 않을 것이다.성연이 돌연 발끝을 세우고 서서 무진의 입술에다 자기의 입술을 가볍게 댔다.가벼운 동작이라 키스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성연이 무진에게 마음이 뺏기는 것은 조만간 일어날 일이었다.모든 일은 그 전에 이미 흔적이 있었다.무진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인내심을 가졌다.무진이 자신에게 가까이 접근해도 성연은 조금도 싫지 않았다.심지어 방임한 느낌마저 있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벌써 그녀의 발에 차여 날아갔을 것이다.무진은 어쩌면 벌써 자신에게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성연은 좀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까?자신이 뻣뻣한 나무토막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까?성연은 마음이 좀 복잡했지만, 성연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무진은 멍했다.성연이 먼저 자신에게 다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 전의 성연은 비록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표현한 적은 없었다.그런데 지금 성연이 뜻밖에도 자신에게 입을 맞춰 왔다.무진은 엄청난 광희에 빠졌다.그리고 두말없이 성연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그토록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런 날이 온 것이다.성연이가 먼저 다가왔다는 사실은 그녀가 이미 이성에 눈을 떴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지?무진은 자신이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성연이 자신에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선사했다.이것이야 말로 그에게 있어서 정말 최고의 새해 선물인 셈이다.무진은 집안에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마치 그들을 공기 같은 존재로 여기며.비록 유리를 한 겹 사이에 두고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말이다.두 사람이 바깥에서 연출하고 있는 장면을 먼저 보게 된 운경이 놀라움에 입을 막았다. 하지만 눈가는
성연의 눈에 거실에서 움직이는 인영이 언뜻 보였다.처음엔 무진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결국 모든 게 아쉬웠다.그래서 무진이 키스하게 내버려 두었다. 키스가 끝난 후에 성연의 얼굴은 온통 새빨갰다.“할머니하고 모두들 아직 계시단 말이에요.”성연이 투덜거렸다.지금은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조금 전 자신들 두 사람이 입을 맞추던 모든 과정을 어쩌면 어른들이 다 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목을 움츠린 성연을 본 무진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먼저 기습해 왔잖아?”무진은 매우 뿌듯함을 느꼈다. 그토록 많은 신경을 써서 성연을 대한 것이 헛되지 않았으니.성연이 의기소침하게 말했다.“미색으로 사람을 망치려는 거 아니예요? 누구라도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있단 말이에요.”과연 진짜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남자답게 무진의 얼굴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너무 컸다.조금 전 무진의 표현 방식이 어찌나 입에 맞는지, 그녀가 참을 수 없었던 것도 정상적인 일이다.“네가 좋으면 돼.” 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겨울의 북성 시는 꽤나 추워서 밖에 있는 시간이 좀 길어지니 성연의 손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차갑게 얼었다.무진은 성연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주도 면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조금 전 성연을 데리고 나올 때, 성연을 위해 담요를 준비해야 했다.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은 채 두 손을 서로 비벼 성연의 손에 온기가 돌게 했다.그의 긴장된 표정을 보면서 성연은 속으로 마음이 더 설렜다.그가 보여주는 작은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성연을 설레게 했다.이 남자는 정말이지 그만 놓으려 해도 놓을 수가 없다.실내에 난방이 켜지자 곧바로 성연의 손바닥이 따뜻해졌다.무진이 고개를 숙이자 성연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으로 성연의 손등을 문질렀다.“왜 그래? 왜 그렇게 봐?”“예뻐서 보는데, 보면 안 돼요?” 성연이 직설적으로 대답했다.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후,
설을 쇠고 난 후, 무진은 집에서 일주일을 쉬었다.회사도 휴가 기간이라, 무진이 모처럼 긴장을 풀었다. 성연은 한가한 틈을 타서 무진이 많이 쉬게 했다. 1년에 며칠밖에 되지 않는 휴가였다.설에도 바쁘게 일하면 정말 안락하게 지내는 날이 하루도 없게 된다.무진도 성연의 말을 듣고 일을 내려놓은 후에는 집에서 성연과 함께 있는 데 집중했다.두 사람은 때때로 별장의 뒷산을 산책하거나, 홈 시어터에서 영화를 보고 무진이 성연을 데리고 함께 달리기를 했다. 이렇게 지낸 나날들이 얼마나 편안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서로의 존재로 인해 두 사람은 아주 달콤함을 만끽했다.그날 성연은 주방에서 작은 케이크를 괴롭히다 결국 도와달라고 무진을 불렀다.무진이 음식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집사는 아직 모르고 있다. 작은 사모님이 도련님에게 어려운 문제를 던져 줬다고 생각했다.주방, 무진은 이 단어와는 완전 거리가 멀었다.도련님을 주방에 가게 하다니, 어떤 모습일지 집사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래서 집사는 옆에 붙어 서서 성연을 설득시키려고 시도했다.“작은 사모님, 보세요, 주방에 저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아니면 제가 주방의 인원을 불러서 사모님을 돕게 할게요. 이런 것들 전혀 할 줄 모르는 도련님이 만약 사모님의 케이크를 망가뜨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집사는 말을 잘하긴 하나, 도련님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은 말을 할 겨를도 없었다. 오히려 옆에 선 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내가 가서 도와 줄게. 집사는 가서 일 봐. 여기 신경 쓰지 말고.”무진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당연히 집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볼 뿐이다.성연은 그의 반응을 눈여겨보았다.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다. 무진이 요리 기초가 어느 정도 있으니, 옆에서 거드는 정도야 어렵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집사는 무진이 폭탄이라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하다.무진이 주방에 들어오자 성연이
물론 송씨 집안은 요즘 확실히 지내기 힘들었다.강상규는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하는 사람이다. 비록 돈을 주었지만 여전히 송씨 집안에게 당했다고 생각했다.보이지 않게 뒤에서 꼼수 부리는 걸 가장 잘하는 그는 뒤에서 송씨 집안에 많은 교훈을 주었다.송종철은 돈을 받으면 회사가 기사회생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이전에 그와 합작했던 회사들이 그와 합작하려 하지 않았다.이런 작은 회사들은 자연히 강씨 집안의 눈 밖에 벗어날 지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의 회사와 합작하지는 않을 것이다.집안 형편은 갈수록 나빠졌고, 회사도 곧 무너질 상태라 파산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심지어 온 사방에서 빚 독촉을 받으면서 임수정은 감히 성질을 부리지도 못했다. 이전의 금의옥식 같은 호사스러운 생활은 사라지고 온종일 조마조마한 것이 그야말로 죽는 것만 못한 생활이었다.이제는 오직 성연이 쪽만 바라보는 상황이었다.어젯밤 임수정은 송종철과 이 일에 대해 상의했다.임수정은 이제 감히 거들먹거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오직 누구든 회사의 난관을 해결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외상을 많이 한 상태라 장을 보러 나가면 사람들에게 얻어 맞을까 걱정이다.집안 살림을 돌보던 아주머니 또한 지출이다. 이전에 임수정은 이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하루 놀면서 쓰는 돈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그런데 지금은 이 지출을 아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아주머니를 해고했다.송종철은 회사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갔다하며 늘 집에 있지 않았다. 또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아가씨인 송아연은 당연히 음식을 할 줄 몰랐다.그래서 음식을 하는 일은 모두 임수정에게 떨어졌다.오랜 세월 부잣집 사모님 행세를 하던 임수정 또한 음식을 만드는 법을 벌써 깡그리 잊어버린 상태였다.그러나 지금은 밖에 나가서 사먹을 돈이 없었다. 송아연은 또 온갖 투정에 씀씀이가 헤프니, 임수정 스스로 밥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칠 하던 임수정은 더는 참을 수가 없
그래서 송종철이 성연에게 전화를 걸게 된 것이다.송종철의 목소리를 들은 성연은 갑자기 입맛이 둑 떨어졌다.모처럼 좋았던 기분마저 이렇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가면 당신들은 밥이 넘어가겠어요?” 성연은 조금도 사정 봐 주지 않고 말했다.송종철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식사에 초대하는 거라고 성연은 절대 믿지 않았다. 분명 목적이 있었다.특히 송종철과 임수정 두 사람이 붙으면 나쁜 생각만 더 많아진다.성연의 목소리를 들은 송종철은 이 일이 아무런 희망이 없음을 알았다.내내 옆에서 듣고 있던 임수정이 거절하는 성연의 말을 듣더니 바로 휴대폰을 빼앗은 후에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우리도 한집안 식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아주머니가 특별히 요리를 좀 했는데 모두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새해를 보내면서 가족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야.”임수정이 성연에게 한 말 중에 가장 듣기 좋은 말이었다.말투도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것이 저들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더 잘 설명하고 있었다.성연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가 당신들과 한 가족인데요?”말을 하자마자 성연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임수정은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만약 성연이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신들을 도울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북성 시 전체에서 누구도 감히 강씨 집안의 눈 밖에 나려 하지 않을 테니까.성연이 손을 써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자신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는 게 분명했다.임수정이 송종철의 옷소매를 붙잡고 말했다.“지금 어떻게 해야 해요? 성연이는 아예 우리를 도와줄 마음이 없어요.”“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가 말했잖아. 성연이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당신 내 말 믿어. 이 전화를 한 것만으로도 모욕을 자초한 거 아냐?”송종철은 속으로 성연이를 다소 원망했다. 그러나 그들이 평소에 성연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그도 무슨 말을
송아연은 자신이 당한 일이 모두 성연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자기 부모님이 뜻밖에도 굽실거리는 음성으로 송성연에게 애걸하러 가려고 한다.송아연의 마음속에 원한이 가득 들어찼다. 아버지 송종철과 엄마 임수정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임수정 자신이 받은 억울함은 이렇게 빨리 잊어버렸다.‘회사가 그렇게 중요해?’송아연이 분노로 씩씩거리며 위층에서 뛰어내려 왔다.아연이 송종철을 매섭게 쳐다보았다.“아빠, 왜 성연에게 전화를 했어요? 집에 성연이 걔가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걔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들은 왜 걔한테 부탁하려고 해요? 걔가 날 웃음거리로 볼 게 뻔하잖아요?”송종철은 어린 딸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그는 어려서부터 이 딸을 정성껏 키웠다. 아연에게 쓴 돈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중요한 시점에 아연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온종일 방해만 하다니 송종철은 참을 수가 없었다.송종철이 송아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성연이에게 부탁하러 안 가면, 네게 부탁할까? 너는 나와 네 엄마를 도울 수 있어?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너를 교육시키며 키웠는데, 너는 조금도 성과가 없어. 성연이는 어릴 때부터 농촌에서 자랐는데도 지금 강씨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어. 네가 성연이와 비교가 되기나 하는 것이니?”송아연은 가뜩이나 미칠 지경인데, 자기 아버지가 자신을 성연과 비교하다니, 그야말로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네, 저는 쓸모 없는 아이예요. 하지만 두 분 말 대로 강진성을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 지경까지 떨어졌겠어요?” 송아연의 눈이 붉어지며 얼굴에는 광분한 기색이 다분했다.“됐어, 아연아 그만해. 우리도 이제 막다른 골목이야. 집안 상황은 네도 봤잖아?” 송아연이 강진성을 언급하는 말을 듣던 임수정은 가슴이 뛰었다. 애초에 송종철이 막아 세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두 모녀는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에 빠져 송종철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집에 이런 큰 사단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직도 강진
그날 밤 송종철은 병원으로 실려갔다.임수정이 옆에 동행하고 있었다.이 일로 인해 꽤나 크게 소란을 피웠는데, 특히 송아연이 송종철에게 부상을 입힌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성연도 이 일을 전해 들었는데, 무진이 성연에게 알려 준 소식이었다.그날 성연이 전화를 받고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무진은 성연에게 물었다. 하지만 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진은 뒤에서 몰래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 송씨 집안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아침을 먹으면서 성연에게 소식을 전하던 무진은 계속 성연의 반응을 관찰했다.성연의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을 본 무진이 말했다.“저들을 돕고 싶다면 나에게 말해도 돼.”무진이 이 말을 한 까닭은 바로 성연이 겉으로는 냉담해 보이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마음이 약하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그녀가 몇 번이나 강씨 집안을 도와준 것을 통해 무진은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말을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내가 왜 저들을 도울 거라고 생각해요?”“송종철은 성연이 네 아버지야.” 무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무진 씨 너무 많이 생각했군요. 나는요. 사실 무진 씨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앞으로 송씨 집안이 어떻게 되든지 나에게 말해 줄 필요 없어요.” 성연은 눈가에 담담하지만 짜증스러움을 품고 있었다.송씨 집안 사람들은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그런데 어떻게 도와줘?’자신이 어떻게 무진이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애초에 진미선을 도와준 것은 외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진미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할머니의 은혜는 소홀히 할 수 없었다.애초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진미선과 성연의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찌 되었든 진미선은 결국 자신을 만나지는 않았어도, 그녀에게 생활비를 준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송종철은 달랐다.아이를 외할머니에게 내팽개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