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의 눈에 거실에서 움직이는 인영이 언뜻 보였다.처음엔 무진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생각해 보니 결국 모든 게 아쉬웠다.그래서 무진이 키스하게 내버려 두었다. 키스가 끝난 후에 성연의 얼굴은 온통 새빨갰다.“할머니하고 모두들 아직 계시단 말이에요.”성연이 투덜거렸다.지금은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조금 전 자신들 두 사람이 입을 맞추던 모든 과정을 어쩌면 어른들이 다 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목을 움츠린 성연을 본 무진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먼저 기습해 왔잖아?”무진은 매우 뿌듯함을 느꼈다. 그토록 많은 신경을 써서 성연을 대한 것이 헛되지 않았으니.성연이 의기소침하게 말했다.“미색으로 사람을 망치려는 거 아니예요? 누구라도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있단 말이에요.”과연 진짜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남자답게 무진의 얼굴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너무 컸다.조금 전 무진의 표현 방식이 어찌나 입에 맞는지, 그녀가 참을 수 없었던 것도 정상적인 일이다.“네가 좋으면 돼.” 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겨울의 북성 시는 꽤나 추워서 밖에 있는 시간이 좀 길어지니 성연의 손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차갑게 얼었다.무진은 성연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주도 면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조금 전 성연을 데리고 나올 때, 성연을 위해 담요를 준비해야 했다.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은 채 두 손을 서로 비벼 성연의 손에 온기가 돌게 했다.그의 긴장된 표정을 보면서 성연은 속으로 마음이 더 설렜다.그가 보여주는 작은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성연을 설레게 했다.이 남자는 정말이지 그만 놓으려 해도 놓을 수가 없다.실내에 난방이 켜지자 곧바로 성연의 손바닥이 따뜻해졌다.무진이 고개를 숙이자 성연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으로 성연의 손등을 문질렀다.“왜 그래? 왜 그렇게 봐?”“예뻐서 보는데, 보면 안 돼요?” 성연이 직설적으로 대답했다.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후,
설을 쇠고 난 후, 무진은 집에서 일주일을 쉬었다.회사도 휴가 기간이라, 무진이 모처럼 긴장을 풀었다. 성연은 한가한 틈을 타서 무진이 많이 쉬게 했다. 1년에 며칠밖에 되지 않는 휴가였다.설에도 바쁘게 일하면 정말 안락하게 지내는 날이 하루도 없게 된다.무진도 성연의 말을 듣고 일을 내려놓은 후에는 집에서 성연과 함께 있는 데 집중했다.두 사람은 때때로 별장의 뒷산을 산책하거나, 홈 시어터에서 영화를 보고 무진이 성연을 데리고 함께 달리기를 했다. 이렇게 지낸 나날들이 얼마나 편안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서로의 존재로 인해 두 사람은 아주 달콤함을 만끽했다.그날 성연은 주방에서 작은 케이크를 괴롭히다 결국 도와달라고 무진을 불렀다.무진이 음식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집사는 아직 모르고 있다. 작은 사모님이 도련님에게 어려운 문제를 던져 줬다고 생각했다.주방, 무진은 이 단어와는 완전 거리가 멀었다.도련님을 주방에 가게 하다니, 어떤 모습일지 집사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래서 집사는 옆에 붙어 서서 성연을 설득시키려고 시도했다.“작은 사모님, 보세요, 주방에 저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아니면 제가 주방의 인원을 불러서 사모님을 돕게 할게요. 이런 것들 전혀 할 줄 모르는 도련님이 만약 사모님의 케이크를 망가뜨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집사는 말을 잘하긴 하나, 도련님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은 말을 할 겨를도 없었다. 오히려 옆에 선 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내가 가서 도와 줄게. 집사는 가서 일 봐. 여기 신경 쓰지 말고.”무진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당연히 집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볼 뿐이다.성연은 그의 반응을 눈여겨보았다.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다. 무진이 요리 기초가 어느 정도 있으니, 옆에서 거드는 정도야 어렵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집사는 무진이 폭탄이라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하다.무진이 주방에 들어오자 성연이
물론 송씨 집안은 요즘 확실히 지내기 힘들었다.강상규는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하는 사람이다. 비록 돈을 주었지만 여전히 송씨 집안에게 당했다고 생각했다.보이지 않게 뒤에서 꼼수 부리는 걸 가장 잘하는 그는 뒤에서 송씨 집안에 많은 교훈을 주었다.송종철은 돈을 받으면 회사가 기사회생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이전에 그와 합작했던 회사들이 그와 합작하려 하지 않았다.이런 작은 회사들은 자연히 강씨 집안의 눈 밖에 벗어날 지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의 회사와 합작하지는 않을 것이다.집안 형편은 갈수록 나빠졌고, 회사도 곧 무너질 상태라 파산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심지어 온 사방에서 빚 독촉을 받으면서 임수정은 감히 성질을 부리지도 못했다. 이전의 금의옥식 같은 호사스러운 생활은 사라지고 온종일 조마조마한 것이 그야말로 죽는 것만 못한 생활이었다.이제는 오직 성연이 쪽만 바라보는 상황이었다.어젯밤 임수정은 송종철과 이 일에 대해 상의했다.임수정은 이제 감히 거들먹거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오직 누구든 회사의 난관을 해결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외상을 많이 한 상태라 장을 보러 나가면 사람들에게 얻어 맞을까 걱정이다.집안 살림을 돌보던 아주머니 또한 지출이다. 이전에 임수정은 이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하루 놀면서 쓰는 돈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그런데 지금은 이 지출을 아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아주머니를 해고했다.송종철은 회사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갔다하며 늘 집에 있지 않았다. 또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아가씨인 송아연은 당연히 음식을 할 줄 몰랐다.그래서 음식을 하는 일은 모두 임수정에게 떨어졌다.오랜 세월 부잣집 사모님 행세를 하던 임수정 또한 음식을 만드는 법을 벌써 깡그리 잊어버린 상태였다.그러나 지금은 밖에 나가서 사먹을 돈이 없었다. 송아연은 또 온갖 투정에 씀씀이가 헤프니, 임수정 스스로 밥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칠 하던 임수정은 더는 참을 수가 없
그래서 송종철이 성연에게 전화를 걸게 된 것이다.송종철의 목소리를 들은 성연은 갑자기 입맛이 둑 떨어졌다.모처럼 좋았던 기분마저 이렇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가면 당신들은 밥이 넘어가겠어요?” 성연은 조금도 사정 봐 주지 않고 말했다.송종철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식사에 초대하는 거라고 성연은 절대 믿지 않았다. 분명 목적이 있었다.특히 송종철과 임수정 두 사람이 붙으면 나쁜 생각만 더 많아진다.성연의 목소리를 들은 송종철은 이 일이 아무런 희망이 없음을 알았다.내내 옆에서 듣고 있던 임수정이 거절하는 성연의 말을 듣더니 바로 휴대폰을 빼앗은 후에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우리도 한집안 식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아주머니가 특별히 요리를 좀 했는데 모두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새해를 보내면서 가족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야.”임수정이 성연에게 한 말 중에 가장 듣기 좋은 말이었다.말투도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것이 저들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더 잘 설명하고 있었다.성연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가 당신들과 한 가족인데요?”말을 하자마자 성연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임수정은 화를 내는 대신 오히려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만약 성연이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신들을 도울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북성 시 전체에서 누구도 감히 강씨 집안의 눈 밖에 나려 하지 않을 테니까.성연이 손을 써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자신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는 게 분명했다.임수정이 송종철의 옷소매를 붙잡고 말했다.“지금 어떻게 해야 해요? 성연이는 아예 우리를 도와줄 마음이 없어요.”“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가 말했잖아. 성연이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당신 내 말 믿어. 이 전화를 한 것만으로도 모욕을 자초한 거 아냐?”송종철은 속으로 성연이를 다소 원망했다. 그러나 그들이 평소에 성연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그도 무슨 말을
송아연은 자신이 당한 일이 모두 성연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자기 부모님이 뜻밖에도 굽실거리는 음성으로 송성연에게 애걸하러 가려고 한다.송아연의 마음속에 원한이 가득 들어찼다. 아버지 송종철과 엄마 임수정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임수정 자신이 받은 억울함은 이렇게 빨리 잊어버렸다.‘회사가 그렇게 중요해?’송아연이 분노로 씩씩거리며 위층에서 뛰어내려 왔다.아연이 송종철을 매섭게 쳐다보았다.“아빠, 왜 성연에게 전화를 했어요? 집에 성연이 걔가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걔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들은 왜 걔한테 부탁하려고 해요? 걔가 날 웃음거리로 볼 게 뻔하잖아요?”송종철은 어린 딸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그는 어려서부터 이 딸을 정성껏 키웠다. 아연에게 쓴 돈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중요한 시점에 아연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온종일 방해만 하다니 송종철은 참을 수가 없었다.송종철이 송아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성연이에게 부탁하러 안 가면, 네게 부탁할까? 너는 나와 네 엄마를 도울 수 있어?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너를 교육시키며 키웠는데, 너는 조금도 성과가 없어. 성연이는 어릴 때부터 농촌에서 자랐는데도 지금 강씨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어. 네가 성연이와 비교가 되기나 하는 것이니?”송아연은 가뜩이나 미칠 지경인데, 자기 아버지가 자신을 성연과 비교하다니, 그야말로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네, 저는 쓸모 없는 아이예요. 하지만 두 분 말 대로 강진성을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 지경까지 떨어졌겠어요?” 송아연의 눈이 붉어지며 얼굴에는 광분한 기색이 다분했다.“됐어, 아연아 그만해. 우리도 이제 막다른 골목이야. 집안 상황은 네도 봤잖아?” 송아연이 강진성을 언급하는 말을 듣던 임수정은 가슴이 뛰었다. 애초에 송종철이 막아 세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두 모녀는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에 빠져 송종철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집에 이런 큰 사단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직도 강진
그날 밤 송종철은 병원으로 실려갔다.임수정이 옆에 동행하고 있었다.이 일로 인해 꽤나 크게 소란을 피웠는데, 특히 송아연이 송종철에게 부상을 입힌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성연도 이 일을 전해 들었는데, 무진이 성연에게 알려 준 소식이었다.그날 성연이 전화를 받고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무진은 성연에게 물었다. 하지만 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진은 뒤에서 몰래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 송씨 집안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아침을 먹으면서 성연에게 소식을 전하던 무진은 계속 성연의 반응을 관찰했다.성연의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을 본 무진이 말했다.“저들을 돕고 싶다면 나에게 말해도 돼.”무진이 이 말을 한 까닭은 바로 성연이 겉으로는 냉담해 보이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마음이 약하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그녀가 몇 번이나 강씨 집안을 도와준 것을 통해 무진은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말을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내가 왜 저들을 도울 거라고 생각해요?”“송종철은 성연이 네 아버지야.” 무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무진 씨 너무 많이 생각했군요. 나는요. 사실 무진 씨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앞으로 송씨 집안이 어떻게 되든지 나에게 말해 줄 필요 없어요.” 성연은 눈가에 담담하지만 짜증스러움을 품고 있었다.송씨 집안 사람들은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그런데 어떻게 도와줘?’자신이 어떻게 무진이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애초에 진미선을 도와준 것은 외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진미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할머니의 은혜는 소홀히 할 수 없었다.애초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진미선과 성연의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찌 되었든 진미선은 결국 자신을 만나지는 않았어도, 그녀에게 생활비를 준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송종철은 달랐다.아이를 외할머니에게 내팽개친
송종철 쪽의 대화를 막 멈추었을 때에 집사가 문으로 들어와 성연에게 더 나쁜 소식을 알려주었다.“작은 사모님, 문 밖에 사모님 어머니라고 하는 사람이 와 있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데리고 와서 사모님을 만나겠다고 합니다.”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집사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엠파이어 하우스였다면 대처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고택이었다.진미선이 남편 왕대관과 시어머니를 데리고 오다니.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성연은 좀 난감했다.평소에 성연은 뒤에서 어떻게 해결하든 그는 이는 자기집 일이라고 느꼈다.그러나 지금 진미선은 뜻밖에도 버젓이 사람을 데리고 고택에 왔다. 성연은 정말 자신의 한계점을 건드렸다고 느꼈다.성연은 설을 쇠면서 자신의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저들을 들어오게 하는 게 꺼려졌다.이때 강씨 집안 식구들이 모두 함께 있었다.안금여가 말했다.“성연 어머니이니 일단 들어오게 해. 어쨌든 오는 이들은 모두 손님이니, 그들이 나가서 우리 강씨 집안이 손님대접이 소홀하다고 하지 않도록 하세요.”“예, 회장님.” 집사가 짧게 대답한 뒤에 나갔다.소파에 앉아 있는 성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안금여는 성연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성연아, 너는 할머니가 그들이 들어오게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니?”“아니에요. 그냥 저들의 용모가 안 좋아 들어오면 흥이 깨질까 걱정했을 뿐이에요.” 성연은 오히려 안금여를 원망할 뜻은 없었다.그녀는 강씨 집안이 모두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들어오게 해도 괜찮아. 네 어머니를 처음 보는 거잖니? 나는 오히려 그녀가 어떤 성품인지 보고 싶구나. 안심해. 어쨌든 우리 모두 너의 편이니까.” 안금여는 성연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얼른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결국 안금여는 성연을 지지하기 위해 저들을 부른 것일 뿐이다.성연이 여기서 얼마나 잘 지내는지 저 사람들이 알게 해서 앞으로 감히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성연이
집사의 승낙에 진미선의 시어머니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턱을 치켜들었다.“봐라, 네가 우리를 데리고 와야 강씨 집안 노부인이 우리 체면을 세워 준단 말이다.”“예, 예.” 진미선과 왕대관은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진미선은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손에 선물 상자를 몇 개나 들고 있었다. 이에 반해 왕대관과 시어머니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보아하니 진미선은 왕씨 집안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의 태가 변변치 않아 딸을 임신하자, 시어머니는 그녀를 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시어머니는 일부러 세상 물정을 아는 척했다.그러나 강씨 집안의 내부 장식을 본 그녀는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과연 이름난 명문 재벌 다웠다. 기세가 달랐다.집사가 시어머니를 안내해서 거실로 들어갔다.강씨 집안의 가족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시어머니의 목표는 당연히 강씨 집안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안금여였다.“회장님, 오늘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세배를 드리러 왔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제 며느리 진미선이 성연이의 엄마가 아니겠습니까? 성연이 이 아이도 정말이지, 설이 되었는데도 집에 인사 한 번 올 줄을 모르네요.” 시어머니가 웃으며 안금여에게 말을 걸다가 성연의 발을 밟았다.시어머니의 말을 들은 성연은 겉으로만 웃는 모습이었다.그들 일가족이 좋은 의도로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진작 알았다. 그런데 이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오자마자 자신에게 위세를 떨었다.“성연이 어머니가 재혼을 했는데, 초청을 받지 못했어요. 당연히 성연이가 결정을 할 수 없을까요? 성연이는 우리 여기서 설을 쇠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상관없으시겠지요?” 안금여는 또 시어머니의 말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가로막았다.“네, 그런데 저와 제 아들 대관이 모두 아이를 좋아한답니다. 성연이 와도 괜찮아요. 성연인 정말 복이 많네요. 이런 집에 시집올 수 있고.” 시어머니가 소파에 앉자, 집사가 차를 가져왔다.강씨 집안 가족들은 한쪽 끝에, 또 왕씨 가족과 진미선은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