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송종철은 병원으로 실려갔다.임수정이 옆에 동행하고 있었다.이 일로 인해 꽤나 크게 소란을 피웠는데, 특히 송아연이 송종철에게 부상을 입힌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성연도 이 일을 전해 들었는데, 무진이 성연에게 알려 준 소식이었다.그날 성연이 전화를 받고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무진은 성연에게 물었다. 하지만 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진은 뒤에서 몰래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 송씨 집안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아침을 먹으면서 성연에게 소식을 전하던 무진은 계속 성연의 반응을 관찰했다.성연의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을 본 무진이 말했다.“저들을 돕고 싶다면 나에게 말해도 돼.”무진이 이 말을 한 까닭은 바로 성연이 겉으로는 냉담해 보이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마음이 약하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그녀가 몇 번이나 강씨 집안을 도와준 것을 통해 무진은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말을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내가 왜 저들을 도울 거라고 생각해요?”“송종철은 성연이 네 아버지야.” 무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무진 씨 너무 많이 생각했군요. 나는요. 사실 무진 씨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앞으로 송씨 집안이 어떻게 되든지 나에게 말해 줄 필요 없어요.” 성연은 눈가에 담담하지만 짜증스러움을 품고 있었다.송씨 집안 사람들은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그런데 어떻게 도와줘?’자신이 어떻게 무진이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애초에 진미선을 도와준 것은 외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진미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할머니의 은혜는 소홀히 할 수 없었다.애초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진미선과 성연의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찌 되었든 진미선은 결국 자신을 만나지는 않았어도, 그녀에게 생활비를 준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송종철은 달랐다.아이를 외할머니에게 내팽개친
송종철 쪽의 대화를 막 멈추었을 때에 집사가 문으로 들어와 성연에게 더 나쁜 소식을 알려주었다.“작은 사모님, 문 밖에 사모님 어머니라고 하는 사람이 와 있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데리고 와서 사모님을 만나겠다고 합니다.”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집사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엠파이어 하우스였다면 대처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고택이었다.진미선이 남편 왕대관과 시어머니를 데리고 오다니.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성연은 좀 난감했다.평소에 성연은 뒤에서 어떻게 해결하든 그는 이는 자기집 일이라고 느꼈다.그러나 지금 진미선은 뜻밖에도 버젓이 사람을 데리고 고택에 왔다. 성연은 정말 자신의 한계점을 건드렸다고 느꼈다.성연은 설을 쇠면서 자신의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저들을 들어오게 하는 게 꺼려졌다.이때 강씨 집안 식구들이 모두 함께 있었다.안금여가 말했다.“성연 어머니이니 일단 들어오게 해. 어쨌든 오는 이들은 모두 손님이니, 그들이 나가서 우리 강씨 집안이 손님대접이 소홀하다고 하지 않도록 하세요.”“예, 회장님.” 집사가 짧게 대답한 뒤에 나갔다.소파에 앉아 있는 성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안금여는 성연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성연아, 너는 할머니가 그들이 들어오게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니?”“아니에요. 그냥 저들의 용모가 안 좋아 들어오면 흥이 깨질까 걱정했을 뿐이에요.” 성연은 오히려 안금여를 원망할 뜻은 없었다.그녀는 강씨 집안이 모두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들어오게 해도 괜찮아. 네 어머니를 처음 보는 거잖니? 나는 오히려 그녀가 어떤 성품인지 보고 싶구나. 안심해. 어쨌든 우리 모두 너의 편이니까.” 안금여는 성연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얼른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결국 안금여는 성연을 지지하기 위해 저들을 부른 것일 뿐이다.성연이 여기서 얼마나 잘 지내는지 저 사람들이 알게 해서 앞으로 감히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성연이
집사의 승낙에 진미선의 시어머니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턱을 치켜들었다.“봐라, 네가 우리를 데리고 와야 강씨 집안 노부인이 우리 체면을 세워 준단 말이다.”“예, 예.” 진미선과 왕대관은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진미선은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손에 선물 상자를 몇 개나 들고 있었다. 이에 반해 왕대관과 시어머니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보아하니 진미선은 왕씨 집안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의 태가 변변치 않아 딸을 임신하자, 시어머니는 그녀를 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시어머니는 일부러 세상 물정을 아는 척했다.그러나 강씨 집안의 내부 장식을 본 그녀는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과연 이름난 명문 재벌 다웠다. 기세가 달랐다.집사가 시어머니를 안내해서 거실로 들어갔다.강씨 집안의 가족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시어머니의 목표는 당연히 강씨 집안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안금여였다.“회장님, 오늘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세배를 드리러 왔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제 며느리 진미선이 성연이의 엄마가 아니겠습니까? 성연이 이 아이도 정말이지, 설이 되었는데도 집에 인사 한 번 올 줄을 모르네요.” 시어머니가 웃으며 안금여에게 말을 걸다가 성연의 발을 밟았다.시어머니의 말을 들은 성연은 겉으로만 웃는 모습이었다.그들 일가족이 좋은 의도로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진작 알았다. 그런데 이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오자마자 자신에게 위세를 떨었다.“성연이 어머니가 재혼을 했는데, 초청을 받지 못했어요. 당연히 성연이가 결정을 할 수 없을까요? 성연이는 우리 여기서 설을 쇠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상관없으시겠지요?” 안금여는 또 시어머니의 말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가로막았다.“네, 그런데 저와 제 아들 대관이 모두 아이를 좋아한답니다. 성연이 와도 괜찮아요. 성연인 정말 복이 많네요. 이런 집에 시집올 수 있고.” 시어머니가 소파에 앉자, 집사가 차를 가져왔다.강씨 집안 가족들은 한쪽 끝에, 또 왕씨 가족과 진미선은
시어머니는 그곳에서 입이 바싹 마르도록 떠들어댔다.그러나 안금여가 그녀에게 대답할 때는 항상 짜지도 싱겁지도 않았다.시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무토막처럼 앉아 있는 진선미를 쳐다보았다.며느리가 참 못났다고 속으로 은근히 욕하면서.겨우 들어올 수 있었는데, 저렇게 멍청하게 앉아 있을 줄만 알았지, 자신의 역할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에잇, 정말 쓸모없는 같으니라구.’성연을 술쩍 쳐다본 후, 시어머니는 옆에서 암시했다.“얘, 미선아, 너 집에서 늘 성연이 노래를 불렀지 않니? 이제 오니까 성연이와 말을 하지 않는구나, 정말, 너는 어른이 되어서 어찌 사리 분별을 못해?”진미선은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입을 벌렸지만, 강씨 집안 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다.겨우 성연을 한 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눈빛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진미선은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옆에 있던 왕대관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넉살 좋은 품성’을 물려받았다.조금의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왕대관은 앞에 있는 무진과 강상문에게 말을 걸었다.두 사람 모두 비즈니스 계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비록 강상문은 외국에서 막 돌아왔지만, 강씨 집안 사람이라는 신분만으로도 사람들이 체면을 세워주기에 충분했다.왕대관은 아직도 두 사람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어쨌든 강무진과 강상문 보다 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가 아는 것 중에 강무진과 강상문이 모르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그래서 거기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떠들고 있었다.“나는 작년에 사업 하나에 서명했습니다. 사업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 사람들의 심미안과 트랜드에 부합되기도 하지요. 지금 회사는 그 사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전에 선견지명이 있어서 힘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누르고 이 사업을 따냈습니다. 성진의 이 회장님이 며칠 후에 나를 연회에 초대했습니다. 그때 강무진 대표도 참석하겠군요. 우리 둘도
진미선의 시어머니는 안금여에게 말을 걸었고, 왕대관은 강상문과 무진을 돌아가며 말을 거느라 무척 바빠 보였다.아무도 이쪽에 주의를 주지 않을 때, 차가운 얼굴의 성연이 진미선을 다른 한쪽으로 불렀다.성연은 진미선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모두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인데 지금 안 그런 척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정색을 하고 있는 성연의 얼굴이 보기 안 좋았다. 말투도 따지는 듯했다.“무슨 생각이에요?”만약 진미선 혼자였다면 나았겠지만, 지금 온 가족을 데리고 왔다.‘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진미선 자신 또한 저 가족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설마 나를 보러 왔을까?’‘강씨 집안이 방문 목적인 거지.’성연이 이렇게 묻자 진미선도 다소 난감해했다.“나는 막았어. 그런데 저 사람들이 꼭 와야 된다고 우겨서. 성연아, 네 외할머니를 봐서 내 체면을 세워줘. 안 그러면 내가 돌아가서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 거야.”사실 진미선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왕대관에게 설득을 당했다.이제 진미선이 임신한 아이가 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왕씨 집안에서 진미선의 지위는 더 낮아졌다.시어머니는 매일 진미선에게 빈정대며 욕을 퍼부었고, 진미선은 마음이 괴로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것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뱃속에 남자아이를 임신했는지 여자아이를 임신했는지,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게다가 임신을 하자 왕대관은 한동안 진미선을 냉대하더니, 얼마전에는 뜻밖에도 각방을 쓰자고 했다.진미선은 마음이 몹시 괴로웠지만, 곁에 말할 사람이 없어 그저 고통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고, 혼자서 이런 고통을 감당하고 있었다.그래서 왕대관이 새해가 된 김에 강씨 집안에 인사를 가는 것을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을 때 설득되었던 것이다.만약 강씨 집안에서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시어머니도 진미선을 좋게 볼 테니까.그날 사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왕씨 일가족을
성연은 진미선에게 잠시 말을 하고 돌아갔다.거실에 들어가자 왕대관의 온갖 허풍이 들렸다.자기 회사의 업무에 대해 마구 떠들고 있었다.“강 대표님, 내가 최근에 해외의 한 거대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설 지나고 나서 이 사업이 또 시작이 될 겁니다. 우리 회사의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지 않으면 해외의 회사도 합작하지 않았을 겁니다.”왕대관은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 놓으며 듣는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무진과 강상문은 바보가 아니라 매일 회사를 관리하는 경영자들이었다.그러니 어찌 왕대관이 한 말의 진위 여부를 분간하지 못하겠는가?단지 들추어내기 귀찮을 뿐.만약 업무 수준이 정말 충분하다면, 강씨 집안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을 테고,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테지.그러나 왕대관은 나이가 이미 들어서 회사를 끌고 갈 방법이 없었다. 회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합작 회사에 대한 무진의 요구는 매우 높았다.적어도 전망이 보이는 회사여야 했다.왕대관 같이 입만 열면 허풍인 사람은 무진의 고려 대상에 아예 없었다.무진이 기본적으로 응대할 생각이 없어, 강상문이 전적으로 왕대관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그렇습니까? 왕 선생님, 대단하시군요.” 강상문은 겉으로만 웃음을 지었다.“보통, 보통입니다.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단결이지요.”왕대관도 덩달아 웃으며 자신이 이미 강상문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비록 강무진이 그에게 좋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건 무진의 성격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왕대관 역시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강상문은 강무진의 삼촌이다. 강상문이 자신을 알아준다면 강무진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나?어차피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우리와 합작한 회사는 우리 회사에 대해 높은 평가를 줍니다. 앞으로 강무진 대표가 사업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를 찾아와도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사람이다. 자기 사람이
이렇게 왕씨 가족은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한 시간이 지났다.안금여는 원래 끝까지 응대할 생각이었지만, 왕대관의 모친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는 두 마디였고, 안금여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모친은 참으로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안금여의 얼굴에 그런 표정을 떠 올라 있는데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가장이 섞인 건지 진짜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을 더 이상 고택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핑계를 대어 왕대관 모친의 입을 막았다.“조금 있다가 우리는 친척과 친구가 올 예정이라 아마 여러분들을 계속 접대할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여러분과 식사는 힘들겠습니다.”왕씨 가족을 이곳에 이토록 오래 머무르게 한 것만으로 이미 왕씨 집안의 체면을 크게 세워준 것이다.왕대관의 모친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속으로 실망하였다.원래는 남아서 같이 식사할 생각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남아 있겠다고 할 염치가 없었다.그리고 강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안금여가 말한 것은 분명 축객령이었다.왕대관의 모친은 비록 이번 기회를 갈망했지만, 일의 경중을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성연이 여기에 있으니, 다음에 또 방문하면 될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그래서 왕대관의 모친은 다 알고 있는 척하며 말했다.“회장님이 친척을 접대하려고 하시는데 당연히 친척을 접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 접대하는 데에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아 있으라고, 남아 있으라고 해, 하고 속삭였다.하마터면 그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뻔했다.그녀는 정말 강씨 집안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만약 여기에서 식사 한 끼를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평생 자랑거리가 될 텐데.그러나 안금여는 그녀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말했다.“정말 죄송하군요. 여러분 멀리서 방문해 주셨는데.”안금여는 당연히 그들 일가족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왕대관이 차를 몰고 있었다. 왕대관의 모친은 내내 궁시렁거리며 마음속의 불만을 터트렸다.“강씨 집안의 저 태도는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갔는데, 누구에게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왕대관이 앞에서 운전하며 말했다.“강씨 집안 같은 사람들이 사람을 무시하는 건 정상이에요? 어머니, 마음을 잘 다스리며 관계를 잘 맺을 때까지 기다리면 괜찮을 겁니다.”그는 아주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정당하게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강씨 고택 입성은 북성 시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지.지금 자신들이 들어갔다는 것은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관계를 잘 맺도록 기다려야 해? 저들을 보니 화가 나. 어쨌든 강무진의 장모 아니야? 그런데 한 번도 부르지 않아. 특히 네 딸, 성연이, 애가 싸가지가 없어. 우리를 위해 말 한 마디 할 줄 몰라. 봐라, 딸은 여우야, 아무 쓸모가 없는. 어렸을 때 싹이 노라면 커서도 믿을 수 없다.” 시어머니가 또 진미선의 배를 가리키며 빈정대기 시작했다.진미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어머니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그러나 시어머니는 너무 지나쳤다. 성연이 때문에 강씨 고택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성연일 욕하다니 정말 인정머리가 없었다.진미선은 주먹을 꼭 쥔 채 생각했다. 이런 날은 정말 너무 억울해서 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고.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진미선이 입을 다물자, 왕대관이 입을 열었다.“엄마, 앞으로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세요. 만약 성연이 없었다면 우리도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정말 강씨 집안이 우리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우리는 성연이에게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