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왕씨 가족은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한 시간이 지났다.안금여는 원래 끝까지 응대할 생각이었지만, 왕대관의 모친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는 두 마디였고, 안금여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모친은 참으로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안금여의 얼굴에 그런 표정을 떠 올라 있는데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가장이 섞인 건지 진짜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을 더 이상 고택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핑계를 대어 왕대관 모친의 입을 막았다.“조금 있다가 우리는 친척과 친구가 올 예정이라 아마 여러분들을 계속 접대할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여러분과 식사는 힘들겠습니다.”왕씨 가족을 이곳에 이토록 오래 머무르게 한 것만으로 이미 왕씨 집안의 체면을 크게 세워준 것이다.왕대관의 모친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속으로 실망하였다.원래는 남아서 같이 식사할 생각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남아 있겠다고 할 염치가 없었다.그리고 강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안금여가 말한 것은 분명 축객령이었다.왕대관의 모친은 비록 이번 기회를 갈망했지만, 일의 경중을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성연이 여기에 있으니, 다음에 또 방문하면 될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그래서 왕대관의 모친은 다 알고 있는 척하며 말했다.“회장님이 친척을 접대하려고 하시는데 당연히 친척을 접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 접대하는 데에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아 있으라고, 남아 있으라고 해, 하고 속삭였다.하마터면 그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뻔했다.그녀는 정말 강씨 집안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만약 여기에서 식사 한 끼를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평생 자랑거리가 될 텐데.그러나 안금여는 그녀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말했다.“정말 죄송하군요. 여러분 멀리서 방문해 주셨는데.”안금여는 당연히 그들 일가족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왕대관이 차를 몰고 있었다. 왕대관의 모친은 내내 궁시렁거리며 마음속의 불만을 터트렸다.“강씨 집안의 저 태도는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갔는데, 누구에게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왕대관이 앞에서 운전하며 말했다.“강씨 집안 같은 사람들이 사람을 무시하는 건 정상이에요? 어머니, 마음을 잘 다스리며 관계를 잘 맺을 때까지 기다리면 괜찮을 겁니다.”그는 아주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정당하게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강씨 고택 입성은 북성 시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지.지금 자신들이 들어갔다는 것은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관계를 잘 맺도록 기다려야 해? 저들을 보니 화가 나. 어쨌든 강무진의 장모 아니야? 그런데 한 번도 부르지 않아. 특히 네 딸, 성연이, 애가 싸가지가 없어. 우리를 위해 말 한 마디 할 줄 몰라. 봐라, 딸은 여우야, 아무 쓸모가 없는. 어렸을 때 싹이 노라면 커서도 믿을 수 없다.” 시어머니가 또 진미선의 배를 가리키며 빈정대기 시작했다.진미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어머니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그러나 시어머니는 너무 지나쳤다. 성연이 때문에 강씨 고택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성연일 욕하다니 정말 인정머리가 없었다.진미선은 주먹을 꼭 쥔 채 생각했다. 이런 날은 정말 너무 억울해서 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고.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진미선이 입을 다물자, 왕대관이 입을 열었다.“엄마, 앞으로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세요. 만약 성연이 없었다면 우리도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정말 강씨 집안이 우리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우리는 성연이에게
왕씨 일가족이 떠난 후, 강씨 집안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강운경이 즉시 불만을 드러내며 말했다.“저 가족은 여기 와서도 성연이 여기서 잘 지내는지는 관심도 없어요. 어른이라고 할 사람들이 심지어 성연이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자기들 관계 만들기에만 급급하다니.”여기까지 말하던 운경은 성연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성연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도 못 받으면서.이렇게 좋은 아이가 분명한데, 만약 자신에게 왔다면 자신은 절대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텐데.안금여가 옆에서 말했다.“괜찮아, 성연이는 우리가 아끼고 보살피면 충분해, 무진아, 요 며칠 네가 출근하지 않는 동안 시간을 내서 성연이와 같이 보내. 우리 성연이 다른 사람이 괴롭히지 않게 하거라!”그녀는 줄곧 보호받는 하룻강아지 같았다.왕씨 가족은 성연이에 대한 태도가 좋지 않은 게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송씨 가족도.성연이 도대체 뒤에서 얼마나 많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지.안금여도 속으로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성연이 저런 가정에 있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들어가 살았더라도 앞으로 틀림없이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이전에 성연이 결핍되었던 부분을 강씨 집안에 온 이후 하나하나 성연에게 채워주고 있었다.지금 성연은 바로 자신들의 아이였다.그녀는 성연에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들 어느 것도 부족함 없이 채워 줄 것이다.그녀는 성연에게 유일무이한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이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요, 할머니.”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연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진미선은 사람을 이곳에 데리고 오면서 성연에게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줄곧 송종철과 진미선은 정말 귀찮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자신에게 이처럼 잘해 주는 강씨 집안 가족들을 성연은 이런 일들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안금여와 가족들은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이런 일을 귀찮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또 자신이
왕 씨 가족이 집에 온 이후로 분위기가 좀 좋지 않았다.오늘 일찍 일어난 성연은 모두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안금여는 무진을 불렀다.“무진아, 성연이 쟤가 얼마나 불쌍한지 봐. 앞으로 너는 성연이한테 잘 해줘야 해. 걔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돼.”안금여의 말을 듣던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할머니, 성연이는 자존심이 강해요. 성연이가 원하는 건 우리의 동정이 아니라는 걸 잘 아셔야 합니다. 성연이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아도, 성연이 스스로 잘 살 수 있어요. 성연이에게 잘 해주라는 할머니 말씀은 맞지만, 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때로는 성연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어요?”잠시 생각해 본 안금여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던 그녀가 말했다.“무진아, 그래도 네가 성연의 생각을 잘 알고 있구나. 성연이가 우리가 자기를 동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앞으로 할머니는 말하지 않을게.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걔를 좋아해. 네가 방에 돌아가면, 걔가 너무 슬퍼하지 않게 많이 위로해줘라.”결국 성연은 부모 쪽 관계에 신경을 썼다.그렇지 않으면 왕씨 가족들이 떠난 후 성연이 내내 기운이 빠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기운이 없어 보였다.‘만약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면, 성연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무진도 알아차렸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머니, 알겠습니다. 성연이를 잘 위로해 줄게요. 안심하세요.”안금여가 말하지 않아도 무진 역시 그렇게 할 것이었다.성연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안금여보다 결코 작지 않다.그것은 그의 집 꼬마여서 당연히 다른 사람이 괴롭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네가 알면 됐다, 가 보거라, 방에 가서 성연이를 봐. 그 아이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까 봐 정말 걱정이야.”안금여는 무진의 등을 밀었다.“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걔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 리가 없어요. 제가 위로하러 갈게요.” 무진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는 성연이 기껏해야 슬플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설이 지나고 요 며칠 동안, 무진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성연과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거의 붙어 다녔다.결국 요 며칠 성연은 곳곳에서 선물을 연신 받았다.성연은 집사가 소포가 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그래도 믿지 않았다.그녀는 설을 지내면서 누가 자신에게 택배를 보냈을까 생각했다.그녀가 직접 문 앞에 가서 택배 위의 이름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원래 이 선물은 뜻밖에도 소지한이 보낸 것이었다.‘그가 내게 무엇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소지한도 지금까지 내게 말한 적이 없어.’‘아마도, 나를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성연은 소포를 들고 방으로 갔다.마침 방에 있던 무진은, 성연이 손에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그건 뭐야?”“친구가 보낸 새해 선물이에요.” 성연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그런데 무진씨는 서재에 가서 서류를 처리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왜 여기 있지?’‘소지한이 준 선물은 틀림없이 가치가 만만치 않을 거야. 만약 무진 씨가 선물을 본다면, 분명 의심할 텐데.’그녀는 마을에서 온 시골 소녀일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겠는가?성연은 원래 소지한이 자신에게 보낸 선물이 뭔지 몹시 보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을 본 그녀는 바로 움츠러들었다.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성연은 여전히 침착하기로 결정했다.그녀는 아무렇게나 선물을 탁자 위에 놓았다.성연의 동작을 본 무진은 도리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친구가 준 선물이라며? 왜 안 열어봐?”그가 입을 열었다.“중요하지 않은 친구예요. 작은 선물일 테니 이따가 볼래요.” 성연은 개의치 않는 척 말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소지한에게 사과했다.무진을 대충 넘기는 것도 그녀는 쉽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손에 있는 이 소포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아서, 성연은 언제 드러날지 몰랐다.더 이상 묻지 않은 무진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는 비록 성연이 자신에게 숨길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그러나 이
무진이 서재로 간 틈을 타서 성연은 소지한이 보낸 선물을 뜯어보았는데, 모양이 아주 독특한 브로치였다.‘이 빛깔을 보니 확실히 싸지 않겠어.’‘무진 씨는 또 물건을 아는 사람이니, 틀림없이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다행히도 내가 똑똑하게 굴어서 무진 씨에게 숨겼어.’이튿날, 성연은 또 소포를 받았는데 뜻밖에도 사부님이 보낸 것이었다.방에 가져간 성연은, 무진이 없는 걸 보고는 서둘러 포장을 열었다.그녀는 사부가 도대체 자신에게 뭘 보냈는지 가장 알고 싶었다.소포를 열자, 안에는 정교하게 포장고 꽃무늬가 새겨진 은침 세트가 있었다.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아서, 성연은 손을 떼지 못하고 매만졌다.매끄러운 은침의 촉감이 서늘해서 성연은 아주 좋았다.의학을 배우는 한편, 성연 자신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이 은침을 본 성연은 스승님께서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만들어 주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평소에 스승은 말도 많이 하지 않았고 두 사람도 별로 왕래가 없었지만, 성연은 스승이 여전히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내게 주신 사랑은 결코 적지 않아.’휴대전화를 꺼낸 성연은 스승님께 자신이 선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카톡을 보냈다.막 카톡을 보냈는데, 앞에 있는 은침을 다 챙기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든 성연은, 마침 문 앞으로 걸어온 무진을 보았다.당황한 그녀는 무의식 중에 은침을 덮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쓸데없는 짓인 것 같았다.성연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말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그러나 무진은 한 번 보더니 눈을 돌렸다.“부엌에서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먹을래? 내가 가져다 줄게.” 무진이 물었다.“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성연은 몸이 좀 긴장되었다.곧 아래층으로 내려간 무진이 디저트를 가져왔고, 성연은 은침을 거두었다.무진은 곧 돌아왔고, 디저트를 먹을 때 성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무진이 물어볼까 봐 두려웠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휴식 후에 무진은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결국 WS 그룹처럼 큰 회사는, 직원들이 쉬어도 많은 해외의 협력 사업들이 운영되고 있다.회사에는 아직도 많은 일이 쌓여 있어서 밤낮으로 처리해야 했다.밀린 일이 무진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성연은 그가 바빠서 밥을 먹을 겨를이 없을까 봐, 아침을 먹을 때 신신당부했다.“아무리 바쁘더라도 밥을 먹는 것을 잊지 말아요. 몸이 재산 밑천인데, 만약 당신이 음식을 먹지 않고 몸이 허약해진다면, 나는 당신을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성연의 관심 어린 말을 들은 무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절대 밥을 먹는 것을 잊지 않을게. 너도 집에서 밥 먹는 걸 잊지 마.”“나야말로 잊지 않을 거예요.” 성연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아침을 다 먹은 후, 성연은 또 무진의 헝클어진 넥타이를 정리해 주면서, 직접 무진의 출근 준비를 도왔다.두 사람에게는 지금 약혼 커플 사이의 달콤한 분위기가 있었다.집을 나서면서, 무진은 성연의 이마에도 뽀뽀를 했다.집사가 아직 있어서 성연은 좀 쑥스러웠다.그녀는 무진을 밀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빨리 출근해요.”말이 끝나자, 얼굴이 빨개진 성연은 위층으로 달려갔다.무진은 기분 좋게 출근했다.성연은 방에 잠시 머물렀다.한동안 무진이 집에 있는 게 이미 습관이 된 듯하다.지금 무진이 없으니, 그녀는 늘 뭔가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지루하기도 했다.그러나 성연은 늘 무리하게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 무진이 그렇게 휴가를 내서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았다.집에서 할 일이 없자, 성연은 아예 방학 숙제를 꺼내서 했다.이윤하는 원래 성연에게 방학숙제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 성연의 이 성적에 따르면 방학 숙제를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결국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윤하는 자신에게 숙제를 보냈다.마침 성연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숙제를 좀 해보았다.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것은 아니다.성연도 전에는
정월 대보름날 무진은 또 회사 직원들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그 자신도 시간을 내서 성연과 함께 할 수 있었다.집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재미가 없다.그래서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쇼핑하러 나갔다.무진과 나갈 때는 성연은 매번 자신을 좀 성숙하게 꾸몄다.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나이차가 너무 나 보였다.성연은 결국 아직 19살도 안 되었는데, 무진은 이미 20대인 데다가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바로 성숙한 엘리트의 모습이었다.성숙하게 차려 입지 않고 성연이 무진의 옆에 서면 좀 많이 어려 보였다.성연은 자신이 어떤 스타일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무진의 곁에서 항상 한쪽이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 거야.’‘무진은 자신이 발산하는 기운이 너무 강해.’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성연은 평소보다 성숙해 보였고 여성스러움도 갖추었다.무진은 이런 성연을 처음 보았는데, 눈 밑에 놀라는 기색이 스쳤다.그녀는 먼저 무진의 팔을 잡고 말했다.“우리 가요.”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월 대보름에는 바깥이 아주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설에는 집집마다 붉은 대련을 붙이고 붉은 초롱을 걸어두었다.거리 전체가 밝아져서 아주 경사스러워 보였다.성연과 무진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갑자기 그녀는 앞에 줄지어 늘어선 꽃등을 보았다.이것은 성연이 처음 본 것이어서 좀 신기하게 느껴졌다.“무진 씨, 봐요, 저 꽃등 너무 예뻐요.”“갖고 싶어?” 무진이 부드럽게 물었다.“갖고 싶어요.” 성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성연은 모두 세 개의 꽃등을 샀는데, 하나는 무진에게 가라앉고, 하나는 자신이 가졌고, 또 하나는 안금여에게 가져다주려고 했다.그녀는 안금여가 좋아할 걸로 생각해서 특별히 산수화가 있는 걸로 골랐다 성연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무진의 마음도 따라서 즐거워졌다.무진은 그녀의 뒤를 따라갔고, 다른 사람이 성연과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때때로 손을 뻗어서 일부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