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연은 자신이 당한 일이 모두 성연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자기 부모님이 뜻밖에도 굽실거리는 음성으로 송성연에게 애걸하러 가려고 한다.송아연의 마음속에 원한이 가득 들어찼다. 아버지 송종철과 엄마 임수정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임수정 자신이 받은 억울함은 이렇게 빨리 잊어버렸다.‘회사가 그렇게 중요해?’송아연이 분노로 씩씩거리며 위층에서 뛰어내려 왔다.아연이 송종철을 매섭게 쳐다보았다.“아빠, 왜 성연에게 전화를 했어요? 집에 성연이 걔가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걔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들은 왜 걔한테 부탁하려고 해요? 걔가 날 웃음거리로 볼 게 뻔하잖아요?”송종철은 어린 딸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그는 어려서부터 이 딸을 정성껏 키웠다. 아연에게 쓴 돈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중요한 시점에 아연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온종일 방해만 하다니 송종철은 참을 수가 없었다.송종철이 송아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성연이에게 부탁하러 안 가면, 네게 부탁할까? 너는 나와 네 엄마를 도울 수 있어?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너를 교육시키며 키웠는데, 너는 조금도 성과가 없어. 성연이는 어릴 때부터 농촌에서 자랐는데도 지금 강씨 집안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어. 네가 성연이와 비교가 되기나 하는 것이니?”송아연은 가뜩이나 미칠 지경인데, 자기 아버지가 자신을 성연과 비교하다니, 그야말로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네, 저는 쓸모 없는 아이예요. 하지만 두 분 말 대로 강진성을 유혹하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 지경까지 떨어졌겠어요?” 송아연의 눈이 붉어지며 얼굴에는 광분한 기색이 다분했다.“됐어, 아연아 그만해. 우리도 이제 막다른 골목이야. 집안 상황은 네도 봤잖아?” 송아연이 강진성을 언급하는 말을 듣던 임수정은 가슴이 뛰었다. 애초에 송종철이 막아 세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두 모녀는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에 빠져 송종철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집에 이런 큰 사단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아직도 강진
그날 밤 송종철은 병원으로 실려갔다.임수정이 옆에 동행하고 있었다.이 일로 인해 꽤나 크게 소란을 피웠는데, 특히 송아연이 송종철에게 부상을 입힌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성연도 이 일을 전해 들었는데, 무진이 성연에게 알려 준 소식이었다.그날 성연이 전화를 받고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무진은 성연에게 물었다. 하지만 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진은 뒤에서 몰래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 송씨 집안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아침을 먹으면서 성연에게 소식을 전하던 무진은 계속 성연의 반응을 관찰했다.성연의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을 본 무진이 말했다.“저들을 돕고 싶다면 나에게 말해도 돼.”무진이 이 말을 한 까닭은 바로 성연이 겉으로는 냉담해 보이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마음이 약하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그녀가 몇 번이나 강씨 집안을 도와준 것을 통해 무진은 그녀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말을 듣고 한순간 멍해졌다.“내가 왜 저들을 도울 거라고 생각해요?”“송종철은 성연이 네 아버지야.” 무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무진 씨 너무 많이 생각했군요. 나는요. 사실 무진 씨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 앞으로 송씨 집안이 어떻게 되든지 나에게 말해 줄 필요 없어요.” 성연은 눈가에 담담하지만 짜증스러움을 품고 있었다.송씨 집안 사람들은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그런데 어떻게 도와줘?’자신이 어떻게 무진이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애초에 진미선을 도와준 것은 외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진미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할머니의 은혜는 소홀히 할 수 없었다.애초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진미선과 성연의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찌 되었든 진미선은 결국 자신을 만나지는 않았어도, 그녀에게 생활비를 준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송종철은 달랐다.아이를 외할머니에게 내팽개친
송종철 쪽의 대화를 막 멈추었을 때에 집사가 문으로 들어와 성연에게 더 나쁜 소식을 알려주었다.“작은 사모님, 문 밖에 사모님 어머니라고 하는 사람이 와 있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데리고 와서 사모님을 만나겠다고 합니다.”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집사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엠파이어 하우스였다면 대처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고택이었다.진미선이 남편 왕대관과 시어머니를 데리고 오다니.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성연은 좀 난감했다.평소에 성연은 뒤에서 어떻게 해결하든 그는 이는 자기집 일이라고 느꼈다.그러나 지금 진미선은 뜻밖에도 버젓이 사람을 데리고 고택에 왔다. 성연은 정말 자신의 한계점을 건드렸다고 느꼈다.성연은 설을 쇠면서 자신의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저들을 들어오게 하는 게 꺼려졌다.이때 강씨 집안 식구들이 모두 함께 있었다.안금여가 말했다.“성연 어머니이니 일단 들어오게 해. 어쨌든 오는 이들은 모두 손님이니, 그들이 나가서 우리 강씨 집안이 손님대접이 소홀하다고 하지 않도록 하세요.”“예, 회장님.” 집사가 짧게 대답한 뒤에 나갔다.소파에 앉아 있는 성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안금여는 성연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성연아, 너는 할머니가 그들이 들어오게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니?”“아니에요. 그냥 저들의 용모가 안 좋아 들어오면 흥이 깨질까 걱정했을 뿐이에요.” 성연은 오히려 안금여를 원망할 뜻은 없었다.그녀는 강씨 집안이 모두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들어오게 해도 괜찮아. 네 어머니를 처음 보는 거잖니? 나는 오히려 그녀가 어떤 성품인지 보고 싶구나. 안심해. 어쨌든 우리 모두 너의 편이니까.” 안금여는 성연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얼른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결국 안금여는 성연을 지지하기 위해 저들을 부른 것일 뿐이다.성연이 여기서 얼마나 잘 지내는지 저 사람들이 알게 해서 앞으로 감히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성연이
집사의 승낙에 진미선의 시어머니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턱을 치켜들었다.“봐라, 네가 우리를 데리고 와야 강씨 집안 노부인이 우리 체면을 세워 준단 말이다.”“예, 예.” 진미선과 왕대관은 그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진미선은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손에 선물 상자를 몇 개나 들고 있었다. 이에 반해 왕대관과 시어머니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보아하니 진미선은 왕씨 집안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의 태가 변변치 않아 딸을 임신하자, 시어머니는 그녀를 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시어머니는 일부러 세상 물정을 아는 척했다.그러나 강씨 집안의 내부 장식을 본 그녀는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과연 이름난 명문 재벌 다웠다. 기세가 달랐다.집사가 시어머니를 안내해서 거실로 들어갔다.강씨 집안의 가족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시어머니의 목표는 당연히 강씨 집안에서 가장 발언권이 센 안금여였다.“회장님, 오늘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세배를 드리러 왔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제 며느리 진미선이 성연이의 엄마가 아니겠습니까? 성연이 이 아이도 정말이지, 설이 되었는데도 집에 인사 한 번 올 줄을 모르네요.” 시어머니가 웃으며 안금여에게 말을 걸다가 성연의 발을 밟았다.시어머니의 말을 들은 성연은 겉으로만 웃는 모습이었다.그들 일가족이 좋은 의도로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진작 알았다. 그런데 이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오자마자 자신에게 위세를 떨었다.“성연이 어머니가 재혼을 했는데, 초청을 받지 못했어요. 당연히 성연이가 결정을 할 수 없을까요? 성연이는 우리 여기서 설을 쇠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상관없으시겠지요?” 안금여는 또 시어머니의 말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가로막았다.“네, 그런데 저와 제 아들 대관이 모두 아이를 좋아한답니다. 성연이 와도 괜찮아요. 성연인 정말 복이 많네요. 이런 집에 시집올 수 있고.” 시어머니가 소파에 앉자, 집사가 차를 가져왔다.강씨 집안 가족들은 한쪽 끝에, 또 왕씨 가족과 진미선은
시어머니는 그곳에서 입이 바싹 마르도록 떠들어댔다.그러나 안금여가 그녀에게 대답할 때는 항상 짜지도 싱겁지도 않았다.시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무토막처럼 앉아 있는 진선미를 쳐다보았다.며느리가 참 못났다고 속으로 은근히 욕하면서.겨우 들어올 수 있었는데, 저렇게 멍청하게 앉아 있을 줄만 알았지, 자신의 역할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에잇, 정말 쓸모없는 같으니라구.’성연을 술쩍 쳐다본 후, 시어머니는 옆에서 암시했다.“얘, 미선아, 너 집에서 늘 성연이 노래를 불렀지 않니? 이제 오니까 성연이와 말을 하지 않는구나, 정말, 너는 어른이 되어서 어찌 사리 분별을 못해?”진미선은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입을 벌렸지만, 강씨 집안 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다.겨우 성연을 한 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눈빛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진미선은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옆에 있던 왕대관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넉살 좋은 품성’을 물려받았다.조금의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왕대관은 앞에 있는 무진과 강상문에게 말을 걸었다.두 사람 모두 비즈니스 계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비록 강상문은 외국에서 막 돌아왔지만, 강씨 집안 사람이라는 신분만으로도 사람들이 체면을 세워주기에 충분했다.왕대관은 아직도 두 사람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어쨌든 강무진과 강상문 보다 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가 아는 것 중에 강무진과 강상문이 모르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그래서 거기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떠들고 있었다.“나는 작년에 사업 하나에 서명했습니다. 사업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 사람들의 심미안과 트랜드에 부합되기도 하지요. 지금 회사는 그 사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전에 선견지명이 있어서 힘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누르고 이 사업을 따냈습니다. 성진의 이 회장님이 며칠 후에 나를 연회에 초대했습니다. 그때 강무진 대표도 참석하겠군요. 우리 둘도
진미선의 시어머니는 안금여에게 말을 걸었고, 왕대관은 강상문과 무진을 돌아가며 말을 거느라 무척 바빠 보였다.아무도 이쪽에 주의를 주지 않을 때, 차가운 얼굴의 성연이 진미선을 다른 한쪽으로 불렀다.성연은 진미선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모두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인데 지금 안 그런 척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정색을 하고 있는 성연의 얼굴이 보기 안 좋았다. 말투도 따지는 듯했다.“무슨 생각이에요?”만약 진미선 혼자였다면 나았겠지만, 지금 온 가족을 데리고 왔다.‘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진미선 자신 또한 저 가족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설마 나를 보러 왔을까?’‘강씨 집안이 방문 목적인 거지.’성연이 이렇게 묻자 진미선도 다소 난감해했다.“나는 막았어. 그런데 저 사람들이 꼭 와야 된다고 우겨서. 성연아, 네 외할머니를 봐서 내 체면을 세워줘. 안 그러면 내가 돌아가서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 거야.”사실 진미선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왕대관에게 설득을 당했다.이제 진미선이 임신한 아이가 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왕씨 집안에서 진미선의 지위는 더 낮아졌다.시어머니는 매일 진미선에게 빈정대며 욕을 퍼부었고, 진미선은 마음이 괴로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것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뱃속에 남자아이를 임신했는지 여자아이를 임신했는지,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게다가 임신을 하자 왕대관은 한동안 진미선을 냉대하더니, 얼마전에는 뜻밖에도 각방을 쓰자고 했다.진미선은 마음이 몹시 괴로웠지만, 곁에 말할 사람이 없어 그저 고통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고, 혼자서 이런 고통을 감당하고 있었다.그래서 왕대관이 새해가 된 김에 강씨 집안에 인사를 가는 것을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을 때 설득되었던 것이다.만약 강씨 집안에서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시어머니도 진미선을 좋게 볼 테니까.그날 사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왕씨 일가족을
성연은 진미선에게 잠시 말을 하고 돌아갔다.거실에 들어가자 왕대관의 온갖 허풍이 들렸다.자기 회사의 업무에 대해 마구 떠들고 있었다.“강 대표님, 내가 최근에 해외의 한 거대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설 지나고 나서 이 사업이 또 시작이 될 겁니다. 우리 회사의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지 않으면 해외의 회사도 합작하지 않았을 겁니다.”왕대관은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 놓으며 듣는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무진과 강상문은 바보가 아니라 매일 회사를 관리하는 경영자들이었다.그러니 어찌 왕대관이 한 말의 진위 여부를 분간하지 못하겠는가?단지 들추어내기 귀찮을 뿐.만약 업무 수준이 정말 충분하다면, 강씨 집안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을 테고,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테지.그러나 왕대관은 나이가 이미 들어서 회사를 끌고 갈 방법이 없었다. 회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합작 회사에 대한 무진의 요구는 매우 높았다.적어도 전망이 보이는 회사여야 했다.왕대관 같이 입만 열면 허풍인 사람은 무진의 고려 대상에 아예 없었다.무진이 기본적으로 응대할 생각이 없어, 강상문이 전적으로 왕대관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그렇습니까? 왕 선생님, 대단하시군요.” 강상문은 겉으로만 웃음을 지었다.“보통, 보통입니다.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단결이지요.”왕대관도 덩달아 웃으며 자신이 이미 강상문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비록 강무진이 그에게 좋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건 무진의 성격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왕대관 역시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강상문은 강무진의 삼촌이다. 강상문이 자신을 알아준다면 강무진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나?어차피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우리와 합작한 회사는 우리 회사에 대해 높은 평가를 줍니다. 앞으로 강무진 대표가 사업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를 찾아와도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사람이다. 자기 사람이
이렇게 왕씨 가족은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한 시간이 지났다.안금여는 원래 끝까지 응대할 생각이었지만, 왕대관의 모친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는 두 마디였고, 안금여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모친은 참으로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안금여의 얼굴에 그런 표정을 떠 올라 있는데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가장이 섞인 건지 진짜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을 더 이상 고택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핑계를 대어 왕대관 모친의 입을 막았다.“조금 있다가 우리는 친척과 친구가 올 예정이라 아마 여러분들을 계속 접대할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여러분과 식사는 힘들겠습니다.”왕씨 가족을 이곳에 이토록 오래 머무르게 한 것만으로 이미 왕씨 집안의 체면을 크게 세워준 것이다.왕대관의 모친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속으로 실망하였다.원래는 남아서 같이 식사할 생각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남아 있겠다고 할 염치가 없었다.그리고 강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안금여가 말한 것은 분명 축객령이었다.왕대관의 모친은 비록 이번 기회를 갈망했지만, 일의 경중을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성연이 여기에 있으니, 다음에 또 방문하면 될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그래서 왕대관의 모친은 다 알고 있는 척하며 말했다.“회장님이 친척을 접대하려고 하시는데 당연히 친척을 접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 접대하는 데에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아 있으라고, 남아 있으라고 해, 하고 속삭였다.하마터면 그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뻔했다.그녀는 정말 강씨 집안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만약 여기에서 식사 한 끼를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평생 자랑거리가 될 텐데.그러나 안금여는 그녀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말했다.“정말 죄송하군요. 여러분 멀리서 방문해 주셨는데.”안금여는 당연히 그들 일가족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