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그곳에서 입이 바싹 마르도록 떠들어댔다.그러나 안금여가 그녀에게 대답할 때는 항상 짜지도 싱겁지도 않았다.시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무토막처럼 앉아 있는 진선미를 쳐다보았다.며느리가 참 못났다고 속으로 은근히 욕하면서.겨우 들어올 수 있었는데, 저렇게 멍청하게 앉아 있을 줄만 알았지, 자신의 역할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에잇, 정말 쓸모없는 같으니라구.’성연을 술쩍 쳐다본 후, 시어머니는 옆에서 암시했다.“얘, 미선아, 너 집에서 늘 성연이 노래를 불렀지 않니? 이제 오니까 성연이와 말을 하지 않는구나, 정말, 너는 어른이 되어서 어찌 사리 분별을 못해?”진미선은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입을 벌렸지만, 강씨 집안 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다.겨우 성연을 한 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눈빛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진미선은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옆에 있던 왕대관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넉살 좋은 품성’을 물려받았다.조금의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왕대관은 앞에 있는 무진과 강상문에게 말을 걸었다.두 사람 모두 비즈니스 계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비록 강상문은 외국에서 막 돌아왔지만, 강씨 집안 사람이라는 신분만으로도 사람들이 체면을 세워주기에 충분했다.왕대관은 아직도 두 사람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어쨌든 강무진과 강상문 보다 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가 아는 것 중에 강무진과 강상문이 모르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그래서 거기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떠들고 있었다.“나는 작년에 사업 하나에 서명했습니다. 사업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 사람들의 심미안과 트랜드에 부합되기도 하지요. 지금 회사는 그 사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전에 선견지명이 있어서 힘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누르고 이 사업을 따냈습니다. 성진의 이 회장님이 며칠 후에 나를 연회에 초대했습니다. 그때 강무진 대표도 참석하겠군요. 우리 둘도
진미선의 시어머니는 안금여에게 말을 걸었고, 왕대관은 강상문과 무진을 돌아가며 말을 거느라 무척 바빠 보였다.아무도 이쪽에 주의를 주지 않을 때, 차가운 얼굴의 성연이 진미선을 다른 한쪽으로 불렀다.성연은 진미선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모두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인데 지금 안 그런 척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정색을 하고 있는 성연의 얼굴이 보기 안 좋았다. 말투도 따지는 듯했다.“무슨 생각이에요?”만약 진미선 혼자였다면 나았겠지만, 지금 온 가족을 데리고 왔다.‘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진미선 자신 또한 저 가족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설마 나를 보러 왔을까?’‘강씨 집안이 방문 목적인 거지.’성연이 이렇게 묻자 진미선도 다소 난감해했다.“나는 막았어. 그런데 저 사람들이 꼭 와야 된다고 우겨서. 성연아, 네 외할머니를 봐서 내 체면을 세워줘. 안 그러면 내가 돌아가서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 거야.”사실 진미선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왕대관에게 설득을 당했다.이제 진미선이 임신한 아이가 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왕씨 집안에서 진미선의 지위는 더 낮아졌다.시어머니는 매일 진미선에게 빈정대며 욕을 퍼부었고, 진미선은 마음이 괴로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이것도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뱃속에 남자아이를 임신했는지 여자아이를 임신했는지,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게다가 임신을 하자 왕대관은 한동안 진미선을 냉대하더니, 얼마전에는 뜻밖에도 각방을 쓰자고 했다.진미선은 마음이 몹시 괴로웠지만, 곁에 말할 사람이 없어 그저 고통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고, 혼자서 이런 고통을 감당하고 있었다.그래서 왕대관이 새해가 된 김에 강씨 집안에 인사를 가는 것을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을 때 설득되었던 것이다.만약 강씨 집안에서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시어머니도 진미선을 좋게 볼 테니까.그날 사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던 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왕씨 일가족을
성연은 진미선에게 잠시 말을 하고 돌아갔다.거실에 들어가자 왕대관의 온갖 허풍이 들렸다.자기 회사의 업무에 대해 마구 떠들고 있었다.“강 대표님, 내가 최근에 해외의 한 거대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설 지나고 나서 이 사업이 또 시작이 될 겁니다. 우리 회사의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지 않으면 해외의 회사도 합작하지 않았을 겁니다.”왕대관은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 놓으며 듣는 사람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무진과 강상문은 바보가 아니라 매일 회사를 관리하는 경영자들이었다.그러니 어찌 왕대관이 한 말의 진위 여부를 분간하지 못하겠는가?단지 들추어내기 귀찮을 뿐.만약 업무 수준이 정말 충분하다면, 강씨 집안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을 테고,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테지.그러나 왕대관은 나이가 이미 들어서 회사를 끌고 갈 방법이 없었다. 회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합작 회사에 대한 무진의 요구는 매우 높았다.적어도 전망이 보이는 회사여야 했다.왕대관 같이 입만 열면 허풍인 사람은 무진의 고려 대상에 아예 없었다.무진이 기본적으로 응대할 생각이 없어, 강상문이 전적으로 왕대관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그렇습니까? 왕 선생님, 대단하시군요.” 강상문은 겉으로만 웃음을 지었다.“보통, 보통입니다.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단결이지요.”왕대관도 덩달아 웃으며 자신이 이미 강상문의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비록 강무진이 그에게 좋은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건 무진의 성격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왕대관 역시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강상문은 강무진의 삼촌이다. 강상문이 자신을 알아준다면 강무진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나?어차피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인데.“우리와 합작한 회사는 우리 회사에 대해 높은 평가를 줍니다. 앞으로 강무진 대표가 사업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를 찾아와도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사람이다. 자기 사람이
이렇게 왕씨 가족은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한 시간이 지났다.안금여는 원래 끝까지 응대할 생각이었지만, 왕대관의 모친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는 두 마디였고, 안금여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모친은 참으로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안금여의 얼굴에 그런 표정을 떠 올라 있는데도 그녀는 보지 못했다.가장이 섞인 건지 진짜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안금여는 이미 저들을 더 이상 고택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핑계를 대어 왕대관 모친의 입을 막았다.“조금 있다가 우리는 친척과 친구가 올 예정이라 아마 여러분들을 계속 접대할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여러분과 식사는 힘들겠습니다.”왕씨 가족을 이곳에 이토록 오래 머무르게 한 것만으로 이미 왕씨 집안의 체면을 크게 세워준 것이다.왕대관의 모친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다가 속으로 실망하였다.원래는 남아서 같이 식사할 생각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남아 있겠다고 할 염치가 없었다.그리고 강씨 집안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안금여가 말한 것은 분명 축객령이었다.왕대관의 모친은 비록 이번 기회를 갈망했지만, 일의 경중을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성연이 여기에 있으니, 다음에 또 방문하면 될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그래서 왕대관의 모친은 다 알고 있는 척하며 말했다.“회장님이 친척을 접대하려고 하시는데 당연히 친척을 접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 접대하는 데에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아 있으라고, 남아 있으라고 해, 하고 속삭였다.하마터면 그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날 뻔했다.그녀는 정말 강씨 집안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만약 여기에서 식사 한 끼를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평생 자랑거리가 될 텐데.그러나 안금여는 그녀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말했다.“정말 죄송하군요. 여러분 멀리서 방문해 주셨는데.”안금여는 당연히 그들 일가족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왕대관이 차를 몰고 있었다. 왕대관의 모친은 내내 궁시렁거리며 마음속의 불만을 터트렸다.“강씨 집안의 저 태도는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갔는데, 누구에게 인상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왕대관이 앞에서 운전하며 말했다.“강씨 집안 같은 사람들이 사람을 무시하는 건 정상이에요? 어머니, 마음을 잘 다스리며 관계를 잘 맺을 때까지 기다리면 괜찮을 겁니다.”그는 아주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정당하게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강씨 고택 입성은 북성 시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지.지금 자신들이 들어갔다는 것은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것이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관계를 잘 맺도록 기다려야 해? 저들을 보니 화가 나. 어쨌든 강무진의 장모 아니야? 그런데 한 번도 부르지 않아. 특히 네 딸, 성연이, 애가 싸가지가 없어. 우리를 위해 말 한 마디 할 줄 몰라. 봐라, 딸은 여우야, 아무 쓸모가 없는. 어렸을 때 싹이 노라면 커서도 믿을 수 없다.” 시어머니가 또 진미선의 배를 가리키며 빈정대기 시작했다.진미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어머니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그러나 시어머니는 너무 지나쳤다. 성연이 때문에 강씨 고택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성연일 욕하다니 정말 인정머리가 없었다.진미선은 주먹을 꼭 쥔 채 생각했다. 이런 날은 정말 너무 억울해서 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고.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진미선이 입을 다물자, 왕대관이 입을 열었다.“엄마, 앞으로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세요. 만약 성연이 없었다면 우리도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정말 강씨 집안이 우리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우리는 성연이에게
왕씨 일가족이 떠난 후, 강씨 집안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강운경이 즉시 불만을 드러내며 말했다.“저 가족은 여기 와서도 성연이 여기서 잘 지내는지는 관심도 없어요. 어른이라고 할 사람들이 심지어 성연이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자기들 관계 만들기에만 급급하다니.”여기까지 말하던 운경은 성연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성연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도 못 받으면서.이렇게 좋은 아이가 분명한데, 만약 자신에게 왔다면 자신은 절대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텐데.안금여가 옆에서 말했다.“괜찮아, 성연이는 우리가 아끼고 보살피면 충분해, 무진아, 요 며칠 네가 출근하지 않는 동안 시간을 내서 성연이와 같이 보내. 우리 성연이 다른 사람이 괴롭히지 않게 하거라!”그녀는 줄곧 보호받는 하룻강아지 같았다.왕씨 가족은 성연이에 대한 태도가 좋지 않은 게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송씨 가족도.성연이 도대체 뒤에서 얼마나 많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지.안금여도 속으로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성연이 저런 가정에 있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들어가 살았더라도 앞으로 틀림없이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이전에 성연이 결핍되었던 부분을 강씨 집안에 온 이후 하나하나 성연에게 채워주고 있었다.지금 성연은 바로 자신들의 아이였다.그녀는 성연에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들 어느 것도 부족함 없이 채워 줄 것이다.그녀는 성연에게 유일무이한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이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요, 할머니.”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연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진미선은 사람을 이곳에 데리고 오면서 성연에게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줄곧 송종철과 진미선은 정말 귀찮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자신에게 이처럼 잘해 주는 강씨 집안 가족들을 성연은 이런 일들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안금여와 가족들은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이런 일을 귀찮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또 자신이
왕 씨 가족이 집에 온 이후로 분위기가 좀 좋지 않았다.오늘 일찍 일어난 성연은 모두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안금여는 무진을 불렀다.“무진아, 성연이 쟤가 얼마나 불쌍한지 봐. 앞으로 너는 성연이한테 잘 해줘야 해. 걔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돼.”안금여의 말을 듣던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할머니, 성연이는 자존심이 강해요. 성연이가 원하는 건 우리의 동정이 아니라는 걸 잘 아셔야 합니다. 성연이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아도, 성연이 스스로 잘 살 수 있어요. 성연이에게 잘 해주라는 할머니 말씀은 맞지만, 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때로는 성연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어요?”잠시 생각해 본 안금여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던 그녀가 말했다.“무진아, 그래도 네가 성연의 생각을 잘 알고 있구나. 성연이가 우리가 자기를 동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앞으로 할머니는 말하지 않을게.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걔를 좋아해. 네가 방에 돌아가면, 걔가 너무 슬퍼하지 않게 많이 위로해줘라.”결국 성연은 부모 쪽 관계에 신경을 썼다.그렇지 않으면 왕씨 가족들이 떠난 후 성연이 내내 기운이 빠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기운이 없어 보였다.‘만약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면, 성연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무진도 알아차렸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머니, 알겠습니다. 성연이를 잘 위로해 줄게요. 안심하세요.”안금여가 말하지 않아도 무진 역시 그렇게 할 것이었다.성연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안금여보다 결코 작지 않다.그것은 그의 집 꼬마여서 당연히 다른 사람이 괴롭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네가 알면 됐다, 가 보거라, 방에 가서 성연이를 봐. 그 아이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까 봐 정말 걱정이야.”안금여는 무진의 등을 밀었다.“할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걔가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 리가 없어요. 제가 위로하러 갈게요.” 무진은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는 성연이 기껏해야 슬플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설이 지나고 요 며칠 동안, 무진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성연과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거의 붙어 다녔다.결국 요 며칠 성연은 곳곳에서 선물을 연신 받았다.성연은 집사가 소포가 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그래도 믿지 않았다.그녀는 설을 지내면서 누가 자신에게 택배를 보냈을까 생각했다.그녀가 직접 문 앞에 가서 택배 위의 이름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원래 이 선물은 뜻밖에도 소지한이 보낸 것이었다.‘그가 내게 무엇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어.’‘소지한도 지금까지 내게 말한 적이 없어.’‘아마도, 나를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성연은 소포를 들고 방으로 갔다.마침 방에 있던 무진은, 성연이 손에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그건 뭐야?”“친구가 보낸 새해 선물이에요.” 성연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그런데 무진씨는 서재에 가서 서류를 처리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왜 여기 있지?’‘소지한이 준 선물은 틀림없이 가치가 만만치 않을 거야. 만약 무진 씨가 선물을 본다면, 분명 의심할 텐데.’그녀는 마을에서 온 시골 소녀일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는 친구를 사귈 수 있겠는가?성연은 원래 소지한이 자신에게 보낸 선물이 뭔지 몹시 보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을 본 그녀는 바로 움츠러들었다.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성연은 여전히 침착하기로 결정했다.그녀는 아무렇게나 선물을 탁자 위에 놓았다.성연의 동작을 본 무진은 도리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친구가 준 선물이라며? 왜 안 열어봐?”그가 입을 열었다.“중요하지 않은 친구예요. 작은 선물일 테니 이따가 볼래요.” 성연은 개의치 않는 척 말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소지한에게 사과했다.무진을 대충 넘기는 것도 그녀는 쉽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손에 있는 이 소포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아서, 성연은 언제 드러날지 몰랐다.더 이상 묻지 않은 무진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는 비록 성연이 자신에게 숨길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그러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