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에 할 일이 없었던 성연은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주연정을 위해 수시로 두 과목을 보충지도해 주었다.게다가 날씨가 추워져 성연은 집에만 콕 틀어박혀 있었다.무진은 가능한 한 업무를 집으로 가져와 처리하며 성연이 집에서 지루하지 않게 하려 애썼다.무진은 본래 성연이 추위를 잘 탄다고 생각해서 해남으로 휴가를 보내려 했다. 거긴 일년 내내 따뜻한 곳이니까.그러나 성연은 왔다갔다하며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곧 설인데다 무진도 그만하면 되었다.하지만 집에 있어도 무진에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돌아올 때면 성연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거나 또 재미있는 작은 물건들을 가져다주기도 한다.성연은 매일 이런 작은 물건들로 시간을 보냈다.무진은 당연히 집에 있을 수 있으면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가 아니면 나가지 않았다.무진이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것을 본 성연은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무진 씨 회사에 출근하세요. 나 혼자 집에 있어도 돼요.” 이러는 게 너무 번거롭게 느껴진 성연이다. 게다가 무진의 몸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쉴 수 있으면 가능한 한 쉬어 주는 게 좋았다.“회사는 여기서 멀지 않아. 그리고 회사가 너만큼 중요하진 않아.”무진은 다이렉트로 자신의 감정을 전해온다.성연은 이 남자가 점점 말을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말했다.“무진 씨, 은근 사람을 꼬시는 멘트를 잘하는 것 보니 경험이 많은가 봐요?”성연은 무진의 나이에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무진이 자신을 대할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묘하게 불쾌했다.“실망시켜서 미안해.”말하면서 무진이 코끝이 맞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자 두 사람의 숨이 거의 하나로 섞일 듯했다. 긴장한 성연이 꼴깍 침을 삼켰다.‘이런 동작은 반칙이지 않나?’“이렇게 자랄 때까지 정말 딱 한 사람에게 작업 걸었는데, 그게…… 바로 너야.” 무진이 몸을 낮춘 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온몸이
“영화 보자고요?” 반짝하고 빛을 내던 성연의 시선이 무진의 노트북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순식간에 다시 어두워졌다.“그런데 무진 씨는 일해야 하잖아요?”성연의 반응을 보니 무진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아, 우리 꼬맹이 약혼녀는 어쩜 이렇게 철이 들었지?’무진은 책상 위의 서류를 거두어들였다.“오늘 일은 거의 다 끝냈으니 너와 같이 놀아도 돼.”만약 성연과 영화를 보는 이 시간조차 낼 수 없다면, 그것은 무진이 이 일에 맞지 않다는 뜻일 터.“좋아요, 내가 가서 고를게요, 무슨 영화를 볼까요?” 신이 나 자리에서 일어난 성연은 후다닥 위층으로 뛰어갔다.이곳의 홈시어터에 무진이 한 번 데리고 갔었기에, 성연은 그 위치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그녀가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고 무진이 말했지만, 성연 스스로 들볶는 것도 귀찮은데다 또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가 없었다.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가끔 보면서 신선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다.성연이 위층으로 뛰어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무진은 바로 따라가지 않았다.주방으로 가서 과일과 간식을 바구니에 담아 올라갔다.성연이 온 후, 집사는 종종 집에서 간식들을 조금씩 준비해 두었다.어린 아가씨는 하도 잘 먹으니, 이 방면으로는 무진도 성연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많이 먹지 않고 몸에 영향을 주면 된다.무진이 들어가자 성연은 이미 담요 위에 몸을 웅크린 채 영화를 고르고 있었다.“어때? 보고 싶은 영화 골랐어?”무진의 물음에 성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아니요, 고르기 힘들어요.”무진도 성연의 곁에 따라 앉았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바닥에 앉아 영화를 골랐다.결국 무진은 특별히 고전적인 공상과학영화를 꺼냈다.“이것 보자, 괜찮아.”이 영화의 제목은 성연도 익숙했다.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래요, 이것 봐요.”무진이 테잎을 거는 동안 성연은 빈백 소파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테잎을 걸자 홈시어터의 조명이 자동
안금여가 보니, 요 며칠 어린 손자 커플에게서 인기척이 없었다.성연도 한동안 고택에 오지 않고 있었다.두 사람이 성연의 고향에 가서 무슨 갈등이 생겨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한 건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입이 둔한 무진은 뭔가 잘못한 게 있어도 변명도 제대로 못할 텐데.안금여는 성연이 화가 나서 무진을 원망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이런 일은 안금여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어려웠다.그래서 엠파이어 하우스의 집사를 불러 무진과 성연의 근황을 물었다.안금여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집사가 웃으며 대답했다.“아이고, 회장님, 걱정이 너무 많으시군요. 작은 사모님과 도련님, 두 분 서로 얼마나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련님은 사모님이 심심해할까 봐 하루 종일 집에서 같이 지내십니다. 이틀 전에는 함께 영화도 보셨고요. 도련님이 사모님께 음식을 집어 주시는 모습도 봤습니다. 사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은 전부 사모님 접시 앞에 가득 쌓여 있더군요. 도련님이 사모님을 어찌나 끔찍하게 위하시는지요.”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 집사는 언제나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성연과 무진을 마치 어린 자식처럼 여기면서 말이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정말 갈등이 생긴다면, 안금여 보다 자신이 더 급할 것이다.안금여가 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먼저 와서 보고할 것이다.집사의 말을 들은 안금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군.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거지. 나는 두 아이가 마음 쓰여. 나머지는 아무것도 걱정되지 않아. 무진이는 표현을 잘 못하지. 성연은 또 나이가 어리고. 하지만 자네가 하는 말을 들으니 이제 안심이 되는군.”“회장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또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도련님과 작은 사모님의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집사가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한 2년 정도 있으면 중손자를 안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안금여는 확실히 무진과 성연 사이의 아이를 보고 싶었다.그러나 이런 일은 자
성연은 방학 내내 집에 있으면서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또 그사이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히지도 않았다.그리고 무진과 함께 하루하루 마음 편하고 즐겁게 지냈다.성연은 매일 저절로 눈을 뜰 때까지 잠을 잤는데,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이날 세수를 다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성연은 강운경이 무진과 함께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성연은 강운경을 보고 기뻤다.“고모, 어떻게 오셨어요?”“왜? 내가 반갑지 않아? 내가 너희 두 사람만의 세계를 방해한 거니?”강운경이 두 사람을 놀리는 투로 말했다.최근 좀 단련이 된 성연은 얼굴이 제법 두꺼워져서 이젠 더 이상 걸핏하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자포자기의 의미가 좀 있지만 말이다.성연이 자연스럽게 무진 옆에 앉은 뒤에 웃으며 말했다.“고모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오시면 당연히 환영이죠.”강운경이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네 고 작은 입은 점점 더 꿀을 바른 것 같애.”성연도 히죽거리며 대답했다.세 사람이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무진은 성연을 위해 누룽지를 식혀 건네주었다.성연에게 구은 달걀을 까 주기도 했다.성연은 누룽지에 구운 달걀을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했다. 색다른 맛이 있었다.요 며칠, 성연은 무진의 시중에 하도 익숙해져서 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무진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강운경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성연과 무진의 사이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무진이 어느 누구한테도 이런 적이 없었다. 금시초문임이 확실하다.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성연이 앞에서 전부 이례적이었다.‘참, 이렇게 바뀔 수도 있다니.’예전에 무진에게 많은 아가씨들을 소개했지만, 무진은 늘 냉정하게 거절했었다. 마치 여자들을 한 번 봐는 것도 짜증이 나는 것 같았다.무진이 몸을 낮추고 한 소녀를 이리 지극정성으로 생각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강운경이 줄곧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성연이 고개를 들어 갸우뚱
그룹 연례 대회에는 예전에 무진도 참석하지 않았었다.언제나 강상철과 강상규의 홈그라운드가 되어, 가도 모욕적인 말만 들을 뿐이라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았다.그러나 올해 연례 대회에는 강상철과 강상규가 없었다. 또 그룹 전체를 맡아 관리하는 총괄 대표로서 다른 사람은 가지 않더라도 무진은 반드시 가야 한다.무진은 강운경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성연에게 물었다. “가고 싶어?”“저는 다 괜찮아요.”성연이 대답했다. 연례 대회일 뿐이니 그녀는 당연히 겁나지 않았다.WS그룹과 같은 큰 회사는 연례 대회가 매우 성대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은 아직 가 본 적이 없어서 좀 궁금했다.그러나 무진은 강운경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이 어떻는지 물었다.이러면 강운경이 오해할 수도 있었다. 조금 전에는 무진에게 자신의 계란을 벗기게 했었고 말이다. 평소 자신이 뒤에서 무진을 마음대로 부린다고 고모가 오해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생각만 해도 민망했다.“그래, 성연이가 수락했으니 이렇게 시원하게 결정하자. 나는 디자이너와 약속하고 오후에 와서 성연이 드레스도 맞춰 줄게.” 강운경은 마음에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그녀의 생각도 엄마 안금여와 똑같았다. 이들 어린 두 커플만 사이가 좋으면 된다.“고모,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 옷장에 드레스 많아요. 그냥 그 중에서 하나 고르면 돼요.” 성연은 너무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 옷장 안에 있던 드레스들 모두 무진이 주문해서 만든 것들이다. 강씨 집안의 체면을 결코 깍지 않을 정도의 고가 드레스였다.“안 돼. 이제 네 신분은 무진의 약혼자잖아. 당연히 예쁘게 하고 등장해야지. 치수 재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강운경이 성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괜찮아, 드레스 한 벌 맞추는 것도 괜찮아. 우리 아가씨가 최고로 멋지겠네.” 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번에 성연은 정말 거절할 말을 찾지 못했다.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럴게요.”어차피 그녀는 괜찮았다
연례 대회 당일, 행사장은 매우 시끌벅적했다.WS그룹은 디자인 부서와 후방지원부를 함께 배치했다.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설날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회사 본부의 직원들이 모두 행사장에 도착했다. 모두 평소 옷장 속에 모셔 두었던 드레스들을 꺼내 입고 각자의 아름다움을 다투었다.특히 여직원들은 날씨가 추운데도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얇은 천조각으로 섹시함을 드러냈다.평소에 일할 때는 동료들과 함께 모두 유니폼을 입지만,오늘만큼은 동료들 앞에서 멋을 부리는 것이다.고수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가진 직원들도 있다.연례회의에는 회사 거의 모든 임원과 사장단, 주주들이 올 것이다.운이 좋으면 앞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지금 이 사회는 매우 현실적이다.설사 북성에서 이런 회사에서 일하며 높은 급여를 받는다 하더라도 북성의 물가는 정말 너무 높았다.그들은 명품 한 두 벌을 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허리띠를 졸라매는 생활로 인해 사람이 타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설사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더라도 더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지 않겠는가?그래서 여직원들도 자신을 꾸미는 데 힘을 쏟았다.안금여와 강운경도 모두 도착했다.중대한 공식 행사인만큼 안금여는 한복을 입었다. 오늘 그녀는 옅은 물빛 한복차림이었다. 어깨에는 같은 색상의 숄이 걸쳐져 있었다. 옆에 서있는 강운경은 블랙 롱스커트 차림으로 우아하고 화려해 보였다.WS그룹 직원들만 이번 행사에 참석한 것이 아니었다.또 일부 중요한 귀빈들과 주주들을 초청했는데 모두 행사장에 와 있었다.한순간에 WS그룹 로비는 사람들로 붐볐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황이었다.안금여는 줄곧 밖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강운경이 그녀의 손을 잡고 부축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한참이 지났는데 무진이와 성연이는 왜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거지? 예정대로라면 올 때가 되었을 텐데?”“무진이 집이 회사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성연이 사리 분별 잘하는 아이이니, 무진이랑 같이 올 거예
무진과 성연이 나타나자 장내 시선을 사로잡았다.직원들이 여기저기서 논평을 쏟아냈다.“강무진 대표님 정말 멋있어요, 저 긴 다리, 너무 좋아.”“강무진 대표님 이전에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까 전혀 모르겠는데요?”“저기 강 대표님 약혼녀죠? 정말 예쁘고 분위기 있어 보여요. 대표님과 함께 서 있어도 전혀 밀리지 않네요.”“만약 강 대표님 약혼녀가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말한다면, 믿겠어요?”그 말이 나오는 순간 다른 직원들 모두 믿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 저런 용모와 기질이 어떻게 시골에서 나올 수 있겠어요? 대표님 약혼녀가 시골에서 왔다면 나는 두메산골에서 왔어!”“어쩌면 그냥 시골에서 잠시 생활 체험했겠죠.”“대표님과 약혼녀가 너무 잘 어울려서 내 눈을 호강시켜 주네요.”직원들 모두 작은 소리로만 주고받을 뿐, 감히 큰 소리로 말하지 못했다.자신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상은 자신들의 앞날에 대한 결정권자였기 때문이다.연례 대회의 날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우 조심스럽다.성연과 무진은 손을 잡고 강운경과 안금여 앞으로 걸어갔다. 성연은 귀엽게 인사했다.“할머님, 고모님.”안금여는 성연을 보면서 볼수록 만족스러웠다.“우리 성연이 점점 더 예뻐지고 있구나.”“할머니도 젊어 보이세요.” 성연도 칭찬을 한마디 했다.안금여는 웃으며 그녀의 혀가 달다고 말했다.강운경도 옆에서 놀렸다.“성연아, 너는 몰랐어? 방금 너와 무진이가 안 온다고 할머니가 하마터면 여기서 눈이 빠지실 뻔했어. 너를 보고 나서야 겨우 웃으시네.”“허튼 소리.” 안금여는 들키자 괜히 불만을 드러내며 강운경을 노려보았다.운경이 입술을 가린 채 가볍게 웃었다.그들을 보면서 성연은 따뜻함을 느꼈다.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자신이 정말 행운아라고 느꼈다.정말 운 좋게도 이런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성연과 무진이 안금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 많은 주주와 파트너들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두어 마디 더 나눈 후에 무진에게 지금 약혼녀가 있으며 무진이 새끼를 품은 암탉처럼 성연을 철저히 보호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없음을 느낀 양 사장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무진과 이야기를 나누러 왔는데, 성연은 바로 옆에서 배경 역할을 톡톡히 했다.지루함을 느낀 성연은 안금여와 강운경과 대화를 나누려 했다. 하지만 무진이 끝까지 성연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녀는 무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묻자 무진은 듣기 좋은 말을 했다. 성연이 자신을 의심할까 봐 그녀를 곁에 두고 다닌다고. 그녀의 약혼자가 다른 사람에게 납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성연은 남녀 사이의 연애를 이처럼 참신하게 말하는 건 처음 들어봤다.그러나 이는 무진이 그녀를 얼마나 신경 쓰는 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그래서 성연은 기꺼이 무진의 옆을 따라다녔다.곧 시간이 되자 무진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했다.평상시에는 안금여가 무대에 올라갔는데, 오늘은 무진이 맡았다.블랙 슈트 차림의 무진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사업을 할 때처럼 무진은 무엇을 하든 확실한 전략으로 누구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성연은 무대 아래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무진을 바라보았다.성연을 향하던 무진의 눈빛이 한 순간 그녀에게 머무는 듯했다.성연은 그에게 응원의 손짓을 보냈다.거리가 멀어지자 성연은 무진의 표정을 똑똑히 보지 못했지만 그가 이쪽을 향해 입술 끝을 올려 웃는 듯하자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성연은 멀지 않은 곳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맙소사, 강무진 대표님 저 미소도 너무 좋아요. 방금 약혼녀 보고 웃은 거 맞지?”“네, 저는 이미 두 사람의 제스처에 빠졌어요. 저렇게 돈도 많고 다정한 남자친구를 어디서 찾겠어요?”“이런 남자친구는 아마 선녀만이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같은 일반인들과는 평생 인연이 없을 걸?”성연은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웃었다. 뜻밖에도 회사 직원들의 대화가 꽤나 재미있었다.WS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