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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죽을 날을 받아 놓다

손건호가 어떻게 강일헌의 속셈을 모를 수 있겠는가?

굳은 얼굴을 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말씀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들어가시게 두지 않을 겁니다.”

손건호의 내비치는 갖가지 반응들로 볼 때 강무진은 상처가 심각한 상태였다.

아니면 손건호가 저처럼 화를 내지 않을 터.

“그냥 내가 들어가 봐야겠다. 너희 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신경을 쓰는지 말이야. 누가 또 알아? 손 비서가 형님을 열심히 돌보는 지 아닌지?”

강일헌이 느릿느릿 말했다.

손건호는 강일헌 앞에서 시종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때 ‘찰칵’ 하는 문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마침 병실에서 나오던 성연의 눈시울이 불그레했고 얼굴색도 창백하고 초췌해 보였다.

밖으로 나온 성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미처 문이 채 닫히지 않으며 틈새로 실내가 살짝 보였다. 그 틈을 타 강일헌이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무진의 몸에 호스가 여러 개 꽂혀 있는 게 보였다.

속으로 무진의 상황에 대한 확신이 섰다.

만약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 무진의 고질병까지 도진다면 하느님 부처님이 와도 살릴 방도가 없을 테다.

정말 그렇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비록 할아버지의 거점 세 군데를 잃었지만, WS그룹의 후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번 파란은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눈으로 확인한 강일헌은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는 가볍게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뒤에 말했다.

“형님 병세가 그처럼 위중하다면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군.”

그의 능청스러운 모습을 본 성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봤어요? 이제 만족해요?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죠?”

“형수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형님을 면회하러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는데, 좋은 낯은 그렇다 치고 이렇게 나를 모욕하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강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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