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옆에 있는 성연을 보며 칭찬했다.“연기 잘하던 걸.”성연이 겸손하게 말했다.“뭐 보통이죠.”그러나 이번에 성연은 마침내 확실히 알게 됐다. 강씨 집안 내부의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무진 씨 사는 게 정말 힘들겠다. 하루 종일 자기 집안 사람들과 암투를 벌여야 하니.’분명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잠시 어색해하던 성연이 계속 말했다.“무진 씨는요, 마침 이 기회에 상처를 잘 치료하고 회복되는 데에만 신경 쓰세요.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말고요. 공무도 일단은 급하게 맡아서 하지 마세요.”이번 부상으로 무진의 몸이 더 안 좋아 보였다.몸이 가뜩이나 축난 상태에 출혈도 심했던 터라 조금씩 길러오던 기운이 또 이렇게 빠져나갔다.의사는 무진이 음식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의 몸을 보양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만들었다.‘먹어야 힘을 내지 않겠는가?’무진이 팔을 다친 것은 근골을 다쳤다고 할 수 있었다.매일 사골 우리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일이었다.성연은 또 안에 혈을 보하고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재 몇 가지도 넣었다.다른 사람이 만들면 자신이 원하는 약효를 내지 못할까 봐 병원의 주방을 빌려 무진에게 먹일 음식을 직접 만들었다.처음에는 식당에서 싫어했다.그러나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미리 가서 주방에 돈을 좀 주었더니 기꺼이 허락했다.성연은 매일 무진이 사골국을 다 마시는지 지켜봤다.무진이 마시고 좀 남겼다.국 바닥에 남은 국물이 원래 사골국의 정수인 법.성연이 얼굴을 굳히고 국물을 무진의 앞으로 내밀었다.“이것도 다 마셔요.”“녀석, 방금 이미 많이 먹었어.” 성연이 기껏 솜씨를 부려 끓여 주었지만.하루 세 끼 중 두 끼를 마시니 무진으로서도 참기 힘들었다.게다가 이미 많이 마셨지 않은가.오늘 한 번은 땡땡이 칠 생각이다.“안 돼요, 얼른 마셔요.” 성연이 가차 없는 표정으로 국 그릇을 내밀었다.“저녁에 마실까?” 무진이 성연에게 타협을 시도했다.“지금 당장 마셔
성연의 행동을 보고 있던 서한기는 옆에서 연신 혀를 찼다.‘이러면서 강무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 누가 믿어!’성연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다른 사람의 눈에는 성연의 마음이 아주 분명하게 보였다.그러나 성연 자신은 자각하지 못한다.그녀는 다른 건 생각지 않았다. 그저 무진을 잘 보살필 생각뿐이다.뭐라고 해도 강무진은 그녀를 위해 다쳤고, 자신은 은혜를 갚는 것에 불과할 뿐.무진도 성연의 세심한 보살핌을 분명히 느꼈다.먹고 마시고,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챙겼다.이전에 무진은 성연이 언제든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었다.놀기 좋아하고 재잘거리기도 잘하고 또 버럭거리는 성질에 마음을 차분히 하질 못하는 아이.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성연에 대한 무진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성연보다 더 인내심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매일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그녀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몸은 예전처럼 허약하지 않았다. 안색도 육안으로 구별될 정도로 금세 좋아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손건호도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보스, 우리가 이번에 작은 사모님을 정말 잘 모시고 온 것 같습니다. 사모님이 아니라 저였다면 이처럼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을 겁니다.”성연이 이처럼 차분하게 간병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손건호는 마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전혀 송성연 같지 않았다.하지만 보스 곁에 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다.예전에 무진이 발병했을 때도 이렇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았다면 고통을 많이 덜 수 있었을 텐데.“그래, 데려오길 잘 했어.” 무진이 성연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성연은 단번에 무진의 손을 쳤다.“이거 의도적으로 복수하는 거죠? 그렇게 세게 꼬집어요?”그녀가 쓱쓱 볼을 문질렀다.하얀 피부 덕분에, 조금 꼬집었더니 금세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하늘에 두고 맹세컨대, 무진은 진심으로 고의가 아니었다.정말 평상시처럼
무진의 입술에 파우더를 다 바른 후에 성연이 몸을 빼며 일어났다.무진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다.“뭐한 거야?”옆에서 무진의 얼굴을 보던 손건호는 속으로 성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성연이 이렇게 하니 효과가 아주 좋았다.지금 무진의 모습은 누가 봐도 중병에 걸려 곧 넘어갈 거라고 여길 듯하다.성연이 이렇게 한 의도를 손건호가 무진에게 설명했다.“작은 사모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데요?”“그렇군.” 무진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였으니 이런 방법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턱을 치켜 올리는 성연은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이다.“내가 진작부터 두 사람에게 말했었죠? 날 얕보지 마라고요. 결정적인 순간엔 날 믿어요.”무진과 손건호가 웃었다.어째 두 사람의 웃음이 좀 이상하다고 느낀 성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두 사람 왜 웃어요?”손건호가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사모님, 보스와 저는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의견에 한 마음으로 동의합니다.”성연은 콧방귀를 뀌며 파우더를 들고 갔다.몇 사람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강일헌이 왔다.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생략하고 바로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병실을 마치 자기 집처럼 여기는지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성연과 손건호는 줄곧 엄숙한 얼굴을 유지했다.이때 강일헌을 본 두 사람의 표정이 무거워졌다.강일헌은 무진이 깨어난 것을 보고 좀 놀랐다.하지만 강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자신들에게 제대로 맞서기나 할까 싶었다.강일헌 걸어가서 무진의 옆에 섰다.“오, 형님, 드디어 깨셨군요. 어떻습니까? 할아버지가 일부러 형님 보고 오라고 저를 보내셨어요. 그래도 자기 식구가 좋은 것 같아요. 제 말이 맞지요, 형님?”손건호와 성연은 동시에 눈을 뒤집었다.강일헌 스스로 한 가족이라고 칭하다니 낯짝도 두껍다.이 말을 하면서 켕기지도 않는지.친족을 해치면서 강씨 집안의 조상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지 모르겠다.그러나 강상철, 강상규의 낯가죽이 그처럼 두꺼우니 벌써 습관이 된 건가?“어? 면
강일헌의 얼굴이 시퍼래졌다. 하필이면 성연을 반박할 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분연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강일헌을 이 정도로 오그라들게 할 수 있다.송성연만 할 수 있을 것이다.강일헌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자 손건호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성연을 칭찬했다.“작은 사모님, 사람을 꾸짖는 방식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화가 나면서도 말을 못하던 강일헌의 모습을 보고 손건호는 가슴이 후련해졌다.‘예전에 강일헌만 우리 보스 욕을 했었지.’보스가 참아야 했던 까닭은 때를 기다리기 위함도 있었지만, 강일헌 등과 따지기가 성가셨기 때문이다.그러나 매번 강일헌이 보스를 모욕하는 보자니 손건호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하지만 자신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하지만 성연은 거리낌 없이 바로 강일헌을 욕했다.‘화가 다 풀리는 것 같네.’성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저들이 무진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것만 생각하면 스스로 통제하기가 힘들었다.‘저들만 아니라면 무진은 지금 아주 멀쩡했을 텐데.’이런 사람들은 겨우 몇 마디 욕 듣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무진은 어린 아내에게 보호받는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꽤 괜찮은 기분이다.자신을 지킬 줄 안다는 건 성연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무진도 아직은 추측일 뿐이다.성연은 하얀 백지와 같았다. 나이도 아직 어리고.자신은 성연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함께 할 날은 창창하니까. 자신들에게는 아주 많은 미래가 남아 있으니까.그렇게 오래 기다렸으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았다.성연이 자각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의 여자일 수밖에 없을 테니.“보스, 다음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이런 무진의 모습을 본 강일헌이 다른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걱정스러웠다.무진이 가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체였다.‘막을 수 있는 건 모두 막아야 돼.’무진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성연이 바로
강일헌의 보고를 들은 강상철이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강무진을 잘 챙겨라.”말하자면, 가능한 한 무진을 외국에 남게 하라고 강일헌에게 지시한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네, 할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강일헌은 강상철의 뜻을 잘 알았다.진작에 강무진이 눈에 거슬렸는데, 직접 강무진을 처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즐거울 터.그때가 돼서 강무진이 자기 앞에서 용서를 빌 것을 생각하며 강일헌은 흥분했다.강무진은 어떤 처지에 놓여도 마치 저 꼭대기 위에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그런데 강무진의 교만을 무너뜨리고 오만한 기개를 꺾었다.무진을 최대한 괴롭게 만들어서 자신들에게 맞선 결말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강상철이 계속 말했다.“죽일 수는 없어도 무진을 없애야 한다. 그 놈 너무 거치적거려.”무진이 갑자기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회사를 손에 넣었을 텐데.이제 그들은 WS그룹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최근 강무진의 업무 처리 능력을 지켜본 많은 주주들이 점차 무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이 이어지게 그냥 둘 수는 없었다.원래 강무진은 허울 좋은 속 빈 강정인 줄 알았다.그가 회사를 이어받게 해도 성과를 낼 수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예상외로 강무진은 수완이 꽤 있는 편이었다.이제 강무진은 자신들의 눈엣가시가 되었다.이런 사람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강일헌이 대답했다.“할아버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틀 동안 S조직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해 이번에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S 조직은 본부이다. 이전에 그들이 파괴한 것은 모두 거점일 뿐이다.비록 작은 거점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부족한 때이므로 몇 개의 거점은 강일헌 쪽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그러나 강상철 쪽은 이쪽으로 올 시간이 없었고, 흑매도 말을 웅얼웅얼거렸다.유일하게 강일헌 혼자 조사하러 갔다.“어쨌든 만사 조심하거라.” 강상철이 당부했다.하나뿐인 손자 강일헌에게 사
무진은 일찍부터 사람을 보내 강일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그의 수하인 비밀 경호원이었다. 은폐 능력이 일급다보니 강일헌의 뒤를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강일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날 저녁, 강일헌은 한 호텔에 나타났다.처음에는 그가 놀러 들어간 줄 알았다.하지만 수소문해 보니 이곳도 거점 중의 하나였다.강일헌은 룸 안의 소파에 앉아서 책임자를 만났다.바로 호텔의 지배인이다.“말해봐, 이번에 조직이 입은 손실이 얼마나 되는 거야?” 강일헌이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꽤나 무게가 있어 보였다.책임자가 대답했다.“이번에 우리는 세 개의 거점을 잃었고, 대략 백 명의 부하를 잃었습니다. 어떤 부하들은 스스로 자결했고, 어떤 부하들은 잡혀갔습니다”조직 내의 훈련은 모두 같았다.임무 수행 중 잡히면 정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부하들 대다수가 혀를 깨물고 자결한다.이 또한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자백하기도 한다.이번 손실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었다.그렇게나 많은 손실을 보았다는 말을 들은 강일헌은 하마터면 온몸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너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한 거야? 너희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겨우 그 정도야?” 강일헌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만약 수중의 사람들이 좀 더 강했다면, 어떻게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겠는가?책임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미처 방비할 새도 없이 그 놈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또 모두 최고의 실력자들이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덮치는 바람에 저희가 전혀 막을 수 없었습니다.”요 며칠, 그 무리의 사람들로 인해 거점의 모든 사람들이 전전긍긍했다.모두 시시각각 방비해야 했다. 하나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다음 타겟은 바로 자신들이었다.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초조하지 않겠는가?강일헌은 이 일에 대해 그들만 탓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틀림없이 누군가가 뒤에서 고의로
의사가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이 장면을 보고 한 마디 했다.“두 사람, 젊은 부부가 정말 매일 달콤하군요.”무진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였다.무진과 잘 놀았다. 가끔 농담도 해가며.성연은 자기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모른다.지금 의사에게 놀림을 당하니 좀 쑥스럽다.그녀는 사과를 한쪽에 놓고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척했다.그러나 무진의 시선에 성연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이 잡혔다.무진이 입 꼬리를 올렸다.‘우리 집 꼬맹이 정말 귀엽네.’의사도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패턴을 보고 웃었다.이어서 병상으로 다가간 의사는 무진의 상처를 검사했다.그는 무진이 정말 빨리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신의 속도만이 설명이 가능할 정도였다.이것은 정말 의사가 본 것 중 가장 신기한 치료약이었다.의사가 다시 물었다.“강 선생님, 그 약의 조제법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와서 연구하고, 만약 정말 연구에 성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재삼 묻는 걸 보니 그가 이 처방에 대해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무진은 조용히 성연을 한 번 보고 대답했다.“이 약을 개발한 사람은 아는 친구인데, 아직 대외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 미안합니다.”의사는 정말 안타까워했다.하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이므로 주인의 동의를 거쳐야 했다.자신이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는 없다.귀를 기울여 듣고 있던 성연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그녀는 비할 데 없이 겸허했다. 그녀는 암암리에 생각했다. 무진이 지금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친구라고 말했다. 이 약은 무진이 혼수상태 중에 처방한 약이다.그러니 무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무의식적으로 성연을 위해 숨겨줬다.성연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의사가 나간 후, 무진이 의도적으로 언급했다. 성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도 알고 싶어. 이 약들의 내력을 네가 설명해 줄려는 지는 모르겠지만.”무진은 성연이 자신에게 진실
성연도 속으로 어쩔 수 없었다.이번 여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부딪히며 자신에 대한 정보가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나버렸다.많은 것들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예전에는 무진에게 핑계를 대며 대충 얼버무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설득력이 없는 게 너무 표가 나니까.게다가 명석한 머리를 가진 강무진 본인이 알고자 한다면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터.또 강무진, 이 남자는 사실을 숨기는 데 명수였다.많은 것들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만약 강무진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가 어떤 감정인지 성연 자신도 짐작할 수 없을 터.속이 얼마나 깊은 지 헤아릴 수 없는 이런 남자야 말로 가장 대하기 힘든 유형이다.어떻게 해야 할지 성연은 괴로울 지경이다.‘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히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꽁꽁 감추고 말 할 수 없다니.’털어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성연은 머리가 터질 지경.의술 방면이야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다.어차피 무진도 나중에 알게 될 거고.무진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성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무진이 성연의 눈을 응시하며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 강요하지 않을 테니. 그저 얌전히 내 곁에 있으면 돼.”무진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든 성연은 자신에 대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성연이 숨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성연을 자신의 곁에 두는 것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잠시 할 말을 잃은 성연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무진이 자신의 생각을 이처럼 아주 강력하게 선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항상 자기 옆에 있으라고?’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성연이다. 왜냐하면 적절하지 않은 그녀의 신분 때문에.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강무진의 곁에 있는 게 결코 싫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 안금여와 가족들도 자신에게도 잘해 주지 않나 말이다.자신을 편안하게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보낸 후 성연의 시간은 다시 한가해졌다.지금 성연은 정원에서 꽃나무에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꽃모종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소 귀한 약재들이다.엠파이어 하우스는 산중턱에 위치해 있다.거의 비료를 준 적이 없는 셈인데도 토양이 아주 비옥했다.성연이 몇 그루를 심어 보았는데 모두 살아남았다.손을 씻고 거실로 들어오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낯선 번호에 성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구지, 이 사람은?’‘기억에 없는 번호인 것 같은데?’원래 받기 싫은 마음에 잠시 망설이던 성연이 결국 전화를 받았다.“네.”“송성연 양, 저 조수경이에요.”휴대폰 건너편에서 조수경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성연의 두 눈썹 앞머리가 올라갔다.“조수경 씨가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조수경이 자신 때문에 고택에서 쫓겨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성연은 조수경을 보지 못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할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그런데 내 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지?’조수경은 가는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씨, 얘기 좀 하고 싶어요.”성연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조수경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고.조수경을 본다면 그날 밤의 그 장면이 떠오르며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그런데 왜 조수경은 자신의 화를 돋우려 하는 거지?’“죄송합니다만, 요즘 바빠서 시간이 없네요.” 성연의 음성은 의외로 담담했다. 음성이 오르내림이 전혀 없이.오늘 반드시 성연을 만날 결심을 한 조수경이 애원을 하듯이 사정했다.“송성연 씨, 제발, 한 번만 저를 만나 주세요. 요 며칠 저는 무척 괴로웠어요.”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수경이 더 간절히 매달리며 이어 말했다.“그냥 송성연 씨와 몇 마디 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성연 씨, 제발 부탁해요.”성연이 조수경을 겁내서가 아니었다.그러나 그녀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사정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도대체 조수경이 자신에게 무슨 이
5일의 일정 동안 세 사람은 북성의 명소 네다섯 곳을 돌아다녔다.원래 좀 더 있을 생각이었지만, 샤넬 가문에 뭔가 일이 생겼는지 곧 돌아가야 했다.성연은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더 재미난 곳도 많은데.풀이 죽어 있는 성연의 모습에 미스 샤넬이 웃으며 성연의 뺨을 꼬집었다.“그러지 마. 나중에 우리 다시 올 기회가 있을 거야.”갑자기 일이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은 매일 같이 업무로 바쁜 무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떠나는 미스 샤넬과 목현수를 대접하기 위해 음식점 한 곳을 예약했다.성연이 이번에 예약한 곳은 평이 좋은 가정식 요리 전문점이었다.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한 목현수가 이런 정통 가정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을 거라 생각한 성연이 특별히 그에게 맛 보여 주기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테이블에 오른 음식들은 소담하면서도 먹음직스러웠다. 미스 샤넬은 눈앞의 음식들을 보며 폰을 들어 한참 촬영을 한 후에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정말 맛있어. 와, 매번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 주네요.” 이곳의 음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미스 샤넬이 연신 감탄했다.입에 맞지 않는 것들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맞아요. 우리 북성에는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성연이 미스 샤넬씨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맞아요. 이곳은 산수가 수려해서 경치도 너무 아름다워요. 앞으로 현수 씨가 원한다면, 현수 씨를 따라 이곳에 와서 정착해도 좋겠어요.” 첫날을 제외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미스 샤넬은 무척 즐겁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아요. 그러면 그 때 우리 적당한 곳을 고를 수 있어요. 나랑 무진 씨도 두 사람과 같은 곳에 살고.” 그 생각을 하던 성연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것도 좋죠.” 샤넬 양이 맞장구를 쳤다.그러나 그 가능성은 몹시 희박했다.샤넬 가문은 유럽에서 세력이 무척 큰 가문 중의 하나.지금 연세가 많은 미스 샤넬의 아버지는
남은 일정 내내 성연은 미스 샤넬, 목현수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북성 주위의 관광 명소들은 전부 한 바퀴 돈 셈이다.무진의 당부를 새기며 최대한 깊은 물이 있는 곳은 피하면서.또 성현은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을 위해 온갖 명소들을 방문해서 즐길 계획을 짰다.성연은 하룻밤 내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그래도 무진의 말을 잘 따른 셈이다. 위험한 곳들은 가지 않았으니까.오늘 그들이 함께 온 곳은 커플들을 위한 테마파크였다. 주위에는 온통 팔짱을 낀 젊은 커플들이었다. 공기 중에는 핑크빛 기운이 가득했다.반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사이에 혼자 낀 성연은 눈치 없는 들러리 같았다.성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스 샤넬과 목현수 두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거니까 말이다.그러나 지금 서로 손을 깍지 낀 채 닭 털을 날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니, 성연 자신이 피해 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성연은 속으로 후회했다. ‘괜히 사서 고생한 거 아냐?’‘진즉 알았으면 무진 씨를 데리고 올 걸 그랬지.’“샤넬, 저기 아이스크림 파는데, 먹을래요?”성연은 핑크색으로 장식을 한 건너편의 가판대를 가리켰다.성연과 미스 샤넬은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미스 샤넬이나, 샤넬 양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해서 그냥 바로 이름을 불렀다.“나도 먹어요.” 미스 샤넬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목현수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 낮 시간.하지만 건녀편에는 그늘이 전혀 없었다.목현수는 양산을 두 사람에게 건네며 말했다.“두 사람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내가 사올 게. 무턱대고 저쪽으로 갔다가 더위 먹으면 어떡하려고?”고개를 살짝 끄덕인 성연은 목현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샤넬, 무슨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 거야?” 목현수가 먼저 미스 샤넬에게 물었다.“다 괜찮아요, 당신이 사 주는 거랴면요.”
식당 안.미스 샤넬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앞접시에 가득 담았다.그러나 목현수는 음료수 한 잔만 손에 쥔 채 미스 샤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의아하게 쳐다보던 미스 샤넬이 물었다.“안 먹어요? 왜 날 쳐다보고 있어요?”오늘 목현수가 좀 이상했다.“많이 먹어. 부족하면 더 시켜줄 게.” 정상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목현수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진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조금 전에는 먼저 수저를 놓아주기도 했다.이전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을 사람이 목현수였다.미스 샤넬의 오늘 모습은 목현수로서는 정말이지 좀 새롭게 보였다.주스를 한 모금 마신 목현수가 입을 열었다.“미스 샤넬, 오늘 왜 굳이 성연을 구하러 강에 뛰어들었어? 설마 네도 위험하게 될 줄 몰랐어?”목현수의 눈에 미스 샤넬은 늘 연약하기만 한 존재였다.그런데 위급한 상황에 제일 먼저 강에 뛰어들어 성연을 구한 사람은 미스 샤넬이었다. 목현수의 물음에 잠시 멍해 있던 미스 샤넬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송성연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어요. 만약 그때 그러지 않고 송성연이 잘못되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평생 자책하며 살 테죠. 그래서 나는 반드시 송성연을 구해야 했어요.”그러니까 미스 샤넬은 목현수 때문에 송성연을 구했다는 의미.만약 송성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물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았을 터였다.미스 샤넬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말했다.“공교롭게도 내가 한 수영하잖아요? 그러니까 내려갔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감히 그런 용기 못 냈지.”미스 샤넬의 유머러스한 표현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순간 목현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목현수를 위해 자신의 안위도 돌보지 않은 미스 샤넬.목현수 자신이 더 이상 생각할 게 뭐가 있겠는가?목현수가 진지한 음성으로 미스 샤넬에게 약속했다.“이전에는 정말이지 결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미스 샤넬 당신과 기꺼이 결혼할 거야.”미스 샤넬의 눈에
민박집에 들어오기 전에 성연은 이 일을 무진에게 알리지 말라고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지금은 이미 괜찮아졌는데, 말해 봤자 쓸데없이 걱정만 할 뿐이니까.그러나 이렇게 큰 일을 손건호는 자신의 보스에게 감히 숨길 수가 없었다그래서 무진도 알게 되었다.모든 일을 내팽개친 채 무진은 당장 성연 일행이 간 관광지로 달려갔다.지금 성연은 이미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성연이 무사한 모습을 본 무진은 비로소 완전히 안심했다.그는 미스 샤넬을 보고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스 샤넬, 성연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미스 샤넬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었다.“그런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성연 씨는 제 친구인 걸요.”“어쨌든 감사합니다.” 오늘 일어난 상황을 생각한 무진은 두려웠다.자신이 성연의 곁에 없었기에 성연이 어떤 위험을 겪었는지 상상하기가 더 어려웠다.“괜찮아요. 배고파요, 현수 씨. 우리 뭐 먹으러 가요.” 말을 마친 미스 샤넬은 목현수를 끌고 나가면서 성연과 무진에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었다.방안은 곧 조용해졌다.성연을 보는 무진의 표정은 심각했다.성연은 감히 무진의 얼굴을 볼 생각도 못한 채 입술을 삐죽거리며 발 밑만 내려다보았다. “잘못한 거 알아?” 가볍게 한숨을 내쉰 무진은 결국 차마 책망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성연이 소리치며 말했다.무진은 하마터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잡은 채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먼저 자신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구해야지?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무진은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진저리를 쳤다.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그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무진의 어깨를 다시 안고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지금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이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잠시 잊었다.‘언제나 나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인데
목현수도 한숨을 돌렸다.방금 성연에게 일이 생기자 목현수는 바로 손건호에게 알렸다.원래 다른 곳에 있던 손건호가 그제서야 달려왔다.“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 성연의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본 손건호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했다.“난 괜찮아요.” 손사래를 치던 성연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건호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말하지 마세요. 그냥 지나가면 돼요.”손건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둘이 옷을 갈아입게 민박집을 좀 잡아주세요. 자칫하다 감기에 걸리겠어요.”이 관광지는 비교적 유명한 곳이라 근처에 민박집들이 많이 있었다.물론 이곳에 오기 전에 성연이 미리 조사한 사항들이다.“예.” 고개를 살짝 끄덕인 손건호가 그들을 데리고 나가서 모두 차에 올랐다.차에 올라탄 성연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정중하게 말했다.“미스 샤넬, 고맙습니다. 오늘 당신 덕분에 살았어요.”물속에서의 질식감을 떠올린 성연은 여전히 심장이 벌렁거리는 듯했다.“괜찮아요. 당신은 내 친구니까 구할 수 있었어요. 물론 내가 구하긴 했지만 마음에 두지 말아요. 친구끼리는 서로 도와야지요.” 미스 샤넬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범하게 말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연은 그전에 미스 샤넬과 적지 않은 오해를 겪었다.그런데도 그녀가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미스 샤넬의 손을 잡은 성연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곧 그들은 손건호가 잡은 민박집으로 들어갔다.목현수가 미스 샤넬과 성연을 향해 말했다.“두 사람은 먼저 들어가서 좀 씻어. 내가 갈아입을 옷을 구해올 게. 여기 있는 옷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그래요.” 미스 샤넬은 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목현수가 옷을 사 주겠다고 하자 성연은 아무래도 좀 어색했다.예전엔 별일 아니었지만, 이제 그들은 다 자란 성인들이었다.성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나, 나는 필요 없으니까 미스 샤넬만 사주면 돼요
미스 샤넬이 성연의 팔을 잡아당기자 성연은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물속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성연의 반응이 너무 커서 곧 사레가 들릴 지경이 되자, 샤넬이 황급히 성연의 입을 막았다.물속에서 말하기가 불편한 미스 샤넬은 입모양으로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점차 침착함을 되찾은 성연이 미스 샤넬의 동작에 따랐다.미스 샤넬이 성연을 끌면서 점점 강가로 헤엄쳐 갔다.강가에 거의 도착한 미스 샤넬이 힘을 써서 먼저 성연을 보냈다.옆에서 누군가가 즉시 와서 도와서 성연을 끌어올렸다.미스 샤넬도 따라서 천천히 강기슭으로 올라갔다.강가에 서서 두 사람 모두 성공적으로 구조된 것을 본 사람들이 곧장 환호성을 질렀다.“정말 운이 좋았어요. 다행이에요, 괜찮아서 다행이에요.”그때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끌고 다가왔다.그녀는 성연과 샤넬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천만에요. 다음에는 아이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피세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이번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거예요.” 성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년의 어머니에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주의하겠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의 어머니는 겁에 질려서 여전히 떨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성연과 샤넬이 없었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다.“아이를 데리고 내려가서 잘 달래 주세요. 오늘 같은 상황에 아이가 분명히 많이 놀랐을 거예요.”성연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성연의 옷은 젖어서 축축했다.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아이를 구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누나, 고마워요.” 아이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성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맑은 목소리에 성연도 마음이 점차 누그러졌다.“괜찮아, 네가 괜찮으니 됐어.”“두 분 아가씨, 제 제가 돈을 얼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돈이라도 드려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불
“누가 물에 빠졌어요.”“빨리 와요, 사람 살려요.”“빨리 여기 구조대에게 연락해서 빨리 사람을 구하러 오게 해.”주위에서는 모두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성연은 물에 빠지는 순간 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다행히 호수의 물이 깊어서 바닥에 부딪치지는 않았다.그러나 갑자기 물살에 충격을 받자 현기증이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아래의 물살이 좀 급해서 물살에 말려들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힘을 쓸 수가 없었다.성연은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손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짙은 무력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성연의 몸은 천천히 계속해서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이럴 수가, 누구 수영을 할 줄 알아요? 빨리 내려가서 사람을 구해주세요.” 구조된 소년의 어머니도 옆에서 소리쳤다.자신의 과실로 인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마당에,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비록 자기 자식이 사고를 당하는 걸 원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기적이기만 하지는 않았다.몹시 조급해진 목현수는 몇 번이나 아래로 바로 뛰어내리려고 했다.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게 그는 수영을 할 줄 몰랐다. 주위의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커갔지만, 구조대는 한참이나 오지 않고 있었다.“이걸 어떡하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할 텐데.”“아니면 구급차를 불러서 구해달라고 해.”“여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CCTV도 있지 않아? 왜 이렇게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거야!”“...”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말을 해대고 있었지만, 직접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주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었다. 성연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물에 뛰어들 용기는 부족했다.자기 자식이 잘못된 걸 본다면 뛰어들었겠지만 말이다.옆에서 잠시 지켜보던 미스 샤넬이 주저함 없이 바로 물에 뛰어들려고 했다.그러나 옆에 있던 목현수가 눈치 빠르게 붙잡았다.“샤넬, 뭘 하려는 거야?”성연 한 명이 빠진 걸로 이미 충분히 애
성연이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데리고 온 관광지는 교외에 있었다.산과 물을 끼고 곳곳에 푸른 풀이 깔려 있어서 생동감이 넘쳤다.그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관광지에는 또 전문적으로 설계된 정자와 누각이 있었다. 넓은 숲의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어서 또 그 속으로 소풍을 갈 수도 있다.미스 샤넬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이곳의 공기는 정말 좋네요.”“맞아요, 내가 오기 전에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순수하고 천연적이라고 했어요. 원래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은 채 약간만 손을 댔을 뿐이니, 진정한 원래의 생태 관광지인 셈이죠.”성연은 설명할 때, 미스 샤넬이 일부 단어를 알아듣지 못할까 봐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미스 샤넬은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쳤다.“성연 씨, 아는 게 정말 많네요.”“아니에요, 이런 관광지는 우리 A국에 아주 흔해서 조금만 이해하면 알 수 있어요. 유럽 각지에 정통한 미스 샤넬을 난 따라가지도 못하는 걸요.”각기 장점이 있다. 성연은 북성에서 그렇게 오래 지내서 기본적인 상식을 좀 알고 있는 것이지, 칭찬할 건 아니다.“성연 씨가 그렇게 전면적이지 않다는 건 알아요. 가요, 우리 저쪽으로 가 봐요.” 샤넬 양이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성연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미스 샤넬의 뒤를 따라가면서 목현수와 약간의 거리를 두었다.목현수는 성연이 자신을 계속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됐어, 성연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나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샤넬 양과의 관계는 정말 잘 생각해봐야 해.’그들은 다리 위로 걸어갔다. 아래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호수였다.미스 샤넬이 포즈를 취하고 성연이 사진을 찍었다.성연은 여러 장면을 잘 포착해서 찍었다. 아주 의기양양해 보였다.미스 샤넬이 달려왔다. “어떤 지 내가 한번 볼게요.”성연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미스 샤넬은 한 장 한 장 살펴보면서 감탄했다.“성연 씨, 사진 촬영 기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