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의 행동을 보고 있던 서한기는 옆에서 연신 혀를 찼다.‘이러면서 강무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 누가 믿어!’성연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다른 사람의 눈에는 성연의 마음이 아주 분명하게 보였다.그러나 성연 자신은 자각하지 못한다.그녀는 다른 건 생각지 않았다. 그저 무진을 잘 보살필 생각뿐이다.뭐라고 해도 강무진은 그녀를 위해 다쳤고, 자신은 은혜를 갚는 것에 불과할 뿐.무진도 성연의 세심한 보살핌을 분명히 느꼈다.먹고 마시고,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챙겼다.이전에 무진은 성연이 언제든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었다.놀기 좋아하고 재잘거리기도 잘하고 또 버럭거리는 성질에 마음을 차분히 하질 못하는 아이.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성연에 대한 무진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성연보다 더 인내심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매일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그녀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몸은 예전처럼 허약하지 않았다. 안색도 육안으로 구별될 정도로 금세 좋아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손건호도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보스, 우리가 이번에 작은 사모님을 정말 잘 모시고 온 것 같습니다. 사모님이 아니라 저였다면 이처럼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을 겁니다.”성연이 이처럼 차분하게 간병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손건호는 마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전혀 송성연 같지 않았다.하지만 보스 곁에 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다.예전에 무진이 발병했을 때도 이렇게 제대로 보살핌을 받았다면 고통을 많이 덜 수 있었을 텐데.“그래, 데려오길 잘 했어.” 무진이 성연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성연은 단번에 무진의 손을 쳤다.“이거 의도적으로 복수하는 거죠? 그렇게 세게 꼬집어요?”그녀가 쓱쓱 볼을 문질렀다.하얀 피부 덕분에, 조금 꼬집었더니 금세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하늘에 두고 맹세컨대, 무진은 진심으로 고의가 아니었다.정말 평상시처럼
무진의 입술에 파우더를 다 바른 후에 성연이 몸을 빼며 일어났다.무진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다.“뭐한 거야?”옆에서 무진의 얼굴을 보던 손건호는 속으로 성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성연이 이렇게 하니 효과가 아주 좋았다.지금 무진의 모습은 누가 봐도 중병에 걸려 곧 넘어갈 거라고 여길 듯하다.성연이 이렇게 한 의도를 손건호가 무진에게 설명했다.“작은 사모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데요?”“그렇군.” 무진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였으니 이런 방법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턱을 치켜 올리는 성연은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이다.“내가 진작부터 두 사람에게 말했었죠? 날 얕보지 마라고요. 결정적인 순간엔 날 믿어요.”무진과 손건호가 웃었다.어째 두 사람의 웃음이 좀 이상하다고 느낀 성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두 사람 왜 웃어요?”손건호가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사모님, 보스와 저는 사모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의견에 한 마음으로 동의합니다.”성연은 콧방귀를 뀌며 파우더를 들고 갔다.몇 사람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강일헌이 왔다.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생략하고 바로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병실을 마치 자기 집처럼 여기는지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성연과 손건호는 줄곧 엄숙한 얼굴을 유지했다.이때 강일헌을 본 두 사람의 표정이 무거워졌다.강일헌은 무진이 깨어난 것을 보고 좀 놀랐다.하지만 강무진의 이런 모습을 보니 자신들에게 제대로 맞서기나 할까 싶었다.강일헌 걸어가서 무진의 옆에 섰다.“오, 형님, 드디어 깨셨군요. 어떻습니까? 할아버지가 일부러 형님 보고 오라고 저를 보내셨어요. 그래도 자기 식구가 좋은 것 같아요. 제 말이 맞지요, 형님?”손건호와 성연은 동시에 눈을 뒤집었다.강일헌 스스로 한 가족이라고 칭하다니 낯짝도 두껍다.이 말을 하면서 켕기지도 않는지.친족을 해치면서 강씨 집안의 조상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지 모르겠다.그러나 강상철, 강상규의 낯가죽이 그처럼 두꺼우니 벌써 습관이 된 건가?“어? 면
강일헌의 얼굴이 시퍼래졌다. 하필이면 성연을 반박할 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분연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강일헌을 이 정도로 오그라들게 할 수 있다.송성연만 할 수 있을 것이다.강일헌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자 손건호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성연을 칭찬했다.“작은 사모님, 사람을 꾸짖는 방식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화가 나면서도 말을 못하던 강일헌의 모습을 보고 손건호는 가슴이 후련해졌다.‘예전에 강일헌만 우리 보스 욕을 했었지.’보스가 참아야 했던 까닭은 때를 기다리기 위함도 있었지만, 강일헌 등과 따지기가 성가셨기 때문이다.그러나 매번 강일헌이 보스를 모욕하는 보자니 손건호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하지만 자신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하지만 성연은 거리낌 없이 바로 강일헌을 욕했다.‘화가 다 풀리는 것 같네.’성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저들이 무진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것만 생각하면 스스로 통제하기가 힘들었다.‘저들만 아니라면 무진은 지금 아주 멀쩡했을 텐데.’이런 사람들은 겨우 몇 마디 욕 듣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무진은 어린 아내에게 보호받는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꽤 괜찮은 기분이다.자신을 지킬 줄 안다는 건 성연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무진도 아직은 추측일 뿐이다.성연은 하얀 백지와 같았다. 나이도 아직 어리고.자신은 성연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함께 할 날은 창창하니까. 자신들에게는 아주 많은 미래가 남아 있으니까.그렇게 오래 기다렸으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았다.성연이 자각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의 여자일 수밖에 없을 테니.“보스, 다음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이런 무진의 모습을 본 강일헌이 다른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걱정스러웠다.무진이 가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체였다.‘막을 수 있는 건 모두 막아야 돼.’무진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성연이 바로
강일헌의 보고를 들은 강상철이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강무진을 잘 챙겨라.”말하자면, 가능한 한 무진을 외국에 남게 하라고 강일헌에게 지시한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네, 할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강일헌은 강상철의 뜻을 잘 알았다.진작에 강무진이 눈에 거슬렸는데, 직접 강무진을 처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즐거울 터.그때가 돼서 강무진이 자기 앞에서 용서를 빌 것을 생각하며 강일헌은 흥분했다.강무진은 어떤 처지에 놓여도 마치 저 꼭대기 위에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그런데 강무진의 교만을 무너뜨리고 오만한 기개를 꺾었다.무진을 최대한 괴롭게 만들어서 자신들에게 맞선 결말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강상철이 계속 말했다.“죽일 수는 없어도 무진을 없애야 한다. 그 놈 너무 거치적거려.”무진이 갑자기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회사를 손에 넣었을 텐데.이제 그들은 WS그룹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최근 강무진의 업무 처리 능력을 지켜본 많은 주주들이 점차 무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이 이어지게 그냥 둘 수는 없었다.원래 강무진은 허울 좋은 속 빈 강정인 줄 알았다.그가 회사를 이어받게 해도 성과를 낼 수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예상외로 강무진은 수완이 꽤 있는 편이었다.이제 강무진은 자신들의 눈엣가시가 되었다.이런 사람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강일헌이 대답했다.“할아버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틀 동안 S조직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해 이번에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S 조직은 본부이다. 이전에 그들이 파괴한 것은 모두 거점일 뿐이다.비록 작은 거점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부족한 때이므로 몇 개의 거점은 강일헌 쪽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그러나 강상철 쪽은 이쪽으로 올 시간이 없었고, 흑매도 말을 웅얼웅얼거렸다.유일하게 강일헌 혼자 조사하러 갔다.“어쨌든 만사 조심하거라.” 강상철이 당부했다.하나뿐인 손자 강일헌에게 사
무진은 일찍부터 사람을 보내 강일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그의 수하인 비밀 경호원이었다. 은폐 능력이 일급다보니 강일헌의 뒤를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강일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날 저녁, 강일헌은 한 호텔에 나타났다.처음에는 그가 놀러 들어간 줄 알았다.하지만 수소문해 보니 이곳도 거점 중의 하나였다.강일헌은 룸 안의 소파에 앉아서 책임자를 만났다.바로 호텔의 지배인이다.“말해봐, 이번에 조직이 입은 손실이 얼마나 되는 거야?” 강일헌이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꽤나 무게가 있어 보였다.책임자가 대답했다.“이번에 우리는 세 개의 거점을 잃었고, 대략 백 명의 부하를 잃었습니다. 어떤 부하들은 스스로 자결했고, 어떤 부하들은 잡혀갔습니다”조직 내의 훈련은 모두 같았다.임무 수행 중 잡히면 정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부하들 대다수가 혀를 깨물고 자결한다.이 또한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자백하기도 한다.이번 손실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었다.그렇게나 많은 손실을 보았다는 말을 들은 강일헌은 하마터면 온몸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너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한 거야? 너희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겨우 그 정도야?” 강일헌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만약 수중의 사람들이 좀 더 강했다면, 어떻게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겠는가?책임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미처 방비할 새도 없이 그 놈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또 모두 최고의 실력자들이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덮치는 바람에 저희가 전혀 막을 수 없었습니다.”요 며칠, 그 무리의 사람들로 인해 거점의 모든 사람들이 전전긍긍했다.모두 시시각각 방비해야 했다. 하나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다음 타겟은 바로 자신들이었다.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초조하지 않겠는가?강일헌은 이 일에 대해 그들만 탓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틀림없이 누군가가 뒤에서 고의로
의사가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이 장면을 보고 한 마디 했다.“두 사람, 젊은 부부가 정말 매일 달콤하군요.”무진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였다.무진과 잘 놀았다. 가끔 농담도 해가며.성연은 자기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모른다.지금 의사에게 놀림을 당하니 좀 쑥스럽다.그녀는 사과를 한쪽에 놓고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척했다.그러나 무진의 시선에 성연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이 잡혔다.무진이 입 꼬리를 올렸다.‘우리 집 꼬맹이 정말 귀엽네.’의사도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패턴을 보고 웃었다.이어서 병상으로 다가간 의사는 무진의 상처를 검사했다.그는 무진이 정말 빨리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신의 속도만이 설명이 가능할 정도였다.이것은 정말 의사가 본 것 중 가장 신기한 치료약이었다.의사가 다시 물었다.“강 선생님, 그 약의 조제법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와서 연구하고, 만약 정말 연구에 성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재삼 묻는 걸 보니 그가 이 처방에 대해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무진은 조용히 성연을 한 번 보고 대답했다.“이 약을 개발한 사람은 아는 친구인데, 아직 대외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 미안합니다.”의사는 정말 안타까워했다.하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이므로 주인의 동의를 거쳐야 했다.자신이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는 없다.귀를 기울여 듣고 있던 성연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그녀는 비할 데 없이 겸허했다. 그녀는 암암리에 생각했다. 무진이 지금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친구라고 말했다. 이 약은 무진이 혼수상태 중에 처방한 약이다.그러니 무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무의식적으로 성연을 위해 숨겨줬다.성연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의사가 나간 후, 무진이 의도적으로 언급했다. 성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도 알고 싶어. 이 약들의 내력을 네가 설명해 줄려는 지는 모르겠지만.”무진은 성연이 자신에게 진실
성연도 속으로 어쩔 수 없었다.이번 여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부딪히며 자신에 대한 정보가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나버렸다.많은 것들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예전에는 무진에게 핑계를 대며 대충 얼버무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설득력이 없는 게 너무 표가 나니까.게다가 명석한 머리를 가진 강무진 본인이 알고자 한다면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터.또 강무진, 이 남자는 사실을 숨기는 데 명수였다.많은 것들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만약 강무진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가 어떤 감정인지 성연 자신도 짐작할 수 없을 터.속이 얼마나 깊은 지 헤아릴 수 없는 이런 남자야 말로 가장 대하기 힘든 유형이다.어떻게 해야 할지 성연은 괴로울 지경이다.‘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히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꽁꽁 감추고 말 할 수 없다니.’털어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성연은 머리가 터질 지경.의술 방면이야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다.어차피 무진도 나중에 알게 될 거고.무진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성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무진이 성연의 눈을 응시하며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 강요하지 않을 테니. 그저 얌전히 내 곁에 있으면 돼.”무진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든 성연은 자신에 대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성연이 숨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성연을 자신의 곁에 두는 것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잠시 할 말을 잃은 성연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무진이 자신의 생각을 이처럼 아주 강력하게 선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항상 자기 옆에 있으라고?’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성연이다. 왜냐하면 적절하지 않은 그녀의 신분 때문에.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강무진의 곁에 있는 게 결코 싫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 안금여와 가족들도 자신에게도 잘해 주지 않나 말이다.자신을 편안하게
바로 무진의 말을 알아들은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여 표시한 뒤에 얼른 이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강일헌의 개들, 오기만 해 봐라. 한 놈도 못 돌아가게 해 줄 테니.’그날.어느 술 공장.시내 변두리에 위치한 이곳은 겉으로는 술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골든 델타의 작은 거점 중 하나.이때 안에서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물건을 옮기는 중이다.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꽤 많은 인원인 듯도 한데 전혀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패거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위에서 지휘하고 있었다.“조심, 조심. 이 물건들 모두 보스가 하나하나 찍어서 주문한 것들이니 실수하지 마.” 상당히 위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이곳은 표면적으로는 술 공장이나 사실은 물품보관 창고였다.하지만 이쪽은 이미 드러났으니 화물을 모두 옮겨야 한다.왔던 무리는 똘마니들에 불과해서 두려워할 존재가 못 된다.하지만 용병집단 골든 델타는 적을 얕보는 법이 없다.정신을 단단히 가다듬었다.그만큼 직업 의식이 높다는 의미.“대장, 말할 필요가 뭐 있다고요? 우리 형제들 중에 어느 하나 열심히 하지 않는 놈 있어요? 거기에 서서 성가시게 하지 마세요.” 그때, 나이가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튀어나오며 비아냥거렸다.원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보스가 이 남자아이를 보더니 즉시 머리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누가 너더러 여기서 잔소리하라고 했어? 가, 저리 가!”“넵넵넵.” 소년은 얼른 혀를 날름 내밀고는 짐을 나르는 대군에 합류했다.보스로서는 그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어린 나이임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고 있었다.이때, 손건호가 뒤에서 걸어오자 대장이라 불린 이가 바로 손건호를 향해 공손한 자세로 몸을 굽혔다.“형님.”“어떻게 됐어?” 질서정연한 모습을 지켜보던 손건호는 매우 뿌듯했다.다른 분파와 달리 용병능력이 뛰어난 데다 규율이 꽉 잡혀 있어서 무진이 중용했다.대장이 대답했다.“이미 준비가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