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무진의 말을 알아들은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여 표시한 뒤에 얼른 이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강일헌의 개들, 오기만 해 봐라. 한 놈도 못 돌아가게 해 줄 테니.’그날.어느 술 공장.시내 변두리에 위치한 이곳은 겉으로는 술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골든 델타의 작은 거점 중 하나.이때 안에서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물건을 옮기는 중이다.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꽤 많은 인원인 듯도 한데 전혀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패거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위에서 지휘하고 있었다.“조심, 조심. 이 물건들 모두 보스가 하나하나 찍어서 주문한 것들이니 실수하지 마.” 상당히 위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이곳은 표면적으로는 술 공장이나 사실은 물품보관 창고였다.하지만 이쪽은 이미 드러났으니 화물을 모두 옮겨야 한다.왔던 무리는 똘마니들에 불과해서 두려워할 존재가 못 된다.하지만 용병집단 골든 델타는 적을 얕보는 법이 없다.정신을 단단히 가다듬었다.그만큼 직업 의식이 높다는 의미.“대장, 말할 필요가 뭐 있다고요? 우리 형제들 중에 어느 하나 열심히 하지 않는 놈 있어요? 거기에 서서 성가시게 하지 마세요.” 그때, 나이가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튀어나오며 비아냥거렸다.원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보스가 이 남자아이를 보더니 즉시 머리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누가 너더러 여기서 잔소리하라고 했어? 가, 저리 가!”“넵넵넵.” 소년은 얼른 혀를 날름 내밀고는 짐을 나르는 대군에 합류했다.보스로서는 그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어린 나이임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고 있었다.이때, 손건호가 뒤에서 걸어오자 대장이라 불린 이가 바로 손건호를 향해 공손한 자세로 몸을 굽혔다.“형님.”“어떻게 됐어?” 질서정연한 모습을 지켜보던 손건호는 매우 뿌듯했다.다른 분파와 달리 용병능력이 뛰어난 데다 규율이 꽉 잡혀 있어서 무진이 중용했다.대장이 대답했다.“이미 준비가
2층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보는 손건호의 입가가 당겨 올라갔다. ‘보스의 수는 실로 대단해. 제 스스로 발등을 찍게 해서 한 입에 삼키다니.’한 번에 저렇게 많은 인원을 모을 수 있다니, 강일헌은 분명 많은 세를 잃었을 게 분명하다.골든 델타를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품다니.하지만 강일헌은 너무 자만했다.골든 델타가 먼저 선수를 칠 줄은 아예 생각도 못했을 거다.S조직의 인원이 모두 궤멸된 걸 알게 되면 강일헌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정말 재미있어.’S조직원들은 쳐들어오자마자, 겹겹이 포위되었다.자신들이 이미 계산을 다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역으로 당했다.그때, S조직원들의 눈에 새까맣게 둘러싼 사람들이 들어왔다.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이때, 옆에 있던 어린 조직이 자기 조직의 대장 곁에 바짝 붙어선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 대장, 이제 어떡하지요?”골든 델타에 대해서는 예전에 들은 바가 있었다.조금이라도 실력이 안된다면 어떻게 골든 델타라고 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이번 출동에 특히 많은 인원을 끌고 왔던 터였다.그런데, 이쪽에서는 두 배 이상의 인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야말로 자신들의 생각을 뛰어넘은 전략이었다.‘이걸 어떻게 쳐?’대장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말했다.“강 이사님이 명령을 내렸으니 당연히 계속해야지. 설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아?”진짜 도망친다면 강일헌 쪽에 어떤 벌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무조건 싸울 수밖에.자기 대장이 하는 말을 들은 어린 조직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다물었다.‘울며 겨자 먹기야. 더 이상 뭘 어쩌라고?’양 편의 인원이 바로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했다.골든 델타에 맞서는 건 그야말로 승산 하나 없는 싸움. 추풍낙엽 같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정말 처참하다.골든 델타의 인원들은 다 달려들지도 않았다.또 노를 젓듯이 팔을 움직이는 게 그저 모양만 내는 시늉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같은 싸움을 손건호는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았다.강일헌의 수하들은 웃기는 장면들을 연출했다.손건호는 돌아가서 무진에게 보고했다.“잘했어.”무진이 손건호를 칭찬했다.이 일에 대해 강일헌은 아직 전혀 알지 못했다.그는 호텔에서 섹시한 외국 여자 두 명을 끌어안고 즐기는 중이다.두 여자 중 한 명은 강일헌에게 술을 먹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과일을 입에 넣어 주었다.아주 끝내 주는 광경이다.호텔은 강일헌이 X국에 와서 지내고 있는 곳으로, 강일헌은 이 곳의 단골 고객이다.모처럼 힘들게 X국에 왔으니 그저 일만 처리하고 놀지 않으면 섭섭한 법.‘당연히 이곳도 한 차례 돌아줘야지.’모든 게 아주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강일헌.애들을 풀어서 한 차례 훈계하면 그 용병집단 놈들 더 이상은 그렇게 뻔뻔스럽게 자신들을 귀찮게 하지 않을 터.이 일을 해결하자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다.이제 자신의 몫도 당연히 적지 않을 터.‘내가 좀 즐긴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뭐라 하시지는 않을 테지.’양팔에 하나씩 미녀를 껴안고 앉아서 온갖 여흥을 만끽하는 지금, 얼마나 즐거운지.술을 마시고 과일을 먹으며, 앞으로 당기기만 해도 강일헌의 눈이 가늘어진다.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았을 때. 그는 이미 취하는 것 같았다.“사장님, 과일 드세요.” 그때, 여자가 강일헌에게 바짝 붙으며 입에 과일을 넣었다. 일부러 입술을 핥아대며 유혹해댔다.강일헌은 여자를 잡아당기며 입을 맞춘 뒤, 얼굴을 톡톡 쳤다.“베이비, 걱정 마.”“사장님, 저는 잊으신 거예요?” 자신에게서 다른 여자에게로 주의를 돌리는 강일헌을 본 또 다른 여자가 불만을 품고 강일헌의 팔을 잡아당겼다.두 여자가 서로 자신을 관심을 끌려는 모습이 강일헌의 자존심을 만족시켰다.두 사람을 한꺼번에 품에 안은 강일헌이 차례로 두 사람에게 입을 맞추었다.“걱정 마, 걱정 마, 베이비들. 나, 아무도 잊지 않았어. 너희들 몫은 확실하게 챙겨줄 거야.”두 여자는 눈을 깜박거리며 애매한 미
강일헌의 얼굴이 완전히 구겨졌다.모든 일이 너무나 공교롭다.전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것이 우리 속의 원숭이처럼 놀아난 기분이다.강일헌이 차갑고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당장 가서 조사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보라고.”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번에 그가 직접 왔다.만약 일이 더 망가지면 할아버지에게 욕 한 바가지 들을 게 뻔했다.그리고 강일헌도 자신의 실수를 허락하지 않았다.놈들이 함정을 파 놓고 자신을 유인했다는 사실을 그는 참을 수 없었다.이 일을 누가 훼방 놓고 있는지 알아낼 때까지 그는 절대 그만둘 수 없다.동시에 강일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음속으로 냉정하게 생각했다.‘설마 강무진이 한 건가?’‘강무진 외에 누가 자신들을 상대로 이 지경까지 죽기 살기로 덤빌까?’‘그런데, 강무진에게 저런 능력이 있을 수 있어?’이쪽의 행방을 알아낼 뿐만 아니라 용병집단까지 동원할 수 있다?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이곳에 오기 전에 강무진이 모습을 생각하면, 또 무진 쪽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수하의 전화를 끊은 후, 강일헌은 이전부터 병원을 주시하고 있던 수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저편에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강일헌이 즉시 물었다.“병원 쪽은 아직 정상이야? 강무진 쪽의 이상한 점은 없어? 그 놈 정신 상태는 어때?”수하가 바로 대답했다.“강무진 쪽에서는 아무런 이상 행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수상태에 빠져 지내는 것 같습니다”“확실해? 잘못 본 거 아니지?” 강일헌이 한번 더 확인하고자 했다.“네, 확실합니다. 한시도 여길 떠난 적이 없습니다. 잘못되었을 리 없습니다. 매일 의사가 들어갈 때마다 문 앞에 가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부하가 더없이 확신하며 말했다.그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확신했다.그의 말을 들은 강일헌도 이 말을 믿었다.그럼 강무진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분명히 이런 일들을 계획해서 자신
무진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모처럼 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서 꿈 같은 반나절의 여유를 누렸다. 하물며 자신은 진짜 다치기까지 하지 않았나.성연은 지금 병원 내 주방에 갔다.손건호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무진이 고개를 들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손건호의 눈빛을 보았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할 말 있어?”작은 사모님이 모처럼 옆에 없을 때 보스가 물어오자 손건호는 할 수 없이 대답했다.“보스, 사모님을 너무 방임하고 계신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앞으로 작은 사모님이 보스의 총애를 믿고 너무 마음대로 하면 어쩌려고요.”말하면서도 이 말이 썩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손건호가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자기 머리를 쓸어내렸다.‘혹시라도 보스가 날 한 대 치지는 않을까?’그런데 보스 강무진이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웃기까지 했다.무진의 눈에 부드러운 기색마저 어렸다.“이렇게 아끼지 않으면 또 어쩌겠어? 그녀를 도망가게 그냥 둬?”그 말을 듣는 손건호는 할 말을 잃었다. 이는 보스가 처음으로 성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한 것이다.이미 벌써 넘어간 것 같다.손건호가 한숨을 쉬었다. ‘됐어, 보스의 감정을 내가 걱정할 필요가 뭐 있다고.’무진이 정말 대놓고 애정을 쏟겠다는데, 누가 감히 입을 열겠는가?병실에 들어오던 성연은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보기에 좀 이상했다. 아니 매우 기이한 느낌이다.손건호를 본 성연이 매우 경계했다.“두 사람, 또 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무진이 성연을 바라보았다. 작은 레이더를 켜놓은 채 하루 종일 자신만을 지켜보며 일을 할 틈을 주지 않는 그녀.이 귀여운 모습에 무진이 그만 웃어버렸다.“일 말고 다른 얘기들 좀 했어”성연이 콧방귀를 뀌며 경고를 잊지 않은 채 손건호를 돌아보았다.아주 무고하다는 듯한 얼굴.자신이야 그저 관례에 따른 공무를 본 것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하, 정말 어렵다.’성연이 받쳐들고 온 사골국을 그릇에 담고 식힌
강일헌이 왔지만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만들어버렸다.이 때문에 강일헌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당초 좀 즐기려 했던 마음도 싹 사라졌다.강일헌은 가능한 한 빨리 배후를 찾아낼 생각이었지만, 시종 조금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지금, 부하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순간 확 짜증이 치밀었지만, 발신자에 ‘할아버지 강상철’이 뜨자 바로 자세를 낮추었다.전전긍긍하며 전화를 받으며 음성을 낮추어 먼저 할아버지께 안부부터 물었다.“할아버지.”강상철 쪽에서 두말도 없이 바로 호통이 날아왔다.“네가 나가서 정말 일을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넌 나를 너무 실망시켰다! 도대체 어떻게 일을 처리한 거냐? 조심하라고, 조심하라고 말했건만. 너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게야?”“할아버지, 배후가 정말 이상해요. 이, 이쪽에서는 전혀 방법이 없었어요.” 강일헌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억울함도 섞여 있었다.배후에 숨은 그 놈이 그렇게 교활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마치 저들과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전혀 잡아낼 수가 없었다.강일헌도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결국 자신의 유일한 손자이니, 할아버지가 진짜 심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을 터.강상철이 큰 소리로 말했다.“너 지금 당장 돌아와. 더 이상 S 조직의 일에 관여하지 마. 때 되면 내가 처리할 테니.”강일헌이 외국에 있으면서 또 어떤 위험에 부딪힐지 모르기 때문.정말 한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강일헌은 알았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튿날, 강일헌 바로 귀국하는 비행기표를 샀다.강일헌이 귀국한 후, 무진도 퇴원할 준비를 했다.요 며칠 날마다 병원에서 휴양 중이었다.더 이상 계속하면 사람이 폐인이 될 지경.나가서 바람을 좀 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의사도 무진이 퇴원해서 휴양하는 것에 동의했다.동의하던 주치의의 음성에 다소 아쉬워하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당신들은 제 경험 중에 가장 귀여운 환자와 가족이었습니다.” 주치의가 감탄했다.
마지막까지 대화를 나누며 손자가 괜찮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금여는 한숨을 내쉬었다.두 아이는 안금여가 집에서 가슴을 졸이며 자신들을 염려하고 있는 지 모를 것이다.이제 드디어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게 된 안금여.안금여가 얼굴을 활짝 펴며 말했다.“이건 정말 좋은 기회야. 너희 같이 젊은 애들은 둘이 손잡고 놀러도 다니고 하면서 이 기회에 감정도 좀 키우고 그래라.”안금여 생각에는, 시골에서 쭉 살아온 성연이 틀림없이 이번이 처음 해외 출국일 터였다.그러니 당연히 무진이 잘 해야지. 성연일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켜줘야지.요즘 젊은 애들은 모두 노는 걸 좋아하지 않나?무진의 성격이 너무 답답할까 걱정이다. 성연이 보다 나이가 많으니 두 사람 사이에 세대 차이도 있을 것이고.감정을 좀 더 키우는 게 당연히 좋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성연은 속으로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학업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해외에 나와 있는 시간이 꽤 길어지며 너무 시간을 지체했던 것이다.그러나 안금여는 자신의 학업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심지어 물어보지도 하지 않았다.안금여는 두 사람의 감정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뿐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무진이 정말 안금여의 분부를 아주 확실하게 따라 이행했다.아니, 다음날 아침 일찍 날이 밝자 마자 몸이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도 성연의 방문을 와서 두드렸다.성연은 아직도 혼곤한 상태로 자고 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난 성연이 실눈을 뜬 채 문을 열었다.그리고 문입구에 서 있는 무진을 보았다.더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기에 서서 뭐 해요?”“할머니가 너랑 같이 나가서 좀 걷고 하라고 하셨잖아.” 무진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밖에 아직 운무가 끼어 있는 하늘을 본 성연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지금 몇 시인지 보지도 않았어요?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지금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라고요”“같이 가 줘.”
다행히도 이렇게 마음대로 걸어 다녀도 무진의 상처에 큰 문제는 없었다.며칠 지난 뒤에야 성연은 무진이 가끔씩 좀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허락했다.물론 성연도 옆에 동반했다. 일종의 변형된 감독이라고나 할까.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은 무진의 몸을 보양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약선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했다.이곳의 고용인들은 모두 X국 사람들이었다.자연히 성연이 하는 요리법을 알지 못했다.한가할 때 성연 스스로 만들거나 옆에서 주방장이 만들도록 지도했다.요리사가 다 배우게 되면 그녀 스스로 피곤하게 할 필요가 없을 테다.또 무진이 먹도록 직접 약선을 식탁에 올려 주기도 했다.약선은 전적으로 강무진을 위한 것이어서 자신은 먹지 않았다.외국에서 먹는 음식의 맛이 대체로 싱겁고 너무 담백하다.자연히 국내의 마라가재와 꼬치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을 정도.내일 혹은 언제든 자신이 직접 메뉴를 찾아서 주방장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하며 머리를 굴렸다.약선을 무진이 먹도록 식탁에 올려 준 후, 2층으로 올라가 핸드폰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그런데 성연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무진이 물었다.“어디 가?”“위층에 올라가서 경치 볼 거야?” 성연은 무진의 이 문제이 정말 이상하게 여겨졌다.자신이 위층에 올라가면 놀든지, 아니면 잠을 자든지 하겠지. 그 외에 또 뭘 할 수 있다고?“오늘은 나 먹는 거 안 볼 거야?” 이 말을 하는 무진의 눈가에 약간의 웃음기가 돌았다.마치 성연의 행동을 놀리는 것처럼.그러나 다른 건 생각지 않는 성연이아주 당당하게 대답했다.“무진 씨는 성인이니까 스스로 하는 법 좀 배워요. 매번 날더러 지켜보게 하고, 부끄럽지 않아요? 제발 혼자 알아서 좀 하세요. 이 약선들, 모두 먹어요. 모두 내가 정성껏 준비한 것들이니까. 하나도 남겨서는 안 돼요.”말하면서 또 무진을 위협하듯이 작은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그런데 성연의 그 동작이 무진의 눈에 담겼다.말랑말랑한 아기 고양이가 분홍색 앞발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