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이렇게 마음대로 걸어 다녀도 무진의 상처에 큰 문제는 없었다.며칠 지난 뒤에야 성연은 무진이 가끔씩 좀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허락했다.물론 성연도 옆에 동반했다. 일종의 변형된 감독이라고나 할까.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은 무진의 몸을 보양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약선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했다.이곳의 고용인들은 모두 X국 사람들이었다.자연히 성연이 하는 요리법을 알지 못했다.한가할 때 성연 스스로 만들거나 옆에서 주방장이 만들도록 지도했다.요리사가 다 배우게 되면 그녀 스스로 피곤하게 할 필요가 없을 테다.또 무진이 먹도록 직접 약선을 식탁에 올려 주기도 했다.약선은 전적으로 강무진을 위한 것이어서 자신은 먹지 않았다.외국에서 먹는 음식의 맛이 대체로 싱겁고 너무 담백하다.자연히 국내의 마라가재와 꼬치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을 정도.내일 혹은 언제든 자신이 직접 메뉴를 찾아서 주방장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하며 머리를 굴렸다.약선을 무진이 먹도록 식탁에 올려 준 후, 2층으로 올라가 핸드폰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그런데 성연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무진이 물었다.“어디 가?”“위층에 올라가서 경치 볼 거야?” 성연은 무진의 이 문제이 정말 이상하게 여겨졌다.자신이 위층에 올라가면 놀든지, 아니면 잠을 자든지 하겠지. 그 외에 또 뭘 할 수 있다고?“오늘은 나 먹는 거 안 볼 거야?” 이 말을 하는 무진의 눈가에 약간의 웃음기가 돌았다.마치 성연의 행동을 놀리는 것처럼.그러나 다른 건 생각지 않는 성연이아주 당당하게 대답했다.“무진 씨는 성인이니까 스스로 하는 법 좀 배워요. 매번 날더러 지켜보게 하고, 부끄럽지 않아요? 제발 혼자 알아서 좀 하세요. 이 약선들, 모두 먹어요. 모두 내가 정성껏 준비한 것들이니까. 하나도 남겨서는 안 돼요.”말하면서 또 무진을 위협하듯이 작은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그런데 성연의 그 동작이 무진의 눈에 담겼다.말랑말랑한 아기 고양이가 분홍색 앞발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
무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속에서 올라오는 의심을 참을 수 없었다.‘그래, 늘 움직이기 싫어하는 성연이 여기까지 오려고 왜 그처럼 적극적이었을까?’비록 그의 몸을 걱정하고 돌볼 생각이었겠지만, 무진이 보기에 성연의 목적은 이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무진은 깊은 생각에 잠기며 입을 열지 않았다.그러나 무진의 심복인 손건호는 무진이 성연에 대해 의심을 품었음을 똑똑히 알아차렸다.손건호가 물었다.“보스, 제가 조사해 볼까요?”하지만 무진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이 일은 신경 쓰지 마.”무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는 성연의 일들을 캐지 않을 것이다.본인이 자신에게 직접 알려주지 않는 한.지금 성연이 자신의 곁에 남기만 한다면, 그는 만족할 것이다.알면 알수록 성연이 더 멀리 밀어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성연을 절대 떠나게 둘 수 없다는 것.무진의 말에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한쪽으로 물러났다.보스는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작은 사모님에게 가로막혀 줄곧 말하지 않았을 뿐.하지만 보스가 조사를 지시하지 않는 한, 함부로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자신이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며칠 지나면서 성연이 만든 약선 덕분에 무진의 몸은 계속 좋아졌다.무진이 잘 회복되자 얼굴의 혈색도 점차 좋아졌다.이미 초췌한 기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붕대도 이미 풀었다.무리한 운동만 하지 않으면 그의 상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그래서 무진은 귀국을 결정했다.성연 쪽도 일이 잘 처리되었으니 이제 여기에 남는 게 별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국내의 여러 가지들이 무척 그리웠다.그러니 아무런 의견이 없는 게 당연했다.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오후 내내 쉬면서 여행가방을 정리했다.그날 저녁, 안금여와 강운경이 엠파이어 하우스로 건너왔다.고모부 조승호도 같이 왔다.안금여는 곧장 무진을 붙잡고 위아래로 무진의 몸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무진이었다.자신의 몸은 자신이 잘 아니까.그러나 할머니의 걱정이 마음에 걸려 결국 동의했다.자신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할머니와 고모는 또 자신이 속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무진이 몸을 기울여 조승호가 검사하기 편하게 했다.검사를 마친 조승호가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확실히 회복이 잘 됐네요. 좀 더 쉬면 문제없겠어요.”조승호가 입을 열자 안금여와 강운경 두 사람도 무진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그제야 걱정을 완전히 거둔 두 사람이다.무진이 이렇게 잘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성연 덕분일 터.성연이 따라간 덕분에 무진이 이전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모르겠다.지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자상한 사람이 곁에 있으니 확실히 달랐다.운경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성연아, 네가 무진을 잘 돌봤구나. 얘가 사람을 돌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걸 못 알아봤어.”“고모, 과찬이세요. 무진 씨 회복력이 강해서 그런 걸요. 저는 남들처럼 돌봤을 뿐이에요.”자신이 사용한 약과 보양식에 대해 운경과 안금여에게는 말 수 없었다.운경과 안금여는 무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적어도 무진은 자신을 향할 것이다.그러나 강운경과 안금여가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면 끝까지 캐물을 것이다.어쩌면 자신의 정체가 불분명해서 무진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것 역시 성연의 추측일 뿐.운경과 안금여의 보호본능에 따르면 당연히 강무진이 최우선이다.안금여도 성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성연아, 너무 겸손할 필요 없어. 네가 온 이후로 내 보기에 무진의 기력이 아주 좋아졌어. 이번에도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니면 무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회복되었겠어?”안금여는 정말이지 점점 더 성연이 마음에 들었다.정말 입 댈 필요가 없는 아이였다.나이는 어리지만 분별력도 있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무진을 대하는 태도 역시 전심전력이고.눈만 높고 손재주는 없는 소위 명문 규수들보다 몇 배나 더
다음날 아침, 성연은 학교에 갔다.휴가를 낸 지 거의 보름 만에 학교에 오는 거였다.그렇게 길지 않은 줄 알았는데 무진이 다치는 바람에 휴가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은 모르지만 무진 쪽에서 그녀를 위해 미리 처리해 놓았었다.그녀가 오고 싶으면 바로 오면 되도록.성연이 책가방을 놓았다. 성연의 짝은 주연정이라는 이름으로 동그란 안경을 쓴 여자애였다.연정이 성연을 보고 인사를 하며 말했다.“드디어 돌아왔구나.”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후, 아무도 이쪽을 주시하지 않는 걸 확인한 그녀가 소리를 낮추어 성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네가 학교에 안 올 때, 이윤하가 그 기회에 널 몇 번이나 나쁘게 말했어.”“그녀 말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 그래도 고마워.” 성연은 주연정에게 악의가 없음을 알기에 웃어주었다.눈에 거슬리는 이윤하의 이런 행위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자신이 그렇게 오랜 시간 학교에 안 나오는데, 거기에 대고 뭐라 각색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테니까.그러나 성연은 이윤하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이윤하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만약 이윤하의 두세 마디 말에 괴로워한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그런데 성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첫 수업이 이윤하의 수업이라는 것.그것도 단원 고사였다.이윤하는 성연이 부정행위를 할까 봐 수업 내내 성연을 주시할 준비를 했다.성연이 편입하면 치른 시험 성적이 성연의 진짜 성적이라는 것을 이윤하는 지금까지도 믿지 않았다.분명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번에는 반드시 송성연의 약점을 잡아야 해.’시험지를 배부한 후 무대에서 내려온 이윤하는 줄곧 성연의 주위를 어슬렁거렸다.이게 무슨 뜻인지 성연이 모를 수가 있겠는가?시험을 칠 의욕도 없는 성연은 바로 엎드려 잤다.그냥 이윤하를 공기로 취급하면서.만약 열심히 시험을 보면 이윤하는 또 무슨 말을 내뱉을지 모른다.‘차라리 시험을 안 보는 게 낫지, 이 시간에 잠이나 더 자자.’이윤하는 화가 나서 미칠
이 일에 대한 소문을 들은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성연이 앙심을 품은 거라고 말했다.연줄이 있는 학우들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토론하기 시작했다.다음달은 바로 각 명문학교 대항 토론대회가 열렸다. 각 반 담임선생님은 모두 자기 반 학우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랬다. 이는 학교의 영예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영예와도 관계되는 일이어서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다.그런데 하필 올해 반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사람이 성연이다.게다가 이윤하와는 사이가 안 좋다. 성연은 곳곳에서 이윤하와 맞섰다. 성연이 대회에 참가하는 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특히나 방금 일을 통해 이윤하는 완전히 돌멩이처럼 굳어버렸다.지금 송성연 때문에 화가 나 울어버렸다.성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건 이윤하의 업보라고 생각했다.이전에 그렇게 성연을 비난했으니, 지금 모든 결과가 그녀 자신에게 되돌아왔을 뿐이다.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나는 송성연이 좀 지나쳤다고 생각해. 이윤하와 아무리 쌓인 원한이 많아도 그렇지, 학교의 영예와는 관계가 없잖아. 공은 공, 사는 사지. 성연이 저러는 건 너무 이기적이야.”“내 생각에도 자기 기분 좀 좋자고 학교의 영예를 가지고 농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대단한 집 아가씨 아니니? 집에 돈이 있으니 진로를 위해 공부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윤하의 말을 들을 필요가 뭐야? 이런 시시한 대회는 송성연에게 아무것도 아닐 텐데.”어떤 사람들은 성연이 너무 안하무인이라고 비난하고 조롱했다.그녀 자신도 아직 학생일 뿐인데.이렇게 선생님께 대드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행동이니까.그러나 성연을 편들며 말하는 이도 있다.“너희들 서서 허리 아프지 않니? 너희들은 이전에 이윤하가 송성연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잊었어? 너만 해도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원망 조금도 안해?”“그러게, 지난번에 다른 사람이 네 휴지 한 장을 쓰는 것을
성연은 교무실로 들어갔다.학교에는 여러 명의 교무주임이 있었는데, 이번에 부른 주임은 이전에 보지 못한 선생님이었다.성연이 온 것을 본 교무주임은 바로 꾸짖지 않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송성연 학생, 네가 북성남고에 들어와서 한 반에 들어갔으니, 바로 그 반의 한 일원이 된 거야. 반 전체의 영예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 모두 함께 모여 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 생각해 봐. 반을 위해 영예를 떨치는 것도 좋지 않겠니?”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선생님 말씀에 일리가 있네요.”성연이 자신의 말을 인정하자 교무주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네가 좋은 아이라는 것을 안다. 학급의 영예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대회에 나간다면 너에게 나쁘지 않을 거야. 결코 작은 상이 아니야. 또 네 개인적으로 훈장을 받아 네 실력을 증명할 수 있잖니? 1등을 할 능력이 있는데 왜 실력을 아끼려고만 하지?”이윤하를 제외한 기타 선생님들은 성연에 대해 꽤 괜찮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성연이 천부적인 재능과 예의를 갖춘 학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그래서 교무주임이 시간을 내서 성연과 이야기를 해보려 한 것이다.그들은 당연히 성연이 참여하기를 원했다. 성연의 성적이라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니까.그래서 지금 교무주임이 중개자가 되기로 자처했다. 성연이 북성남고에 융합되어 자신을 학교의 일원으로 여길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교무주임에게 이런 칭찬을 받자 성연은 좀 쑥스러웠다.이전에는 교무실에 들어가면 반드시 두어 마디 설교를 들어야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성연이 아무 말이 없자 계속 권유했다.“송성연, 학우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해서 네 영예를 되찾아올 수 있어. 그러면 아무도 더 이상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너를 제대로 봐 줄 거야.”그녀는 성연이 오기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분명 부정당하는 게 꽤 신경 쓰이리라 생각해서 그 방면으로 얘기를 꺼냈다.그러나 성연의 진짜 내심은 조금
후회는 후회이고.이왕 승낙한 이상, 성연은 학년에서 선발된 몇몇 학우들과 회의를 하며 토론과제에 대해 의논해야 했다.물론 이윤하와 다른 몇명의 학우들의 담임선생님들도 도와줄 테지만.그날 저녁, 학교가 파한 후 교실에 가서 회의를 열고 토론 연습을 시작했다.그날 저녁 지도 교사는 이윤하였다.그러나 이번에는 성연을 일부러 난처하게 하지는 않았다.이윤하는 자신의 말만 하고, 성연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서로 건드리지 않았다.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이었다.이번 대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윤하는 대회에 정신을 모았다.당분간은 성연과의 원한을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이번 토론대회는 성연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그녀는 지금 따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면 성연의 능력이 어떤지 보게 될 터.만약 성연의 실력이 안 된다면 그때 다시 말해도 늦지 않다.학교에서 신경 쓰는 만큼 이윤하는 아주 세세하게 지도하였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지켜보던 성연은 도망가기도 힘들어 할 수 없이 이윤하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던 성연이 이제야 돌아갔다.운전기사가 성연을 데리러 왔다.집에 도착하자 무진은 소파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본 무진이 물었다.“오늘 저녁은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와?”성연이 토론대회에 대해 이야기했다.무진은 다소 의외였다.성연의 실력은 좋지만, 자신이 봤을 때 성연은 뼛속까지 나태하고 산만한 아이였다.그런데 이런 활동에 참가하다니.그러나 무진은 격려하며 말했다.“힘내. 매일 운전기사에게 너를 데리러 가라고 할게.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해. 순위는 중요하지 않아. 참가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성연은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늦게 돌아온 성연이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진은 생각했다.토론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터.무진이 일어나서 성연 앞에 다가가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성연은 오후에 수업이 끝나서 식당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성연은 저렇게 자신을 믿고 있는 무진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도 대충 얼렁뚱땅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열심히 할 것이다.성연은 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그녀가 진지하게 하는 일에 실패라는 말은 없었다.학교에서도 성연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생겨났다.그리고 이윤하와 한 교실에 있었다.예전에 성연과 이윤하가 함께 있었던 장면들을 생각하던아이들은 모두 성연이 언제 이윤하와 싸울 지 추측했다.결국, 다들 성연과 이윤하는 물과 불 같은 관계라고 입을 모았다.대부분 연극을 보듯이 했다.“북성남고에서 마귀할멈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성연밖에 없어. 지금 전황이 어떤지 봐.”“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을 함께 묶었다고? 지도교사를 바꿔도 되잖아?”“그러게 말이야. 송성연과 이윤하를 함께 편성하기로 확정되면, 이윤하 화가 나서 울지 않까?”“하하하, 송성연 때문에 운 일은 이윤하 선생님 교사 생활의 완전 흑역사겠지?”“대단한 화풀이라고 할 수밖에. 하지만 이윤하 선생님이 있는데, 송성연이 과연 진지하게 대회에 임할까? 그건 또 별개의 일이야.”“우리는 옆에서 재미난 구경하며 송성연이 전해줄 승전보나 즐기는 거지.”성연과 이윤하에 대해 모두들 각자의 의견을 내세웠다.아무튼 너무 안 좋게만 보고 있다.이윤하에게 업신여김을 당했던 많은 학생들이 성연 덕분에 속이 시원하다고 느꼈다.그러나 더 많은 아이들의 관심은 이번 대회에 있었다.두 사람의 앙숙 관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런데도 이윤하는 열심히 지도할 수 있을까?송성연이 과연 이윤하의 말을 잘 들어줄까?하지만 모두들 생각지도 못한 것은.며칠 간의 시간이 지나자 성연은 이윤하와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억지로이긴 하지만 같이 지내며 가끔 일어나 문제에 대답하기도 했다.아니, 수업 시간에 이윤하에게 불린 성연이 질문에 대답했다.교실에 앉아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