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후회이고.이왕 승낙한 이상, 성연은 학년에서 선발된 몇몇 학우들과 회의를 하며 토론과제에 대해 의논해야 했다.물론 이윤하와 다른 몇명의 학우들의 담임선생님들도 도와줄 테지만.그날 저녁, 학교가 파한 후 교실에 가서 회의를 열고 토론 연습을 시작했다.그날 저녁 지도 교사는 이윤하였다.그러나 이번에는 성연을 일부러 난처하게 하지는 않았다.이윤하는 자신의 말만 하고, 성연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 서로 건드리지 않았다.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이었다.이번 대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윤하는 대회에 정신을 모았다.당분간은 성연과의 원한을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이번 토론대회는 성연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그녀는 지금 따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면 성연의 능력이 어떤지 보게 될 터.만약 성연의 실력이 안 된다면 그때 다시 말해도 늦지 않다.학교에서 신경 쓰는 만큼 이윤하는 아주 세세하게 지도하였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지켜보던 성연은 도망가기도 힘들어 할 수 없이 이윤하의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던 성연이 이제야 돌아갔다.운전기사가 성연을 데리러 왔다.집에 도착하자 무진은 소파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본 무진이 물었다.“오늘 저녁은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와?”성연이 토론대회에 대해 이야기했다.무진은 다소 의외였다.성연의 실력은 좋지만, 자신이 봤을 때 성연은 뼛속까지 나태하고 산만한 아이였다.그런데 이런 활동에 참가하다니.그러나 무진은 격려하며 말했다.“힘내. 매일 운전기사에게 너를 데리러 가라고 할게.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해. 순위는 중요하지 않아. 참가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성연은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늦게 돌아온 성연이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진은 생각했다.토론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터.무진이 일어나서 성연 앞에 다가가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성연은 오후에 수업이 끝나서 식당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성연은 저렇게 자신을 믿고 있는 무진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도 대충 얼렁뚱땅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열심히 할 것이다.성연은 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그녀가 진지하게 하는 일에 실패라는 말은 없었다.학교에서도 성연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생겨났다.그리고 이윤하와 한 교실에 있었다.예전에 성연과 이윤하가 함께 있었던 장면들을 생각하던아이들은 모두 성연이 언제 이윤하와 싸울 지 추측했다.결국, 다들 성연과 이윤하는 물과 불 같은 관계라고 입을 모았다.대부분 연극을 보듯이 했다.“북성남고에서 마귀할멈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성연밖에 없어. 지금 전황이 어떤지 봐.”“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을 함께 묶었다고? 지도교사를 바꿔도 되잖아?”“그러게 말이야. 송성연과 이윤하를 함께 편성하기로 확정되면, 이윤하 화가 나서 울지 않까?”“하하하, 송성연 때문에 운 일은 이윤하 선생님 교사 생활의 완전 흑역사겠지?”“대단한 화풀이라고 할 수밖에. 하지만 이윤하 선생님이 있는데, 송성연이 과연 진지하게 대회에 임할까? 그건 또 별개의 일이야.”“우리는 옆에서 재미난 구경하며 송성연이 전해줄 승전보나 즐기는 거지.”성연과 이윤하에 대해 모두들 각자의 의견을 내세웠다.아무튼 너무 안 좋게만 보고 있다.이윤하에게 업신여김을 당했던 많은 학생들이 성연 덕분에 속이 시원하다고 느꼈다.그러나 더 많은 아이들의 관심은 이번 대회에 있었다.두 사람의 앙숙 관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런데도 이윤하는 열심히 지도할 수 있을까?송성연이 과연 이윤하의 말을 잘 들어줄까?하지만 모두들 생각지도 못한 것은.며칠 간의 시간이 지나자 성연은 이윤하와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억지로이긴 하지만 같이 지내며 가끔 일어나 문제에 대답하기도 했다.아니, 수업 시간에 이윤하에게 불린 성연이 질문에 대답했다.교실에 앉아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의 조합에 사람들은 연신 신기하다고 입을 모았다.“이건 분명히 내가 본 적이 있어. 송성연과 이윤하가 가장 어울리기 좋은 기회야.”“그럼 우리는 ‘세기의 기이한 장면’이라고 부르는 거야?”“살아생전 저 두 사람이 대립하지 않는 모습을 보다니, 내 인생이 아름다워졌어.”“내가 보기에 너희들 실망한 것 같은데? 둘이 싸우지 않아서?”“어, 윗글의 생각은 아닌 것 같애. 그래도 마귀할멈이 창피해하는 모습은 보고 싶네.”“…….” 게시판에는 의견들이 분분하다.올라온 각종 과장된 표현들을 보던 성연은 좀 답답했다.자신도 트집을 잡길 좋아하는 게 아닌데.모두 이윤하가 먼저 비아냥거려서 자신도 맛보기로 두어 마디 반박한 거 아닌가?저녁에 수업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던 성연은 소지한의 전화를 받았다.[송성연, 우리 둘이 같이 찍은 광고가 나왔어. 회사 내 팀이 이미 준비를 하고 있어. 점차 광고 방송을 늘려갈 거야. 넌 뭐 요구할 거 없어?]소지한은 성연의 의견을 물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성연이 도와주러 와줘서 무척 기뻤었다. 그래서 내심 성연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성연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녀에게 이번 광고는 그저 우정 협찬일 뿐이다.“요구할 거 없어. 사람들이 나 못 알아보게 잘 처리만 해.” 성연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다.사람들에게 알려지면 학교 아이들의 광기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플 지경이다.[알았어. 네 말이 있어야 내가 안심하지. 때 되면 너에게 계약금도 줄 테니 안심해.] 소지한이 성연에게 한마디 농담을 던졌다.“너는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성연이 코웃음을 쳤다.[쯧쯧, 그래, 나는 너보다 돈 없어. 돈이 싫으면 내가 좋은 선물을 하나 골라 줄게.] 성연이 아무 대가도 없이 자신을 돕게 소지한이 그냥 둘 리 없었다.“좋아, 그럼 지켜보지.” 성연은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그녀에게 뭔가를 주지 않는 한, 소지한은 항상 마음이 편치 않을 터.그
연예계도 따지고 보면 장사판이나 마찬가지다.성연이 옷을 해석하는 효과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성연이 만들어낸 조회수를 주시했다.많은 엔터테인먼트사, 광고주들이 광고 속의 여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다.연예계 스타? 딱 봐도 아니었다. 연예인이었다면 벌써 잭 팟을 터트렸을 터이고, 자신들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팬들이 일거수일투족을 다 캐내 줬을 테니까.그러나 하필이면 아래 댓글창에는 신분을 알 만한 어떤 정보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가면을 쓴 상태의 화보영상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건 발굴해서 잘 키워볼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요즘은 조회수가 높으면 돈이 되는 것과 같다. 일시적인 조회수라도 사정없이 돈을 긁어모을 수 있었다.중간 정도의 미디어 회사 내부.사장과 직원들이 모두 모여 내부 긴급 회의를 진행중이었다.연예계에서 그다지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채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위로 올라갈 기회도 없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항상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가진 연예인을 키우고 싶었다.그러나 연예계의 그 많은 대형 기획사들이 좋은 싹들은 미리 다 뽑아갔으니.대형 기획사 정도의 대우에 비해 그들 같은 작은 기획사들은 전혀 볼 만한 수준이 못 된다.이번 광고가 세상에 나오며 사장은 그 속에서 기회를 보았다. 만약 사람을 데려올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회사는 틀림없이 날개를 다는 게 될 터.사장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흥분되었다.그러나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을 쳐다보던 사장은 바로 화가 치밀었다.“이봐, 방법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멍하니 있다가 대체 무슨 일이야, 이럴 거야? 회사가 확대되면 여러분들에게도 좋을 테니 좀 더 적극적일 수 없어?”흥분해서 펄쩍펄쩍 뛰는 사장의 모습을 보며 직원들은 두고 보기가 좀 힘들었다.사장님은 정말 자신들만 이 생각을 하는 줄 아는가? 다른 회사에서도 생각 안 봤다고?대형 기획사들이 앞에 있는데 자신들에게 기회가 올 리가 있을 리
마침내 어떤 사람은 이 여인은 소지한의 여자 친구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앞서 소지한이 올린 유*브 영상 때문에 연애를 한다는 갖가지 소문들도 있었다.이전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그렇게 강렬한 호감을 표시한 적이 없는 소지한이었기에.그러나 이 주장이 나오자마자 소지한의 팬들이 바로 떼거지로 달려들어 물어뜯었다.자신의 아이돌이 연애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팬들도 있기 마련.그래서 이 소문에 대해 매우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아무나 끌어다가 우리 오빠한테 갖다 붙이는 거 좀 안 하면 안 돼요? 너무 싫지 않아?][내 말이. 오빠가 그랬어요. 연애를 하면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절대 숨기지 않을 거랬어요. 편집자는 헛소리 좀 하지 마세요.][그냥 콜라보레이션한 모델일 뿐이에요. 우리 오빠 항상 이렇게 멋있지 않아요? 이 모델이 오빠가 디자인한 옷을 예쁘게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들까지 갖다 끼워 설명해서는 안돼요.][저것들은 우리 오빠 약점 잡으려고 환장했지? 정말 미쳤어!][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 오빠는 여자친구 없어요. 여자친구 없다구요! 더 이상 함부로 날조하지 마세요.]댓글 아래에 어떤 사람이 반박 글을 달기라도 하면 즉시 소지한의 팬들에 의해 다시 반박되었다.소지한 팬들의 전투 능력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 기사를 터트린 편집장은 감히 답글도 하지 못할 정도로 욕을 먹었다.이러한 열기와 대중의 반응은 모두 소지한이 예상했던 바.성연이 촬영한 영상을 볼 때부터 그는 이 광고영상, 그리고 그의 의상이 분명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알았다.성연은 확실히 매우 영리했다.그동안 함께 일했던 많은 광고주들이 소지한에게 연락해 소개해 주기를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그러나 소지한은 이 일을 성연에게 말한 후, WB에 들어가 보라고 시켰다.소지한에게 알았다는 한마디 던진 성연이 WB로 들어갔다.그녀가 촬영한 광고가 메인을 장식하고 있었다.‘이게 그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키다니?’성연은 약간 의아한
무진은 줄곧 사람을 보내 성연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이 광고 영상이 나오자마자 수하들이 무진에게 알렸다.무진은 직접 유*브에 들어가 이 광고 영상도 보았다.광고에 대한 의견이 뜨거운 것을 보니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자신의 여자가 언제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었지?추측이 가짜일 뿐이라 해도 무진은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네티즌들이 떠들어대는 게 마치 진짜 같았다.옆에서 무진의 어두운 안색을 본 손건호는 자기 보스가 질투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보스, 제가 가서 좀 정리할까요?”무진의 안색은 여전히 좀 보기 안 좋았지만, 그래도 손을 흔들었다.“아니, 됐어.”만약 소지한이 자신의 친구라던 성연의 말이 진짜라면.그럼 성연은 친구를 도와주러 간 게 된다.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성연의 길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게다가 지금 소모한은 이쪽의 파트너이기도 했다.‘그럴 필요는 전혀 없어.’주로 성연이 원인이다.기왕 이미 한 이상, 조직할 방법이 없다.그러나 무진의 마음에서는 여전히 억제할 수 없는 시큼한 기분이 용솟음쳤다.성연이 언제 그렇게 사람을 홀리는 지 모르겠다.저녁에 성연은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서 밥을 먹었다.두 사람은 식탁에 나란히 앉았는데, 돌아온 후에는 성연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다.모든 걸 주방에 맡겼는데, 무진이 먹는 모든 음식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국이었다.무진의 몸을 보양하고 신체 면역기능을 높여 그의 정기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약재들을 안에 넣었다.성연은 혼자 먹는데도 잊지 않고 무진에게 국 한 그릇을 담아 주었다.“많이 마셔요.” 성연은 오늘 배가 고픈지 식사 속도가 빨랐다.무진은 느릿느릿 국물을 마시다.성연이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던 무진은 할 말을 잃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연이에게 밥 안 주는 줄 알 정도다.‘이 애는 남들 앞에서 숨기는 법을 알아.’하지만 자신 앞에서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무진이 입을 열었다
성연이 기분을 맞춰주니 기분이 좋아지는 무진이다.무진은 성연이 진짜로 여길 줄은 정말 몰랐다.성연이 도대체 자신을 신경 쓰는지 어떤지 보고 싶었을 뿐.그녀의 낯간지러운 말을 들으며 무진은 그 시간을 기분 좋게 누렸다.손을 들어 성연의 뺨을 쓸며 말했다.“네가 달콤한 말을 하니, 할머니가 너를 좋아하시는 것도 당연해.”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나는 당연히 달콤한 말을 잘 해야지. 아니면 어떻게 당신 비위를 맞추겠어?’무진이 자신을 쓰다듬는 걸 내버려 둔 채 성연이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무진 씨는 마음에 안 들어요?”성연은 그저 허세를 부릴 뿐이다. 무진이 도대체 어떻게 반응할 건지 알고 싶어 일부러 이렇게 말해 본 것이다.먼저 입꼬리가 올라간 무진이 다가가 성연의 손을 잡았다. 한 순간에 무진에게 가까이 당겨졌다.그런 뒤, 무진은 성연의 귓가에 바짝 대고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마음에 들어. 네가 어떻든 난 다 좋아.”열기가 귓전을 건드리면서, 성연의 귓불이 끊임없이 연분홍색으로 물들었다.무진을 밀어낸 성연이 되는대로 말했다.“이미 배불리 다 먹었어요. 나는 위층으로 올라 갈래요. 천천히 먹어요. 국은 다 마시고요.”말이 끝나자 잠시 꾸물거리던 성연이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은근히 욕했다. 분명히 유혹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유혹당해버렸다. 그것도 아주 쓸모 없이.아래층에서 성연이 부끄러운 얼굴로 국을 마시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던 무진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마음속의 화가 삽시간에 풀렸다.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지 간에 성연은 결국 자신 곁에 있었다. 자신의 여자였다.‘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에게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그러나 늦은 시각 소지한 쪽에 반드시 주의하라고 당부를 해야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리지 못하게.소지한은 그녀에게 걱정을 붙들어 매라고 했다. 자기 쪽에서 그녀를 잘 보호하겠다고.그의 안티 팬도 적지 않아서,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
많은 매체들이 소지한의 집 앞에서 진을 쳤지만, 결국 적막 강산 속에 쪼그리고 있을 뿐.며칠째 그들은 소지한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소지한이 바보도 아니고 그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지는 않을 테니까.많은 언론은 소지한 쪽에서 소식을 캐내는 것은 희망이 없으리라 판단했다.소지한은 전문적인 팀과 경호원이 있어 이렇게 쉽게 정보를 흘리지 않을 것이다.가까스로 소지한이 뭔가를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그도 오리무중.언론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한밤중에 누군가 매체의 우편함에 성연의 사진과 공연할 때의 사진을 보내면서 성연이 광고의 여자와 좀 비슷하다고 적었다.이 매체의 책임자는 세 장의 사진을 들고 함께 대조했다.마침내 대조해 본 결과, 체형과 이목구비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았다.전 세계에 닮은 사람이 적지 않지만, 미디어의 담당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이메일은 익명으로 보낸 거지만 마음먹으면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그냥 문자를 보내면 돼.그러나 지금은 한밤중이니 상대편에서 답장을 할지 모르겠다.매체 관계자는 떠보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냈다.[그 여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습니까?]정보를 매체에 보낸 사람은 학교에서 비교적 볼품없는 학생이었다.지금 인터넷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보고 자신이 주제넘게 나서려고 하는 것.결국 신상 털기를 당할까 봐 익명을 택했다.이 소식을 보내는 데 이미 큰 용기를 냈다.그도 우연히 비교해서 발견한 것이니, 아마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정말 답신이 올 줄은 몰랐다.다소 흥분한 학생이 손을 떨며 메시지에 답장했다.[우리 학교 학생입니다.]매체 책임자는 답장에서 보내온 소식을 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게 지인인가?그는 즉시 정보를 얻기 위해 답장을 보냈다.[이 학생의 소식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불편합니까?]매체 담당자의 답변에 남자아이는 점 망설였다.비록 그가 보낸 곳은 비교적 유명한 미디어 매체였지만.그러나 그는 동창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