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모처럼 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서 꿈 같은 반나절의 여유를 누렸다. 하물며 자신은 진짜 다치기까지 하지 않았나.성연은 지금 병원 내 주방에 갔다.손건호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무진이 고개를 들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손건호의 눈빛을 보았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할 말 있어?”작은 사모님이 모처럼 옆에 없을 때 보스가 물어오자 손건호는 할 수 없이 대답했다.“보스, 사모님을 너무 방임하고 계신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앞으로 작은 사모님이 보스의 총애를 믿고 너무 마음대로 하면 어쩌려고요.”말하면서도 이 말이 썩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손건호가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자기 머리를 쓸어내렸다.‘혹시라도 보스가 날 한 대 치지는 않을까?’그런데 보스 강무진이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웃기까지 했다.무진의 눈에 부드러운 기색마저 어렸다.“이렇게 아끼지 않으면 또 어쩌겠어? 그녀를 도망가게 그냥 둬?”그 말을 듣는 손건호는 할 말을 잃었다. 이는 보스가 처음으로 성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한 것이다.이미 벌써 넘어간 것 같다.손건호가 한숨을 쉬었다. ‘됐어, 보스의 감정을 내가 걱정할 필요가 뭐 있다고.’무진이 정말 대놓고 애정을 쏟겠다는데, 누가 감히 입을 열겠는가?병실에 들어오던 성연은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보기에 좀 이상했다. 아니 매우 기이한 느낌이다.손건호를 본 성연이 매우 경계했다.“두 사람, 또 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무진이 성연을 바라보았다. 작은 레이더를 켜놓은 채 하루 종일 자신만을 지켜보며 일을 할 틈을 주지 않는 그녀.이 귀여운 모습에 무진이 그만 웃어버렸다.“일 말고 다른 얘기들 좀 했어”성연이 콧방귀를 뀌며 경고를 잊지 않은 채 손건호를 돌아보았다.아주 무고하다는 듯한 얼굴.자신이야 그저 관례에 따른 공무를 본 것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하, 정말 어렵다.’성연이 받쳐들고 온 사골국을 그릇에 담고 식힌
강일헌이 왔지만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만들어버렸다.이 때문에 강일헌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당초 좀 즐기려 했던 마음도 싹 사라졌다.강일헌은 가능한 한 빨리 배후를 찾아낼 생각이었지만, 시종 조금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지금, 부하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순간 확 짜증이 치밀었지만, 발신자에 ‘할아버지 강상철’이 뜨자 바로 자세를 낮추었다.전전긍긍하며 전화를 받으며 음성을 낮추어 먼저 할아버지께 안부부터 물었다.“할아버지.”강상철 쪽에서 두말도 없이 바로 호통이 날아왔다.“네가 나가서 정말 일을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넌 나를 너무 실망시켰다! 도대체 어떻게 일을 처리한 거냐? 조심하라고, 조심하라고 말했건만. 너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게야?”“할아버지, 배후가 정말 이상해요. 이, 이쪽에서는 전혀 방법이 없었어요.” 강일헌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억울함도 섞여 있었다.배후에 숨은 그 놈이 그렇게 교활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마치 저들과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전혀 잡아낼 수가 없었다.강일헌도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결국 자신의 유일한 손자이니, 할아버지가 진짜 심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을 터.강상철이 큰 소리로 말했다.“너 지금 당장 돌아와. 더 이상 S 조직의 일에 관여하지 마. 때 되면 내가 처리할 테니.”강일헌이 외국에 있으면서 또 어떤 위험에 부딪힐지 모르기 때문.정말 한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강일헌은 알았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튿날, 강일헌 바로 귀국하는 비행기표를 샀다.강일헌이 귀국한 후, 무진도 퇴원할 준비를 했다.요 며칠 날마다 병원에서 휴양 중이었다.더 이상 계속하면 사람이 폐인이 될 지경.나가서 바람을 좀 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의사도 무진이 퇴원해서 휴양하는 것에 동의했다.동의하던 주치의의 음성에 다소 아쉬워하는 느낌이 담겨 있었다.“당신들은 제 경험 중에 가장 귀여운 환자와 가족이었습니다.” 주치의가 감탄했다.
마지막까지 대화를 나누며 손자가 괜찮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금여는 한숨을 내쉬었다.두 아이는 안금여가 집에서 가슴을 졸이며 자신들을 염려하고 있는 지 모를 것이다.이제 드디어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게 된 안금여.안금여가 얼굴을 활짝 펴며 말했다.“이건 정말 좋은 기회야. 너희 같이 젊은 애들은 둘이 손잡고 놀러도 다니고 하면서 이 기회에 감정도 좀 키우고 그래라.”안금여 생각에는, 시골에서 쭉 살아온 성연이 틀림없이 이번이 처음 해외 출국일 터였다.그러니 당연히 무진이 잘 해야지. 성연일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며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켜줘야지.요즘 젊은 애들은 모두 노는 걸 좋아하지 않나?무진의 성격이 너무 답답할까 걱정이다. 성연이 보다 나이가 많으니 두 사람 사이에 세대 차이도 있을 것이고.감정을 좀 더 키우는 게 당연히 좋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성연은 속으로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학업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해외에 나와 있는 시간이 꽤 길어지며 너무 시간을 지체했던 것이다.그러나 안금여는 자신의 학업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심지어 물어보지도 하지 않았다.안금여는 두 사람의 감정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뿐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무진이 정말 안금여의 분부를 아주 확실하게 따라 이행했다.아니, 다음날 아침 일찍 날이 밝자 마자 몸이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도 성연의 방문을 와서 두드렸다.성연은 아직도 혼곤한 상태로 자고 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난 성연이 실눈을 뜬 채 문을 열었다.그리고 문입구에 서 있는 무진을 보았다.더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기에 서서 뭐 해요?”“할머니가 너랑 같이 나가서 좀 걷고 하라고 하셨잖아.” 무진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밖에 아직 운무가 끼어 있는 하늘을 본 성연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지금 몇 시인지 보지도 않았어요?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지금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라고요”“같이 가 줘.”
다행히도 이렇게 마음대로 걸어 다녀도 무진의 상처에 큰 문제는 없었다.며칠 지난 뒤에야 성연은 무진이 가끔씩 좀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허락했다.물론 성연도 옆에 동반했다. 일종의 변형된 감독이라고나 할까.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은 무진의 몸을 보양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약선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했다.이곳의 고용인들은 모두 X국 사람들이었다.자연히 성연이 하는 요리법을 알지 못했다.한가할 때 성연 스스로 만들거나 옆에서 주방장이 만들도록 지도했다.요리사가 다 배우게 되면 그녀 스스로 피곤하게 할 필요가 없을 테다.또 무진이 먹도록 직접 약선을 식탁에 올려 주기도 했다.약선은 전적으로 강무진을 위한 것이어서 자신은 먹지 않았다.외국에서 먹는 음식의 맛이 대체로 싱겁고 너무 담백하다.자연히 국내의 마라가재와 꼬치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을 정도.내일 혹은 언제든 자신이 직접 메뉴를 찾아서 주방장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하며 머리를 굴렸다.약선을 무진이 먹도록 식탁에 올려 준 후, 2층으로 올라가 핸드폰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그런데 성연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무진이 물었다.“어디 가?”“위층에 올라가서 경치 볼 거야?” 성연은 무진의 이 문제이 정말 이상하게 여겨졌다.자신이 위층에 올라가면 놀든지, 아니면 잠을 자든지 하겠지. 그 외에 또 뭘 할 수 있다고?“오늘은 나 먹는 거 안 볼 거야?” 이 말을 하는 무진의 눈가에 약간의 웃음기가 돌았다.마치 성연의 행동을 놀리는 것처럼.그러나 다른 건 생각지 않는 성연이아주 당당하게 대답했다.“무진 씨는 성인이니까 스스로 하는 법 좀 배워요. 매번 날더러 지켜보게 하고, 부끄럽지 않아요? 제발 혼자 알아서 좀 하세요. 이 약선들, 모두 먹어요. 모두 내가 정성껏 준비한 것들이니까. 하나도 남겨서는 안 돼요.”말하면서 또 무진을 위협하듯이 작은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그런데 성연의 그 동작이 무진의 눈에 담겼다.말랑말랑한 아기 고양이가 분홍색 앞발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
무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속에서 올라오는 의심을 참을 수 없었다.‘그래, 늘 움직이기 싫어하는 성연이 여기까지 오려고 왜 그처럼 적극적이었을까?’비록 그의 몸을 걱정하고 돌볼 생각이었겠지만, 무진이 보기에 성연의 목적은 이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무진은 깊은 생각에 잠기며 입을 열지 않았다.그러나 무진의 심복인 손건호는 무진이 성연에 대해 의심을 품었음을 똑똑히 알아차렸다.손건호가 물었다.“보스, 제가 조사해 볼까요?”하지만 무진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이 일은 신경 쓰지 마.”무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는 성연의 일들을 캐지 않을 것이다.본인이 자신에게 직접 알려주지 않는 한.지금 성연이 자신의 곁에 남기만 한다면, 그는 만족할 것이다.알면 알수록 성연이 더 멀리 밀어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성연을 절대 떠나게 둘 수 없다는 것.무진의 말에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한쪽으로 물러났다.보스는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작은 사모님에게 가로막혀 줄곧 말하지 않았을 뿐.하지만 보스가 조사를 지시하지 않는 한, 함부로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자신이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며칠 지나면서 성연이 만든 약선 덕분에 무진의 몸은 계속 좋아졌다.무진이 잘 회복되자 얼굴의 혈색도 점차 좋아졌다.이미 초췌한 기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붕대도 이미 풀었다.무리한 운동만 하지 않으면 그의 상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그래서 무진은 귀국을 결정했다.성연 쪽도 일이 잘 처리되었으니 이제 여기에 남는 게 별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국내의 여러 가지들이 무척 그리웠다.그러니 아무런 의견이 없는 게 당연했다.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오후 내내 쉬면서 여행가방을 정리했다.그날 저녁, 안금여와 강운경이 엠파이어 하우스로 건너왔다.고모부 조승호도 같이 왔다.안금여는 곧장 무진을 붙잡고 위아래로 무진의 몸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무진이었다.자신의 몸은 자신이 잘 아니까.그러나 할머니의 걱정이 마음에 걸려 결국 동의했다.자신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할머니와 고모는 또 자신이 속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무진이 몸을 기울여 조승호가 검사하기 편하게 했다.검사를 마친 조승호가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확실히 회복이 잘 됐네요. 좀 더 쉬면 문제없겠어요.”조승호가 입을 열자 안금여와 강운경 두 사람도 무진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그제야 걱정을 완전히 거둔 두 사람이다.무진이 이렇게 잘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성연 덕분일 터.성연이 따라간 덕분에 무진이 이전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모르겠다.지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자상한 사람이 곁에 있으니 확실히 달랐다.운경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성연아, 네가 무진을 잘 돌봤구나. 얘가 사람을 돌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걸 못 알아봤어.”“고모, 과찬이세요. 무진 씨 회복력이 강해서 그런 걸요. 저는 남들처럼 돌봤을 뿐이에요.”자신이 사용한 약과 보양식에 대해 운경과 안금여에게는 말 수 없었다.운경과 안금여는 무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적어도 무진은 자신을 향할 것이다.그러나 강운경과 안금여가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면 끝까지 캐물을 것이다.어쩌면 자신의 정체가 불분명해서 무진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것 역시 성연의 추측일 뿐.운경과 안금여의 보호본능에 따르면 당연히 강무진이 최우선이다.안금여도 성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성연아, 너무 겸손할 필요 없어. 네가 온 이후로 내 보기에 무진의 기력이 아주 좋아졌어. 이번에도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니면 무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회복되었겠어?”안금여는 정말이지 점점 더 성연이 마음에 들었다.정말 입 댈 필요가 없는 아이였다.나이는 어리지만 분별력도 있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무진을 대하는 태도 역시 전심전력이고.눈만 높고 손재주는 없는 소위 명문 규수들보다 몇 배나 더
다음날 아침, 성연은 학교에 갔다.휴가를 낸 지 거의 보름 만에 학교에 오는 거였다.그렇게 길지 않은 줄 알았는데 무진이 다치는 바람에 휴가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은 모르지만 무진 쪽에서 그녀를 위해 미리 처리해 놓았었다.그녀가 오고 싶으면 바로 오면 되도록.성연이 책가방을 놓았다. 성연의 짝은 주연정이라는 이름으로 동그란 안경을 쓴 여자애였다.연정이 성연을 보고 인사를 하며 말했다.“드디어 돌아왔구나.”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후, 아무도 이쪽을 주시하지 않는 걸 확인한 그녀가 소리를 낮추어 성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네가 학교에 안 올 때, 이윤하가 그 기회에 널 몇 번이나 나쁘게 말했어.”“그녀 말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 그래도 고마워.” 성연은 주연정에게 악의가 없음을 알기에 웃어주었다.눈에 거슬리는 이윤하의 이런 행위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자신이 그렇게 오랜 시간 학교에 안 나오는데, 거기에 대고 뭐라 각색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테니까.그러나 성연은 이윤하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이윤하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만약 이윤하의 두세 마디 말에 괴로워한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그런데 성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첫 수업이 이윤하의 수업이라는 것.그것도 단원 고사였다.이윤하는 성연이 부정행위를 할까 봐 수업 내내 성연을 주시할 준비를 했다.성연이 편입하면 치른 시험 성적이 성연의 진짜 성적이라는 것을 이윤하는 지금까지도 믿지 않았다.분명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번에는 반드시 송성연의 약점을 잡아야 해.’시험지를 배부한 후 무대에서 내려온 이윤하는 줄곧 성연의 주위를 어슬렁거렸다.이게 무슨 뜻인지 성연이 모를 수가 있겠는가?시험을 칠 의욕도 없는 성연은 바로 엎드려 잤다.그냥 이윤하를 공기로 취급하면서.만약 열심히 시험을 보면 이윤하는 또 무슨 말을 내뱉을지 모른다.‘차라리 시험을 안 보는 게 낫지, 이 시간에 잠이나 더 자자.’이윤하는 화가 나서 미칠
이 일에 대한 소문을 들은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성연이 앙심을 품은 거라고 말했다.연줄이 있는 학우들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토론하기 시작했다.다음달은 바로 각 명문학교 대항 토론대회가 열렸다. 각 반 담임선생님은 모두 자기 반 학우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랬다. 이는 학교의 영예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영예와도 관계되는 일이어서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다.그런데 하필 올해 반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사람이 성연이다.게다가 이윤하와는 사이가 안 좋다. 성연은 곳곳에서 이윤하와 맞섰다. 성연이 대회에 참가하는 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특히나 방금 일을 통해 이윤하는 완전히 돌멩이처럼 굳어버렸다.지금 송성연 때문에 화가 나 울어버렸다.성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건 이윤하의 업보라고 생각했다.이전에 그렇게 성연을 비난했으니, 지금 모든 결과가 그녀 자신에게 되돌아왔을 뿐이다.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나는 송성연이 좀 지나쳤다고 생각해. 이윤하와 아무리 쌓인 원한이 많아도 그렇지, 학교의 영예와는 관계가 없잖아. 공은 공, 사는 사지. 성연이 저러는 건 너무 이기적이야.”“내 생각에도 자기 기분 좀 좋자고 학교의 영예를 가지고 농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대단한 집 아가씨 아니니? 집에 돈이 있으니 진로를 위해 공부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윤하의 말을 들을 필요가 뭐야? 이런 시시한 대회는 송성연에게 아무것도 아닐 텐데.”어떤 사람들은 성연이 너무 안하무인이라고 비난하고 조롱했다.그녀 자신도 아직 학생일 뿐인데.이렇게 선생님께 대드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행동이니까.그러나 성연을 편들며 말하는 이도 있다.“너희들 서서 허리 아프지 않니? 너희들은 이전에 이윤하가 송성연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잊었어? 너만 해도 다른 사람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원망 조금도 안해?”“그러게, 지난번에 다른 사람이 네 휴지 한 장을 쓰는 것을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