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일찍부터 사람을 보내 강일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그의 수하인 비밀 경호원이었다. 은폐 능력이 일급다보니 강일헌의 뒤를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강일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날 저녁, 강일헌은 한 호텔에 나타났다.처음에는 그가 놀러 들어간 줄 알았다.하지만 수소문해 보니 이곳도 거점 중의 하나였다.강일헌은 룸 안의 소파에 앉아서 책임자를 만났다.바로 호텔의 지배인이다.“말해봐, 이번에 조직이 입은 손실이 얼마나 되는 거야?” 강일헌이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꽤나 무게가 있어 보였다.책임자가 대답했다.“이번에 우리는 세 개의 거점을 잃었고, 대략 백 명의 부하를 잃었습니다. 어떤 부하들은 스스로 자결했고, 어떤 부하들은 잡혀갔습니다”조직 내의 훈련은 모두 같았다.임무 수행 중 잡히면 정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부하들 대다수가 혀를 깨물고 자결한다.이 또한 조직을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자백하기도 한다.이번 손실은 막중하다고 할 수 있었다.그렇게나 많은 손실을 보았다는 말을 들은 강일헌은 하마터면 온몸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너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한 거야? 너희들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겨우 그 정도야?” 강일헌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만약 수중의 사람들이 좀 더 강했다면, 어떻게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겠는가?책임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미처 방비할 새도 없이 그 놈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또 모두 최고의 실력자들이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덮치는 바람에 저희가 전혀 막을 수 없었습니다.”요 며칠, 그 무리의 사람들로 인해 거점의 모든 사람들이 전전긍긍했다.모두 시시각각 방비해야 했다. 하나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다음 타겟은 바로 자신들이었다.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초조하지 않겠는가?강일헌은 이 일에 대해 그들만 탓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틀림없이 누군가가 뒤에서 고의로
의사가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 이 장면을 보고 한 마디 했다.“두 사람, 젊은 부부가 정말 매일 달콤하군요.”무진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였다.무진과 잘 놀았다. 가끔 농담도 해가며.성연은 자기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모른다.지금 의사에게 놀림을 당하니 좀 쑥스럽다.그녀는 사과를 한쪽에 놓고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척했다.그러나 무진의 시선에 성연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이 잡혔다.무진이 입 꼬리를 올렸다.‘우리 집 꼬맹이 정말 귀엽네.’의사도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패턴을 보고 웃었다.이어서 병상으로 다가간 의사는 무진의 상처를 검사했다.그는 무진이 정말 빨리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신의 속도만이 설명이 가능할 정도였다.이것은 정말 의사가 본 것 중 가장 신기한 치료약이었다.의사가 다시 물었다.“강 선생님, 그 약의 조제법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와서 연구하고, 만약 정말 연구에 성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재삼 묻는 걸 보니 그가 이 처방에 대해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무진은 조용히 성연을 한 번 보고 대답했다.“이 약을 개발한 사람은 아는 친구인데, 아직 대외적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 미안합니다.”의사는 정말 안타까워했다.하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이므로 주인의 동의를 거쳐야 했다.자신이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는 없다.귀를 기울여 듣고 있던 성연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그녀는 비할 데 없이 겸허했다. 그녀는 암암리에 생각했다. 무진이 지금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친구라고 말했다. 이 약은 무진이 혼수상태 중에 처방한 약이다.그러니 무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무의식적으로 성연을 위해 숨겨줬다.성연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의사가 나간 후, 무진이 의도적으로 언급했다. 성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도 알고 싶어. 이 약들의 내력을 네가 설명해 줄려는 지는 모르겠지만.”무진은 성연이 자신에게 진실
성연도 속으로 어쩔 수 없었다.이번 여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부딪히며 자신에 대한 정보가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나버렸다.많은 것들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예전에는 무진에게 핑계를 대며 대충 얼버무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설득력이 없는 게 너무 표가 나니까.게다가 명석한 머리를 가진 강무진 본인이 알고자 한다면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터.또 강무진, 이 남자는 사실을 숨기는 데 명수였다.많은 것들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만약 강무진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가 어떤 감정인지 성연 자신도 짐작할 수 없을 터.속이 얼마나 깊은 지 헤아릴 수 없는 이런 남자야 말로 가장 대하기 힘든 유형이다.어떻게 해야 할지 성연은 괴로울 지경이다.‘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히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꽁꽁 감추고 말 할 수 없다니.’털어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성연은 머리가 터질 지경.의술 방면이야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다.어차피 무진도 나중에 알게 될 거고.무진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성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무진이 성연의 눈을 응시하며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 강요하지 않을 테니. 그저 얌전히 내 곁에 있으면 돼.”무진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든 성연은 자신에 대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성연이 숨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성연을 자신의 곁에 두는 것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잠시 할 말을 잃은 성연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무진이 자신의 생각을 이처럼 아주 강력하게 선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항상 자기 옆에 있으라고?’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성연이다. 왜냐하면 적절하지 않은 그녀의 신분 때문에.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강무진의 곁에 있는 게 결코 싫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 안금여와 가족들도 자신에게도 잘해 주지 않나 말이다.자신을 편안하게
바로 무진의 말을 알아들은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여 표시한 뒤에 얼른 이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강일헌의 개들, 오기만 해 봐라. 한 놈도 못 돌아가게 해 줄 테니.’그날.어느 술 공장.시내 변두리에 위치한 이곳은 겉으로는 술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골든 델타의 작은 거점 중 하나.이때 안에서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물건을 옮기는 중이다.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꽤 많은 인원인 듯도 한데 전혀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패거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위에서 지휘하고 있었다.“조심, 조심. 이 물건들 모두 보스가 하나하나 찍어서 주문한 것들이니 실수하지 마.” 상당히 위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다.이곳은 표면적으로는 술 공장이나 사실은 물품보관 창고였다.하지만 이쪽은 이미 드러났으니 화물을 모두 옮겨야 한다.왔던 무리는 똘마니들에 불과해서 두려워할 존재가 못 된다.하지만 용병집단 골든 델타는 적을 얕보는 법이 없다.정신을 단단히 가다듬었다.그만큼 직업 의식이 높다는 의미.“대장, 말할 필요가 뭐 있다고요? 우리 형제들 중에 어느 하나 열심히 하지 않는 놈 있어요? 거기에 서서 성가시게 하지 마세요.” 그때, 나이가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튀어나오며 비아냥거렸다.원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보스가 이 남자아이를 보더니 즉시 머리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누가 너더러 여기서 잔소리하라고 했어? 가, 저리 가!”“넵넵넵.” 소년은 얼른 혀를 날름 내밀고는 짐을 나르는 대군에 합류했다.보스로서는 그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어린 나이임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고 있었다.이때, 손건호가 뒤에서 걸어오자 대장이라 불린 이가 바로 손건호를 향해 공손한 자세로 몸을 굽혔다.“형님.”“어떻게 됐어?” 질서정연한 모습을 지켜보던 손건호는 매우 뿌듯했다.다른 분파와 달리 용병능력이 뛰어난 데다 규율이 꽉 잡혀 있어서 무진이 중용했다.대장이 대답했다.“이미 준비가
2층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보는 손건호의 입가가 당겨 올라갔다. ‘보스의 수는 실로 대단해. 제 스스로 발등을 찍게 해서 한 입에 삼키다니.’한 번에 저렇게 많은 인원을 모을 수 있다니, 강일헌은 분명 많은 세를 잃었을 게 분명하다.골든 델타를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품다니.하지만 강일헌은 너무 자만했다.골든 델타가 먼저 선수를 칠 줄은 아예 생각도 못했을 거다.S조직의 인원이 모두 궤멸된 걸 알게 되면 강일헌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정말 재미있어.’S조직원들은 쳐들어오자마자, 겹겹이 포위되었다.자신들이 이미 계산을 다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역으로 당했다.그때, S조직원들의 눈에 새까맣게 둘러싼 사람들이 들어왔다.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이때, 옆에 있던 어린 조직이 자기 조직의 대장 곁에 바짝 붙어선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 대장, 이제 어떡하지요?”골든 델타에 대해서는 예전에 들은 바가 있었다.조금이라도 실력이 안된다면 어떻게 골든 델타라고 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이번 출동에 특히 많은 인원을 끌고 왔던 터였다.그런데, 이쪽에서는 두 배 이상의 인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야말로 자신들의 생각을 뛰어넘은 전략이었다.‘이걸 어떻게 쳐?’대장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말했다.“강 이사님이 명령을 내렸으니 당연히 계속해야지. 설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아?”진짜 도망친다면 강일헌 쪽에 어떤 벌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무조건 싸울 수밖에.자기 대장이 하는 말을 들은 어린 조직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다물었다.‘울며 겨자 먹기야. 더 이상 뭘 어쩌라고?’양 편의 인원이 바로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했다.골든 델타에 맞서는 건 그야말로 승산 하나 없는 싸움. 추풍낙엽 같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정말 처참하다.골든 델타의 인원들은 다 달려들지도 않았다.또 노를 젓듯이 팔을 움직이는 게 그저 모양만 내는 시늉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같은 싸움을 손건호는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았다.강일헌의 수하들은 웃기는 장면들을 연출했다.손건호는 돌아가서 무진에게 보고했다.“잘했어.”무진이 손건호를 칭찬했다.이 일에 대해 강일헌은 아직 전혀 알지 못했다.그는 호텔에서 섹시한 외국 여자 두 명을 끌어안고 즐기는 중이다.두 여자 중 한 명은 강일헌에게 술을 먹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과일을 입에 넣어 주었다.아주 끝내 주는 광경이다.호텔은 강일헌이 X국에 와서 지내고 있는 곳으로, 강일헌은 이 곳의 단골 고객이다.모처럼 힘들게 X국에 왔으니 그저 일만 처리하고 놀지 않으면 섭섭한 법.‘당연히 이곳도 한 차례 돌아줘야지.’모든 게 아주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강일헌.애들을 풀어서 한 차례 훈계하면 그 용병집단 놈들 더 이상은 그렇게 뻔뻔스럽게 자신들을 귀찮게 하지 않을 터.이 일을 해결하자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다.이제 자신의 몫도 당연히 적지 않을 터.‘내가 좀 즐긴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뭐라 하시지는 않을 테지.’양팔에 하나씩 미녀를 껴안고 앉아서 온갖 여흥을 만끽하는 지금, 얼마나 즐거운지.술을 마시고 과일을 먹으며, 앞으로 당기기만 해도 강일헌의 눈이 가늘어진다.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았을 때. 그는 이미 취하는 것 같았다.“사장님, 과일 드세요.” 그때, 여자가 강일헌에게 바짝 붙으며 입에 과일을 넣었다. 일부러 입술을 핥아대며 유혹해댔다.강일헌은 여자를 잡아당기며 입을 맞춘 뒤, 얼굴을 톡톡 쳤다.“베이비, 걱정 마.”“사장님, 저는 잊으신 거예요?” 자신에게서 다른 여자에게로 주의를 돌리는 강일헌을 본 또 다른 여자가 불만을 품고 강일헌의 팔을 잡아당겼다.두 여자가 서로 자신을 관심을 끌려는 모습이 강일헌의 자존심을 만족시켰다.두 사람을 한꺼번에 품에 안은 강일헌이 차례로 두 사람에게 입을 맞추었다.“걱정 마, 걱정 마, 베이비들. 나, 아무도 잊지 않았어. 너희들 몫은 확실하게 챙겨줄 거야.”두 여자는 눈을 깜박거리며 애매한 미
강일헌의 얼굴이 완전히 구겨졌다.모든 일이 너무나 공교롭다.전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것이 우리 속의 원숭이처럼 놀아난 기분이다.강일헌이 차갑고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당장 가서 조사해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보라고.”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번에 그가 직접 왔다.만약 일이 더 망가지면 할아버지에게 욕 한 바가지 들을 게 뻔했다.그리고 강일헌도 자신의 실수를 허락하지 않았다.놈들이 함정을 파 놓고 자신을 유인했다는 사실을 그는 참을 수 없었다.이 일을 누가 훼방 놓고 있는지 알아낼 때까지 그는 절대 그만둘 수 없다.동시에 강일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음속으로 냉정하게 생각했다.‘설마 강무진이 한 건가?’‘강무진 외에 누가 자신들을 상대로 이 지경까지 죽기 살기로 덤빌까?’‘그런데, 강무진에게 저런 능력이 있을 수 있어?’이쪽의 행방을 알아낼 뿐만 아니라 용병집단까지 동원할 수 있다?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이곳에 오기 전에 강무진이 모습을 생각하면, 또 무진 쪽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수하의 전화를 끊은 후, 강일헌은 이전부터 병원을 주시하고 있던 수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저편에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강일헌이 즉시 물었다.“병원 쪽은 아직 정상이야? 강무진 쪽의 이상한 점은 없어? 그 놈 정신 상태는 어때?”수하가 바로 대답했다.“강무진 쪽에서는 아무런 이상 행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수상태에 빠져 지내는 것 같습니다”“확실해? 잘못 본 거 아니지?” 강일헌이 한번 더 확인하고자 했다.“네, 확실합니다. 한시도 여길 떠난 적이 없습니다. 잘못되었을 리 없습니다. 매일 의사가 들어갈 때마다 문 앞에 가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부하가 더없이 확신하며 말했다.그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확신했다.그의 말을 들은 강일헌도 이 말을 믿었다.그럼 강무진의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분명히 이런 일들을 계획해서 자신
무진도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모처럼 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어서 꿈 같은 반나절의 여유를 누렸다. 하물며 자신은 진짜 다치기까지 하지 않았나.성연은 지금 병원 내 주방에 갔다.손건호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 무진이 고개를 들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손건호의 눈빛을 보았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할 말 있어?”작은 사모님이 모처럼 옆에 없을 때 보스가 물어오자 손건호는 할 수 없이 대답했다.“보스, 사모님을 너무 방임하고 계신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앞으로 작은 사모님이 보스의 총애를 믿고 너무 마음대로 하면 어쩌려고요.”말하면서도 이 말이 썩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손건호가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자기 머리를 쓸어내렸다.‘혹시라도 보스가 날 한 대 치지는 않을까?’그런데 보스 강무진이 화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웃기까지 했다.무진의 눈에 부드러운 기색마저 어렸다.“이렇게 아끼지 않으면 또 어쩌겠어? 그녀를 도망가게 그냥 둬?”그 말을 듣는 손건호는 할 말을 잃었다. 이는 보스가 처음으로 성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한 것이다.이미 벌써 넘어간 것 같다.손건호가 한숨을 쉬었다. ‘됐어, 보스의 감정을 내가 걱정할 필요가 뭐 있다고.’무진이 정말 대놓고 애정을 쏟겠다는데, 누가 감히 입을 열겠는가?병실에 들어오던 성연은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보기에 좀 이상했다. 아니 매우 기이한 느낌이다.손건호를 본 성연이 매우 경계했다.“두 사람, 또 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무진이 성연을 바라보았다. 작은 레이더를 켜놓은 채 하루 종일 자신만을 지켜보며 일을 할 틈을 주지 않는 그녀.이 귀여운 모습에 무진이 그만 웃어버렸다.“일 말고 다른 얘기들 좀 했어”성연이 콧방귀를 뀌며 경고를 잊지 않은 채 손건호를 돌아보았다.아주 무고하다는 듯한 얼굴.자신이야 그저 관례에 따른 공무를 본 것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하, 정말 어렵다.’성연이 받쳐들고 온 사골국을 그릇에 담고 식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