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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적을 가벼이 생각하다

다음날, 무진이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사무실에 앉자마자 손건호가 들어와서 보고했다.

“보스, 소지한 배우가 도착했습니다.”

밤새 계약서를 서둘러 작성하느라 손건호의 눈엔 잠기운이 어렸다.

그러나 무진 곁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이런 고강도의 업무에 이미 적응한 상태였다.

무진은 수중의 일을 놓고 바로 접대실에 가서 소지한을 만났다.

두 다리를 꼬고 긴 다리를 곧게 탁자 옆까지 쭉 뻗은 채 보스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소지한은 WS그룹이라고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이들의 제안에 승낙할 것이지만 직접 와서 보고 싶기도 했다. 자신들의 보배인 성연의 약혼자가 어떤 인물인지.

소문이 썩 좋지 않은 이 강씨 인물은 우리 보배단지에게 어울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소지한의 눈에 그저 부족하다 뿐이겠는가? 그야말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정도였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우리 보배단지와 함께 있을 수 있단 말이야?’

그런데 이 강무진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블랙 슈트 차림의 강무진은 큰 키를 가지고 있었으며, 냉엄해 보이는 얼굴은 여느 스타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저 검은 눈동자는 위압감마저 들 정도다.

소지한의 표정이 다소 가라앉았다. 강무진이 내뿜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심지어 자신의 포스보다 은근히 더 강하게 느껴졌다.

소지한은 정색을 했다. 자신이 ‘적을 가벼이’본 것이다.

무진은 소지한의 표정 변화를 못 본 척했다.

강무진이 걸어오며 두 사람은 관례적인 인사말을 나누었다.

“소 배우님, 반갑습니다.”

무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

어쨌든 호스트로서 사람을 그냥 못 본 채 할 순 없으니까.

이 콜라보도 자신들이 먼저 제안한 거니까.

허세를 부리거나 신중한 것도 때가 있었다. 무진은 그 점을 아주 잘 파고 들었다.

소지한도 의례적인 미소를 지었다.

“강 총괄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의 이 웃음은 조금도 진실해 보이지 않는 것이 딱 봐도 직업적인 거짓 웃음이다.

물론 연예계에 몸담은 이라면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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