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성연은 무대 뒤에 있었다.시간에 맞춰 오느라 오늘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아직도 잠이 덜 깬 상태다.공연을 앞두고 모두 분장하느라 바빴다.그 외 동아리 회원들도 모두 무대에 공연을 올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성연만 느긋한 모양새로책상에 엎드려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회장은 즉시 사람들 틈에서 성연을 찾았다. 그러다 성연의 늘어진 모습을 보고는 한숨과 함께 원망이 마음이 올라왔다.여기 있는 다들 바빠서 난리가 날 지경인데, 성연 혼자 유유자적이다.다급함에 큰 소리로 부르며 성연을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송성연, 빨리 가서 화장하고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어야지. 공연 준비 안 할 거야?”피곤해서 피를 토할 것 같은 회장이었다.한 사람 한 사람 실수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참관하는 귀빈들 모두 대단한 인사들인 만큼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이 동아리 회원들 중 어느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의자에서 일어난 성연이 기지개를 켜며 ‘음’ 신음소리를 냈다.무진이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성연을 놀래키기 위해 무진은 아무런 정보도 흘리지 않은 채 깜쪽 같이 속였다.무진은 교장의 안내로 강당에 도착했다.“강 총괄대표님, 관람하시기 가장 좋은 두번째 줄에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직접 옆에서 안내하는 교장의 말투가 무척이나 공손하고 조심스럽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장의 안내에 따라 걸어갔다.북성남고의 대강당은 학교에서 대회를 열거나 중요한 일을 발표하거나 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분명히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 사람들로 붐볐다.강당이 무척 소란스러워 무진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과 다름없이 무진은 이런 자리가 무척 싫었다.하지만 송성연 때문에 참았다.무진이 자리에 앉자마자 누군가가 와서 인사를 했다.지금 WS그룹의 실권자가 무진이다 보니 다들 와서 인사하고 관계를 터고 싶어했다.“강 대표님, 공연 보
무진이 열심히 찾던 그 시각, 성연은 동아리 룸에서 분장실로 이미 이동한 후였다.그러니 무진이 찾을 수 없을 수밖에.이번 행사를 위해 학교에서는 교실 몇 개를 학생들에게 임시 분장실로 내 주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간이 아예 부족했을 터였다.의자에 앉은 성연은 화장을 담당한 학우들에게 자신의 얼굴에 맡기고 있었다.원래 아주 예쁜 얼굴의 성연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바탕피부도 아주 좋았다. 그래서 화장 담당 학우는 진한 화장보다는 옅은 화장을 해주었다.메이크업까지 더해지니 성연의 이목구비가 훨씬 선명해졌다. 립스틱까지 바르니 사람이 달라 보일 정도로 아주 예뻤다.화장 전의 성연은 깨끗한 느낌으로 예뻤다면, 좀 더 짙은 입체감으로 화장을 한 성연은 마치 그림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화장 담당 학우가 눈을 반짝이며 성연을 바라보았다. 과연 교내 게시판에 퀸 랭킹 일등으로 손색이 없었다.이 외모는 정말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송성연, 넌 정말 마음 놓고 화장하게 해준다.” 화장을 해 주던 학우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갑자기 눈을 뜬 성연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성연의 주시에 얼굴이 새빨개진 여자아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송, 송성연, 왜 그래?”“안 바빠?” 성연이 담담하게 물었다.“바, 바빠.” 그녀가 무의식 중에 고개를 끄덕였다.“뒤에 또 많은 학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해야지 않아?” 성연이 나른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그, 그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성연이 지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붉어진 얼굴로 그 학우는 즉시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다니며 화장을 해주었다.그 아이가 가는 것을 보며 손목의 시계를 보았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예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잤다.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기다리긴 매한가지. 알람을 맞춰 두면 시간에 맞춰 깨어날 수 있을 터.비슷한 시각, 분장실 옆 탈의실에 그림자 하나가 살금살금 들어왔다.탈의실 안에 숨어든 그림자가 옷들을 뒤적거렸다. 찾는
회장은 너무 놀란 나머지 가슴이 아팠다.옷을 든 손이 덜덜 떨고 있는 회장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도대체 누가 이렇게 양심도 없는 거야? 너무 한 거 아니야? 도대체 누가 건드린 거야?”성연이 눈을 가느스럼하게 떴다.무대의상이 이렇게 되었으니 분명히 입을 수 없을 터.지금 무슨 말을 해도 방법이 없었다.성연이 물었다.“따로 더 준비한 것 있어? 없어?”회장의 안목이 너무 높아서 한참을 찾다가 겨우 이 의상으로 선택한 거였다. 누가 이런 악의적인 일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화가 난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 한 벌뿐이야. 게다가 빌려온 거야. 지금 10분 있으면 공연 시작이야.”지금 다시 의상을 빌리러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게 확실했다.회장을 말을 들은 성연이 한참 침묵했다.조각조각 잘린 옷은 헝겊조각이 되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고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누군가 그들의 공연을 방해하려고 했다.마침 공연을 마친 학우들 몇몇이 무대에서 내려와 그들 옆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저들의 옷은 전통의상이었다. 성연이 공연하는 연극의 내용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성연에게 방법이 떠올랐다.이 방법을 생각한 후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성연이 즉시 한 여학생을 붙잡았다.“이봐, 잠깐만.” 성연이 소리쳤다.그 학생이 발걸음을 멈추며 물었다.“왜?”“사실은 말이야, 곧 우리 공연 차례인데, 우리 무대 의상에 잠시 문제가 생겼어. 네 의상을 잠시 빌려 입고 싶은데 괜찮아?” 가능할지 어떨지는 성연도 모른다.‘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으니, 우선 한번 해 보는 거지, 뭐.’“그래도 돼?” 그 학생이 확신이 없는 듯 물었다.“괜찮아.”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나선 회장이 망가진 의상을 그 학우 앞에 보였다.“우리 정말 시간이 급해.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좀 도와줘.”무대의상과 회장의 초조한 모습을 보던 학생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들을 도울 수 있다면야 뭐.”마침내 승낙을 받은
성연이 의상을 털었다.다행히 의상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수선된 듯하다. 무대를 살릴 수만 있다면야 뭐.송성연이 대답했다. “대충했어.”그리고 의상을 갈아입은 성연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체형이 아주 좋은 성연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며 들리는 의상은 고전적인 느낌에 동화풍의 느낌까지 더해져 아주 환상적인 분위기였다.무대에 오른 성연은 귀빈석에 앉은 무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강무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성연과 무진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무진이 마치 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그녀를 향해 입술을 끌어올렸다.무진은 자주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저 웃음에 빙설마저 녹을 것 같은 느낌이다. 깊은 두 눈동자는 블랙홀처럼 하마터면 사람을 빨아들일 듯하다.잠시 정신을 놓았던 성연이 겨우 시선을 돌렸다. 귀 끝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귀를 만졌다.‘저 웃음 정말 치명적이야. 미색으로 사람을 잡는군!’회장이 관례에 따라 무대 시작 인사를 하며 앞에서 몇 마디 소개했다.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성연은 곧바로 극중 배역에 몰입했다. 극의 줄거리는 역시 아주 막장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이게.不过,经过上次提出的修改,倒是少了很多狗血的台词,没有那么尴尬了。하지만 지난번 의견에 따라 수정을 거치며 막장 대사가 많이 줄어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동화는 동화였다. 다소 허황된. 비록 많은 수정을 거쳤다 해도 여전히 과장된 부분들이 존재했다.하지만 성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어색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우 아름다웠다.현장에서 관람한 사람들 모두 연극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와, 얼굴이 다 했어.][줄거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배우만 보면 돼.][너희들, 이 막장극도 송성연이 연기하니까 꼭 영화보는 것 같지 않았어? 바로 이런 게 주인공이야.][맞아, 맞아. 송성연 연기가 폭발적이야. 분명 저렇게 훌륭한 학생인데 말이야. 앞으로 누가 또 감히 그녀를 모함한다면 내가 싸울 거야.]성연의 연기
[아니야! 앞의 팀보다 더 예쁜 것 같아!]많은 여학생들이 저런 스타일의 옷을 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의론이 분분한 가운데 성연의 뛰어난 연기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좀 처지던 진우진은 완전히 성연에게 이끌려갔다.그러나 진우진의 장점, 뛰어난 용모로 자신의 연기를 가리며 눈을 즐겁게 했다.많은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송성연과 진우진을 묶어 CP로 만들었다.[야, 너희들, 송성연과 진우진 너무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니?][공주와 왕자야. 특히 두 사람의 외모 너무 잘 어울리지?][나 혼자만 저들이 CP느낌이 물씬 난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네.][앞으로 저들을 ‘연우 CP’라고 부르자. 흐흐흐, 듣기 좋지 않니? 저 두 사람 외모만큼 예쁘잖아.]처음에는 그런대로 쓸모가 있다고 여긴 무진이었다.그러나 뒤로 갈수록 기분이 나빴다.‘송성연의 약혼자인 내가 여기 주빈석에 앉아 있는데, 감히 송성연을 다른 사람과 커플로 묶어?’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무리의 아이들과 따질 수도 없고.총명한 손건호가 즉시 무진의 뜻을 아주 잘 추측했다.마침 교장이 옆에 앉아 있었으므로 바로 그 자리에서 교장에게 말했다.“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을요. 학생들은 역시 학업을 중시해야지요. 연예계 같은 그런 흉내는 아닌 것 같네요. CP는 무슨 CP랍니까? 엉망진창이군요.”교장은 성연과 무진의 진짜 관계를 모른다.단지 성연의 가정교육이 비교적 엄격해서 유달리 명성에 신경을 쓰는 강씨 집안 사람들을 대신해 손건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 생각할 뿐.그래서 교장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말해 놓겠습니다."손건호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격렬한 박수 소리 속에서 성연과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갔다.연극이 끝나자마자 즉시 달려온 회장이 성연을 보며 흥분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네 연기 정말 대단했어. 우리 연극을 완전 네가 살렸어.”솔직히 말해서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성연이 맡은 역할은 이미 끝이 났다.이때 무대 관중석 뒷줄에 자리한 구석에 앉아 있는 여시화의 안색이 어두웠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그녀가 옆에 앉은 추종자에게 물었다.“의상을 잘랐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송성연이 공연할 수 있는 거야?”여시화가 이렇게 한 목적은 바로 성연이 진우진과 같이 공연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송성연이 어떤 사람인데? 그녀가 어떻게 진우진과 공연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그러나 성연은 공연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도 좋았다.앞줄에서 들려오는 칭찬에 여시화가 이를 지끈 물었다.추종자가 매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진짜 송성연의 원래 무대의상을 잘랐어. 그런데 송성연이 어디에서 공연복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다.”화가 잔뜩 난 여시화는 연극을 더 볼 의욕이 없었다.‘송성연, 저 X은 정말 운도 좋아.’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계략을 짰지 않은가 말이다. 공연 시작 전에 의상을 망가뜨렸는데, 송성연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과연 아첨꾼답게 하루 종일 시시덕거리며 사람을 꼬실 줄 알았다.자신은 꼭 모든 사람들이 송성연의 진면목을 알도록 할 것이다.송성연의 공연이 끝나자 무진은 이후의 행사를 계속 볼 생각이 없어졌다.오늘 그가 온 목적은 순전히 송성연 때문이었다.무진이 직접 오는 것을 본 교장은 예년에 채점했던 심사위원들을 철수시켰다.교장이 떠보듯이 한마디 물었다.“강 대표님, 오늘 어떤 공연이 비교적 마음에 드셨는지요? 학교에서는 뛰어난 공연에 상을 수여할 것입니다.”“연극 동아리 팀이 괜찮더군요. 제가 보기에, 이 팀에게 환호하는 학생들의 음성이 가장 높더군요.” 무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마디 꺼냈다.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결코 편파적인 생각이 아니었다.만약 연기에도 상이 있다면, 성연의 그 팀은 손색이 없었다.그들 팀의 공연에 대해서는 학생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터.만약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연극 팀이 우승할 승산이 가장 높아 보였다.말을 끝낸
무진이 얼른 피했다. 기세를 잡은 성연이 바로 이어 손발을 같이 움직였다. 무진도 그녀와 합을 맞추어 움직였다.성연의 동작이 너무나 갑작스러워 미처 방비하지 못한 무진은 겨우 손으로 막아냈다.그러자 팔에 가해지는 엄청난 진동으로 저려왔다.‘이 발차기, 정말 힘이 넘치는군.’‘분명히 오랜 시간 단련된 거야.’성연 또한 쫓아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얼른 뻗었던 다리를 내렸다.무진이 팔을 주무르며 따졌다.“송성연, 약혼자를 죽이려는 거야?”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성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누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는 줄 알았다고요.”무진이 소리도 내지 않고 성연의 뒤로 다가간 것은 순전히 그녀를 놀래키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 본인이 놀랐지만 말이다.무진은 성연의 앞에서 담담하게 말했다.“너 방금 그 발차기 좋았어.”성연이 황급히 대답했다.“예전에 시골에 있을 때, 태권도와 해동검도를 잘하시는 이웃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셔서 좀 따라 배웠어요.”성연은 강씨 집안의 실권자로서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무진도 호신술을 상당히 익혔을 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실력 또한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발차기 때문에 무진이 뭔가 눈치를 챌까 걱정이 된 성연이 즉시 해명했다.하지만 무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방금 성연의 발차기는 전문 훈련을 받은 무예인만이 할 수 있는 각도와 힘이라는 걸.무진의 얼굴에 순간 깨달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으나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나는 진짜 모르겠네,”만약 더 계속하다간 진짜 무진은 뭔가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지금 그는 이미 반신반의하는 태도였다.성연이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아, 맞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구석진 한적한 곳을 골랐다.하지만 학교의 최대 후원자인 무진이 북성남고에 올 때면 앞뒤로 분명 수행하는 사람이 붙었을 터인데 말이다.무진이 혼자 올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더 이상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연을 본 무진 또한 성연이 속상한 일을 일부러 들추고 싶지 않았다.성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미 다 지나 갔어. 뭐 먹고 싶어? 가자.”머릿속에서 먹고 싶은 걸 생각한 성연이 손가락으로 꼽으며 말했다.“베이징오리구이 먹고 싶어요. 지난번에 먹었던 해물죽도 괜찮았는데. 또 매콤한 마라탕과 꼬치를 먹고 땀을 푹 내면 엄청 시원할 것 같아요.”성연이 말한 요리들은 분명 모두 제각기 다른 식당의 메뉴들이었다.그러나 무진은 별다른 말 하지 않았다. 귀찮아 하지도 않았고.그저 부드러운 음성으로 가볍게 말했다. “그러자.”무진이 다가가서 성연의 손을 잡았다. 성연도 거부하지 않은 채 순순히 무진과 나란히 걸었.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의 동작은 아무리 봐도 무척이나 다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여시화가 보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기분이 좋지 않았던 여시화는 기분을 좀 풀고 싶은 마음에 가산에 올라와 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성연을 보게 된 것이다.가산의 바위 틈 사이에 숨어서 성연이 여기 와서 뭐 하는지 볼 생각이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온 것이다.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더니 손을 잡고 떠났다.여시화는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니 두 사람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남매 같지 않았다.이거 송성연이 자신에게 찾아준 핑계거리가 아닐까?핸드폰을 잘 챙긴 여시화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에야 말로 정말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송성연, 설마 이번에도 도망갈 수 있을까?’‘어쩜 그리 청순한 이미지로 사람들을 모두 속이고 있는지.’ 성연과 무진이 떠난 뒤 학교 강당에서는 시상식이 열렸다.성연의 연극동아리가 일등을 했다.회장은 솔직이 너무 기뻐하지는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을 차례가 되자 모두들 서로 밀어대고 난리였다.눈도 채 못 뜬 모양의 회장은 어찌 그리 무기력한지.회장이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
샤넬 가문의 보살핌은 꽤 괜찮았다.샤넬의 오빠는 심지어 저명한 의사들을 초청해서 무진과 성연에게 전신 검사까지 받게 했다.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가주의 자격으로 며칠 더 묵으라고 열정적으로 초청했다.그러나 무진은 실혼전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성연을 데리고 서둘러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본거지인 북성에서만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목현수는 샤넬과 함께 공항으로 가서 무진과 성연을 배웅했다.성연의 눈은 예리했다. 샤넬의 아랫배가 이미 좀 커진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데리고 간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빠르네요. 얼마나 됐어요?”“얼마 안 됐어요. 한 달 남짓 밖에 안 됐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연 씨도 얼른 아기를 가지세요.”샤넬은 볼그스름하게 혈색이 좋아 보여서, 지금은 약간 탈바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일단 생명을 잉태하면 순식간에 성숙해지는 모양이야.’“나도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결국 할머니 쪽에서도 재촉하시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샤넬을 포옹했다.“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요. 내가 의사라는 걸 잊지 말아요. 만약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물어보면 돼요.”샤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무진도 목현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절친한 친구처럼 담소를 나누었다.앞으로 강씨 가문은 유럽에서 견고한 관계의 동맹 가문을 갖게 되었다. 무진은 귀국 후 유럽 시장을 다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샤넬 가문의 협조가 있으니 더 빛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전용기에서 성연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진은 국내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갑자기 뉴스 하나가 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연운그룹 남부 지역 시장 진출 시작, 투자 총액 8조 원을 초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이름에 무진은 경계심이 들었다.‘북방의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하지 않았어? 20
“그때 스승님께서 갑자기 저를 쫓아내려고 하셨기에, 나는 감정이 바로 무너졌어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그러지 말라고 빌었지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스승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단지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셨어요. 또한 앞으로는 평생 스승님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요.”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현수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아마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목현수의 설명을 끊지 않기 위해서 무진과 성연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국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요.”“하지만 스승님이 조치해 주신 사람이 줄곧 나를 보살펴 주었기에, 천천히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서 배운 의술을 사용해서 가난하고 낙후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기 시작했어요.”“몇 년 후에 나는 스승님이 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거예요!”목현수의 눈빛은 서서히 고무된 기색을 담고 있었다.그 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목현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목현수의 이름을 알게 된 유럽의 부유한 사업가들도 그를 유럽으로 초청해서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이를 통해서 목현수는 많은 돈을 벌었고 유럽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사문에서 쫓겨난 지 7년이 지난 뒤 마침 19세가 된 목현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일년 내내 스승님의 처방전을 보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필체임을 알 수 있었다.사부님은 편지에서 마침내 예전의 원수를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스승님의 여생의 신념은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문에서 축출한 것은 목현수를 잘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언급했다.그 편지를 본 목현수는 비통하게 울었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오직 의술로 병을 치료해서 사람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