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교 기념일이다.온 교정이 오색 등불과 반짝이들로 아주 화려하게 장식되었다.학교가 아니라 어느 호화로운 궁전 같은 것이 이번 개교기념일에 대해 학교에서 제법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개교기념일 당일, 학교를 외부에 개방하여 누구든 들어와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이른 아침, 학교장을 위시해서 중요 보직 교사들이 단정한 복장으로 교문 입구에서 귀빈들을 맞이했다.호화로운 고급승용차들이 연이어 들어섰다.북성남고는 본래 귀족으로 불리는 학교였다.그러니 학부모들의 배경은 자연 다른 어느 곳 못지 않았다.북성에서 내노라 하는 인물들이 모두 몰려온 것이 마치 거대한 비즈니스 교류장 같이 여겨질 정도였다.학교장 및 보직 교사들이 환한 웃음으로 한 명 한 명 맞이하였다. 교실에서의 엄한 모습이 사려져서인지 좀 더 친근해 보였다.이때, 차 한 대가 서서히 학교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전 세계에 5 대밖에 없는 롤스로이스. 웬만한 신분으로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차였다.뒷자리에 앉은 차가운 분위기의 남성은 온몸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었다.바로 강무진이었다.평소 블랙 슈트만 입던 무진이 오늘은 특별히 짙은 네이비 슈트를 착용하고 있어 좀더 젊어 보이게 했다. 또 부드러운 네이비 톤이 무진의 차가운 인상을 많이 부드럽게 해주고 있었다.“보스가 오실 거라는 걸 북성남고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행사 규모가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큰 것 같네요.” 운전석에 앉은 손건호는 보스 무진의 눈에 흥미로워하는 빛이 어려 있음을 알아챘다.오래전부터 북성남고에 많은 후원을 하고 있던 보스였다. 하지만 이런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보스 강무진이 이런 행사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결국은 작은 사모님의 덕을 본 셈인 거지.’“음.” 무진이 담담히 짧게 대답했다.이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자신의 어린 약혼녀가 맞춤 드레스를 입고 연기하는 모습이 어떨지 그게 궁금할 뿐.차를 주차장에 멈춰
이때 성연은 무대 뒤에 있었다.시간에 맞춰 오느라 오늘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아직도 잠이 덜 깬 상태다.공연을 앞두고 모두 분장하느라 바빴다.그 외 동아리 회원들도 모두 무대에 공연을 올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성연만 느긋한 모양새로책상에 엎드려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회장은 즉시 사람들 틈에서 성연을 찾았다. 그러다 성연의 늘어진 모습을 보고는 한숨과 함께 원망이 마음이 올라왔다.여기 있는 다들 바빠서 난리가 날 지경인데, 성연 혼자 유유자적이다.다급함에 큰 소리로 부르며 성연을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송성연, 빨리 가서 화장하고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어야지. 공연 준비 안 할 거야?”피곤해서 피를 토할 것 같은 회장이었다.한 사람 한 사람 실수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참관하는 귀빈들 모두 대단한 인사들인 만큼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이 동아리 회원들 중 어느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의자에서 일어난 성연이 기지개를 켜며 ‘음’ 신음소리를 냈다.무진이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성연을 놀래키기 위해 무진은 아무런 정보도 흘리지 않은 채 깜쪽 같이 속였다.무진은 교장의 안내로 강당에 도착했다.“강 총괄대표님, 관람하시기 가장 좋은 두번째 줄에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직접 옆에서 안내하는 교장의 말투가 무척이나 공손하고 조심스럽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장의 안내에 따라 걸어갔다.북성남고의 대강당은 학교에서 대회를 열거나 중요한 일을 발표하거나 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분명히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 사람들로 붐볐다.강당이 무척 소란스러워 무진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과 다름없이 무진은 이런 자리가 무척 싫었다.하지만 송성연 때문에 참았다.무진이 자리에 앉자마자 누군가가 와서 인사를 했다.지금 WS그룹의 실권자가 무진이다 보니 다들 와서 인사하고 관계를 터고 싶어했다.“강 대표님, 공연 보
무진이 열심히 찾던 그 시각, 성연은 동아리 룸에서 분장실로 이미 이동한 후였다.그러니 무진이 찾을 수 없을 수밖에.이번 행사를 위해 학교에서는 교실 몇 개를 학생들에게 임시 분장실로 내 주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간이 아예 부족했을 터였다.의자에 앉은 성연은 화장을 담당한 학우들에게 자신의 얼굴에 맡기고 있었다.원래 아주 예쁜 얼굴의 성연은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바탕피부도 아주 좋았다. 그래서 화장 담당 학우는 진한 화장보다는 옅은 화장을 해주었다.메이크업까지 더해지니 성연의 이목구비가 훨씬 선명해졌다. 립스틱까지 바르니 사람이 달라 보일 정도로 아주 예뻤다.화장 전의 성연은 깨끗한 느낌으로 예뻤다면, 좀 더 짙은 입체감으로 화장을 한 성연은 마치 그림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화장 담당 학우가 눈을 반짝이며 성연을 바라보았다. 과연 교내 게시판에 퀸 랭킹 일등으로 손색이 없었다.이 외모는 정말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송성연, 넌 정말 마음 놓고 화장하게 해준다.” 화장을 해 주던 학우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갑자기 눈을 뜬 성연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성연의 주시에 얼굴이 새빨개진 여자아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송, 송성연, 왜 그래?”“안 바빠?” 성연이 담담하게 물었다.“바, 바빠.” 그녀가 무의식 중에 고개를 끄덕였다.“뒤에 또 많은 학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해야지 않아?” 성연이 나른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그, 그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성연이 지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붉어진 얼굴로 그 학우는 즉시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다니며 화장을 해주었다.그 아이가 가는 것을 보며 손목의 시계를 보았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예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잤다.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기다리긴 매한가지. 알람을 맞춰 두면 시간에 맞춰 깨어날 수 있을 터.비슷한 시각, 분장실 옆 탈의실에 그림자 하나가 살금살금 들어왔다.탈의실 안에 숨어든 그림자가 옷들을 뒤적거렸다. 찾는
회장은 너무 놀란 나머지 가슴이 아팠다.옷을 든 손이 덜덜 떨고 있는 회장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도대체 누가 이렇게 양심도 없는 거야? 너무 한 거 아니야? 도대체 누가 건드린 거야?”성연이 눈을 가느스럼하게 떴다.무대의상이 이렇게 되었으니 분명히 입을 수 없을 터.지금 무슨 말을 해도 방법이 없었다.성연이 물었다.“따로 더 준비한 것 있어? 없어?”회장의 안목이 너무 높아서 한참을 찾다가 겨우 이 의상으로 선택한 거였다. 누가 이런 악의적인 일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화가 난 회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 한 벌뿐이야. 게다가 빌려온 거야. 지금 10분 있으면 공연 시작이야.”지금 다시 의상을 빌리러 가는 것은 이미 늦은 게 확실했다.회장을 말을 들은 성연이 한참 침묵했다.조각조각 잘린 옷은 헝겊조각이 되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고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누군가 그들의 공연을 방해하려고 했다.마침 공연을 마친 학우들 몇몇이 무대에서 내려와 그들 옆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저들의 옷은 전통의상이었다. 성연이 공연하는 연극의 내용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성연에게 방법이 떠올랐다.이 방법을 생각한 후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성연이 즉시 한 여학생을 붙잡았다.“이봐, 잠깐만.” 성연이 소리쳤다.그 학생이 발걸음을 멈추며 물었다.“왜?”“사실은 말이야, 곧 우리 공연 차례인데, 우리 무대 의상에 잠시 문제가 생겼어. 네 의상을 잠시 빌려 입고 싶은데 괜찮아?” 가능할지 어떨지는 성연도 모른다.‘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으니, 우선 한번 해 보는 거지, 뭐.’“그래도 돼?” 그 학생이 확신이 없는 듯 물었다.“괜찮아.”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나선 회장이 망가진 의상을 그 학우 앞에 보였다.“우리 정말 시간이 급해.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좀 도와줘.”무대의상과 회장의 초조한 모습을 보던 학생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들을 도울 수 있다면야 뭐.”마침내 승낙을 받은
성연이 의상을 털었다.다행히 의상이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수선된 듯하다. 무대를 살릴 수만 있다면야 뭐.송성연이 대답했다. “대충했어.”그리고 의상을 갈아입은 성연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체형이 아주 좋은 성연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며 들리는 의상은 고전적인 느낌에 동화풍의 느낌까지 더해져 아주 환상적인 분위기였다.무대에 오른 성연은 귀빈석에 앉은 무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강무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성연과 무진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무진이 마치 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그녀를 향해 입술을 끌어올렸다.무진은 자주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저 웃음에 빙설마저 녹을 것 같은 느낌이다. 깊은 두 눈동자는 블랙홀처럼 하마터면 사람을 빨아들일 듯하다.잠시 정신을 놓았던 성연이 겨우 시선을 돌렸다. 귀 끝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귀를 만졌다.‘저 웃음 정말 치명적이야. 미색으로 사람을 잡는군!’회장이 관례에 따라 무대 시작 인사를 하며 앞에서 몇 마디 소개했다.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성연은 곧바로 극중 배역에 몰입했다. 극의 줄거리는 역시 아주 막장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이게.不过,经过上次提出的修改,倒是少了很多狗血的台词,没有那么尴尬了。하지만 지난번 의견에 따라 수정을 거치며 막장 대사가 많이 줄어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동화는 동화였다. 다소 허황된. 비록 많은 수정을 거쳤다 해도 여전히 과장된 부분들이 존재했다.하지만 성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어색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우 아름다웠다.현장에서 관람한 사람들 모두 연극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와, 얼굴이 다 했어.][줄거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배우만 보면 돼.][너희들, 이 막장극도 송성연이 연기하니까 꼭 영화보는 것 같지 않았어? 바로 이런 게 주인공이야.][맞아, 맞아. 송성연 연기가 폭발적이야. 분명 저렇게 훌륭한 학생인데 말이야. 앞으로 누가 또 감히 그녀를 모함한다면 내가 싸울 거야.]성연의 연기
[아니야! 앞의 팀보다 더 예쁜 것 같아!]많은 여학생들이 저런 스타일의 옷을 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의론이 분분한 가운데 성연의 뛰어난 연기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좀 처지던 진우진은 완전히 성연에게 이끌려갔다.그러나 진우진의 장점, 뛰어난 용모로 자신의 연기를 가리며 눈을 즐겁게 했다.많은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송성연과 진우진을 묶어 CP로 만들었다.[야, 너희들, 송성연과 진우진 너무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니?][공주와 왕자야. 특히 두 사람의 외모 너무 잘 어울리지?][나 혼자만 저들이 CP느낌이 물씬 난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네.][앞으로 저들을 ‘연우 CP’라고 부르자. 흐흐흐, 듣기 좋지 않니? 저 두 사람 외모만큼 예쁘잖아.]처음에는 그런대로 쓸모가 있다고 여긴 무진이었다.그러나 뒤로 갈수록 기분이 나빴다.‘송성연의 약혼자인 내가 여기 주빈석에 앉아 있는데, 감히 송성연을 다른 사람과 커플로 묶어?’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무리의 아이들과 따질 수도 없고.총명한 손건호가 즉시 무진의 뜻을 아주 잘 추측했다.마침 교장이 옆에 앉아 있었으므로 바로 그 자리에서 교장에게 말했다.“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을요. 학생들은 역시 학업을 중시해야지요. 연예계 같은 그런 흉내는 아닌 것 같네요. CP는 무슨 CP랍니까? 엉망진창이군요.”교장은 성연과 무진의 진짜 관계를 모른다.단지 성연의 가정교육이 비교적 엄격해서 유달리 명성에 신경을 쓰는 강씨 집안 사람들을 대신해 손건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 생각할 뿐.그래서 교장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말해 놓겠습니다."손건호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격렬한 박수 소리 속에서 성연과 배우들이 무대에서 내려갔다.연극이 끝나자마자 즉시 달려온 회장이 성연을 보며 흥분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송성연, 네 연기 정말 대단했어. 우리 연극을 완전 네가 살렸어.”솔직히 말해서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성연이 맡은 역할은 이미 끝이 났다.이때 무대 관중석 뒷줄에 자리한 구석에 앉아 있는 여시화의 안색이 어두웠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그녀가 옆에 앉은 추종자에게 물었다.“의상을 잘랐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송성연이 공연할 수 있는 거야?”여시화가 이렇게 한 목적은 바로 성연이 진우진과 같이 공연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송성연이 어떤 사람인데? 그녀가 어떻게 진우진과 공연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그러나 성연은 공연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도 좋았다.앞줄에서 들려오는 칭찬에 여시화가 이를 지끈 물었다.추종자가 매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진짜 송성연의 원래 무대의상을 잘랐어. 그런데 송성연이 어디에서 공연복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다.”화가 잔뜩 난 여시화는 연극을 더 볼 의욕이 없었다.‘송성연, 저 X은 정말 운도 좋아.’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계략을 짰지 않은가 말이다. 공연 시작 전에 의상을 망가뜨렸는데, 송성연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과연 아첨꾼답게 하루 종일 시시덕거리며 사람을 꼬실 줄 알았다.자신은 꼭 모든 사람들이 송성연의 진면목을 알도록 할 것이다.송성연의 공연이 끝나자 무진은 이후의 행사를 계속 볼 생각이 없어졌다.오늘 그가 온 목적은 순전히 송성연 때문이었다.무진이 직접 오는 것을 본 교장은 예년에 채점했던 심사위원들을 철수시켰다.교장이 떠보듯이 한마디 물었다.“강 대표님, 오늘 어떤 공연이 비교적 마음에 드셨는지요? 학교에서는 뛰어난 공연에 상을 수여할 것입니다.”“연극 동아리 팀이 괜찮더군요. 제가 보기에, 이 팀에게 환호하는 학생들의 음성이 가장 높더군요.” 무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마디 꺼냈다.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결코 편파적인 생각이 아니었다.만약 연기에도 상이 있다면, 성연의 그 팀은 손색이 없었다.그들 팀의 공연에 대해서는 학생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터.만약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연극 팀이 우승할 승산이 가장 높아 보였다.말을 끝낸
무진이 얼른 피했다. 기세를 잡은 성연이 바로 이어 손발을 같이 움직였다. 무진도 그녀와 합을 맞추어 움직였다.성연의 동작이 너무나 갑작스러워 미처 방비하지 못한 무진은 겨우 손으로 막아냈다.그러자 팔에 가해지는 엄청난 진동으로 저려왔다.‘이 발차기, 정말 힘이 넘치는군.’‘분명히 오랜 시간 단련된 거야.’성연 또한 쫓아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얼른 뻗었던 다리를 내렸다.무진이 팔을 주무르며 따졌다.“송성연, 약혼자를 죽이려는 거야?”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성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누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는 줄 알았다고요.”무진이 소리도 내지 않고 성연의 뒤로 다가간 것은 순전히 그녀를 놀래키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 본인이 놀랐지만 말이다.무진은 성연의 앞에서 담담하게 말했다.“너 방금 그 발차기 좋았어.”성연이 황급히 대답했다.“예전에 시골에 있을 때, 태권도와 해동검도를 잘하시는 이웃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셔서 좀 따라 배웠어요.”성연은 강씨 집안의 실권자로서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무진도 호신술을 상당히 익혔을 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실력 또한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발차기 때문에 무진이 뭔가 눈치를 챌까 걱정이 된 성연이 즉시 해명했다.하지만 무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방금 성연의 발차기는 전문 훈련을 받은 무예인만이 할 수 있는 각도와 힘이라는 걸.무진의 얼굴에 순간 깨달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으나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나는 진짜 모르겠네,”만약 더 계속하다간 진짜 무진은 뭔가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지금 그는 이미 반신반의하는 태도였다.성연이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아, 맞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구석진 한적한 곳을 골랐다.하지만 학교의 최대 후원자인 무진이 북성남고에 올 때면 앞뒤로 분명 수행하는 사람이 붙었을 터인데 말이다.무진이 혼자 올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